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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흔들리는 사이… K-중공업에 '전략적 틈새' 열렸다
※ '강철부대'는 철강·조선·해운·방산 같은 묵직한 산업 이슈를 유쾌하게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붉게 달아오른 용광로, 파도를 가르는 조선소, 금속보다 뜨거운 사람들의 땀방울까지. 산업 한복판에서 만나는 이슈를 '강철부대원'처럼 직접 뛰어다니며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는 주말, 강철부대와 함께 대한민국 산업의 힘을 느껴보세요! <편집자주> [이코노믹데일리] 중국 중심으로 돌아가던 중공업 질서에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값싼 물량으로 세계 중공업 시장을 밀어붙이던 중국의 철강과 조선, 그 바깥에 있던 방산까지 규제와 정책 변화가 겹치며 글로벌 산업 판도가 미세하게 이동하고 있다. 이 틈에서 포스코·현대제철·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 국내 중공업 기업들이 '버티는 주체'가 아니라 '자리를 옮기는 주체'로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탄소 규제는 철강 질서를 바꾸고 공급 피로는 조선의 우위를 흔들며 정책 수요는 방산 방향을 바꾸고 있다. 철강→조선→방산으로 이어지는 중공업 핵심 축 전반에서 '중국 약세·한국 기회'가 동시에 작동하는 국면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공업 환경 변화는 단순한 경기 사이클 조정이 아니라 공급망 권력 이동의 성격을 띠고 있다. 중국 중심의 저가·대량 공급 구조가 규제와 정책 변화에 부딪히면서 상대적으로 규제 대응력이 높은 국가와 기업으로 판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철강, CBAM이 흔드는 중국 가격 경쟁력 가장 먼저 구조 변화가 감지되는 분야는 철강이다. EU(유럽연합)는 내년 1월 1일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정식 도입할 예정이며 이행규정 초안에서는 중국 고로(BOF) 기반 철강 제품의 배출계수가 EU가 제시한 벤치마크를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CBAM 비용이 본격 부과될 경우 중국산 철강의 유럽 수출 가격이 구조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결국 CBAM 비용이 가격에 반영되는 순간 중국 철강은 '저가'라는 기존 무기를 잃고 고비용 구조로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여기에 중국 철강업 PMI(구매관리자지수)가 11월 48로 재차 하락하며 수요 둔화에 따른 생산 축소 가능성이 커지는 감산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수요 둔화와 규제 비용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중국산 철강의 가격 경쟁력은 이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는 상대적으로 낮은 탄소 배출계수와 고부가 제품 중심의 수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산 가격이 상승할 경우 별도의 공격적 전략 없이도 유럽 시장에서 경쟁력이 자동으로 개선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평가다. 조선, 중국 공급 피로가 만든 선택지 변화 조선업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감지된다. 글로벌 LNG(액화천연가스)선 발주가 2026년을 전후로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지만 중국 조선소들은 PMI 급락과 저가 수주 누적에 따른 수익성 저하, 슬롯 포화 등으로 공급 피로가 누적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조선소들이 물량은 확보했지만 수익성 부담이 커지면서 저가 수주를 줄이고 생산량을 조절하는 감산성 공급 조정 가능성이 거론된다고 본다. 이 경우 글로벌 선사 입장에서는 고난도 LNG선과 같은 핵심 선종에서 선택 가능한 공급처가 제한되며 납기 안정성과 품질 검증이 이뤄진 한국 조선사로 발주가 이동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HD현대중공업 등 LNG선 중심 포트폴리오를 갖춘 국내 조선사들은 직접적인 선가 인상 없이도 상대적인 수혜를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즉 중국발 공급 우위가 흔들릴 경우 국내 조선사들은 '선가 중립' 국면에서도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방산, 진입장벽이 가장 높은 시장 가장 구조적인 변화는 방산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방산은 가격 경쟁이 아니라 안보 동맹·정책 신뢰·장기 운용 체계 검증이 발주를 좌우하는 시장으로 이러한 특성상 중국 업체가 구조적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여기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군력 증강과 동맹국 간 방산 협력 강화 흐름이 더해지며 수요 기반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잠수함·SMX(차세대 수출형 잠수함)·해군 지원함 등 고부가 방산 선박 비중을 확대하며 방산 조선사로서의 정체성을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역시 함정·특수선·군수지원선 등 방산 포트폴리오를 늘리며 상선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들 선종은 단순 건조 역량보다 설계·체계 통합·장기간 유지보수(MRO)까지 포함한 종합 능력이 요구되는 분야다. 특히 2026년을 전후해 논의되고 있는 MASGA(미·한 조선·방산 협력) 펀드는 한국 방산·조선의 시장 접근성을 한 단계 끌어올릴 변수로 평가된다. 