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1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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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의 '양손', 그리고 포스트 구자은의 시나리오
[이코노믹데일리] 과거 LS그룹은 늘 ‘조용히, 그러나 묵직하게’ 움직이는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재계 서열에서는 늘 중상위권에 있었지만, 전기·전력·소재라는 산업적 기반 특성상 대중적 존재감은 다소 약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이 조용한 기업이 묵직함을 넘어 단단한 성장의 질감을 드러내고 있다. 중심에는 구자홍 초대회장, 구자열 2대 회장을 잇는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있다. 그가 내세운 ‘양손잡이 경영’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다. 기존의 전통 산업군을 강화하는 ‘왼손’과, AI·데이터·수소·CFE 같은 미래 기술을 과감히 붙잡는 ‘오른손’을 동시에 사용해 조직의 속도를 높이고 사업의 결을 바꾸는 방식이다. 이 전략은 이제 LS를 3년 연속 1조 원대 영업이익, 4년 새 10조 원가량의 자산 증가, 그리고 글로벌 에너지 전환의 대형 플레이어로 끌어올리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지점은 따로 있다. 구자은 회장의 경영 스타일과 성과는 자연스럽게 LS 3세 승계 구도까지 건드리고 있다는 점이다. LS의 전략을 읽는다는 것은, 곧 LS의 미래 구도를 읽는 일이기도 하다. 구자은 회장은 LS家 특유의 ‘기술·제조 기반 경영 DNA’를 가장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LG 창업주 구인회 회장의 후손이자, ‘작은 정부·큰 기술’을 외치던 LS가의 경영 전통 속에서 성장했다. 경영학보다 기술경영·산업현장의 언어에 익숙하고, 숫자의 흐름보다 미래 산업의 구조 변화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그가 강조하는 ‘양손잡이 경영’도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했다. 왼손은 전력·전선·소재·중전기 등 기존 LS의 뿌리 산업, 오른손은 AI·데이터센터·ESS·수소·CFE·배터리소재 등 미래 혁신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두 축을 겹쳐 시너지를 내는 방식이 LS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자산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구회장의 AI에 대한 철학에서도 기술 경영자로서의 확신이 묻어난다. 구 회장은 CES 현장에서 임직원들에게 “AI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라 강조했고, 그룹 차원에서 ‘10년 뒤 LS의 기술’을 직접 그리도록 주문했을 정도다. 그의 리더십이 추상적인 경영철학에 머물지 않는 이유는 ‘숫자’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LS그룹 영업이익은 2022년 1조2040억원을 기록한 뒤 3년 연속 1조 원대를 달성하고 있다. 특히 공정자산은 2022년 26조2000억원에서 올해 35조9000억원까지 무려 10조원이나 증가했다. LS일렉트릭, LS전선, LS MnM 등 핵심 계열사들의 실적이 골고루 좋아졌다는 점도 단순한 호황이 아니라 ‘구조적 성장’의 신호다. LS전선의 미국 1조원대 해저케이블 공장 투자, LS일렉트릭의 북미 ‘배스트럽 캠퍼스’, LS MnM의 니켈·전구체·양극재 밸류체인 구축 등은 모두 양손잡이 전략이 현실로 옮겨진 결과다. 이쯤 되면 ‘양손잡이 경영’은 비유가 아니라 실적을 만든 전략적 프레임이라 해도 무리가 없다. 구자은 회장이 취임 1년 만에 공개한 '비전 2030'도 그의 경영철학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는 "LS는 전세계 CFE(Carbon Free Electricity)의 큰 흐름 속에서 가장 큰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CFE는 탄소 배출 없는 전력을 뜻한다. 이는 재생에너지, ESS, 수소 인프라, 송·배전 솔루션, AI 기반 전력 플랫폼까지 LS가 지난 20년간 구축해 온 사업 구조와 일맥상통한다. 