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17건
-
전자발찌에 맡긴 안전, 재범은 예고돼 있었다
[이코노믹데일리] 아동 성추행과 살인으로 징역 15년을 복역한 전과자가 출소 이후 다시 성범죄를 저질렀다. 법원은 강제추행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남성에게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하고 전자발찌 부착과 신상정보 공개,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죄질이 매우 좋고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판결문만 보면 엄정해 보이지만, 결론은 또다시 한 자릿수 실형이었다. 이 사건은 개인의 일탈로 설명하기 어렵다. 사법부의 양형 판단과 국가의 관리 방식이 동시에 한계를 드러낸 결과다. 형벌의 목적은 범죄 예방에만 있지 않다. 범죄의 무게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응보 역시 형벌의 핵심이다.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와 살인은 우리 형사법 체계에서 가장 무거운 범주에 속한다. 사회가 형벌에 기대하는 것은 교정의 가능성 이전에, 그 행위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다. 그런 점에서 이번 판결은 예방의 관점에서도, 응보의 관점에서도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재판부는 재범 위험을 분명히 인정했고, 피해 회복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형량은 다시 7년대에 머물렀다. 살인을 수반한 아동 성범죄 전력이 있는 피고인에게 반복적으로 내려지는 이 수준의 형벌이 과연 죄값에 부합하는지, 사법부 스스로 답해야 할 대목이다. 응보가 흔들리면 예방도 작동하기 어렵다. 형벌이 범죄의 무게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경우, 법은 규범으로서의 권위를 잃는다. 중대한 성범죄 전과자가 또다시 범행을 저질렀는데도 비교적 단기간의 실형에 그친다면, 법이 그 범죄를 얼마나 중대하게 평가하고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흐려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재범 억제라는 형벌의 예방 기능도 설 자리를 잃는다. 국가의 책임도 분명하다. 사법부가 형량 판단에 머무는 동안 행정은 전자발찌라는 단일 수단에 과도하게 의존해 왔다. 전자발찌는 범죄를 차단하는 장치가 아니다. 이동 경로를 확인하고 사후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관리 수단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고위험 성범죄자에 대해 사실상 전자발찌 부착이 관리의 핵심인 것처럼 작동해 왔다. 이번 사건에서 전자발찌는 억제 수단이 아니었다. 피고인은 이를 착용한 상태에서 피해자에게 접근했고, 범행을 반복했다. 이는 전자감독만으로 충분하다는 국가의 판단이 현실과 괴리돼 있었음을 보여준다.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전자발찌에 안전을 맡겨온 국가의 인식 문제다. 해외에서는 접근이 다르다. 일부 국가는 성범죄를 단순 범죄가 아니라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정신적 이상 상태로 보고, 형기 종료 이후에도 재범 위험이 크다고 판단되면 장기 격리나 강제 치료를 병행한다. 인권 논란이 뒤따르지만, 재범 위험을 인정하고도 다시 사회로 돌려보내는 모순만큼은 피하려 한다. 반면 국내에서는 책임이 분산돼 있다. 법원은 형량의 한계를 이유로 사회 방어를 행정에 넘기고, 국가는 사법 판단을 이유로 전자감독에 머문다. 그 사이 형벌의 응보적 기능도, 예방적 기능도 모두 반쪽에 그친다. 그 공백은 반복되는 피해로 채워진다. 성범죄 재범은 우연이 아니다. 재범 위험을 인정하면서도 죄책에 상응하는 형벌과 실질적 격리를 선택하지 않은 사법부의 판단, 전자발찌에 기대 최소한의 관리에 머문 국가의 대응이 겹쳐진 결과다. 사회 복귀를 전제로 한 판단이 반복되는 한, 같은 유형의 사건은 계속해서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2026-01-19 16:49:23