동맹 기반의 방산 협력 구조가 제도화될 경우 한국 조선사는 단순 수주 경쟁을 넘어 미국·우방국 해군 전력 현대화의 핵심 파트너로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약세·한국 기회…동시 작동 최근 흐름은 단일 변수로 설명되는 특정 업종의 사이클 변화가 아니라 중국 중심으로 형성됐던 글로벌 중공업 질서가 재편되는 신호로도 볼 수 있다. 결국 지금의 변화는 특정 업종의 호재나 일시적 반등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중국 공급망이 흔들리고 규제·정책의 축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누가 밀리고 누가 올라서는지가 동시에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에서는 탄소가 가격이 되고 조선에서는 공급 피로가 경쟁력이 되며 방산에서는 정책이 시장을 만든다. 이 세 흐름이 한 지점에서 만나는 순간 한국 중공업은 더 이상 방어적인 경쟁에 머무르지 않는다. 중국이 흔들리는 사이 한국 중공업은 물량 경쟁의 바깥으로 조용히 이동했다. 규제와 정책, 기술과 신뢰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한국은 이제 따라가는 생산자가 아니라 판의 좌표를 차지하는 쪽에 서 있다. 강철부대의 시선이 머무는 곳, 한국 중공업은 이제 바다 위 공장이 아니라 질서를 설계하는 산업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2025-12-13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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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업 로비 리스트, 그들은 누구인가
[이코노믹데일리]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은 더 이상 한 기업의 실수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해외에서 무단 결제가 이어지고, 국민의 민감 정보가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온 지금, 이번 사태는 한국 디지털 산업 전반이 어디에서 잘못되고 있는지를 드러낸 사건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사고 이후의 행태다. 기업 내부의 책임 체계를 점검하기보다, 여론 진화와 규제 대응을 위한 로비에 우선순위를 두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쿠팡만의 문제가 아니다. 카카오의 전국적 먹통 사태, 네이버의 잦은 보안 위협, 신생 플랫폼들의 잇따른 정보 유출은 이미 예견된 징후였다. 이들 기업은 민간 서비스이지만, 이용자 일상은 사실상 이들에게 의존한다. 결제, 메시지, 인증, 이동 서비스까지 두세 기업이 좌우하는 시대에, 사고가 날 때마다 형식적 사과와 사업 홍보만 내놓는 태도는 더는 용납되기 어렵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기업들이 선택하는 ‘대응의 방향’이다. 보안을 챙길 인력보다, 정책과 언론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사를 대거 영입하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전·현직 국회의원, 관료, 판·검사, 언론 출신이 ‘고문’이나 ‘자문’으로 이름을 올리고, 이들은 기술과 거리가 있음에도 요직에 앉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문제를 해결할 전문가보다 문제를 막아줄 인사가 더 높은 평가를 받는 현실에서 보안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AI 시대에는 데이터가 기업의 핵심 자산임과 동시에 국민의 권리다. 개인정보 유출은 즉각 데이터 오염으로 이어지고, 이는 금융사기·알고리즘 왜곡·표적 공격 등 국가적 위험으로 확대된다. 세계 주요 기업들이 AI 보안, 데이터 관리 체계, 클라우드 안전성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한국 플랫폼 기업들이 이를 비용으로만 여기고, 사고 이후 로비에 힘을 싣는다면 경쟁력은 더 빠르게 약화될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로비 라인 강화’가 아니다. 강력한 책임 체계 확립이다. 첫째,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사고를 내고도 부담 없이 넘길 수 있는 수준의 처벌은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둘째, 중대한 보안 실패에 대해서는 최고 책임자에게 형사 책임을 명확히 물어야 한다. 실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이 계속되는 한, 보안은 기업의 우선순위가 될 수 없다. 셋째, 일정 기간 내 반복 유출이 발생한 기업에는 서비스 제한이나 영업정지 같은 실효적 조치를 도입해야 한다. 국민의 데이터를 필수 자산으로 사용하는 기업이라면 그만큼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넷째, 기업이 영입한 전직 권력자·외부 인사의 명단과 보수, 역할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기술 관련 조직이 공개되는 만큼,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높은 인력도 공개 대상이 되어야 한다. 국민의 데이터로 성장한 기업이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순간, 그 기업은 더 이상 기술 기업이라 부르기 어렵다. 국민의 삶 한복판을 장악한 플랫폼 기업이 책임을 회피하고 로비에 기대는 방식을 계속한다면, 산업 전체의 미래는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쿠팡 사태는 한국 디지털 산업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보여주는 징후다. 위기를 기술로 해결할 것인지, 로비로 넘길 것인지. 선택의 책임은 기업에 있다. 그러나 그 선택의 결과는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는다.