그는 LS그룹 전체를 '에너지 전환 인프라 그룹'으로 재정의하고 있으며 이는 20조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구자은 회장이 "2030년, LS를 자산 50조 선도기업으로 키우겠다"고 밝힌 것도 사업 구조적 자신감이 '밑바탕'이 된 셈이다. LS그룹은 오랫동안 형제 경영 전통으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구자은 회장 체제 이후 그룹이 대규모 글로벌 산업 전환기에 들어서면서 차기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재 재계 안팎에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은 3명이다. 먼저 구본혁 부회장은 1977년생으로 3세 중 가장 연장자다. 그는 과거 고(故)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장남으로, LS전선 해외영업부터 그룹 경영기획, 예스코홀딩스 미래사업본부까지 두루 거쳤고, 최근 예스코홀딩스를 투자형 지주회사로 전환시키며 첫 부회장 타이틀을 얻었다. 그의 강점은 디지털과 투자, 사업 재편 능력이다. LS가 전통 사업과 신사업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버리고, 무엇에 집중할지’를 판단하고 자원을 배분하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구본규 사장은 1979년생으로, LS전선과 LS엠트론을 거쳐 현재 LS전선을 이끄는 실력자다. 3년 연속 적자를 흑자로 전환시킨 전력이 있다. 그는 미국·유럽 중심의 해저 케이블, 초고압 케이블 시장에서 LS를 글로벌 공급망에 안착시키며, 제조와 해외사업, 인프라 산업 전반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실행력을 증명해 왔다. 만약 LS가 송배전·전력 인프라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지키고 강화할 것이라면, 그는 가장 유력한 선택지다. 구동휘 부사장은 1982년생으로, 3세 중에서도 가장 젊지만 LS MnM을 통해 2차전지 소재 사업을 주도하며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그는 LS가 내건 배·전·반(배터리·전기차·반도체) 전략의 핵심 축인 소재 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만약 LS의 미래가 친환경 에너지와 전기화, 배터리 시장 확대에 맞춰져 있다면, 구동휘가 가장 자연스러운 승계 후보다. 세 인물은 각자 LS 그룹의 중추적 사업별 '얼굴'을 대표한다. 구본혁은 투자형 지주·신사업 플랫폼, 구본규는 전통 기반의 전력 인프라, 구동휘는 미래 성장 동력인 배터리·소재 사업이다. 결국 LS의 3세 승계 경쟁은 누가 혈통에서 우선하느냐 보다 어떤 사업을 LS의 차세대 '엔진'으로 만들 것 인가를 두고 성립된 구도로 읽힌다. 구자은 회장이 뿌려놓은 ‘양손잡이’의 씨앗은 이제 수확을 기다린다. 그 씨앗을 누가 누구의 손으로 거둘지가 LS의 다음 10년의 가늠자다. LS그룹 내 '9년 임기 전통'을 감안하면 구자은 회장의 임기는 2030년까지가 된다. 2030년이 가까워질수록 재계와 시장은 더 예민하게 LS의 3세 구도를 주시할 것이다. LS의 미래, 다시 말해 대한민국의 전력·에너지·전기화 시대의 향방이 이들 3세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2025-12-15 16:3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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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그룹, 오너 4세 '전진배치'…허세홍·허용수 동시 승진
[이코노믹데일리] GS그룹이 2026년도 임원 인사를 발표하면서 4세 경영진의 전진배치가 한층 뚜렷해졌다. 허세홍 GS칼텍스 사장과 허용수 GS에너지 사장이 나란히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세대교체에 속도가 붙었다. 총수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3·4세의 ‘지분·성과 경쟁’도 본격화되면서 향후 승계 구도에 적잖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26일 GS그룹은 부회장 2명을 포함한 대표이사 선임 9명(승진자 3명 포함), 사장 승진 2명, 부사장 승진 4명, 전무 승진 5명, 상무 선임 18명, 전배 1명 등 총 38명에 대한 2026년도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특히 70년대생 중심의 4세 경영진 대거 전진배치, 계열사 대표들의 세대 교체가 두드러졌다. ◇ ‘부회장 3인 체제’ 완성…GS 세대교체 본격화 가장 눈길을 끈 인사는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의 부회장 승진이다. 2019년 지주사 계열 최초로 4세 중 가장 먼저 CEO에 오른 데 이어 이번 승진으로 4세 중 처음으로 총수 검증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허 부회장은 