-
-
사형 구형 순간의 온도차… 특검은 엄숙했고, 피고인은 웃었다
[이코노믹데일리]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사형이 구형된 순간, 법정 안의 공기는 분명히 둘로 갈렸다. 특검은 헌정질서 파괴의 중대성을 강조하며 차분하고 엄숙한 어조로 최종 의견을 마무리했지만, 피고인석에 앉은 윤 전 대통령은 웃음을 띤 얼굴로 그 장면을 맞았다. 같은 공간, 같은 순간이었지만 두 주체가 마주한 사건의 무게는 전혀 달라 보였다. 지난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은 오전 9시 30분에 시작돼 이튿날 오전 2시 25분까지 약 17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윤 전 대통령 측의 증거조사가 11시간 넘게 진행되면서 특검의 최종 의견 진술은 밤 9시가 지나서야 시작됐다. 최종 논고에 나선 박억수 특검보는 12·3 비상계엄 사태를 “권력 독점을 목적으로 한 헌법 질서 파괴 행위”로 규정했다.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을 투입한 점, 주요 정치인과 선관위 관계자에 대한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점을 차례로 언급하며 “피고인들의 행위는 이른바 반국가세력이 누구였는지를 스스로 드러낸다”고 말했다. 특검은 이번 사건을 개인의 일탈로 보지 않았다. 박 특검보는 “비상계엄은 충분히 제지될 수 있었음에도 제지되지 않았다”며 “이를 인식하고도 동조하거나 방임한 공직 엘리트 집단의 책임까지 함께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단죄 이후에도 계엄을 정치적 수단으로 삼으려는 시도가 되풀이됐다는 점을 짚으며, 재발 가능성에 대한 경고도 덧붙였다. 논고가 이어지는 동안 윤 전 대통령은 줄곧 정면을 바라봤다. 그러나 특검이 “피고인은 진지한 반성을 보이지 않았고, 국민에게 단 한 차례도 책임 있는 사과를 하지 않았다”며 양형 사유를 설명하기 시작하자, 윤 전 대통령은 옆자리에 앉은 변호인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법정에서 포착됐다. ‘양형에 참작할 사유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이 이어질수록 그의 표정은 점점 느슨해졌다. 박 특검보는 “대한민국은 사실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국가로 분류되지만, 사형은 여전히 법정형으로 존재한다”며 “사형은 집행 여부를 떠나 공동체가 헌정질서 파괴 범죄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절차적 선언”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정 최저형인 무기형을 선택할 만한 감경 사유가 없는 이상, 법정형 중 최저형이 아닌 형은 사형밖에 없다”며 재판부에 사형 선고를 요청했다. ‘사형을 선고해 달라’는 말이 법정에 울린 순간, 윤 전 대통령은 빙그레 웃는 표정을 지었다. 특검이 헌정질서 수호라는 국가의 판단을 최대한 낮은 톤으로, 그러나 가장 무거운 결론으로 제시하는 동안 피고인의 태도는 그 결론과 정반대의 인상을 남겼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상 긴급권 행사였을 뿐 위헌·위법 행위는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특검은 계엄의 준비와 실행 과정, 군과 경찰의 동원 방식, 그리고 사후 태도를 종합할 때 헌법이 설계한 권력 통제 원리가 근본적으로 훼손됐다고 판단했다. 이번 재판은 형벌의 수위만을 다투는 절차에 그치지 않는다. 헌정질서를 위협한 최고 권력자의 행위에 대해 국가가 어떤 태도로 책임을 묻는지, 그리고 그 책임 앞에서 피고인이 어떤 자세를 보였는지가 함께 기록되는 자리다. 사형 구형의 순간 드러난 법정 안의 온도차는, 이 재판이 던지는 질문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1심 선고는 오는 2월 19일 오후 3시에 내려질 예정이다.