2025-12-0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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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중형을 넘어 '시스템 조선'으로…HD현대 통합이 만든 새로운 조선 플랫폼
※ '강철부대'는 철강·조선·해운·방산 같은 묵직한 산업 이슈를 유쾌하게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붉게 달아오른 용광로, 파도를 가르는 조선소, 금속보다 뜨거운 사람들의 땀방울까지. 산업 한복판에서 만나는 이슈를 '강철부대원'처럼 직접 뛰어다니며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는 주말, 강철부대와 함께 대한민국 산업의 힘을 느껴보세요! <편집자주>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조선업의 두 심장'이 하나로 뛰기 시작했다. 지난 1일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조선이 공식 통합하며 단일 법인 통합 'HD현대중공업'이 공식 출범했다. 두 회사는 모두 HD현대 산하의 조선 계열사로 표면적으로는 '같은 그룹 내 조선사 간 합병'처럼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각 조선소가 담당해온 역할과 시장 영역이 전혀 달랐다. 6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울산조선소를 기반으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해양플랜트(드릴십·FPSO) 등 대형 선박과 해양 구조물 분야의 글로벌 리더였다. 대형 선형에 필요한 고도 설계·용접·시운전 기술을 보유해 '한국 조선산업의 기술 상징' 역할을 맡아왔다. 반면 HD현대미포조선은 중형 제품운반선(MR탱커), 중소형 LNG·LPG 운반선, 군수지원함·초계함 등 중형선 및 특수선 중심의 고효율 조선소로 자리매김했다. 연간 건조 척수가 많고 생산성이 높아 '세계 1위 중형선 조선소'로 불렸다. 특히 도크 회전율이 높고 표준화된 설계·시스템 생산공정에서 강점을 보여 '효율형 조선소의 대표 모델로 꼽혀왔다. 이처럼 HD현대중공업이 '기술 중심의 대형 조선소'라면 HD현대미포조선은 '생산성 중심의 중형 조선소'였다. 서로 다른 조선 DNA 기술력과 효율성이 이번 통합으로 하나의 체계에 묶이며 대형·중형·특수선 전 영역을 포괄하는 '완전한 조선 밸류체인'이 완성됐다. 이번 통합의 본질은 단순한 규모 확장이 아니다. 대형선에서 중형선까지 설계·생산·도크·인력을 하나로 엮는 '조선 밸류체인 전 구간 통합'을 통해 설계 변경·자재 조달·인력 배치·납기 조정 등 복잡한 프로세스를 단일 시스템에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원가 절감·품질 안정·납기 단축이라는 세 가지 실질적 이점을 확보했다. 특히 방산·특수선 부문은 통합의 최대 수혜지로 꼽힌다. HD현대중공업이 쌓아온 해군 전투함 플랫폼 설계 경험에 HD현대미포조선의 도크와 인력 등 생산 인프라가 더해지면서 국방 조선 분야의 경쟁력이 한층 강화됐다. 두 회사가 각각 보유한 설계·R&D(연구개발) 역량을 통합하면 대형 구축함부터 중형 초계함까지 전 계열 함정을 커버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이 완성된다. 또한 통합 법인은 디지털 설계·AI 도크·스마트십 기술을 하나의 데이터 체계로 묶어 '강철을 잇는 산업'에서 '데이터 설계 산업'으로의 진화를 선언했다. 실제로 HD현대는 선박 설계, 건조, 운영 전 과정을 디지털 트윈과 AI로 통합 관리하는 '디지털 조선소 모델' 구축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조선업 경쟁국들도 이미 대형사 중심으로 재편에 속도를 내며 '조선 산업 구조전쟁'에 돌입했다. 중국에서는 국가 소유 초대형 조선그룹인 CSSC(China State Shipbuilding Corporation)와 CSIC(China Shipbuilding Industry Corporation)이 올해 2월 임시 주주총회 승인에 이어 같은 해 7월 상하이증권거래소의 최종 승인을 받으며 공식 통합을 마무리했다. 두 회사가 하나의 체계로 묶이면서 중국은 단일 조선그룹 중심의 '메가 플랫폼' 체계를 갖추게 됐다. 업계에선 이번 통합으로 CSSC가 상장 기준 세계 최대 자산 규모를 가진 조선사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역시 조선업 재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민간 최대 조선사인 이마바리조선(Imabari Shipbuilding)은 올해 6월 26일 경쟁사 JMU(Japan Marine United) 지분을 기존 30%대에서 60%로 확대하며 사실상 자회사로 편입했다. 