GS칼텍스 싱가포르법인장, 생산기획공장장, 석유화학·윤활유사업본부장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치며 현장과 글로벌 감각을 쌓았다. 2017년 GS글로벌 대표이사를 거친 후 2019년부터 GS칼텍스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그룹 최대 캐시카우인 GS칼텍스를 이끌며 2022년 역대급 실적(영업이익 3조9795억원)을 거두는 등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와 함께 오너 3세인 허용수 GS에너지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지난해 승진한 GS 홍순기 부회장을 포함해 3인 부회장 체제가 구축됐다. 3세의 존재감 강화는 4세 경쟁 구도를 관리하고 그룹 안정성에 무게를 싣는 역할로도 해석된다. 허용수 부회장은 GS 창업주 허만정 회장의 5남인 허완구 승산 회장의 장남으로 3세 경영인 중 가장 앞선 지분(5.26%)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GS EPS와 GS에너지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그룹의 핵심 에너지 사업을 이끌어 왔다. 특히 전력·지역난방·LNG·자원개발 등 그룹의 에너지·자원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주도하며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GS그룹은 “이번 부회장 선임은 에너지 산업 전반의 구조 개편이 임박한데다 글로벌 정유·석유화학 사업의 어려움을 동시에 극복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점에서 평범한 리더십을 넘어 보다 강력한 책임을 부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 3·4세 경영 경쟁 구도 재편…지분력 vs 경영력 반면 지분 경쟁만큼은 허준홍 삼양통상 사장이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허 사장은 지난해 여러 차례 장내매수를 통해 3.4%까지 지분을 끌어올리며 4세 중 처음으로 ‘3%대 벽’을 돌파했다. 일각에서는 경영권 승계에 대한 의지를 비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지난 6월 별세한 부친 고(故) 허남각 명예회장의 1.96% 상속이 더해질 경우 지분율은 단숨에 5.4%대에 육박하게 된다. 이는 현재 그룹 최대 개인 지분 보유자인 3세 허용수 부회장(5.26%)을 넘어 그룹 전체를 통틀어 개인 최대 지분 보유자로 올라설 전망이다. 다만 허준홍 삼양통상 사장은 이번 부회장 승진 대상에서는 빠졌다. 재계에서는 “지분율만으로는 승계의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GS그룹 방식이 다시 확인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허준홍 사장에게는 핵심 계열사에서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숙제가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 GS식 승계…성과·가문 내 신뢰가 관건 상대적으로 지분율이 낮은 4세 CEO들은 경영 성과로 승계 명분을 쌓는 전략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허세홍 부회장은 최근 정유 업황 악화 가운데 실적 방어와 미래 사업 투자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GS칼텍스의 최근 영업이익은 2022년 3조9795억원, 2023년 1조6838억원, 2024년 5480억원으로 하락세지만 이를 반전시키는 데 성공할 경우 가장 강력한 실적 기반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다. 허창수 명예회장의 장남인 허윤홍 GS건설 사장은 건설 경기 불황이라는 악조건 속에 놓여 있다. 지분은 4세 중 가장 낮지만 부친인 허 명예회장의 지분(4.75%)이 잠재적 실탄으로 남아 있다. 허 사장이 GS건설의 재도약을 이끌 경우 지분을 초월한 리더십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 그룹의 전략통으로 불렸던 허서홍 사장은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올해 초 GS리테일의 수장으로 자리하며 본격적인 성과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룹 유통 부문의 혁신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라는 무거운 책임을 맡게 됐다. GS그룹은 전통적으로 가족회의 중심으로 거버넌스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지분 확보 경쟁이나 단기 실적만으로는 후계 구도가 결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구도는 지분 기반 리더십과 경영 성과 기반 리더십이 공존하고 있다. 