2026-01-14 08:05:16
-
-
-
-
징역은 줄이고 과징금은 높였다…불공정 거래 제재 방식 바뀐다
[이코노믹데일리] 하청업체에 대한 선급금 미지급 등 불공정 거래 행위에 부과되는 과징금이 대폭 상향된다. 형사 처벌 중심이던 기존 규제 방식은 완화하는 대신, 위법 행위에 대한 금전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30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차 경제 형벌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지난 9월 공개된 1차 대책의 후속 조치다. 그동안 경제 관련 법령 전반에 걸쳐 징역형과 벌금형 위주의 제재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당정은 경제활동 위축 우려를 줄이면서도 불공정 행위에 대한 책임성은 유지하는 방식으로 제재 체계를 재정비하겠다는 입장이다. 핵심은 처벌의 방향 전환이다. 중대하고 고의성이 높은 불공정 거래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대폭 상향하는 반면, 단순 행정 의무 위반이나 경미한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형벌을 완화하거나 과태료로 전환한다. 형사 처벌의 범위를 줄이는 대신, 기업 차원의 비용 부담을 키우는 구조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행위다. 납품업자의 타사 거래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에 대해 현행법은 징역형 중심의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앞으로는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만 형사 처벌을 적용하고, 과징금 상한은 기존 5억원에서 50억원으로 크게 높이는 방안이 추진된다. 하도급 거래에서도 제재 수위는 강화된다. 발주자로부터 받은 선급금을 하청업체에 지급하지 않는 행위는 지금까지 하도급 대금의 2배 이내에서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이었다. 이를 정액 과징금 체계로 전환해 20억원에서 최대 50억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불공정 거래로 얻는 이익보다 부담해야 할 비용이 더 커지도록 설계한 셈이다. 반면 기업 경영진 개인에게 직접 작용하던 형사적 부담은 전반적으로 완화된다. 고의성이 낮거나 행정적 성격이 강한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벌금을 과태료로 전환하거나, 징역형을 부과하지 않는 방식이 검토된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경미한 위반 사례에 대해서도 시정명령을 우선 적용하고, 불이행 시에만 형사 처벌을 하는 단계적 제재 방식이 도입된다. 이 같은 변화는 기업 규제의 초점을 형벌 리스크에서 재무 리스크로 옮기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경영진 개인의 형사 처벌 가능성은 낮추는 대신, 기업 차원에서는 수십억원대 과징금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가 된다. 위법 행위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되, 불공정 거래에는 실질적인 비용을 부과하겠다는 취지다. 당정은 이번 방안을 책임성과 시의성, 보충성, 형평성·정합성, 글로벌 스탠다드 등 다섯 가지 원칙에 따라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해외 주요국처럼 형벌보다 행정·금전 제재를 중심으로 규율하는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다. 정부와 민주당은 2차 방안의 신속한 입법을 추진하는 한편, 추가적인 제도 개선을 위한 3차 과제 발굴에도 착수할 계획이다. 경제 형벌 체계의 변화가 기업 현장의 불확실성을 줄이면서도 불공정 거래 관행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향후 제도 운용 과정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2025-12-30 10:42:25
-
-
-
한경협 "동일인 제도·공시기준 전면 손질해야"
[이코노믹데일리]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가 공정거래 분야에서 개선해야 할 제도와 시행돼야 할 과제 24건을 정리한 건의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고 18일 밝혔다. 건의서는 크게 기업집단 규제체계 개선,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기준 개선, 형벌체계 합리화, 산업-금융시너지 강화 등 4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한경협은 1980년대 도입된 후 현재까지 유지된 '동일인 지정제도'가 최근의 기업지배구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자연인을 제외하고 법인 중심으로 동일인을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공정거래법은 기업집단을 '사실상 해당 집단을 지배하는 동일인'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어 동일인이 단수 또는 관련자(특수관계인)와 함께 거느린 계열사들을 이 집단으로 포함하고 있다. 이때 동일인은 자연인 또는 법인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대기업집단의 상당수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경영 의사결정도 개인이 아닌 법인인 이사회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법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온다. 이에 따라 한경협은 법인만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도록 개선하고 장기적으로는 동일인 지정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 한경협은 동일인 관련자(특수관계인)의 범위가 과도하게 규제 대상을 늘릴 우려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현행 규정은 4촌 이내 혈족, 3촌 이내 인척까지며, 요건에 따라 6촌 이내 혈족 및 4촌 이내 인척도 포함될 수 있다. 이로 인해 동일인의 실질적 지배와 무관한 친족까지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한경협의 주장이다. 직계존비속·배우자 등 실질적 가족 중심으로 동일인 관련자 범위를 축소해 기업의 행정부담과 자료제출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해 이뤄지고 있는 규제도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꼬집었다. 해당 자산총액 기준은 2009년 설정된 것으로 이후 경제규모의 확대를 반영하지 못하며 현실적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는 취지다. 