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폐기 앞둔 '유통법 개정안'…퇴보하는 대형마트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아령 기자
2024-04-04 06:00:00

여, 대형마트 영업 규제 풀어야…야, 대기업에만 유리해 반대

서울의 한 대형마트의 농산물 코너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DB
서울의 한 대형마트의 농산물 코너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DB]

[이코노믹데일리]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 논의가 자동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결과다. 대형마트는 유통법으로 인해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배송을 하지 못하는 규제에 묶여 있다.
 
새벽배송을 위해서는 유통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소위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이번 국회의 임기 내 처리되지 못할 시 다음 국회 개막과 함께 자동 폐기된다. 국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과 아직 개정안이 통과해야 할 절차가 한참 남았다는 점 등에서 사실상 처리가 불가능할 것이라 보는 시선이 적잖다.
 
유통법을 두고 여야 간 샅바 싸움을 하는 동안 대형마트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에 밀려 생존위기에 처했다. 일요일 의무휴업 등 정부 규제로 발목이 잡힌 가운데 온라인 위주로 재편되는 유통시장의 판도 변화에 올라타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 가공·신선식품 판매에 나서며 대형마트를 위협하고 나섰다.
 
◆ 낡은 규제에 무너지는 韓 유통 생태계
 
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국회에 상정된 유통산업법 개정안은 여야 간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소관 상임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유통산업법 개정안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 규제 대상에서 새벽 배송을 제외해, 대형마트도 새벽 배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의무휴업일을 일요일 등 공휴일에서 평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전통시장·골목상권 활성화를 명분으로 지난 2013년 시행된 유통산업법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오전 12시(자정)~오전 10시’까지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제한하도록 하고, 매월 이틀은 의무휴업일을 지정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법조문은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되,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치면 지방자치단체장이 평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와 여당은 유통 시장 흐름이 온라인으로 완전히 기운 상황에서 지난 2012년 이후 10년 넘게 지속돼온 대형마트 영업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야당은 규제 완화가 중소 골목상권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이마트 등 대기업에만 유리하게 돌아갈 것이라며 규제를 풀 생각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산자위 소위원회에서는 유통법 개정안이 지난해 8월과 12월 단 두차례 논의된 이후 소위 문턱도 넘지 못했다. 올해는 추진되나 했던 유통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총선 전엔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을 것이고, 총선 이후엔 어수선한 정국 속에서 오는 5월 말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합의점도 찾지 못한 유통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법 개정은 요원해 보이지만 정부와 부산광역시 등 개별 지자체는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꾸는 등 법 개정 없이도 가능한 규제 완화를 단계적으로 추진 중에 있다.
 
대형마트의 설자리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이커머스 시장과 대비되면서 위태로운 모습이다. 지난해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한 이마트는 1993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전사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앞서 폐점을 앞둔 점포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한 데 이어 전사적인 인력 효율화에 나선 것이다.
 
고물가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데다 국내외 이커머스 업체들이 유통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면서 경쟁이 한층 격화됐기 때문이다. 이커머스의 새벽배송 서비스가 보편화하면서 유통시장의 무게추는 온라인 쪽으로 이동했다. 업계에서는 ‘대형마트 1등’ 이마트를 시작으로 유통업계 전반에 인력 감축 바람이 확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들어서는 ‘초저가’를 앞세운 중국 업체까지 경쟁에 가세해 생존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셀러에 판매·입점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1000억원의 쇼핑 보조금을 뿌리는 등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신선식품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면서 대형마트의 입지를 위협하는 중이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2월 알리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818만명으로 토종 이커머스 11번가(736만명)를 제치고 국내 2위에 등극했다. 1위는 쿠팡으로 앱 사용자는 3010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만명 증가했다.
 
지난해 7월 한국에 진출한 테무는 1년도 채 안 돼 4위로 발돋움했다. 2월 기준 테무 앱 사용자는 581만명으로 G마켓(553만명)을 추월했다. 중국 패션 플랫폼 쉬인의 MAU도 지난해 2월 14만명에서 올해 2월 68만명으로 380% 넘게 급증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알리·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국내 공습에 대응하기 위해 온라인 유통팀을 신설했다. 이 팀은 국내 온라인 유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유통법의 보완·개정 등까지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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