다만 재계 안팎에서는 가족 경영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적 지배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포스트 허태수 시대 과제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차기 총수는 가문의 화합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외부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경영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내다봤다. 허태수 회장은 “거대한 사업 환경 변화 앞에서 관행에 기대면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며 “사업 혁신을 지속하고 과감한 도전 과제를 실행할 책임을 부여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2025-11-26 18:3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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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부회장단 전원 교체·HQ 폐지...바이오 각자대표에 '오너 3세' 신유열
[이코노믹데일리] 롯데그룹이 26일 발표한 2026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최고경영자(CEO) 20명을 교체하고 부회장단을 전원 용퇴시키는 등 대대적인 쇄신 드라이브를 이어갔다. 지난해 21명의 CEO가 교체된 데 이어 2년간 전체 CEO의 3분의 2가 바뀌며 그룹 리더십이 사실상 전면 재편됐다. 아울러 9년간 유지했던 BU·HQ 조직도 폐지해 계열사 중심의 책임경영과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롯데는 올해 인사에서 산업군별로 계열사를 묶어 운영하던 HQ(헤드쿼터) 체제를 전면 폐지했다. 이에 따라 각 계열사 대표이사와 이사회 중심의 자율·책임경영이 강화된다. 화학군은 전략적 필요에 따라 PSO(Portfolio Strategy Office)를 신설해 포트폴리오 조정 기능을 유지한다. 롯데지주는 조직을 실무형으로 전환해 고정욱 재무혁신실장과 노준형 경영혁신실장을 공동대표로 내정했다. 재무·전략 체계를 이원화해 사업 속도와 실행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인사에서 이동우(롯데지주), 이영구(식품군), 김상현(유통군), 박현철(롯데건설) 등 부회장단 4명이 모두 물러났다. 빈자리는 전문성과 실행력을 갖춘 실무형 CEO들로 채워졌다. 사장 승진자는 2명이다. 박두환 롯데지주 HR혁신실장은 국내 대기업 최초의 직무 기반 HR제도 도입 성과를 인정받아 롯데지주 사장으로 승진했다. 차우철 롯데GRS 대표는 롯데마트·슈퍼 대표이사로 이동해 통합 조직 운영과 e그로서리 사업 안정화를 맡는다. 주요 계열사 대표도 대폭 교체됐다. 롯데백화점 대표에는 정현석 아울렛사업본부장이, 롯데웰푸드 대표에는 서정호 혁신추진단장, 롯데건설 대표에는 오일근 개발사업 전문가, 롯데e커머스 대표에는 추대식 전무,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에는 신유열 부사장(박제임스 대표와 각자대표)이 내정됐다. 정현석 신임 롯데백화점 대표는 2020년 FRL코리아(유니클로 운영사) 대표를 맡아 위기 국면에서 전략적 대응력을 보여준 인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도 ‘가장 강도 높은 세대교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유열 부사장은 바이오 사업의 글로벌 전략을 총괄하며 롯데바이오로직스 공동대표를 맡고, 롯데지주 신설 조직인 전략컨트롤 부문에서도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롯데는 올해 인사에서도 연령·직급에 관계없이 직무 전문성을 중시하는 인사 철학을 강화했다. 1960년생 김송기 롯데호텔 조리R&D실장은 APEC 정상 만찬 수행 공로를 인정받아 만 65세에 상무로 승진했다. 반대로 롯데e커머스 황형서 마케팅부문장은 수석 3년 차에 임원으로 발탁돼 ‘초고속 승진’ 사례로 주목받았다. 올해 신임 임원은 81명으로 전년 대비 30% 늘었다. 60대 임원의 절반이 물러나며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됐고, 여성 임원도 4명 승진해 신임 임원 가운데 10%를 차지했다. 