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시승기]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 다정함 뒤에 힘을 숨긴 패밀리 SUV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성상영 기자
2023-12-12 06:00:00

정통 오프로더의 전동화 비전 담은 '4xe'

1000㎞ 타보니 묵직하고 부드러운 주행

와인딩 로드에선 의외의 면모도 보여줘

지프 정체성 유지하며 편안함까지 잡아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 외관사진성상영 기자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 외관[사진=성상영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군용차를 연상케 하는 정통 오프로더로 이름을 날린 지프가 가장 어려운 숙제인 전동화에 답을 내놨다. 브랜드 정체성인 사륜구동(4X4)과 지향점인 전기(Electric)를 조합해 '4xe(포 바이 이)'를 탄생시켰다. 과거 지프는 그랜드 체로키, 컴패스, 레니게이드 같은 모델을 선보이며 일상에서도 탈 수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을 갖추고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지프 4xe는 온·오프로드를 넘나드는 고급 SUV 브랜드로 안착한 데 이어 두 번째 도전이다.

지프 올 뉴 그랜드 체로키 4xe는 이런 배경을 고스란히 담아낸 차다.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PHEV)인 이 차량을 통해 지프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었다.

그랜드 체로키 4xe를 나흘간 1000㎞ 이상 주행하는 동안 다정다감한 패밀리 SUV 같다가도 매섭게 몰아붙이면 숨겨둔 힘이 느껴졌다. 인상 좋고 착한데 화나면 무서운 아저씨 같기도 했다.

외관은 전체적으로 잘 정돈됐고 안정적인 비율을 갖췄다. 대형 SUV답게 2m에 육박하는 너비, 5m에서 10㎝ 모자란 길이로 육중하다. 기교를 부리기보다는 실제 크기에 맞춰 꽉 채운 듯한 형체로 언뜻 봐도 커 보인다. 전면에는 다른 지프 차량처럼 7칸으로 나뉜 라디에이터 그릴(세븐 슬롯 그릴)을 적용해 상징성을 더했다.

차량을 둘러보다 보면 지프 특유의 숨겨진 요소를 찾을 수 있었다. 오래 전부터 지프 애호가들 사이에선 '이스터 에그'가 소소한 재미 요소로 유명하다. 스포일러(?)를 하자면 하나는 기름을 넣을 때 볼 수 있고 다른 하나는 번호판에 새겨졌다. 이들을 우연히 발견했을 때 모종의 뿌듯함은 덤이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 운전석사진성상영 기자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 운전석[사진=성상영 기자]
실내는 전혀 투박하지 않았다. 오히려 화려함에 가까웠다. 대부분 소재를 가죽으로 마감하고 대시보드에 나뭇결 무늬를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살렸고 그 경계와 송풍구 주변을 금속 질감 플라스틱 라인으로 둘러싸 단조로움을 피했다. 중앙에 있는 공조장치 조절부는 클래식카 같은 느낌을 줬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는 지프가 내·외관에서 강조하는 점이기도 하다.

요즘 차량은 물리 버튼을 터치 방식으로 바꾸거나 그마저도 다 없애는 추세다. 상당수 브랜드가 '미래에는 자율주행 기능이 더 발전하고 운전자가 장치를 조작할 일이 없으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일일이 메뉴를 찾아 들어가라'며 소비자에 훈계한다. 그랜드 체로키 4xe 역시 인포테인먼트로 모든 기능을 넣어 최근 흐름을 완전히 거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프는 친절하게도 모든 버튼을 다 살려 놨다. 이는 오히려 직관적이고 편리했다. 디지털 계기반에도 온갖 차량 상태와 주행 정보를 알려주겠다는 의도가 확연했다. 험로를 달리는 차량은 모름지기 그래야 한다는 게 지프의 유전자다. 물론 취향 차이는 있겠다.

운전석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차체 크기가 비슷한 다른 도심형 SUV보다도 높은 편이다. 대시보드가 낮게 자리를 잡아 탁 트인 개방감을 선사했다. 좌우로 넓고 보닛이 앞으로 긴 점을 생각하면 거리감을 잡기 어렵지 않았다.

