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못난이농산물의 변신…가공식품·구독서비스·친환경 스낵까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박경아 편집위원
2023-07-27 07:00:00

못난이농산물 10~30% 폐기처분 운명…음식물쓰레기 감소 위해 '발상 전환'

영양·맛에 주목, 가공하거나 '구출해' 소비자에 직송

사진어글리어스
못난이농산물을 '구출해' 소비자에게 직접 보내주는 구독서비스를 시행 중인 어글리어스가 구출한 옥수수. 사진 오른쪽은 구출한 옥수수를 다듬은 모양 [사진=어글리어스]

[이코노믹데일리]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분의 1이 식품생산(food production)에서 비롯되지만 전 세계적으로 생산하는 식품의 약 3분의 1을 폐기하고 있고, 동시에 매일 약 10억명에 달하는 인구가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 2021년 5월 ‘2021 피포지(P4G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 12개국 회원국과 국제기구, 민간기업 등이 참여한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열린 ‘기후위기 시대의 미래농업을 위해 세계적 전문가들 토론’에서 발표된 참으로 모순적 내용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해마다 상품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은 세계 음식생산량의 3분의 1 수준인 13억t에 이른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환경부는 2019년 한국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 5만8000t 가운데 약 28%인 1만6000t이 음식물쓰레기이며 이중 65%가 먹기도 전인 생산‧유통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발표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27개 채소‧과일 품목을 대상으로 전국 128개 산지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생산량의 10~30%는 크기와 모양, 색이 고르지 않거나 흠집이 있어 등급 외로 분류된 농산물들이다.

장바구니 물가는 오르는 가운데 정작 농가에는 폭우에 폭염에 기승을 부리며 상품 가치가 덜어져 판매되지 못하는 못난이 농산물들이 쌓이고 있다.

그런데 이전 같으면 시중에 유통될 기회조차 없어 소비자들과 만나기 어려웠으나 식량폐기물 감축이 기후위기를 막는 핵심 전략의 하나로 떠오르며 못난이농산물의 소비가 세계적인 트렌드로 따오르고 있다. 유럽, 미국 등 선진국에서 먼저 지난 2014년부터 못난이농산품 유통캠페인이 전개되고 있다. 또 네덜란드의 크롬코마가 못난이농산물을 활용한 과일, 채소 수프 전문 유통업체로 나섰으며 미국의 임퍼펙트프로듀스가 못난이과일을 건조 스낵으로 판매하는 전문회사로 성장했다. 몇 년 전부터 못난이농산물 전문 스타트업들이 우리나라에서도 생겨나 농업 분야 ESG(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못난이농산물에서 대체육까지 진화 ‘지구인컴퍼니’

 국내산 못난이 농산물과 재고 농산물을 활용해 가공식품을 개발, 판매함으로써 식량 손실을 줄이고 탄소감축 노력도 실천해 2020년 1월 농식품부로부터 ‘이달의 A-벤처스’로 선정됐던 중소벤처 창업기업 ‘지구인컴퍼니’는 이 분야 선구자격 스타트업이다. 못난이농산물 가공에서 출발해 대체 단백질 푸드 테크 회사로 성장한 지구인컴퍼니는 세계 최초로 영국 정부의 글로벌 스타트업 유치 프로그램(GEP)에 선정됐다고 지난 5월 23일 밝혔다.

GEP는 영국 국제통상부가 해외 혁신 스타트업의 현지 및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스타트업은 특별 비자 패스, 전문가 멘토링, 투자자와의 교류 기회 제공 등 현지 정착을 위한 다양한 지원을 받는다. GEP는 현재까지 1000곳 이상의 전 세계 스타트업을 발굴해 영국 진출을 도왔다.

당초 지구인컴퍼니 민금채 대표는 배달의민족 밀키트사업 담당자였다. 흠집 때문에 버려지는 농산물이 농가마다 가득 쌓인 모습이 안타까워 이들 농가와 직접 계약을 맺어 못난이농산물들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재고가 줄지 않는 경우 과일즙, 과일잼으로 가공해 판매를 시작해 버려지는 농산물 구출 사업의 출발이었다. 2019년 국내 최초로 구워먹는 100% 식물성 고기를 개발한 지구인컴퍼니는 이제 글로벌 스타트업으로 유럽 진출이란 새로운 날개를 달게 된 것이다.

 ◆못난이농산물 구독서비스로 MZ세대 사로잡은 ‘어글리어스’

“구출한 농산물 555,098kg
아낀 물의 양 11,213million litres
아낀 플라스틱 수 208,508
절감한 탄소   331,893kg”

못난이농산물로 불리는 규격외 농산물 정기배송서비스 ‘어글리어스' 인터넷 누리집에 들어가면 2021년 이 회사가 설립된 후 농가 4000곳과 함께 구출한 농산물 양, 절감한 산소 등 수치가 나와 있다. 못난이농산물을 채소박스 형태로 배송해주는 소비자직거래(D2C) 서비스를 운영하는 최현주 대표는 경남 하동 출신으로 농촌에서 자라며 언제나 못난이 농산물을 봐왔고 모양이나 색상만 조금 다를 뿐 영양이나 맛에서는 차이가 없다는 점을 알기에 못난이농산품의 상품 가치를 되살리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못난이 농산물 판매 활동을 ’구출활동‘이라고 이름 짓고 채소박스에는 해당 채소로 해 먹을 수 있는 음식 레시피까지 제공해주고 있다. 어글리어스와 함께 못난이농산물을 구출한 이용자들의 사연이 담긴 후기들이 쌓여 커뮤니티 기능이 강화되며 이 서비스 이용자는 현재 3만명을 넘어섰다.
 
사진어글리어스
이렇게 자그마한 양파들은 등급 외로 분류돼 정상적인 유통·판매가 어렵다. 이 양파들 역시 어글리어스가 구출해 소비자들에게 전달했다.[사진=어글리어스]

 ◆B급 작물 활용해 반려동물 간식 만드는 ’비글리‘ 

지난해 8월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광주펫쇼에 선보인 사회적기업 '비글리'는 B급 작물의 'B'와 못난이농산물 ’ugly’의 합성어다. 전남대생 7명이 만든 이 사회적 기업은 못난이농산물을 폐기함으로써 발생하는 경제적·환경적 문제를 해결하고 못난이농산물이 개성 넘치고 소중한 작물임을 알려 그들의 가치가 인정받을 수 있도록 기여하는 팀이다. 비글리의 첫 번째 프로젝트가 유기농 친환경 인증 농산물 사용 동결건조 가공 간식 'OH!DOG (오독)'이다.
 
사진비글리
전남대생들로 구성된 사회적 기업 비글리는 못난이농산물 중에서도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을 선별해 호박, 고구마, 당근 등으로 반려동물 간식을 만들었다. [사진=비글리]

영양과 섭취에는 문제없지만 모양이 다르거나 작은 상처로 인해 상품 가치가 없어진 재료로 영양학적으로 채소 섭취가 필요한 반려동물 입맛에 맞춰 친환경 유기농 당근, 단호박, 고구마를 선정해 강아지나 기니피그, 햄스터 등은 물론 사람도 섭취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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