롯데그룹은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성과 기반 수시 인사, 외부 인재 영입, 책임경영 강화 원칙을 유지할 것”이라며 "HQ 폐지와 대규모 CEO 교체를 통해 조직 구조와 리더십을 재정비한 만큼, 향후 사업 재편과 신성장 동력 확보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2025-11-26 15: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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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가 오너 3·4세, 핵심 보직 전면으로…글로벌 승부 본격화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이 연말 정기 인사를 통해 오너 3·4세를 미래 전략과 글로벌 사업의 핵심 보직에 전면 배치했다. 내수 정체와 공급망 변동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신사업과 해외 확장 축을 차세대 경영진에 맡기며 전략 실행 구조를 재정비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각 기업의 성장 방향과 직결된 조직을 책임지는 만큼, 오너 일가의 경영 역할도 단순한 승계 단계를 넘어 실질적 성과 검증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에서는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미래기획실장이 지주사 내 신설 조직인 ‘미래기획그룹’을 이끌게 됐다. 미래기획그룹은 중장기 전략, 디지털 전환, 신수종 발굴을 통합한 컨트롤타워로, 기존 미래기획실·DT추진실을 하나로 묶어 그룹의 성장 전략을 일원화한 조직이다. 이 그룹장은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 등 계열사 전략 보직을 거치며 식품·글로벌 사업과 연계된 경영 경험을 쌓아왔다. 이번 인사에서 직급 승진은 없었지만, 그룹의 중장기 방향성을 결정하는 핵심 조직을 직접 지휘하게 되면서 사실상 경영 전면에 복귀했다는 평가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콘텐츠·물류 경쟁 심화 속에서 포트폴리오 재편, 신사업 진입과 디지털 전환 속도를 어떻게 잡느냐가 이 그룹장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양식품에서는 오너 3세 전병우 최고운영책임자(COO)가 2년여 만에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전 전무는 지난 2019년 25세에 삼양식품 해외사업본부 부장으로 입사해 1년 만에 이사로 승진하며 임원이 됐고, 입사 4년 만인 2023년 10월 상무로 승진한 바 있다. 그는 불닭 브랜드 글로벌 프로젝트와 해외사업 확장을 총괄하며 실적 개선을 이끌어왔다. 특히 중국 자싱 공장 설립을 주도해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고, 글로벌 마케팅과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해 해외 시장 경쟁력을 높였다는 평가다. 실적도 이를 뒷받침한다. 삼양식품의 올해 3분기 해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늘어난 5105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냈다. 수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81%까지 확대됐다. 다만 해외 의존도가 높아진 만큼 관세·환율·물류비 변동성과 신흥국 경쟁 심화에 대응할 수 있을지가 향후 핵심 과제가 됐다. 불닭 중심의 단일 브랜드 구조를 넘어 신제품 개발과 신규 거점 확보를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SPC그룹은 정기 사장단 인사를 통해 허영인 회장의 장남 허진수 사장을 부회장으로, 차남 허희수 부사장을 사장으로 각각 승진시켰다. 형제 경영진이 동시에 한 단계씩 직급을 올리며 오너 3세 중심 체제를 본격화한 것이다. 허진수 부회장은 파리크라상 최고전략책임자(CSO)와 글로벌 사업부문장을 맡아 파리바게뜨의 북미·동남아 확장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동시에 그룹 쇄신기구인 ‘SPC 변화와 혁신 추진단’을 이끌며 안전·준법·노무 과제도 총괄해 왔다. 이번 승진으로 해외 거점 확장과 조직 신뢰 회복이라는 두 축을 모두 책임지는 위치에 섰다는 분석이다. 허희수 사장은 비알코리아 최고비전책임자(CVO)로 배스킨라빈스·던킨 브랜드 혁신과 글로벌 브랜드 도입, 디지털 전환을 이끌어 왔다. 미국 멕시칸 브랜드 ‘치폴레’의 한국·싱가포르 도입을 성사시키며 외식 포트폴리오 확대를 이끌었다. 앞으로는 신규 브랜드 안착과 해외 시장 확장의 실적이 승계 구도의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핵심 보직에 오너 자녀를 넣었다기보다 ‘이제 경영진도 안전지대가 없다’는 신호로 봐야한다”며 “해외사업·브랜드 전략·신사업은 실패하면 바로 손실로 잡히기 때문에 실적을 직접 증명하라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2025-11-20 16: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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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後)경영'의 끝장: 이호진 일가, 이제는 책임으로 갚아라