주행 성향은 민첩하거나 거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시승 차량인 써밋 리저브 트림(세부 모델)을 기준으로 공차중량이 2.5톤(t)이 넘는데 그 무게를 온전히 운전자에게 전달했다. 전반적으로 묵직한 동시에 중·고속까지 진득하게 속력이 붙었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 뒷좌석사진성상영 기자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 뒷좌석[사진=성상영 기자]
그랜드 체로키 4xe는 모터와 엔진이 작동하는 조합에 따라 △하이브리드 △일렉트릭 △e-세이브 등 3가지 주행 모드(E-셀렉 모드)를 제공한다. 일렉트릭은 배터리와 모터만으로 움직이고, 하이브리드는 엔진을 쓰되 배터리 잔량이 바닥날 때까지 모터를 최대한 돌렸다. e-세이브는 시속 30㎞ 부근까지 모터 위주로 가지만 엔진을 적극적으로 가동해 배터리를 충전했다.

모터의 개입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초반 가속 땐 모터로 추진력을 발휘해 무거운 차체를 더디지 않게 끌었고, 고속 영역에 갈수록 엔진이 받쳐줬다. 제원상 모터로만 주행 가능한 거리는 33㎞로 PHEV 치고는 짧다.

가다 서다를 반복할 때를 빼면 엔진이 돌아갈 때가 많아 배터리·모터 역할이 제한적인 마일드 하이브리드 전기차(MHEV)와 비슷했다. 지프의 4xe는 모터와 엔진이 적절히 움직여 네 바퀴에 고르게 구동력을 전달하고 꾸준한 출력을 내게끔 돕는 느낌이다. 무게 때문인지 1000㎞를 탄 동안 측정된 연비는 리터(ℓ)당 9.6㎞로 10㎞/ℓ 벽을 넘지는 못했다.

회생제동은 셋 다 강하게 걸리는 편이었는데 배터리 충전에 초점을 맞춘 e-세이브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좀 더 제동력이 컸다. 숙달되기만 하면 가속 페달만으로 대부분 구간에서 주행 가능해 발에 피로가 덜 쌓였다.

고저차가 크고 굽이진 와인딩 로드에서는 의외의 모습을 보여줬다.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속력이 꽤 붙은 상태에서도 안정적으로 커브를 돌아 나갔다. 높고 무겁고 큰 차체의 태생적 한계를 사륜구동으로 극복한 듯하다. 회전할 때 차체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현상도 적었다. 전자식 에어 서스펜션 덕분으로 보인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 뒷모습사진성상영 기자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 뒷모습[사진=성상영 기자]
에어 서스펜션은 정속 주행을 할 때 진가를 발휘했다. 크고 작은 요철을 만나더라도 몸에 전달되는 충격을 잘 걸러냈다. 이는 묵직한 주행 질감과 더불어 편안한 승차감을 만들었다. 동승자에 따르면 과속방지턱을 넘을 땐 앞좌석보단 뒷좌석이 좀 더 부드러웠다고 한다.

험로 또는 고속 주행, 승·하차 때 등 상황에 따라 총 5단계로 지상고를 조절할 수도 있다. 험로를 달릴 땐 노면에서부터 차체 밑바닥을 최대한 높여 요철에 더 잘 대응하고 차에서 타고 내릴 땐 높이를 낮춰 불편함을 줄이는 식이다.

플래그십(기함) 모델답게 고급화 사양과 편의 기능도 다양하게 들어갔다. 미국 음향기기 업체 매킨토시가 개발한 스피커가 무려 19개나 장착돼 풍부한 소리를 들려줬다. 특히 저음이 강조됐는데 도어 트림에 팔을 걸치면 진동이 그대로 전해질 정도였다. 국내 판매 차량에 기본 내장된 T맵 내비게이션도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다. 또한 360도 서라운드 뷰 카메라, 헤드업 디스플레이, 뒷좌석 열선·통풍시트와 독립 공조 조절기를 갖췄다. 공간은 말할 필요 없이 넓다.

지프 올 뉴 그랜드 체로키 4xe는 △리미티드(9440만원) △써밋 리저브(1억1190만원) 2가지 트림으로 판매된다.


0개의 댓글
0 / 300
댓글 더보기
하이닉스
스마일게이트
부영그룹
kb_지점안내
신한라이프
KB금융그룹
경남은행
KB희망부자
대원제약
미래에셋
보령
KB희망부자
미래에셋자산운용
KB희망부자
DB
하나금융그룹
기업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KB증권
NH투자증권
한화손해보험
신한금융지주
한화손해보험
신한금융
kb금융그룹
여신금융협회
넷마블
lx
하나증권
메리츠증권
대한통운
주안파크자이
다음
이전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