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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영상톡]"놀이로 바뀐 감시·통제"..아모레퍼시픽미술관 라파엘 로자노헤머 기획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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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전시 영상톡]"놀이로 바뀐 감시·통제"..아모레퍼시픽미술관 라파엘 로자노헤머 기획전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홍준성 기자
2018-05-08 08:14:13

-아모레퍼시픽 용산 본사서 디시전 포레스트(Decision Forest) 8월 26일까지

"가로 13m, 세로 13m의 거대한 인공 해변에 70t의 모래가 깔렸다. 모르는 사람들과 해변에서 놀고, 서로 접촉하고 쫓는 과정에서 작품이 완성된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APMA)이 용산 본사로 이전하고 첫 기획전인 라파엘 로자노헤머 작가의 '디시전 포레스트(Decision Forest)'를 8월 26일까지 진행한다.

[라파엘 로자노헤머 작가가 아모레퍼시픽미술관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디시전 포레스트는 데이터 과학 용어로 관람객의 선택, 그리고 관람객과 작품의 상호작용에 따라 얻을 수 있는 결괏값을 의미하기도 한다.

전시된 29개 작품(신작 5개) 작품들은 관람객이 직접 참여해야만 의미가 있다. 관람객이 스스로 작품에 참여할지를 선택하고, 그에 따라 관람객과 작품의 상황과 상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용산 본사로 옮기고 첫 기획전으로 라파엘 로자노헤머를 선택한 것은 관계, 소통, 참여를 통해 대중과 함께 호흡하고자 하는 미술관의 방향성과 궤를 같이한다.

[아모레피시픽미술관]


첫 작품은 전시장인 아닌 미술관 입구 로비에 놓였다.

아모레피시픽미술관과 퀘벡 현대미술관의 공동 지원으로 제작된 작품 'Blue Sun'은 지름 3m의 거대한 태양 모양의 구조물에 LED 조명이 반짝이고 있다.

로자노헤머 작가는 "보통 태양이 빨간색이지만 실제로 가장 뜨거운 색이 푸른색이다."라며 "실제 태양의 색을 찾아 준 거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피시픽미술관]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서 경사면을 따라 올라가니 가로 13m, 세로 13m의 거대한 인공 해변이 눈에 들어온다.

70t의 모래를 부어서 만든 'Sandbox'라는 작품으로 인공 해변과 테라스로 구성됐다.

테라스에는 인공 해면을 축소한 모래판이 있고, 관람객이 인공 해변에 들오면 작은 모래판에 축소된 빛 그림자가 생겨난다. 또한 작은 모래판에 있는 조형물을 움직이면 인공 해면에 거대한 조형물이 투영되기도 한다.

작은 모래판과 인공 해변에 있는 사람끼리 인터렉션(interaction·상호 작용) 하는 것이 모래에 투사돼서 마치 서로 잡고 잡히는 권력의 놀이처럼 전해진다. 이는 전혀 모르는 관람객들이 놀이를 통해서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카메라라는 숨겨진 감시 체제를 가시화시켜서 이것을 하나의 놀이로써 더 재미있는 다른 영역으로 끌어내는 것이 이 작품의 컨셉이다.

[아모레피시픽미술관]


2007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선보였던 'Wavefunction' 작품도 눈에 띈다.
여러 개의 의자로 구성된 이 작품은 관람객이 접근하면, 센서가 작동해서 가장 가까이 있는 의자들이 위아래로 움직이고 이는 의자 전체로 확대된다.

[아모레피시픽미술관]


'Airborne Newscast'작품은 마치 그림자놀이 같다.
프로젝션으로 실시간으로 뉴스를 보여주고 관람객이 프로젝션 앞에 서면 화면에 그림자가 생겨난다. 이후 그림자에서 연기가 나오는 것처럼 연출되면서 주변의 뉴스 문자를 날려 버린다.

[아모레피시픽미술관]


첫 번째 방에 설치된 세 작품을 지나자 4면이 화면으로 가득 찬 방에 들어선다.
'Zoom Pavilion'작품은 안면인식을 하는 20여 개의 카메라가 관람자들을 촬영해 서로 관계짓고 얼마나 오랫동안 같이 머물렀는지를 데이터로 기록한다. 또 한쪽 벽면에는 그동안 촬영했던 영상들이 쌓여 거대한 인명사전처럼 보인다.
이 작품은 감시의 수단이었던 카메라를 모여있는 사람들을 기록해주고 관계 맺게 해주는 수단으로 변환한 것이다.