법인 자체를 합병한 것은 아니지만 지배구조 재편을 통해 양사 설계·조달·건조 역량을 통합적으로 운영할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일본이 원가 경쟁력과 포트폴리오 확장을 동시에 노린 전략적 재편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이처럼 중국·일본이 '규모와 체계의 통합'으로 조선 경쟁력을 재정비하는 가운데, HD현대의 통합 역시 단순한 국내 조직 개편을 넘어 한국 조선산업의 항로를 재설계하려는 전략적 결정이라는 의미가 부각된다. HD현대중공업의 대형선 기술력과 HD현대미포조선의 중형선 생산 효율을 하나의 시스템 아래 묶어 '대형–중형–특수선–해양플랜트–방산'을 잇는 연속적 밸류체인을 완성함으로써 한국 조선업이 글로벌 재편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번 통합은 '덩치를 키운 합병'이 아니라 기술과 효율을 하나의 체계로 결합해 조선산업의 경쟁 체질을 재정의하며 글로벌 흐름에 발맞춘 '구조 혁신'이다. 조선은 더 이상 철판을 잇는 산업이 아니다. 설계·도크·생산이 하나의 데이터 체계로 통합되며 디지털과 AI가 강철보다 단단한 경쟁력을 만들고 있다. 강철부대의 시선이 머무는 곳, 한국 조선은 이제 바다 위 공장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산업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2025-12-06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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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뒤흔드는 '6대 글로벌 규제'...탄소·재생에너지·독성물질 어쩌나
※ '강철부대'는 철강·조선·해운·방산 같은 묵직한 산업 이슈를 유쾌하게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붉게 달아오른 용광로, 파도를 가르는 조선소, 금속보다 뜨거운 사람들의 땀방울까지. 산업 한복판에서 만나는 이슈를 '강철부대원'처럼 직접 뛰어다니며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는 주말, 강철부대와 함께 대한민국 산업의 힘을 느껴보세요! <편집자주> [이코노믹데일리] '6대 글로벌 규제'가 제조업을 뒤흔들고 있다. CBAM(탄소국경조정제도)·IRA(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이니셔티브)·FEOC(외국우려기관 규정)·EU REACH(유럽 화학물질 등록·평가·허가 제도)·TSCA(미국 독성물질관리법) 등의 규제가 2025~2026년을 기점으로 본격화되면서 기업 부담이 늘어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향후 기업들이 규제 관련 '인증·보고'에 시달리게 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배터리 : IRA·FEOC, '중국산 배제'라는 절대 조건 29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산업은 IRA와 FEOC 규제가 만드는 구조적 지각변동의 한복판에 있다. IRA는 북미 판매 전기차에 적용되는 세액공제를 중국 등 우려국 배제를 전제로 설계한 법으로,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부품 공급망을 미국·우방국 중심으로 재편하도록 유도하는 성격을 갖는다. FEOC(외국우려기관) 규정은 중국·러시아 등 일부 국가 정부의 지배·통제 아래 있는 기업이 관여한 배터리 부품(2024년 이후)과 핵심광물(2025년 이후)이 들어간 차량을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항으로, 세액공제를 받으려는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중국 의존도를 크게 줄일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장치다. 지난 2024년부터 배터리 부품, 2025년부터는 리튬·니켈·코발트 등 핵심광물이 FEOC와 연관될 경우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되면서 양극재·음극재·전해질·바인더 등 세부 소재까지 공급망을 재구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북미 합작공장 증설과 동시에 호주·캐나다·미국 등으로 원료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광물 채굴부터 정제·가공까지 이어지는 전 단계에서 중국 의존도가 여전히 높아 공급망을 재편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 업계의 공통된 고민으로 꼽힌다. 원료 추적 시스템 구축, 북미 인증 대응 인력 운영 등 새로 생긴 규제형 비용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철강 : CBAM 내년 정식 시행…'탄소 할당서'가 새로운 통화 철강업계는 CBAM의 정식 시행을 앞두고 탄소 배출량 산정 체계를 재정비하고 있다. CBAM은 EU 역내로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 등 고탄소 품목에 대해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온실가스량을 산정해 EU 배출권거래제(ETS) 가격에 연동한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로, 사실상 '탄소 관세' 역할을 한다. 2026년부터는 수입업자가 제품 1톤당 실제 내재배출량을 국제 기준에 맞춰 신고하고 그에 상응하는 CBAM 인증서를 구매·제출해야 한다. 