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IPO 시장 훈풍 속 새판짜는 이커머스…행보는 '제각각'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아령 기자
2023-10-24 06:00:00
[이코노믹데일리] 기업공개(IPO) 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이 새판 짜기에 돌입했다. 최근 SSG닷컴의 대표이사가 직접 한국거래소를 찾아 상장 추진 계획을 설명하는 등 IPO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상장을 잠정 연기했던 이커머스 업체들의 기업공개 추진 시기에 관심이 쏠린다.
 
좋은 소식만 있는 건 아니다. 연내 IPO를 공언했던 업체들 중 얼어붙은 시장 상황에 상장 철회·연기로 방향을 틀거나 인수합병(M&A) 등으로 생존 활로를 찾고 있는 기업도 있다. 11번가는 약속한 상장 기한이 지난 9월 말로 만료되면서, 상장보다는 매각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고 있다. 또 식품 이커머스 기업 중 유일한 흑자 기업이었던 오아시스의 IPO 계획도 연초에 철회되면서 재추진 시기가 불투명해졌다. 따라서 내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이들 기업 간 희비가 크게 엇갈릴 전망이다. 
 
e커머스 각사별 IPO 추진현황 자료IB업계 및 각 사
e커머스 각사별 IPO 추진현황 [자료=IB업계 및 각 사]
◆ 국내 ‘이커머스 상장 1호’ 타이틀 누구 손에
 
23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계열의 이커머스 플랫폼 SSG닷컴이 내년 3~4월 IPO 절차를 시작하기 위해 구체적인 상장 시점을 두고 주관사와 협의 중이다. 이인영 SSG닷컴 대표이사가 지난 9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를 찾아 상장 추진 계획은 물론 사업 현황, 성장 전략까지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측은 “상장을 준비중이나 구체적인 시점을 특정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상장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내년 상반기 내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SSG닷컴은 지난 2021년 10월 미래에셋증권과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IPO 추진을 공식화했지만 투자 심리 냉각과 기업가치 저평가로 일정을 연기한 바 있다.
 
SSG닷컴은 풋옵션(미리 정한 가격으로 일정자산을 팔 수 있는 권리) 발동 부담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상장이 급한 상황은 아니다. SSG닷컴은 지난 2018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블루런벤처스로부터 1조원 투자를 약정받으면서 5년 내 상장을 약속했다. 그런데 지난해 이행 의무조건이었던 총 거래액 5조1600억원 이상을 달성하고 복수의 투자은행(IB)으로부터 IPO 가능 의견을 제출받으며 풋옵션 발동 위험에서 벗어났다. 다소 여유롭게 상장 타이밍을 잴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한 셈이다.
 
IB 업계에서는 SSG닷컴의 몸값을 약 6~7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2021년 당시에는 기업가치가 약 10조원대까지 거론됐지만 이는 쿠팡의 나스닥 상장 당시 산정 기준을 근거로 계산한 결과다. 당시에도 모회사인 이마트의 시가총액 2조원을 크게 웃도는 몸값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많았던 만큼 기업가치가 조정될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이마트의 시가총액은 1조9959억원으로 2조원 남짓이고 신세계의 시가총액은 1조7603억원에 불과하다.
 
SSG닷컴은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수익 안정화에 집중해왔다. 올 상반기 기준 SSG닷컴의 영업손실 규모는 340억원으로 적자를 이어갔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인 662억원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였다.
 
비용 관리를 위해 새벽배송을 수요가 많은 수도권 권역 중심으로 재조정하고 중소형 PP(온라인 주문 당일 배송) 센터를 자동화 수준이 높은 ‘대형PP센터’로 통합하는 등 물류 효율을 개선한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SSG닷컴이 IPO 재추진에 나서면서 상장을 철회하거나 절차를 중단한 컬리와 오아시스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적당한 시기에 상장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사실상 기약은 없는 상태다.

이인영 SSG닷컴 대표이사가 지난 4월 27일 입점 셀러 1000여명을 초청해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쓱커밍데이에서 회사 소개를 하고 있다
이인영 SSG닷컴 대표이사가 지난 4월 27일 입점 셀러 1000여명을 초청해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쓱커밍데이'에서 회사 소개를 하고 있다. [사진=SSG닷컴]
당초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증시 상장 1호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컬리는 한국거래소의 예비상장심사를 통과하고 상장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컬리 관계자는 “급하게 상장에 나서진 않을 것이며 시장 흐름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2021년 컬리는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유치 당시 기업가치를 4조원으로 평가받았으나 현재 1조원 안팎까지 하락했다.
 
