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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임대료 갈등, 면세산업 지속 가능성 시험대로
[이코노믹데일리]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갈등은 액수의 문제가 아닌, 이 산업을 지탱해온 계약 구조의 한계를 드러낸다. 호황기에는 과열 경쟁으로 임대료가 치솟고 불황이 닥치면 한쪽이 감당하지 못해 무너지는 구조다. 관광객 수요가 흔들리고 소비 패턴까지 달라진 지금, 쟁점은 단순한 감액 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위험을 분담해 ‘지속 가능한 구조’를 설계할 것인가에 있다. 최근 법원은 신라면세점 임대료 25% 감액을 강제 조정했지만 인천공항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신세계면세점도 같은 사안을 두고 법원의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나 인천공항의 입장은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면세점들이 과열 경쟁 속에 무리한 금액을 써낸 책임은 분명하다. 인천공항 면세 구역 입찰 당시 사업자들은 최저수용금액 대비 훨씬 높은 투찰가를 제시했고, 이 구조가 지금의 부담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다이궁(중국 보따리상) 의존이 줄고 개별 여행객 위주로 수요가 바뀐 현실에서 이용률과 객단가는 과거만 못하다. 이런 상황을 단순히 ‘자업자득’으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공항도 사정이 있다. 면세점 임대료는 비(非)항공 수익의 핵심 축이다. 대폭 감면을 수용하면 재무 구조가 흔들리고, 그 부담은 항공사 이용료나 서비스 축소로 돌아갈 수 있다. 다른 임차 업종과의 형평성 문제도 피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 갈등이 앞으로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고정 임대료 체계는 불황을 거의 흡수하지 못한다. 해외 주요 공항이 매출 연동형 모델을 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기 감면으로 시간을 버는 게 아니라 애초에 위기를 견딜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본질적 과제다. 해결책은 어느 한쪽의 양보로 끝날 수 없다. 임대료를 매출에 연동시키되 상·하한선을 두고, 경기 상황에 따라 자동 조정이 가능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계약 주기 중간에도 재협상 절차를 열어 분쟁을 제도적으로 풀어가는 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야 감면이 ‘특혜’가 아니라 합의된 규칙의 결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업계의 변화도 뒤따라야 한다. 지금처럼 명품·주류·담배에 매출이 쏠린 구조로는 회복이 어렵다. K-브랜드, 뷰티, 식품 같은 카테고리로 넓히고 온라인 예약과 옴니채널 판매를 강화해 소비자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과 편의성의 이점이 사라진 면세점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선택지는 자연스럽게 온라인 직구와 해외 현지 매장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면세점 매출 회복은 결국 입국자 수에 달려 있다. 중국·동남아 단체 관광객 유치 확대, 환승 관광 프로그램 활성화 같은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업계 회복은 요원하다. 면세산업을 관광 생태계와 연결해 관리할 때만 장기적 지속성이 확보될 것이다. 이번 갈등은 특정 기업과 공항 간의 법정 싸움을 넘어 면세산업 구조 전반의 시험대가 됐다. 지금 필요한 것은 비용 완화가 아니라 구조 개편, 즉 예측 가능한 규칙과 유연한 위험분담 설계다. 갈등이 지속되면 면세점은 철수하고 공항은 공실이 늘어나는 ‘동반 침몰’로 이어질 수 있다. 서로의 계산만 앞서는 것이 아닌, 상대의 생존을 전제로 움직여야 산업 전체가 버틸 힘을 얻을 것이다.
2025-09-11 16: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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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 10년 평균의 30%대…전세시장 불안 불가피
[이코노믹데일리] 내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이 최근 10년 평균의 30~40%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입주 감소는 전세시장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전셋값 상승과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14일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가 공동 조사한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에 따르면 2026년 서울의 아파트 입주예정 가구 수는 2만4462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10년 평균 입주물량인 3만5797가구의 31.7% 수준이다. 같은 기간 경기 입주예정 물량은 6만1712가구로 10년 평균인 11만2481가구 대비 45.1%로 감소했다. 인천은 1만4909가구로 평균치인 2만2191가구의 32.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입주물량 감소는 2022년부터 이어져 온 건설경기 침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주택공급 선행지표인 인허가와 착공 물량이 줄면서 2~3년 후 공급 감소로 이어지는 구조다. 통상적으로 주택은 인허가부터 착공까지 1~2년, 착공에서 준공까지 2~3년이 소요된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전국 주택 착공물량은 58만4000가구였지만 2022년에는 전년 대비 34.4% 줄어든 38만3404가구에 그쳤다. 2023년에는 다시 24만2188가구로 감소했으며, 지난해에도 30만5331가구에 머물렀다. 이는 2021년 호황기 대비 절반 수준이다. 입주물량이 감소하면서 수도권 전세가격은 매매가격보다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들어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0.87% 오르는 데 그쳤으나 전셋값은 4.83% 상승했다. 집값 고점 인식과 고금리 기조, 대출 규제 등이 맞물리며 전세 수요는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수도권 전세가격은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1월과 2월 각각 –0.08%, –0.07%로 하락세를 보이다가 3월 들어 0.14% 상승 전환됐다. 반면 전셋값은 1월 0.09%, 2월 0.07%, 3월 0.10%로 3개월 연속 오름세를 유지했다. 전세 수요의 강세는 시장 전망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KB부동산 전세가격 전망지수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상승 흐름을 나타내고 있으며 올해 들어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상승세가 뚜렷하다. 3월 서울의 전세가격 전망지수는 113.0으로, 지난해 9월(114.9)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셋값 상승을 전망한 비율은 31.3%에 달했으며 하락을 전망한 응답은 5.6%에 그쳤다. 경기와 인천도 마찬가지다. 인천의 전망지수는 올해 1월 100.4에서 2월 101.6, 3월 106.5로 상승했고 경기도 3월 전망지수는 107.3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입주물량 감소세가 본격화되는 내년부터 전세시장 수급 불균형이 가시화될 경우, 전셋값 불안과 함께 월세 비중 확대 흐름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입주물량이 과거 평균 대비 크게 줄어들고 있어 전세가격 상승세가 장기화될 수 있다”며 “정부의 공급 계획과 사업자 유인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병행돼야 시장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2025-04-14 11:2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