[이코노믹데일리] 태광(태광산업)과 이호진 전 회장 일가를 둘러싼 논란이 단순한 ‘오너의 일탈’ 수준을 넘어섰다. 최근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와 시민단체의 고발이 잇따르면서 오너 일가의 자금 흐름과 지배구조 운영 방식이 본격적으로 검증대 위에 올라왔다. 의혹의 내용은 하나같이 무겁다. 자사주 전량을 담보로 한 대규모 교환사채(EB) 추진, 계열사를 동원한 일방적 거래·강매 의혹 그리고 티브로드 지분 매각 과정에서의 배임 의혹 이다. 이러한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단순한 경영 실책을 넘어 사회적 신뢰를 저버린 범죄적 회계·지배구조 관행이라 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재벌가 2·3세’에게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해 왔다. 기업의 이익을 넘어서 공적 책임을 지는 것이 현대적 기업가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태광의 최근 행보는 이 원칙을 무시하고 오히려 ‘사적 이익의 극대화’ 전략을 그대로 드러냈다. 대표적 사례는 보유자사주 24% 이상을 묶어 3천억 원대 EB를 발행하려 했던 시도다. 표면적 명분은 인수·신사업 투자였지만 실제로는 오너 일가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계열·투자회사로 자금이 흘러들어가 지배력 강화나 승계구조 조정에 쓰일 것이라는 의심을 받은 바 있다. 시장과 소액주주, 시민단체의 우려는 당연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계열사 동원’과 ‘내부 거래’ 의혹이다. 일부 보도와 고발장에 따르면 특정 계열사가 오너가 운영하는 골프장 회원권을 구매하도록 압박하는 식의 거래가 있었고 티브로드 지분 매각 과정에서도 회사에 불이익을 준 정황이 제기됐다. 이러한 행위가 사실이라면, 그것은 단순한 ‘승계 준비’가 아니라 주주와 구성원, 나아가 소비자·시장의 권리를 침해한 사익편취다. 이는 법·제도적 규제의 필요성을 넘어 기업 윤리 차원에서 즉각적 책임 추궁을 요한다. 국세청의 전격적 세무조사는 우발적 해프닝이 아니다. 통상적으로 비정기 세무조사는 자금흐름에 이상 징후가 포착되었을 때 이뤄진다. 이번 조사로 드러날 수 있는 것은 단순한 신고 누락이나 착오를 넘어 오너 일가의 자금 이동과 편법적 지배구조 운영 실체일 가능성이 높다. 그 파장은 태광산업뿐 아니라 유사한 방식으로 승계를 시도해온 다른 재벌군에도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낼 것이다. 이제 국민과 시장이 요구하는 것은 명확하다. 첫째, 투명한 수사와 철저한 책임 규명이다. 의혹을 사실로 확인하면 형사적·민사적 책임을 가릴 것은 물론 그에 상응하는 경영·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해야 한다. 둘째, 오너 일가의 즉각적 경영 책임 회피 중단과 공개적 해명이다. 회계·자금 사용 내역, 관련 거래의 정당성, 가족·계열사 간 거래의 구체적 근거를 공개하라. 셋째, 기업의 거버넌스 혁신이다. 독립적 사외이사 강화, 내부·외부 감사 기능의 실질적 권한 확보, 자사주 활용에 대한 엄격한 보호 장치 등으로 재발을 막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호진 일가에게 던지는 말은 단순하다. “과거의 영광으로 책임을 면제받을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개과천선(改過遷善)’의 기회다. 형사적·행정적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채로 ‘경영 복귀’와 ‘승계 완성’을 논하는 것은 국민 기만이다. 과거 칭송받던 공헌이 있다면 그 공헌은 법과 윤리를 통해 다시 입증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태광이라는 이름 역시 ‘특권의 대명사’로 역사에 기록될 뿐이다. 권력과 재물을 물려받은 자는 권리만큼 더 무거운 책임을 진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나아가려면 재벌 2·3세는 더 이상 예외가 아니다. 지금 당장 투명성과 책임으로 응답하라. 그렇지 않다면 법과 시장 그리고 역사 앞에서 그 대가는 냉혹할 것이다.
