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사령부 잃어버린 삼성, '미전실 부활 '눈치 보기에 JY 리더십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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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영 기자
2023-12-19 06:00:00

삼성전자 '매출 300조 클럽' 1년 만에 반납

영업익 7조원대 '추락'…전례 없는 위기

'미사단' 신설에도 전략·지원 이원화 우려

일종의 '아노미' 상태 지속…JY 1심 분수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네덜란드를 방문 일정을 마치고 지난 15일 오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네덜란드를 방문 일정을 마치고 지난 15일 오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미전실(미래전략실) 없는 삼성이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 후속책으로 전자·금융·물산 등 계열군마다 태스크포스(TF)를 범한지 만 4년이 지나며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경고음이 켜지면서다. 삼성전자는 연말 인사·조직개편을 통해 미래사업기획단(미사단), 차세대공정개발실, 비즈니스개발그룹을 신설하며 위기 대응 체제를 수립했다.

삼성전자가 세 가지 조직을 한꺼번에 만든 것과 관련해 재계 안팎에서는 전례 없는 위기감을 반영한 비상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관련 업계와 증권가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매출은 270조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창사 이후 처음으로 연 매출이 300조원을 돌파한 지 1년 만에 200조원대로 주저앉는 셈이다.

수익성은 더욱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지난 2021년 51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올해 7조원대로 쪼그라질 것으로 추정됐다. 급격한 영업이익 감소는 반도체 산업 부진 때문만은 아니다. DS(반도체)부문을 제외하고 가전·스마트폰 등 통합 세트 사업을 하는 DX부문 수익성도 제자리걸음 중이다. 가전 수요가 정체되고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며 성장이 정체됐다.

삼성전자가 대외 환경 변화에 유독 취약한 모습을 보이자 옛 미전실 같은 통합 전략그룹 공백에 따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과거 삼성그룹은 고(故) 이건희 회장이 수시로 사장단을 소집해 큰 방향을 제시하고 사업 계획과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굵직한 의사결정을 했다. 시기별로 구조조정본부와 전략기획실(2008년 해체), 미래전략실(2010년 신설)이 구심점이 됐다. 이건희 회장이 집무실 겸 귀빈 맞이용으로 쓴 승지원에서 수시로 열린 '승지원 회의'는 삼성의 경영 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실질적인 총수 역할을 한 뒤로는 이러한 기능이 사라졌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대정부 로비와 소위 '편법 승계'를 진두지휘하는 조직으로 낙인이 찍혔기 때문이다. 이재용 회장은 승계 문제와 관련해 수년 동안 재판을 받고 수감 생활까지 하는 등 고초를 겪기도 했다. 컨트롤타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지원TF, 금융경쟁력제고TF, 설계·조달·시공(EPC)경쟁력TF를 만들었지만 조직이 3개로 나뉘면서 역량도 분산됐다는 평가다.

이 회장 취임 이후 미전실 부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으나 실현되지 못했다. 그간 삼성은 준법감시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회장이 4세 경영 포기를 선언하며 '준법경영'에 각별히 신경 써 왔다. 그러나 이 회장이 사장단 회의를 열거나 계열사 조직이 일부라도 바뀔 때마다 '미전실 부활'이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다. 그룹 차원에서도 이 회장 행보나 인사·조직개편이 미전실 부활로 비춰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삼성전자가 단행한 이번 조직개편에는 컨트롤타워 부재로 인한 한계를 최대한 드러내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미래사업기획단이 신사업을 발굴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원 조직인 사업지원TF가 수행하지 않는 영역이다. 미전실이 해온 역할을 둘로 쪼개 운영하겠다는 구상이다. 미래사업기획단을 정현호 부회장이 이끄는 사업지원TF와 더불어 부회장급으로 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삼성전자의 향후 밑그림을 그리는 데 있어 사업지원TF가 좌뇌라면 미래사업기획단이 우뇌, 차세대공정개발실(DS부문)과 비즈니스개발그룹(DX부문)이 각각 팔과 다리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컨트롤타워 공백을 부서 하나 더 만드는 것으로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도 제기된다. 전략·지원 기능이 이원화되며 컨트롤타워'급' 조직은 많아지는데 정작 '헤드쿼터(총사령부)'는 없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사회 중심 경영을 하더라도 총수인 이재용 회장이 미등기임원으로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과거 삼성은 총수와 전략·기획 총괄 조직을 주축으로 비전을 수립하면 계열사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성장을 이끌었지만 지금은 마치 '아노미(지배적 규범이 없는 상태)'와 같아 보인다"며 "내년 1월 이재용 회장 1심 선고가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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