실제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중 약 78%가 규모 기준으로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등 현행 기준은 경제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력이 크지 않은 기업집단까지 과도하게 규제 대상에 넣고 있다. 특히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경우, 지난해부터 국내총생산(GDP) 연동 방식으로 지정기준이 매년 조정되고 있는 반면, 공시대상기업집단은 고정 금액을 유지하고 있어 제도 간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경협은 공정위가 올해 초 업무 계획에서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기준의 GDP 연동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절대금액 방식의 현행 기준을 '경제 규모 대비 상대적 기준'으로 조정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형벌체계도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법은 공정위가 회사 또는 해당 회사의 특수관계인에게 기업집단 지정자료 제출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이를 거부하거나 허위로 제출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공정위는 회사가 아닌 동일인(자연인)에게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있으며, 동일인이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특수관계인 자료까지 확인·보고하도록 돼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동일인이 친족의 개인 재산이나 투자 내역 등을 완벽히 파악하기 어려운데다 일부 자료가 누락될 경우 그 법적 책임을 동일인이 부담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형사처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한경협은 단순한 행정상 누락이나 착오에 대해서는 행정질서벌로 전환하고 지정자료 제출의 법적 책임 주체를 '기업집단의 대표 법인'으로 명확히 규정할 것을 제안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공정거래법은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지키는 핵심 법제이지만, 시대 변화에 맞춰 제도 역시 함께 진화해야 한다"며,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기업의 합리적 경영활동까지 제약하는 규제는 결국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공정위가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5-11-18 16:51:54
-
파업하는 의사, 줄사표 던지는 검사… 책임은 없고 권한만 챙기는 '엘리트의 일탈'
[이코노믹데일리] 최근 의료대란에 이어 검찰에서까지 검사장들의 줄사표 사태가 벌어지며 우리 사회의 핵심 전문직 집단이 얼마나 쉽게 공공성을 저버릴 수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났다. 생명과 정의를 책임진다고 자부하는 이들이 ‘직역 이익’이나 ‘조직 내부 갈등’ 앞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집단적이고 공격적인 저항을 선택한다. 이들은 스스로를 사회 지도층이자 오피니언 리더로 여기지만, 정작 국민 앞에서는 책임보다 권한을 먼저 행사하는 모순을 반복하고 있다. ◇의료대란과 줄사표 사태, 본질은 같다 의사들의 대규모 진료 거부는 국민 생명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은 것이고, 검사장들의 줄사표는 국가 형벌권을 담당하는 조직의 안정성을 자기들 내부 정치의 희생양으로 만든 것이다. 한쪽은 환자를, 다른 쪽은 형사 정의를 뒤흔드는 방식으로 불만을 표출했다는 점에서 그 본질이 놀라울 만큼 유사하다. 특히 검사장들의 줄사표는 그 자체만으로 조직의 상층부가 공적 책임을 방기했음을 보여준다. 특정 사건의 항소 포기 결정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견’이 ‘항명’으로, 항명이 ‘줄사표’로 이어지는 것은 이미 공적 판단의 선을 넘어선 행위다. 사표는 의견 개진이 아니라 압박 수단으로 이해된다. 국가기관의 권한이 사조직 내부의 파워게임에 악용되는 셈이다. ◇공공 권한은 집단이기주의의 자산이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들은 공적 권한을 갖고 있지만, 공적 책임은 종종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 취사선택한다. 의사 면허와 판·검사의 직무는 국민의 생명과 권리를 수호하라는 권능이자 의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위기 순간마다 책임을 내던지고, 자신들의 집단 이익을 앞세운다. 의사 파업으로 응급실이 마비되고, 검사 줄사표로 사법 시스템의 안정성이 흔들리는 상황은 단순한 갈등이나 잡음으로 처리될 문제가 아니다. 국민은 이들의 행동이 사회 전체의 비용을 급격히 키운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내부 갈등을 왜 국민이 떠안아야 하는가 검사장 줄사표 사태는 그야말로 조직의 난맥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행위다. 공직자라면 마땅히 내부 의견 차이를 공식 절차를 통해 조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것은 절차는 뒷전이고, ‘집단 사표’라는 극단적 방식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하려는 태도다. 이는 사법 정의의 연속성을 해칠 뿐 아니라, 검찰 조작·정치 개입 논란을 경험해온 국민에게 또 다른 불신의 근거를 제공한다. 결과적으로 줄사표는 공공선의 실종을 넘어 조직의 신뢰 자체를 허무는 행위다. ◇국민 신뢰를 잃은 지도층은 더 이상 지도층이 아니다 오랫동안 한국 사회는 의사·판사·검사 등 전문직에 높은 권위와 신뢰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한이 ‘신뢰의 대가’였음을 종종 잊고 있다. 그 신뢰가 한 번 무너지면, 그 권한 역시 지속될 수 없다. 요구가 있다면 대화하고 조정하면 된다. 이견이 있다면 제도 안에서 해결하면 된다. 그럼에도 이들이 선택한 것은 ‘국민을 불편하게 만들고’, ‘국가 시스템을 흔들어’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방식이었다. 이는 더 이상 지도층이 아니라, 단지 권한을 지렛대로 삼는 집단이기주의의 극단적 형태일 뿐이다. ◇이제는 책임의 무게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전문직 집단의 파업과 줄사표 사태는 우리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이들이 정말로 사회의 지도층인가, 아니면 특권층인가?” 특권이 아닌 지도층으로 남고 싶다면 답은 명확하다. 국민을 협상 수단으로 삼는 행태부터 먼저 내려놓아야 한다. 의사든 판사든 검사든, 공적 권한을 가졌다면 공적 책임을 회피할 권리는 없다. 국민의 신뢰는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 신뢰를 잃는다면, 이들 전문직 집단의 권위도 결국 모래성처럼 무너질 것이다.
