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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권 女風은 구색 맞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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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다혜 기자
2024-03-30 06:00:00

기존 여성 이사 유지하거나 1~2명 늘린 수준

연임에 학계 쏠림…독립성·전문성 부족 지적도

금융증권부 지다혜 기자
금융증권부 지다혜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능력이 있어도 승진이 어려운 여성들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뜻하는 '유리천장'이 견고하던 금융권에 여풍(女風)이 불었다. 주요 금융그룹이 여성 사외이사 비중을 늘리면서다.

그 견고함은 꽤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남성 위주의 보수적인 조직문화가 자리 잡은 탓에 극심한 관리직 성비 차이는 물론이거니와 여성의 장기근속 비율이 더 높아졌어도 급여는 남성보다 더 낮은 식으로.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은 국내 은행의 이사 수는 평균 7~9명이고 전체 이사 중 여성 비중이 12% 수준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글로벌 주요 은행과 비교했을 때 매우 적다는 것. 그제야 금융그룹들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여성 사외이사 확대에 나서며 이사회 구성에 변화를 줬다.

다만 이런 모양새는 결국 금융당국 압박으로 움직인 '구색 맞추기'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게 했다. 기존 여성 이사를 유지하거나 1~2명 정도 늘리는 선에서 그쳤기 때문이다.

실제 KB금융은 사외이사 7명 중 여성 이사 3명을 그대로 유지했고 신한·하나·우리금융은 각각 여성 이사를 1명씩 늘렸다.

이와 함께 실질적인 물갈이도 결국 미미한 수준에서 멈췄다. 사외이사 대다수는 연임됐고 교수나 연구원 등 학계 편중까지 심해 독립성과 전문성 모두 부족하단 지적이 잇따랐다.

이사회 구성원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실무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많은 경험을 비롯해 경영진에 예속되지 않은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주요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지난해 이사회 안건 중 반대표를 던진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올해 정부가 밸류업 추진을 선언한 만큼 이사회 역할은 앞으로 더 중요해졌다. 상장사가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핵심 요소인 이유다.

이제 그 견고한 금융권에서도 시대 변화에 맞춰 여성 인재 성장 제고에 힘써야 하지 않을까. 아울러 '거수기' 논란을 떨쳐내기 위한 심도 있는 노력도 필요한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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