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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제국주의·식민지 투쟁으로 요동친 '165년 수에즈 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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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n Mengyang,Zhao Wencai,Yao Bing,Pin Ran,Yang Yiran,Wang Dongzhen,Zhao Manjun,Yu Fuqing
2024-04-26 15:06:23
화물선 한 척이 지난 1월 13일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지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카이로=신화통신) 2024년 4월 25일, 이집트 수에즈 운하가 착공 165주년을 맞았다.

수에즈 운하는 이집트 국민의 반제국주의와 반식민지 투쟁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과거 서구 국가들의 난무한 음모와 계산 속에서 독립과 자주를 모색하고 남남협력을 강화하는 이집트의 노력은 계속돼 왔다.

이집트는 유럽·아시아·아프리카 3개 대륙이 접경한 핵심 지대에 위치해 있어 예로부터 지정학적 게임의 요충지로 부각됐다.

프랑스의 나폴레옹은 지난 1798년 병사 3만여 명과 함선 300여 척을 이끌고 이집트 카이로를 점령했다. 그러나 엔지니어의 측정 오류와 영국 및 오스만 제국의 군사 개입으로 수에즈 지협에 운하를 뚫겠다는 나폴레옹의 바람은 실현되지 못했다.

19세기 중반, 세계 열강의 텃세에 시달리던 이집트는 서구식 개혁을 통해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지난 1월 13일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고 있는 선박. (사진/신화통신)

10년에 걸쳐 약 12만 명의 노동자를 투입한 이집트는 길이 164㎞, 폭 52m의 수에즈 운하를 건설했다. 파낸 흙의 양만 7천400만㎥에 달한다. 당시 수에즈 운하는 홍해와 지중해를 연결해 영국과 프랑스의 동방 식민지 간 왕래 비용을 크게 절감시킬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수에즈 운하의 건설은 이집트 악몽의 시작이었다.

이집트는 운하 건설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조달받기 위해 영국과 프랑스로부터 연이어 고금리 대출을 받았다. 서방이 쳐놓은 부채의 덫에 한 발짝씩 가까이 다가갔던 것이다.

이집트는 철도와 토지, 심지어 운하의 미래 수익까지 유럽인에게 저당 잡혔지만 결국 파산을 면치 못했다. 영국인은 이 틈을 타 이집트가 보유한 수에즈 운하의 지분 40% 이상을 헐값에 사들였다.

금융 수단의 도움으로 '문명인'은 '야만인'이 자신의 땅에서 10년 동안 피땀 흘려 건설한 운하를 손쉽게 손에 넣었다. 그러나 식민지 개척자들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1882년 영국은 수에즈 운하를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 군사를 파견해 이집트 전역을 점령했다.

가말 압델 나세르 이집트 대통령이 1956년 7월 28일 군중들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제2차 세계대전 후, 영국과 프랑스 등 전통 식민제국이 쇠약해지면서 오랜 기간 착취를 받았던 아시아·아프리카 식민지에서는 독립의 바람이 불었다.

1952년 가말 압델 나세르를 비롯한 이집트 자유장교단은 친서방적인 파루크 왕조를 무너뜨리는 혁명을 일으켰다. 그로부터 4년 뒤 나세르는 수에즈 운하를 전격 국유화했다.

영국과 프랑스의 입장에서는 이 같은 결정이 자신의 핵심 이익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다. 협박과 회유에 실패하자 영국과 프랑스는 이스라엘과 연합해 전쟁을 일으켜 나세르 정부를 뒤엎고 수에즈 운하의 통제권을 되찾기로 계획을 세웠다.

이집트는 수에즈 운하가 제국주의 국가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수십 척의 선박을 자침시켜 항로를 완전히 차단시켰다. 이집트인의 이 같은 결의와 국제사회의 거센 성토에 밀려 침략자들은 결국 이집트에서 철수했다.

하지만 1967년 미국과 영국의 부추김으로 이스라엘은 제3차 중동전쟁을 일으켜 이집트를 침공해 시나이 반도를 점령했다. 이에 이집트는 수에즈 운하를 다시 8년간 봉쇄해야 했다.

화물선 한 척이 지난 2022년 1월 3일 수에즈 운하를 지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오늘날 수에즈 운하는 세계 무역의 요충지로 자리 잡았다. 성수기에는 전 세계 하루 평균 약 30%에 달하는 컨테이너와 100만 배럴이 넘는 원유가 이곳을 거쳐 세계 각지로 뻗어나간다.

그러나 이 같은 평온한 모습에도 서방의 통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이집트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는 국제금융기구(IFI)는 1990년대 초부터 막대한 원조와 대출을 통해 이집트의 신자유주의 개혁을 유도해 서방 자본의 문을 활짝 열었다.

발전의 길에서 번번이 서방이 파놓은 함정에 빠진 이집트인은 어떻게 하면 100년간 이어온 발전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이집트는 지난 2013년 중국이 '일대일로' 공동 건설을 제창한 이후 가장 먼저 가입한 국가 중 하나가 됐다. 올해 1월 1일, 이집트는 공식적으로 브릭스(BRICS) 협력 메커니즘에 합류했다. 수에즈 운하 양안에는 평등과 호혜를 위한 협력의 나무가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달 24일 중국 기업이 수주한 수에즈 운하 철도교 개조·업그레이드 프로젝트. (사진/신화통신)

운하에는 중국 기업이 수주한 대형 철교가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집트 시나이 반도 개발의 핵심 통로가 될 전망이다. 운하 이남 사막에는 중국-이집트 타이다(泰達)·수에즈 경제무역협력구가 첫발을 내디뎠다. 운하 건너 시나이 반도 남쪽에는 이집트와 사우디가 합작해 건설한 사막 신도시가 들어서고 있다.

2023년 기준, 이집트와 브릭스 국가 간 무역액은 전체 대외무역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이집트는 달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브릭스 국가와 자국통화무역결제시스템(SML)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이집트는) 브릭스 회원국들과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 함께 목소리를 높이고 더불어 개발도상국의 권익도 증진해 나갈 것입니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브릭스에 합류한 후 가장 먼저 감사의 뜻을 표했다.

100년의 세월이 흐른 수에즈 운하는 고대 문명을 증명하며 역사의 새 장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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