2025-11-18 09:44:20
-
-
대한상의 "AI·반도체·RE100 지원법 시급...첨단산업 경쟁력 확보해야"
[이코노믹데일리] 대한상공회의소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반도체, RE100(재생에너지 100%) 산업단지 등 첨단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국회에 요청했다. 동시에 금산분리 완화, 벤처투자 세제혜택 확대, 상속세 납부 유예 등 기업경영 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 보완도 촉구했다. 16일 대한상의는 “2025년 정기국회를 맞아 여야가 주목해야 할 30개 입법과제를 국회에 건의했다”며 “이 중에는 여야가 모두 발의했으나 통과되지 못한 반도체 지원법·벤처투자법 등 14건의 공통 관심 법안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먼저 상의는 AI 기술 경쟁이 국가 경제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 인프라 지원이 주요국에 비해 더디다고 지적했다. 이에 데이터센터 세제 지원 확대, 전력·용수 인프라 확충, AI 인력 양성 정책 등을 담은 ‘인공지능산업 진흥법’의 통과를 요청했다. 또 수도권의 재생에너지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RE100 산업단지 특별법’ 제정을 통해 지역별 잉여 에너지를 활용, 기업의 친환경 전환과 지역 균형발전을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도체 분야에 대해서는 대통령 직속 반도체특별위원회 설치, 인프라 신속 구축, R&D 세액공제 확대, 전문인력 근로시간 규제 완화 등을 담은 총 9개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며 “내용상 이견이 없음에도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산업 간 벽을 허무는 금산분리 완화도 핵심 과제로 꼽혔다. 상의는 정부가 추진 중인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가 실질적 효과를 거두려면 산업·기술 역량을 보유한 기업이 자산운용사를 직접 소유해 전략산업펀드를 조성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 체제에서 은행뿐 아니라 자산운용사 보유까지 제한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또한 대기업집단 사모펀드(PEF)의 계열사 지분투자를 금지하고 있어 첨단산업 자금 유입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상의는 벤처투자 세제 인센티브 확대와 고배당기업의 배당소득 분리과세 조기 도입을 통해 민간자금이 모험자본 시장으로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상의는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는 경제형벌 제도와 과도한 상속세 부담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는 500여 개 법률에 약 6000개 경제형벌 조항이 존재해 정부가 추진 중인 경제형벌 합리화 작업에 추가 개선과제를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상속세와 관련해선 세율 인하는 제외하되 납부 방식을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기업에도 중견기업과 마찬가지로 최대 10년 납부 유예를 허용하고 상장주식 평가 기준을 단기 주가 대신 장기 평균시세로 전환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또한 상속 시점에 30% 세율을 부과하고 주식 처분 시점에 자본이득세 20%를 추가로 부과하는 ‘2단계 과세’ 방식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미국의 통상 압박과 중국의 기술 부상 속에서 기업들이 새로운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다”며 “국회가 현실적인 규제 완화와 산업별 맞춤 지원을 통해 기업 현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2025-10-16 13:51:2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