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생충’ 아들의 위조 계획, 세종텔레콤이 미리 막는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범종 기자
2020-03-03 13:13:00

CD 굽던 이화여대 학사 관리에 블록체인 도입…졸업 후 교육도 추적

의료 정보 활용 맞춤형 사업ㆍ부동산 투자 등 전방위 블록체인 공략

세종텔레콤 본사. [사진=이범종 기자]

 “아들아,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영화 ‘기생충’의 반지하 가족이 아들의 명문대 재학증명서 위조에 성공한 배경은 주관적인 ‘믿음의 고리’였다. 만일 세종텔레콤의 블록체인 학사관리 체계가 전국 대학에서 활용됐다면 이들 가족은 편리한 검증 체계가 두려워 ‘계획’을 시도조차 못했을 것이다.

세종텔레콤이 블록체인으로 전방위 사업에 나서고 있다. 학사 관리와 결제, 의료 서비스에 진출해 통신3사와의 차별화에 성공한다는 포부다.

전국 1만2800㎞ 광케이블을 갖춘 국가기간통신사 세종텔레콤은 정보통신기술(ICT)이 산업 간 경계를 허무는 모습을 보며 신사업 방향을 블록체인에 맞췄다. 지난해 1월 서비스형 프라이빗 블록체인(BaaS Blockchain as a service) 메인넷인 ‘블루브릭(BlueBrick)’을 공개했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폐쇄적 블록체인이다. 메인넷은 자체 블록체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뜻한다.

분산형 장부 기술인 블록체인 특성상 관련 사업은 혼자 할 수 없다. 같은해 3월 블록체인 스타트업 컴퍼니빌더 ‘비브릭(B-Brick)’을 세운 이유다. 세종텔레콤은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를 보유하거나 가능성 있는 목표를 가진 스타트업을 지원해 블록체인을 접목시킨다는 목표다.

현재 세종텔레콤이 블록체인을 활용해 추진하는 사업은 △학사정보 시스템 서비스 구축 △의료 마이데이터 거래 플랫폼 △부동산 자산 플랫폼 △기존 응용프로그램의 DApp(디앱) 변모화 △반려동물 의료데이터 관리 플랫폼 △농산물 유통 플랫폼 △분산신원증명(DID) 등 6개다.
 

[자료=세종텔레콤 제공]

◆대학 안팎 학사정보 관리 손쉽게

이 가운데 대표적인 사업이 이화여자대학교 학사정보 시스템 서비스 구축이다. 이화여대는 학생 정보를 5년에 한 번씩 CD에 저장해왔다. 문제는 성적 정정 과정이나 졸업 후 자격증 소지 여부, 외부 교육 내용 등을 추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해 세종텔레콤이 서비스형 블록체인을 이대에 적용한 이후 입학과 졸업, 수강, 학적 등 관리가 쉬워졌다. 분산저장 방식이 적용돼 용량 걱정이 없어진데다 데이터 위변조 방지 효과도 따라왔다.

세종텔레콤의 ‘스마트 학사정보관리 플랫폼(SER)’은 지난해 정보통신사업진흥원(NIPA) 기술검증 지원사업(PoC)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학사 관리 서비스 사각지대는 학교 밖에도 있다. 지금까지 개인 학사정보는 학교별, 정규와 비정규 기관별로 나뉘어 통합 관리가 되지 않았다. 이에 영화 ‘기생충‘처럼 재학 또는 학위증명서 위변조 사건이 발생하기 쉬웠다.

이 점에 착안한 세종텔레콤은 향후 정규 학사와 비정규 교육 정보를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통합 관리한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파편화된 정규 비정규 교육 정보 위변조를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세종텔레콤이 지난해 낸 특허는 2개다. 각각 학사정보 관리와 민감한 데이터 블록체인 저장 방법을 다룬다.

여러 기업을 참여시키는데도 적극적이다. 세종텔레콤은 지난달 소프트웨어 개발사 ㈜정유니브, 시스템 개발과 유지·보수 전문 기업 ㈜티엔에스아이티와 ‘블록체인 시스템 공급사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 MOU로 2개사가 개발하고 산업체에 구축한 소프트웨어에 SER을 적용키로 했다. 이들 회사는 현재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호환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세종텔레콤은 SER 등 블록체인 시스템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다. 정유니브는 전국 250여 대학과 평생교육원 등에 구축한 학사정보시스템에 SER 연동을 위한 영업활동을 지원한다.

SER은 기업 입장에서도 반길만한 서비스라고 세종텔레콤은 자평한다. 인사담당자들은 각종 학사 정보와 증명서 유효성 검증에 많은 시간을 들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자료=세종텔레콤 제공]

◆의료 정보 주인은 나, 관련 서비스도 맞춤형으로

세종텔레콤은 전국 어디서나 의료 정보가 교환되는 방법도 강구하고 있다. 지금은 개인 의료 정보 관리 주도권이 개별 병원에 있어 119 구조대원이 실시간으로 환자 의료정보를 알기 어렵다. 세종텔레콤은 이번 데이터3법 통과를 발판으로 병원과 보건복지부가 비식별화된 개인정보를 의료 마이데이터 거래 플랫폼으로 수신하는 서비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의료 마이데이터 소유권자인 환자가 본인 데이터를 통제하고 병원과 제약사가 수요자 맞춤형 서비스 개발에 나서 환자 편의성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세종텔레콤은 부동산 집합 투자증권(부동산펀드)을 일반 투자자에게 발행·유통하는 서비스도 기획했다. 부동산이나 고가 미술품, 채권 등을 여러명이 코인으로 투자하고 소유권과 투자 내역은 블록체인으로 보장 받는 방식도 있다.

블록체인 송금 결제 서비스인 블레이(Blay) 플랫폼은 사내에서 인근 식당을 대상으로 베타 테스트중이다. 결재는 QR코드로 한다. 블레이 플랫폼은 오프라인 결제와 송금, 환전이 가능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추구한다.

세종텔레콤은 각종 사업과 개발, 회계, 법률, 금융 분야에서 외부 사업자 얼라이언스로 협력 생태계를 구축해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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