
[이코노믹데일리] 대형 건설사들의 공공 발주 공사 기피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민자사업 중심의 대형 교통 인프라 사업에서 대형사들이 이탈하고 있고, 이를 대체할 업체 확보도 난항을 겪고 있다. 공사비 현실 반영 부족, 수익성 저하, 계약 구조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정체 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TX-B 노선 민자사업에 참여 중인 대우건설 컨소시엄에서 DL이앤씨는 지분 4.5%를 반납하고 탈퇴했으며 현대건설도 보유 지분 20% 중 절반 이상인 13%를 정리하기로 했다. 현재 대보건설, 효성중공업, HS화성 등 중견 건설사들과 지분 인수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이달 말 계약 체결이 불발될 경우 6월로 예정된 착공도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GTX-B 착공식을 열었으나, 실착공은 1년 넘게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컨소시엄 주관사인 대우건설 측은 “이달 말까지 계약을 마무리하고, 6월 말 착공을 목표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 서부선 경전철(은평~관악)도 사업 추진이 멈춘 상태다. 총연장 16.2㎞ 규모의 이 노선은 GS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컨소시엄에서 이탈한 이후 대체 건설사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심의위가 사업비를 기존보다 642억원 증액한 1조5783억원으로 확정했으나, 참여를 확정한 대형사는 없다. 상반기 실시협약 체결도 무산된 상황이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투자 건설사를 찾고 있지만 업계 전반에선 여전히 사업성이 낮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의 공공공사 회피는 비용 대비 수익성이 지나치게 낮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연차공사 방식으로 계약된 프로젝트는 최초 계약 단가가 수년간 유지돼 원자재값 상승을 반영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건설사들은 지속적인 손실을 우려하고 있다.
연차공사는 공사비 인상 기준을 ‘소비자물가지수’로 삼고 있어, 실질 공사비 상승률과 격차가 크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여기에 빠듯한 공기(工期)와 무리한 수요 예측 리스크까지 고스란히 민간이 떠안게 되면서 공공사업에 대한 건설사들의 회의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공공공사에 참여하면 손해 보는 구조”라며 “공사비 현실화와 제도 개선이 없다면 건설사들의 이탈은 더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