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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가 살길이다⑧] 이재용 첫 M&A '하만', 삼성 전장사업 '대들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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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서 기자
2023-11-07 06:00:00

제품 차별화 위해 양사 R&D 협력 지속 중

하만, 삼성전자의 숨은 실적 '효자'로 등극

"하만 뛰어넘는 R&D 등 투자가 필요한 때"

삼성전자 전장 자회사 하만 CI사진하만
삼성전자 전장 자회사 '하만' CI[사진=하만]
[이코노믹데일리] 삼성전자의 차량용 전장(전기장치) 자회사인 하만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 하만은 2017년 삼성전자 연결 실적에 포함된 이후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다 최근 달라졌다. 자동차에서 전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특히 인포테인먼트나 음향 같은 감성 요소가 중요해지며 하만이 가치를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하만 인수를 결정한 데에는 새로운 분야에 발을 내딛는 동시에 주력 사업인 반도체, 가전, 디스플레이와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삼성전자는 하만이 보유한 음향 브랜드와 기술을 확보하고 하만은 삼성전자의 정보기술(IT)·반도체 역량을 활용하는 밑그림이었다. 삼성전자가 하만을 품은 효과는 연구개발(R&D) 분야에서 두드려졌다.

◆"하만은 전장, 삼성은 IT 기술력"…R&D '시너지'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3월 80억 달러를 들여 하만을 인수했다. 당시 환율로 9조원이 넘는 큰 돈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회장 시절 경영 전면에 나선 뒤 추진한 첫 번째이자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이다. 국내 기업을 통틀어서도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와 함께 양대 '빅딜'로 꼽힌다.

하만은 전체 매출 중 65%를 전장에서 벌어들이는 기업이었다. 전장 사업 가능성에 주목한 삼성전자에게 하만은 매력이 충분했다. 모회사와 자회사 관계가 된 두 기업이 가장 먼저 힘을 모은 일은 연구개발(R&D)이었다.

하만은 스마트 자동차 분야에서 완벽한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R&D 투자를 지속해 왔다. 특히 삼성전자의 IT 기술력을 활용한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 개발에 주력했다. 중국 쑤저우 R&D센터에서는 연구개발부터 제품 생산까지 아우르는 '풀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완성했다. 삼성전자에 인수된 이듬해인 2018년에는 경영컨설팅 업체 '지노브 존스'로부터 '엔지니어링 R&D' 12개 부문에서 최고 리더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만은 R&D 인력 확충에도 힘을 쏟았다. 하만은 한국 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루마니아 등 세계 곳곳에 R&D 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에는 4000여명, 인도에는 1만명 넘는 인력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협업에 힘입어 하만은 삼성전자의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을 적용한 5G 차량용 통신 장비(5G TCU)를 개발했다. 이 장비는 2021년 출시된 BMW의 전기차 '아이엑스(iX)'에 업계 최초로 공급됐다. 이어 하만은 삼성전자의 시스템 온 칩(SoC)을 적용한 차세대 디지털 콕핏을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등 부품 관련 기술 개발 경험이 많은 삼성전자는 하만과 협업을 확대해 전장 분야 사업 수주를 확대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하만은 올해 초 'CES 2023'에서 공동 개발한 미래형 모빌리티 솔루션 '레디 케어'를 선보였다"며 "삼성전자와 하만은 R&D 분야 협업을 지속하고 있고 앞으로도 제품 차별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하만은 지난 3분기 영업이익 4500억원을 올리며 삼성전자의 '실적 효자'로 급부상했다. 이는 분기 최대 실적으로 올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8300억원이다. 하만은 사상 처음으로 올해 연간 영업익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품군 다양하게 확대하며 전진…"로드맵 확장 필요"

하만은 최근 디지털콕핏 위주 사업 전략에서 벗어나 제품군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하만은 전 세계 디지털콕핏 시장 점유율 24.8%를 기록했다. 지난 2020년 시장 점유율 27.5%, 2021년에는 25.3%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3년 연속 하락세다. 완성차 업체들이 자동차 생산량을 대폭 줄이고 부품을 자체 개발하기 시작한 영향 때문이다. 

이에 하만은 오디오 분야에서 고부가 제품군 비중을 늘려 수익성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하만은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JBL △하만카돈 △마크레빈슨 △AKG 등과 카오디오 브랜드 △뱅앤올룹슨 △바우어앤윌킨스 등을 보유했다. 현재 도요타와 렉서스, BMW, 르노, 아우디, 볼보 등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에 카오디오를 공급 중이다. 실제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하만의 음향 기술이 뛰어나다는 극찬이 이어진다. 

전장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전장 사업 분야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LG전자 또한 신사업으로 전장을 내세우며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쟁 구도도 지켜볼 만하다는 평가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차량 전자화 때문에 전장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었는데 사실 삼성전자는 경쟁사인 LG전자와 대비해 진출 분야의 폭은 좁은 편"이라며 "LG전자는 VS사업부 자체가 LG마그나랑 합작사도 만들고 넓고 깊게 진출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삼성전자가 전장 분야에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은 하만 정도인데 하만을 넘어서는 수준의 R&D 투자가 필요하다"며 "하만만 가지고 가는 게 아니라 좀 더 넓고 깊게 로드맵을 다시 그려 확장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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