포스코는 포항·광양 제철소의 탄소 계량 체계를 개편하고 수소환원제철(HyREX) 등 친환경 공정 전환 로드맵을 EU 기준에 맞춰 재정비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전기로 기반 공정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편이지만 슬래그·부생가스 처리 과정에서의 배출량 산정이 새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EU ETS 가격이 톤당 80유로(약 11만6000원) 수준일 때 탄소배출량 2톤을 가정한 철강 제품 1톤을 수출하면 약 160유로(약 23만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다. 석유·화학 : REACH·TSCA, '전 성분 공개' 시대 석유화학업계는 REACH·TSCA 등 탄소·안전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먼저 REACH는 EU가 모든 화학물질의 등록·평가·허가를 의무화한 제도로 제품에 사용되는 성분의 독성·노출 정보를 상세한 기술문서로 제출해야 하는 강력한 화학 규제다. TSCA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신규 화학물질의 위해성을 사전 심사하는 제도로 핵심 절차인 PMN(사전제조신고)을 거칠 경우 승인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 있어 글로벌 제품 출시 일정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 이 같은 규제 강화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화학 기업들도 REACH·TSCA 관련 전담 조직을 보강하거나 물질 데이터베이스(MSDS·독성 DB) 정비 작업을 확대하는 등 내부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VHC(고위험성 물질) 리스트 확대와 미국 PMN 심사 강화로 인해 등록·평가에 필요한 문서 준비량이 크게 늘어난 만큼 유럽·미국 규제 대응 인력과 외부 전문기관 활용이 과거보다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전자 : RE100, '탄소 아닌 전력 게임' 전자업종에서는 탄소 절감보다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전환하는 흐름이 두드러진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으로, 국내에서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가입해 목표를 선언했다. 다만 이들 기업 국내 사업장에서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여전히 낮아 해외 사업장 대비 'RE100 실질 이행'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2024년 재생에너지 사용량이 1만 GWh를 넘겼지만 전체 전력 대비 재생에너지 비중은 30%대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재생에너지 확충 속도가 전력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점도 제약으로 꼽힌다. 대규모 PPA(전력구매계약) 체결을 추진해도 발전 프로젝트 부족, 인허가 지연, 전력망 병목 등으로 실제 조달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글로벌 고객사의 기준 강화도 부담이다. 애플·구글 등 주요 IT 기업들은 협력사 ESG 평가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율 비중을 높이고 있어 RE100 로드맵 이행 속도가 경쟁력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외부 제약에 더해 산업 자체의 전력 집약적 특성도 국내기업의 RE100 전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반도체가 초고전력 산업이라는 특성 역시 장애물로 작용한다. 미세공정 전환으로 전력 수요가 꾸준히 증가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과제가 되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규제 대응 속도'가 새 경쟁력 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전선은 더 이상 공장에 있지 않다. 규제 문서 한 장이 공장 증설 하나보다 무거워진 시대, '규제의 산업지도'를 읽는 역량이 향후 10년 한국 제조업 경쟁력을 좌우할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 제조업의 다음 전선은 공장이 아니라 관청이다. 보고서 한 장이 설비 하나의 가치보다 무거워진 시대. 강철부대의 시선이 머무는 곳엔 이제 '규제의 산업지도'가 펼쳐지고 있다.
