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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여기선 버스 못 타요"…'애물단지' 된 사당역 경기버스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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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여기선 버스 못 타요"…'애물단지' 된 사당역 경기버스라운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고은서 수습기자
2023-02-01 09:44:46

사당역 앞 경기버스라운지 가보니

이용하는 사람 거의 없이 직원뿐

줄 서기 바쁜 승객들, 라운지 외면

만드는 데 9억, 운영에 4억 '혈세 낭비'

서울 관악구 사당역 4번 출구 인근 금강빌딩 3층과 4층에 위치한 경기버스라운지[사진=고은서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경기도까지) 앉아서 가려고 버스 줄 서는 건데 만사태평하게 3층, 4층 오르락내리락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서울 관악구 사당역 4번 출구 앞 버스정류장에서 수원행 7800번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줄을 선 정모씨(26)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버스정류장 인근에 있는 '경기버스라운지'를 왜 이용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지난 29일 오후 2시께 이곳 버스정류장은 경기도로 향하는 광역버스 승객들로 북적거렸다. 평일 출퇴근 시간이 아닌 주말 오후였지만 다른 버스정류장 풍경과는 달랐다. 버스를 기다리는 줄은 끝이 없었다. 지하철 출입구를 막아설 정도였다.


사당역은 서울지하철 2호선과 4호선 환승역으로 일대 유동 인구가 하루에만 3만명 이상이다. 서울과 경기 남부·서부를 오가는 버스 이용객도 셀 수 없이 많다.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는 광역버스 이용객을 위해 2020년 10월 사당역 4번 출구와 인접한 금강빌딩 3층과 4층에 경기버스라운지를 만들었다. 승객이 버스를 장시간 줄을 서지 않고 실내에서 버스를 기다리도록 했다.

서울 관악구 사당역 4번 출구 인근 금강빌딩 3층과 4층에 위치한 경기버스라운지[사진=고은서 기자]

◆정류장은 '인산인해'…라운지에 있다가는 버스 못 타

기자는 이날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약 4시간 동안 경기버스라운지에 머물렀다. 3층과 4층은 같은 구조였다. 사당역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의자 4개, 4명이 앉을 수 있는 책상 2개, 그리고 10명이 일렬로 앉는 책상 1개가 놓여 있었다.


층마다 직원이 상주해 내부를 관리하거나 방문객을 안내했다. 이 직원은 "처음 오셨냐"고 물었다. 그는 첫 방문이라는 대답에 편의시설과 화장실 위치 등을 설명했다. 적극적인 접객(?)에 꽤나 친철하다는 인상을 받았지만 방문객이 몰리지 않아 가능한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버스라운지에는 여러 편의시설이 마련돼 있었다. 충전기를 꽂을 수 있는 콘센트가 많았고 휴대폰 충전기 대여도 가능했다. 빌려갈 수 있는 우산, 신발 건조기, 와이파이, 영유아 동반 승객을 위한 수유실, 정수기, 냉·난방기, 승차권 발매기까지 갖췄다.


그야말로 없는 게 없었지만 문제는 찾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4시간 동안 이곳을 방문한 사람은 고작 3명에 불과했다.


기자는 2시 29분께 라운지를 들어선 김모씨에게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여기에 온 이유를 물었다. 그는 손사래를 치며 "사당역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카페 가기는 돈 아깝고 마땅히 갈 곳도 없어서 그냥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15분가량 머물다 곧 자리를 떠났다.

이번엔 직접 버스를 기다려 보기로 했다. 내부에 설치된 전광판 안내에 맞춰 수원행 7780번 광역버스를 타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버스 도착 5분 전에 나왔지만 버스정류장은 이미 인산인해를 이뤄 만석이 된 버스를 보내야만 했다. 수원행 7800번 버스를 타보려 해도 똑같았다. 2시간 뒤 다시 탑승을 시도했으나 마찬가지였다.

경기버스라운지 안에서 사당역 4번 출구 앞 버스정류장을 바라본 전경[사진=고은서 기자]

◆경기도, 연간 수억원 세금 투입…방만한 운영 아쉬워
 

경기버스라운지를 외면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긴 줄'이다. 버스를 제때 타려면 대기줄에 서 있어야만 한다. 1층도 아니고 3층과 4층에 있는 라운지를 들어갔다 나오면 줄이 길어지기만 할 뿐 버스 탑승은 요원했다. 그렇다고 새치기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체계가 잡히지 않은 듯한 운영도 아쉬웠다. 우산꽂이에 꽂힌 우산 3개를 보니 대여 서비스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궁금해졌다. 우산을 다시 가져다줘야 하는 기간이 정해져 있는지 직원한테 물었다. 그는 "최대한 빨리 돌려주면 좋죠"라며 "반납 기한은 정해져 있지 않고 명부에 전화번호를 적는다"고 설명했다.

한때 지자체마다 앞다퉈 도입한 '양심 물품'이 떠올랐다. 경기 군포시에서는 2000년 전철역과 동사무소 등에 '양심우산'을 수백개 비치했으나 2009년에 사라졌다. 울산에서도 2010년 '양심자전거' 제도를 실시했지만 약 3개월 만에 폐지했다. 모두 회수율이 낮았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경기버스라운지를 만드는 데 세금 9억원을 사용했다. 여기에 매년 월세와 인건비 등을 포함해 운영비로 4억원 가까운 예산이 들어간다. 시민에게 편의를 제공한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라운지를 이용하는 사람이 없어 혈세 낭비라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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