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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퇴직연금, '수익률 1등' 경쟁 격화…KB국민 vs NH농협 '양강 구도'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은행권이 퇴직연금 시장을 둘러싸고 치열한 1등 경쟁에 나서고 있다. 수익률, 적립금 증가율, 운용 방식 등 각 항목을 세분화해 '1등 타이틀'을 내세우며 퇴직연금 고객 선점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이다. 특히 KB국민은행은 자산배분 전략 상품으로 안정적 운용을, NH농협은행은 인공지능(AI) 기반 일임형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치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시작된 지난해 10월 30일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총 이용건수와 금액규모는 각각 8만7000건, 5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업권별로는 증권사로의 순유입(1조206억원)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은행과 보험사에서 각각 1조173억원, 33억원이 순유출된 결과다. 제도별로 살펴보면 개인형 퇴직연금(IRP)에서 자금 이동이 가장 컸다. 증권사로 7835억원이 순유입된 반면, 은행과 보험사에서 각각 7346억원, 490억원이 순유출됐다. 확정기여형(DC)에서도 은행과 보험사에서 각각 4501억원, 720억원이 빠져나가 증권사로 5220억원이 유입됐다. 다만 확정급여형(DB)에선 증권사에서 은행·보험사로 옮겨간 흐름을 보였다. 증권사에서 빠져나온 2850억원이 은행과 보험사로 각각 1673억원, 1177억원씩 들어가면서다. 이처럼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로 인한 증권사 중심의 자금 흐름과 공격적 투자상품 강화가 맞물리면서 위기감을 느낀 은행들은 자산 이탈을 막기 위한 차별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중 수익률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의 경쟁이 눈길을 끈다. 지난 2분기 말 기준 주요 은행 중 IRP 운용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국민은행은 자산배분 전략을 기반으로 한 상품을 통해 퇴직연금을 보다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시장의 변동성에 대응하면서 안정적 수익률을 거둘 수 있도록 디폴트옵션과 TDF(타깃데이트펀드) 등 상품으로 설계한 게 특징이다. 이를 통해 수익률 방어와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장기 운용에 적합한 퇴직연금 상품으로 고객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다음 달 '퇴직연금 인공지능(AI) 투자일임 서비스'를 도입하고, 9월엔 마이데이터 기반의 '퇴직연금 포트폴리오 자산관리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새로운 서비스를 확대 제공한단 계획이다. DC·DB형에서 운용 수익률을 선방한 농협은행은 AI를 활용한 일임형 퇴직연금 서비스를 재빠르게 도입하며 주목받고 있다.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의 투자 성향과 시장 상황을 반영하고 자동으로 자산을 조정하는 시스템으로, 맞춤형 운용 전략을 제시하는 게 강점이다. 디지털 전환에 발맞춰 퇴직연금 자산 관리의 편의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농협은행은 올해부터 조직개편을 통해 퇴직연금 전담 인력도 확충하고 있다. 퇴직연금지원센터와 퇴직연금마케팅팀을 확대하고, IRP 고객 대상으로 관리 수수료를 면제하는 등 관련 사업도 강화했다. 이 역시 경쟁 금융사 간 자금 이동 흐름이 급증한 데 따른 대응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편, 현재 보유하고 있는 상품을 새로 옮기려는 퇴직연금 사업자로 실물이전이 가능한지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사전조회 서비스'가 지난 21일부터 본격 개시되면서 금융사 간 고객 유치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기존엔 이전하려는 퇴직연금 사업자에 먼저 계좌를 개설하고, 실물이전을 신청한 후에나 조회할 수 있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고객의 노후를 책임지는 중요한 상품인 만큼 신뢰 기반의 운용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제는 단순한 수익률 경쟁을 넘어 차별화된 전략과 AI 기반 서비스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2025-07-23 06: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