2025-11-29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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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중·혐한의 장벽을 넘어서
한국과 중국 사이에 드리운 감정의 골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혐중’과 ‘혐한’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시대, 양국의 언론을 오가며 교류를 지켜봐 온 사람으로서 지금의 상황은 가볍게 볼 수 없는 심각한 흐름이다. 한국 내 일부 극우 성향 인사들의 도를 넘는 대중(對中) 비난은 이미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고, 중국의 젊은 세대에서도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반한 감정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감정의 불길은 서로를 향하고 있지만, 결국 그 불씨는 양국 모두에 상처만 남기고 있다. 한국에서는 김치, 한복, 문화 유산 논쟁이 반복되며 “차이나 아웃”이라는 구호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다. 하지만 우리는 이 구호 속에 감정의 과잉이 어느 정도인지 냉정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차이나 아웃’은 한국 사회 전체의 뜻이 아니다. 다양한 목소리가 동시에 존재하는 한국 특유의 여론 구조 속에서 일부 극단적 언행이 앞서 나가고 있을 뿐이다. 문제는 중국 내에서 이런 목소리가 한국 전체의 정서로 오해된다는 점이다. 한편, 중국도 한국의 목소리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예컨대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미국 백 홈”이라는 표현이 있어 왔지만, 미국은 이를 양국 관계 전체의 적대 의사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대국이 된다는 것은 말의 파고를 감당하는 그릇이 커진다는 뜻이다. 때로는 상대의 과장된 표현도 성숙하게 넘길 줄 아는 여유가 필요하다. 중국이 강대국으로 성장한 지금, 외부의 비판이나 과격한 표현에 흔들릴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 말은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국 역시 감정적 대응을 줄이고 논리와 사실 기반의 차분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정치적 긴장이나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감정이 앞서는 순간이 있을 수 있지만, 이를 근거 없는 혐오로 발전시키는 방식은 결코 현명하지 않다. 한국의 언론과 시민사회는 과잉된 감정을 경계해야 하고, 중국을 향한 비판이 정당하려면 더욱 이성적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웃한 두 나라가 감정의 언어가 아닌 협력의 언어를 다시 회복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한국과 중국은 단순한 인접국이 아니라, 경제·문화·교육·관광 등 수많은 분야에서 이미 깊이 결합 된 관계다. 갈등의 순간이 있었지만, 오랜 시간 쌓아온 교류의 토대는 분명 존재한다. 젊은 세대가 온라인 공간에서 서로를 조롱하는 데 익숙해지는 현실은 그 토대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이다. 나는 한국어, 중국어 신문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양국의 시선이 만나는 지점을 매일 바라보고 살아간다. 그래서 더욱 분명히 말할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은 협력할 때 더 크게 성장하지만, 등을 돌릴 때 함께 위축된다. 감정적 적대는 이익이 아니라 손실을 가져올 뿐이며, 상호 이해는 갈등을 줄이고 미래의 기회를 넓힌다. 이제 우리는 혐오의 시대를 넘어갈 결심을 해야 한다. 서로를 향한 불신이 아니라, 공존의 지혜를 모색할 시기다. 한중 관계의 내일은 감정의 파도 위가 아니라, 이성의 다리 위에서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양국의 언론과 시민, 그리고 정책 결정자들이 이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2025-11-22 10: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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