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성상영의 뷰파인더] 'MZ노조'를 띄우는 사람들의 착각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성상영 기자
2023-02-25 07:30:00

기성 노조 반작용에 'MZ노조' 결성

'脫정치' 외치고 '실리·공정' 앞세워

"내가 손해보면 그게 바로 불공정"

모호한 개념이 지닌 위험 경계해야

지난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아트홀에서 'MZ세대 노조' 연합단체인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발대식이 열렸다.[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일주일에 이틀뿐인 꿀 같은 주말, 직장인들이 재충전하는 시간에도 산업 일선은 분주히 움직인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소식이 쏟아지는 요즘, <뷰파인더>는 바쁜 일상 속에 스쳐 지나간 산업계 뉴스를 꼽아 자세히 들여다 본다. [편집자 주]

이른바 MZ세대와 노동조합(노조)이라는 어색한 조합이 탄생했다. 1980~199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M)과 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한 Z세대가 주축이 돼 잇따라 노조를 결성하고 있다. 이들은 그들만의 연합체인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새로고침 노협)'를 만들면서 기성 노조와 차별화를 선언했다.

MZ세대와 노조 간 조합이 어색한 이유는 MZ세대가 갖는 개인 중시 성향과 노동자 '계급'의 단결이 최우선인 노조라는 조직 특성이 태생부터 맞지 않아서다. 용케도 MZ세대 노조는 세상 밖으로 얼굴을 드러냈다.

MZ노조는 노동계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으로 양분된 속에서 '제3 세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양대 노총이 수십년 간 틀어쥔 기득권에 균열을 낼 것이라는 기대다. 새로고침 노협은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동자하트홀에서 8개 노조 위원장이 모인 가운데 발대식을 열었다.

새로고침 노협은 기성 노조에 대한 반작용이다. 1990년대 한국노총이 유일한 '내셔널센터(노조 최고 중앙 조직)'인 시절 민주노총이 민주노조를 앞세워 갈라졌듯 새로고침 노협은 이 둘을 거부하며 독립을 선언했다.

대기업과 공기업에 근무하는 MZ세대 직원이 노조를 결성하며 내세운 구호는 탈(脫)정치다. 이들은 기성 노조가 정부 정책에 반대하며 조직을 동원하고 때때로 노동 현안과 무관한 '미군 철수' 같은 각종 사회 문제에 관여하는 데 염증을 느낀다. 새로고침 노협은 "열심히 일해서 좋은 대우를 받게 하는 게 노조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명분은 실리와 공정이다. 새로고침 노협은 50대·생산직이 주류인 기성 노조가 강경 투쟁으로 임금·복지를 챙기는 동안 2030·사무직은 소외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이 말하는 실리와 공정은 그 개념이 상당히 모호하다. 새로고침 노협에 참여한 LG전자·LG에너지솔루션·금호타이어 등 민간 대기업은 성과급이 매년 화제였다. 한국가스공사·서울교통공사 등 공기업은 문재인 정부 때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으로 내홍을 겪기도 했다. 무엇이 실리이고 무엇이 공정인지 쉽게 정의하기 어렵다.

탈정치·실리·공정 모두 실체는 불분명하지만 기성 노조와 대조해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말이다. 기성 노조를 향해 정치 투쟁에 찌들거나 스스로 정치판으로 변질됐고 그 과정에서 실리는 희생됐으며 기계적인 평등만이 남았다고 해버리면 그만이다.

개념을 조금 구체화 해보면 해마다 반복되는 성과급 논란을 예로 들 수 있다. LG전자를 예로 들면 지난해 최고 실적을 낸 자동차부품솔루션(VS)사업본부는 기본급 550%를 챙긴 반면 적자를 겨우 면한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는 기본급 100~130% 지급에 그쳤다. 올해도 '덜 받는 자'의 불만은 터져 나왔다.

한 취업포털이 2021년 7월 내놓은 '자기추천제'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는 상당히 흥미롭다. MZ세대 직장인 10명 중 6명은 직원 본인이 직접 업무 성과를 경영진에 설명하고 임금 인상과 승진을 요청하는 제도를 환영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는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 받고 싶다는 것, 현재 개인 성과가 저평가됐다는 것, 부서 차원에서 연대 책임을 지고 싶지는 않다는 것 등이다.

자신이 더 많은 보상을 받는 것이 실리이고 자신의 권익이 침해당하지 않는 것이 공정이라면 이러한 생각을 밑바탕에 두고 만들어진 MZ노조는 상당히 위험한 조직이다. 자칫 "내가 손해보면 그게 불공정"이라는 사고방식에 휘둘렸다간 기성 노조가 보여준 이상으로 변질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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