[아모레피시픽미술관]


'Please Empty Your Pockets'작품은 마치 공항 검색대 엑스레이 사진 같다.
작은 컨베이어 벨트에 가지고 있는 소지품을 넣으면 스캔을 하고 소지품의 이미지가 그대로 컨베이어 벨트에 남아 있다. 현재와 이전에 참여했던 다른 나라의 사람들의 이미지가 함께 어우러져서 작품으로 완성된다.

[아모레피시픽미술관]


소리를 빛으로 바꾸는 'Voice Array'도 새로운 버전으로 만들었다.
작은 마이크 장치에 소리를 녹음하면 벽면을 비추는 100개의 조명이 차례로 움직이면서 앞에 녹음했던 소리들을 밀어낸다. 마치 100명이 돌림노래를 부르는 것 같이 들린다.

[아모레피시픽미술관]


신작 중에 하나인 'Volute'는 말의 파장을 영상으로 기록한 것이다. 3D프린터를 이용해 불어로 'Au clair de la lune(달빛에)'라는 소리의 파장을 조각한 작품도 옆에 전시됐다.
우리가 말을 할 때 공기의 파장이 생기는데, 안의 내밀한 공기 같은 게 나와서 밖으로 공적인 영역에서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결합하게 되느냐는 이야기를 담았다.

[아모레피시픽미술관]


'Last Breath'작품에서는 쿠바의 전설적인 가수이자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보컬인 오마라 포르투온도(Omara Portuondo)의 날숨이 들어있다.

종이팩에 든 오마라의 숨은 인공호흡기를 통해서 보통사람이 하루에 숨 쉬는 횟수인 천 번 이상 순환하고 있다.

인공호흡기 장치 옆에는 오마라가 마지막 숨을 종이팩에 불어넣는 장면의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이 작품은 목소리로써 우리를 위로했던 오마라의 숨을 어떻게 영구히 보존할 수있느냐는 재미있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이 작품은 오마라가 타계하면 쿠바의 국립음악박물관에 기증할 예정이다.

[아모레피시픽미술관]


위쪽으로 늘어났다가 쓰러지는 쇠로 만든 줄자를 모아놓은 'Tape Recorders'작품도 눈에 띈다.
한 줄로 늘어선 줄자는 거리를 측정하는 데 쓰이지 않고 관람객이 작품 앞에 얼마나 머물렀는지 시간을 측정한다.
각각의 줄자에 센서가 달려있어서 사람들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특정 줄자 앞에 머무르면 계속 줄자가 위로 올라갔다가 일정 거리에 도달하면 떨어져서 다시 감기게 된다.

맥박을 이용한 두 작품이 마지막에 배치됐다.

[아모레피시픽미술관]


'Pulse Index'작품은 통제수단으로 쓰이는 지문을 풍경으로 변환했다.
관람객이 지문을 입력기에 인식시키면 맥박수와 함께 지문이 큰 화면에 나타난다. 이 지문들은 기존에 입력했던 지문들과 점점 섞이게 되고 마지막에는 마치 풍경의 그럼처럼 변한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수록 먼저 참여한 사람들의 흔적이 희미해져 간다.
감시와 통제라는 폭력적인 수단을 어떻게 예술적으로 변환할 수 있는가가 이 작품의 핵심이다.

[아모레피시픽미술관]


심장박동 소리가 들리고 240개의 전구가 반짝이는 거대한 전구의 방이 마지막 작품인 'Pulse Room'이다.

240개 전구는 단지 불빛이 아니라 앞서 체험했던 관람객들의 심장박동을 스캔해서 빛과 소리로 저장한 것이다.

두 개의 센서를 양손으로 잡으면 심장박동을 스캔해서 전구로 보여준다. 방 전체가 참여자의 심장 박동으로 채워진다. 두 손을 센서에서 놓으면 모든 불빛이 꺼지면서 참여자의 심장박동을 선두로 그 전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심장박동이 차례로 켜진다. 240여 명의 심장박동을 불빛과 소리로 느끼는 신비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작가 라파엘 로자노헤머는 "이 전시가 끝난 후에 한국 관람객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즐겼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작품 전반에서 테크놀러지의 폭력성, 감시, 통제 이런 것들을 다루면서 또 한 참여를 끌어내는 기재로써도 쓴다. 이 테크놀러지 양면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전시라서 과연 한국 관람객들이 이것을 유기적이고 재미있다고 느낄지? 아니면 무섭고 폭력적이라고 느낄지? 궁금하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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