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배 분류작업이 한창인 모습.(사진=아주경제DB)
로젠택배 경기 의왕과천지점 관계자는 2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몇몇 근로자들이 규정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강하게 반발했지만, 본사가 아닌 지점과 근로계약을 맺고 있는 특성상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해당 지점에서는 상하차 전담 인력에 대한 고용비용도 택배기사들이 돈을 모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올해 초 택배업계 노사와 정부가 참여한 사회적 합의에서 상하차 등 분류작업은 '택배사의 책임'이라고 명시한 것과도 위배된다.
인근의 로젠택배 타 지점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본사 지침과 달리 상하차 인력에 대한 고용비용을 택배기사들에게 부담시키거나 이를 피하기 위해 지점과 택배기사 간 수익 수수료율을 조정한 곳도 있었다. 한 택배 근로자는 "상하차 인력 비용을 지점이 부담하는 대신, 배송 건당 30% 수준의 수수료가 일방적으로 27%로 하향 조정됐다"며 "결국 조삼모사"라고 밝혔다.
택배업계 4위인 로젠택배는 소속 택배노동자의 열악한 근로 환경으로 꾸준히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10월엔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에서 일하던 택배노동자가 지점의 '갑질'과 생활고를 호소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도 있었다. 반 년 가량 시간이 지났지만 지점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관행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달 15일에는 로젠택배 소속 택배기사가 업무 중 뇌출혈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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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택배연대노조 측은 "각 지점에서는 여전히 택배노동자에게 상하차 등 분류작업까지 시킨다거나 해당 인력에 대한 비용을 전가하는 등의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면서 "본사가 실태조사만 해도 알 수 있는 내용인데 공문만 한 차례 배포한 뒤 책임을 회피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이어 "방관적인 태도가 지속된다면 지점의 갑질문제는 개선이 안 되고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로젠택배 측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올초 정부와 택배사, 택배노조가 모여 사회적 합의안을 도출,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각 택배사가 올해 상반기까지 수립하기로 한 상황"이라면서도 "상하차 등 분류 작업은 택배사가 부담하기로 합의했기에 즉시 이행되고 있는 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점검이 필요한데 아직 정부에는 관련 권한이 없다"며 "올 7월 생활물류법이 시행되면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로젠택배의 경영권이 사모펀드(PEF)에 있다보니 근로환경 개선보다는 비용절감에 과하게 방점이 찍혀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기본적으로 단시간 내 기업 체질개선 작업을 통해 매각에 성공해야 하는 구조"라면서 "CJ나 롯데, 한진 등 대기업 소속 택배사와 달리 로젠택배의 지점 근로여건과 관련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도마 위에 오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로젠택배는 홍콩계 사모펀드인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로젠택배를 1580억원에 사들인 베어링은 2016년과 지난해 등 두 차례에 걸쳐 로젠택배 매각을 추진했지만 모두 무산된 바 있다. 베어링 측은 올해도 매각을 다시 모색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로젠택배 기업공개(IPO)를 통해 엑시트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