2025-11-18 09:4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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⑰화 구광모 LG그룹 회장 "디지털로 연결하고, 혁신으로 확장하라"
[이코노믹데일리] 누구에게나 별이 빛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 찰나의 선택으로 시대를 바꾸었습니다. 이 기획은 한국을 움직인 리더들의 결단의 순간을 돌아보며,지금과 같은 혼돈과 위기의 시대 앞에 놓인 기업들의 생존과 도약을 위해 필요한 용기와 상상력을 다시금 떠올려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2018년 여름, 40대의 젊은 리더가 조용히 LG그룹의 수장을 맡았습니다. 구광모 회장. 부친인 구본무 회장의 갑작스러운 타계 이후 그는 한국 재계 사상 가장 젊은 총수로 그룹을 이끌게 됐습니다. 당시 그의 첫 공식 메시지는 짧고 담백했습니다. “고객의 가치를 먼저 생각하는 LG를 만들겠다.” 재계는 그를 ‘3세 경영인’으로 불렀지만 구 회장은 누구보다 현장을 잘 아는 ‘실무형 리더’였습니다. 미국 로체스터공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LG전자에서 제품기획과 글로벌 마케팅을 경험한 그는 현장의 흐름과 고객 데이터를 가장 잘 읽는 ‘데이터형 CEO’로 통했습니다. 그는 2019년 12월 LG그룹 사장단 워크숍에서 ‘디지털 전환(DX)’을 그룹의 핵심 전략으로 선언하며 LG그룹의 DNA를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전 세계 산업구조가 급변하던 당시 그는 “지금의 위기는 산업의 위기가 아니라 속도의 위기”라며 전 계열사에 디지털 전환 태스크포스를 신설토록 지시했습니다.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이 고객 경험의 중심이 돼야 한다. 기술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을 연결하는 디지털이 돼야 한다.” 구 회장의 그 한마디는 LG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 놓았습니다. 전자·화학·통신 등 전통 제조업 중심의 그룹이 AI, 클라우드, 로봇, 바이오로 한 걸음씩 이동하기 시작한 순간이었습니다. 구 회장은 혁신의 속도를 내기 위해 인수합병(M&A) 전략을 전면 강화했습니다. 그는 M&A를 ‘몸집 키우기’가 아닌 ‘미래 연결’ 수단으로 정의했습니다. 2019년 보안·데이터 기업 ‘LG CNS’의 지분을 재편해 DX 핵심 플랫폼으로 육성한데 이어 2021년 전장(電裝) 사업 강화를 위해 ZF 프리드리히스하펜과 합작사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했습니다. 또한 헬스케어와 전지소재 분야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LG생명과학의 기술역량을 통합하며 ‘미래 모빌리티·에너지·헬스케어 삼각축’을 그룹 성장의 새로운 기둥으로 세웠습니다. 구 회장의 리더십은 이전 세대와 다릅니다. 그는 ‘권위 없는 리더십’을 강조하며 조직문화를 바꾸는 데 직접 나섰습니다. 직급 대신 ‘님’ 호칭을 도입하고, ‘실패를 기록하는 보고서’ 시스템을 신설했습니다. ‘결과보다 시도’를 인정하는 문화는 젊은 연구원들에게 새로운 자신감을 심어주었습니다. 2023년에는 사내 벤처 플랫폼 ‘LG NOVA(노바)’를 통해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과 협업을 강화하며 LG를 단순한 제조기업이 아닌 ‘고객경험 혁신 기업(Customer Experience Innovator)’으로 재정의했습니다. 이는 그가 직접 참여한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나온 결정이었습니다. 그의 별의 순간은 화려한 인수합병의 성과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LG의 DNA를 다시 쓰겠다”는 조용한 결단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는 늘 말합니다. “혁신은 기술이 아니라 용기에서 시작된다. 변화가 두렵다고 멈춘다면, 미래는 우리 것이 아니다.”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LG는 ‘전통 대기업’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스타트업과 협력하고, AI 기반 생산공정을 도입하며, 데이터 중심의 고객 의사결정을 도입한 ‘민첩한 대기업’으로 변모했습니다. 그가 내세운 ‘고객 가치 중심, 디지털 기반의 미래 LG’란 구상은 이제 그룹 전체의 표준 언어가 돼가고 있습니다. 아버지 세대의 ‘정도(正道)의 길’ 위에 그는 ‘디지털의 길’을 새롭게 깔고 있습니다. 그의 부친 구본무 회장이 ‘정직으로 신뢰를 쌓은 리더’였다면 구광모 회장은 ‘데이터로 미래를 여는 리더’입니다. 그의 별의 순간은 “디지털 혁신을 통해 LG를 다시 정의하겠다”고 결심한 그날, 그리고 그 약속을 조용히 실현해가고 있는 오늘이기도 합니다.
2025-10-10 16:3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