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확장이냐, 안정이냐' 경영 방침을 놓고 서로 대립하다 끝내 결별한 금호가(家) 형제가 결국은 같은 길로 들어서는 모양새다.
두 형제 모두 70대 고령에 접어들며 닮은 듯 다른, 엇갈린 듯 같은 행보를 뒤로 하고 3세 경영 체제로 이행할지 관심이 모인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77·사진)이 지난 17일 법정 구속되면서 4년 먼저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에 이어 사법처리됐다. 박삼구 전 회장은 이날 계열사 부당 지원과 수천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박찬구 회장은 앞서 2018년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확정받았다. 금호석유화학 비상장 계열사인 금호피앤비화학을 통해 아들에게 낮은 이율과 무담보로 회삿돈을 빌려 주도록 했다는 이유다.
옛 금호그룹 창업주 고(故) 박인천 회장의 2세인 이들은 형제가 돌아가면서 경영을 맡는 독특한 전통을 이어왔다.
둘은 2009년 7년 간 이어진 '형제의 난'을 거치며 결별했다. 차남 박정구 회장(2002년 타계)에 이어 4대 회장에 오른 삼남 박삼구 회장이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을 인수한 게 단초가 됐다. 당시 사남 박찬구 회장은 과도한 차입을 경계하며 강하게 반대했다.
동생이 우려한 유동성 위기는 현실이 됐다. 그러자 박찬구 회장은 금호석유화학을 계열 분리해 독자 노선을 걸었다. 이후 금호석유화학은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 나갔다.
반면 박삼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계열사가 줄줄이 떨어져 나가며 사실상 해체 수순에 돌입했다. 대우건설이 재매각된 데 이어 금호타이어마저 중국 더블스타에 넘어갔다. 현재는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에 합병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박삼구 회장은 한때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렸으나 몇 년도 안 돼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오명을 썼다. 재계 7위까지 올랐던 금호그룹은 현재 금호건설과 금호고속 정도만 계열사로 둔 채 중견기업으로 추락했다. 형만한 아우는 없다지만, 결과적으로 경영에 대한 안목은 형보다 동생이 나았다는 평가다.
서로 다른 길을 걸은 듯한 박삼구·박찬구 회장 형제에게도 경영권을 자식 세대로 물려줄 때가 왔다. 박삼구 회장은 장남 박세창 금호건설 사장에게, 박찬구 회장 역시 장남인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부사장에게 가업을 물려줄 것으로 전망된다.
박세창 사장은 지주회사격인 금호고속 지분을 박삼구 회장으로부터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증여세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박준경 부사장은 사촌형제인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와 경영권을 놓고 다퉈야 할 수 있다. 박 전 상무는 박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막기 위해 지난 7월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였다. 박찬구 회장 측이 완승을 거뒀으나 추후 분쟁이 재발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