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콤함이 혀끝을 감싸기가 무섭게 이마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혀 흘러내리는 떡볶이의 빨간 맛으로 입과 마음에 남은 여운은 길었고, 그 여운은 지친 영혼을 달래주었다.
힘이 들 때 먹는 매콤한 떡볶이 한 입은 3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여전히 내게 소소한 행복을 안긴다.
◆무작정 떠난 대구 여행···떡볶이로 '소확행'
어린애 손가락 굵기만 한 얇고 긴 밀가루 떡, 검붉은 국물 속에 풍덩 빠진 떡볶이. 후춧가루가 들어간 듯, 카레 가루가 들어간 듯한 떡볶이 양념은 매콤하면서도 자극적이지만,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다. 그래서 대구 떡볶이를 '마약떡볶이'라고 부르나 보다.
대구 시내 곳곳에서는 황제떡볶이, 윤옥연할매떡볶이 등 떡볶이집 간판이 눈에 띈다.
떡볶이에 관심이 없다면 '흔하디 흔한 길거리 간식이 떡볶이인데 뭐 별거 있겠어?'라고 생각하겠지만, 떡볶이 마니아인 나로선 그 간판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매콤한 떡볶이의 향기, 탱글탱글한 떡볶이의 자태를 마주하면 발걸음은 절로 멈춰진다.
◆대구에 가면 '천천천'을 외쳐야 한다
왠지 모르게 계속 당기는 맛이 있다. 집에 가면 자꾸 생각나는 맛이 바로 대구의 마약 떡볶이다. 떡볶이 한 그릇을 다 비워낸 후에도 집에 가면 거짓말처럼 자꾸 그 맛이 생각나는 경험을 수차례 했다.
대구 마약떡볶이는 '윤옥연할매떡볶이'로 불리는 신천시장의 할매떡볶이가 원조 격이다. 1976년 처음 문을 열었는데 몇 년 전 신천시장 재개발 때문에 인근으로 이전하고 윤옥연할매떡볶이로 이름을 바꿨단다.
들어가서 자리 잡은 후에는 "천천천"을 외친다. 그러면 금세 떡볶이와 어묵튀김, 만두가 한 상에 오른다.
천천천은 이 주전부리 각각의 가격이다. 떡볶이 1000원, 어묵튀김 1000원, 튀김만두 1000원인데 양은 모자라지 않는다.
윤옥연할매떡볶이는 향신료 향이 강하게 나는 묘한 맛이다. 떡볶이에는 까만 점들이 박혀 있고, 국물 색은 진한 다홍빛이다.
기본양념도 매운데 그 위에 떡볶이 양념장을 더 풀어서 먹을 수 있다. 자극적이지만 그 맛은 쉽사리 잊히지 않는다. 그만큼 강렬하다.
이 집은 윤옥연할매떡볶이와 비슷한 듯 다른 맛을 낸다. 윤옥연할매떡볶이보다는 한결 부드럽고 순해 먹고 나서 속이 아리진 않는다. 쫄깃한 밀떡이 담긴 빨간 국물은 한입 뜨면 숟가락질을 좀처럼 멈추지 못한다.
떡볶이 1000원, 어묵튀김(7개), 만두(5개)가 1500원씩이다. 한 접시 가득 주문해도 5000원이 채 안 된다.
약간 달콤한 떡볶이를 선호하는 이를 위해 서문시장 못난이 떡볶이도 잠깐 소개하기로 한다.
앞서 얘기한 두 떡볶이집과는 맛도, 모양도 전혀 다르다. 달콤한 양념, 들깻가루의 고소함이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다.
◆튀김어묵·튀김만두, 대구 떡볶이를 더 맛있게 먹는 법
대구에서는 어느 떡볶이집에서나 튀김어묵과 튀김만두를 판다. 어묵을 만두처럼 기름에 튀겨내는데 어묵의 고소한 맛과 쫄깃한 식감이 더해져 마약떡볶이와 쌍벽을 이루는 대구 분식계의 명물이 됐다.
어묵튀김을 맛본 타지역 사람들은 평범한 어묵이 선사하는 매력적인 맛에 십중팔구 눈이 휘둥그레진다.
만두는 시중에서 파는 냉동만두처럼 생겼지만, 고기 대신 납작만두처럼 당면만 들어간다. 바짝 튀겨낸 어묵과 만두를 떡볶이 국물에 푹 적신 후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