컬리는 현재 실적 개선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흑자 전환을 조건으로 대규모 투자를 받았기 때문이다. 컬리는 지난 5월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와 아스펙스캐피탈로부터 1200억원을 조달하면서 올해도 적자가 이어질 경우 전환우선주의 전환비율을 1:1에서 1:1.8462343로 조정한다는 조건을 담았다. 전환비율이 조정되면 컬리의 주당 발행가액이 낮아지면서 기업가치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동시에 창업자 김슬아 대표의 지분도 희석된다.
 
컬리는 올해 상반기 적자 규모를 지난해 동기 대비 35%가량 줄이는데 성공했다. 마케팅비, 판매관리비, 고정비 등 각종 비용 절감에 주력한 결과다. 컬리는 단기적으로는 분기 흑자, 중장기적으로는 연간 흑자를 각각 목표로 집중하고 있다. 
 
◆ “IPO 연기냐, 매각이냐”…11번가·오아시스의 험난한 도전사
 
11번가는 재무적투자자(FI)와 약속한 IPO 기한을 넘기면서 현재 매각설까지 거론되고 있다. 지난 2018년 H&Q파트너스와 이니어스프라이빗에쿼티를 투자자로 유치하면서 5년 뒤인 올해 9월까지 기업공개를 약속했다. 그러나 IPO 기한을 넘기게 되면서 모회사인 SK스퀘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상장에 실패할 경우 투자금 5000억원에 연 8% 이자를 붙여 돌려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업계는 SK스퀘어가 11번가의 엑시트 전략을 IPO가 아닌 매각으로 선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IB에 따르면 큐텐은 SK스퀘어에 11번가 지분 인수 의향을 밝히고 현재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큐텐은 이번 거래로 약 50% 수준의 지분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큐텐의 11번가 실사 작업은 벌써 수개월째 지속 중으로, 올해 여름부터 본격적인 실사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기업 가치나 인수 방식 등을 놓고 SK스퀘어 측과 여러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1번가는 5년이라는 기간 동안 상장에 여러번 도전했지만 매번 고배를 마셨다. 2021년 사내 IPO 추진팀을 신설하고, 지난해까지만 해도 올해 상장을 목표로 한국투자증권, 골드만삭스 등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IPO 준비에 돌입한 바 있다.
 
그러나 작년부터 증시 상황이 악화되면서 이커머스 기업들의 기업가치가 급락, 11번가가 상장 시기를 놓친 것으로 보인다. SK스퀘어가 11번가 지분 매각으로 선회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관건은 11번가의 기업가치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11번가의 몸값은 1조웓 안팎으로 추정된다. 11번가가 2018년 투자유치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가 2조7000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5년 새 기업가치가 3분의1 수준으로 급감한 셈이다.
 
FI 입장에서는 2018년 투입한 투자원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헐값매각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큐텐이 11번가 실사를 진행하더라도 기업가치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매각이 불발될 가능성도 있다. 11번가 관계자는 “매각 관련 확정된 내용은 없다”면서도 “SK스퀘어가 11번가의 다음 단계를 위한 투자유치를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준형 오아시스 대표가 지나 2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IPO 기자간담회에서 회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오아시스안준형 오아시스 대표가 지난 2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IPO 기자간담회에서 회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오아시스]
식품 이커머스 기업 중 유일하게 흑자 경영을 이어온 오아시스도 연내 IPO가 불발됐다. 지난 2월 일반공모 청약을 하루 앞두고 상장철회서를 제출했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다수의 기관투자자가 오아시스의 희망 공모가인 3만500~3만9500원에 미치지 못하는 2만원대 중반에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회사는 기대 이하의 가격에라도 상장을 강행하길 원했으나, FI의 강력한 반대에 막혔다. 2021년 프리IPO 단계에서 오아시스에 투자했던 사모펀드 운용사 유니슨캐피탈이 8000억원 기업가치에 500억원을 투자했고, 상장 시 기업가치가 9000억원에 못 미칠 경우 상장 자체를 반대할 비토권을 가져갔다. 이후 IB업계에서는 오아시스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을 준비 중이라고 했으나 이 역시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아시스는 IPO 철회 이후 내실 다지기에 집중한 상태다. 최근 새벽 배송 권역을 수도권에서 충남 세종 지역까지 넓히는 등 외형 확장에 속도를 내면서 기업 가치를 높이고 있다. 오아시스의 지난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2% 증가한 1159억원, 영업이익은 39% 늘어난 38억원을 올리며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당기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124% 증가한 34억원을 기록했다. 재상장 시점과 관련해 오아시스 관계자는 “결정된 내용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며 “상장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기회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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