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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데헌부터 귀멸의칼날까지"…편의점·쇼핑몰, '덕후 성지' 쟁탈전
[이코노믹데일리] 편의점과 복합쇼핑몰이 서브컬처 팬덤을 겨냥해 오프라인 매장을 ‘덕후 성지’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편의점은 캐릭터 협업 상품과 일본식 뽑기 기계를 들여 구매를 넘어 체험형 소비로 확장하고, 쇼핑몰은 굿즈숍과 팝업스토어를 전면에 내세워 1020세대 놀이터로 변모하고 있다. 25일 편의점 GS25에 따르면 최근 두 달간(8월~9월) 귀멸의 칼날, 픽셀리, 블루아카이브 등 인기 애니메이션·게임 IP(지식재산권)와 협업한 상품 매출은 6월~7월 대비 219.8% 증가했다. GS25와 넷플릭스 인기 콘텐츠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와 협업한 김밥·주먹밥·분식세트 등 상품은 정식 출시 첫날(17일)에만 무려 5만여개가 판매되는 등 인기를 끌었다. GS25는 지난 5월 업계 최초로 일본의 ‘이치방쿠지’를 키오스크 형태로 매장에 들여왔다. 이치방쿠지는 일본에서 2003년 시작된 ‘꽝 없는 캐릭터 뽑기’로, 1회 당 약 1만~1만5000원 정도의 가격에 참여할 수 있다. GS25는 “일본에선 종이 추첨으로 운영되나 GS25는 관리의 효율화 등 편의점 특성에 맞춰 키오스크로 도입했다”며 “현재 합정본점, 합정프리미엄점, 홍대클럽점, 뉴안녕인사동점 등 4개 점포에서 운영 중이며, 올 연말까지 10개 매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대의 키오스크에는 12종의 뽑기 콘텐츠가 운영되며 피규어·컵·쿠션·인형 등 인기 캐릭터 굿즈를 획득할 수 있다. 콘텐츠는 대원미디어가 관리하며 2~3개월 단위로 굿즈를 업데이트한다. CU에서도 케데헌 열풍에 따른 매출 특수를 얻었다. 방영 기간이던 7월과 8월 두 달간 해외 결제 수단 이용 건수는 전년 대비 185% 뛰었다. 김밥 매출은 전년 대비 231% 증가했고, 바나나 우유 등 디저트류도 인기를 끌었다. 복합쇼핑몰도 서브컬처 전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AK플라자 홍대점은 애니메이트, 위드뮤, 리밋션 등 국내외 유명 IP와 협업을 지속 확대해 왔다. 홍대 상권에 맞춘 만화 상품 판매점, 캐릭터 카페, K-팝 팝업스토어 등을 입점시키며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AK플라자 수원점도 홍대점처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를 겨냥한 IP 콘텐츠를 확대해 수원 상권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목표다. 수원점은 기존 건담베이스, 타미야, 도토리숲&애니랜드 매장을 포함해 약 500평 규모의 서브컬처 존을 구축했다. 이달부터 6개월간 애니메이트, 에스엠지홀딩스의 ‘OH! MAKE’, 네이버 인기 웹툰 ‘꽃이 삼킨 짐승’, 홍대 굿즈 편집숍 ‘더쿠’, ‘카와이토모’ 등 다양한 IP 콘텐츠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일본 캐릭터 굿즈숍 ‘다올상점’은 내달부터 합류하며, 같은 기간 홍대점 3층에서는 ‘메가하우스 홍대본점’이 문을 연다. AK플라자는 “수원점은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 연속 전년 대비 매출 신장을 기록하고 있다”며 “차별화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여 국내외 팬들에게 ‘가장 먼저 찾는 성지’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서브컬처는 이제 마니아층을 넘어 유통업의 새로운 성장 축이 되고 있다”며 “체험과 굿즈, 외국인 관광 수요를 결합한 모델이 앞으로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5-09-25 16: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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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원로 조갑제 선생 "진영 논리 넘어 法과 事實이 유일한 기준 돼야"
[이코노믹데일리] 오후 5시 무렵, 서울 종로구 세안문로 남서쪽 덕수궁을 내려다보는 오피스텔 고층 사무실 안은 일반 가정의 거실처럼 고즈넉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에는 대한민국 근현대사에 족적을 남긴 인물들의 전기와 국내 정치·국제 정세를 다룬 서적들이 빽빽히 꽂혀 있었다. 일부는 바닥과 책상 위에까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조갑제닷컴과 조갑제TV를 운영하는 조갑제 선생의 공간이다. 1945년생, 기자 생활 55년. 이제 ‘선생’이라는 호칭이 더 자연스럽다. 그는 “내 글방이 곧 내 전선”이라며 “책은 역사의 흔적, 기자는 그 흔적을 기록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곤 하는 그의 면면이 한번에 느껴진다. 보수와 진보 구도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 사회에서 조갑제 선생은 오랫동안 보수의 핵심에 있어온, 보수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그러던 그가 지난달 발간된 저서 ‘윤석열 몰락의 기록―대통령이 대한민국을 공격했다’에서 전임 대통령의 재임 중 벌인 군사 쿠데타에 대해 “국가 파괴 행위”라 규정하며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보수 출신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해 냉철하게 비판했고 단호하게 쿠데타 세력과도, 부정선거와 같은 음모론과도 칼같이 거리를 뒀다. 어줍잖은 인물이 이미 실권 잃은 전직 대통령 한번 더 패대기치기하는 정도였다면 그리 관심 갖진 않을 게다. 그간 보수의 기치를 지켜온 그였기에 그가 버린 것, 그가 취한 것에 관심을 갖게 만든다. 보수·진보를 지나 극우·극좌가 난무하며 종교인지 정치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이념 과잉이 광신처럼 뒤범벅이 된 지금의 우리 사회에서 자신을 있는 대로 드러낸 채 공개적으로 뭔가를 취하고 버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선택인가. 이념의 미친 굿판 같은 이 사회를 향해 조갑제는 이제 보수·진보란 용어에서 탈피해 사실과 법치를 우선시할 것을 제안하며 음모론과 극단주의에 선을 그었다. “지금 (글로벌 사회) 전체적인 분위기가 굉장히 극단화돼 있다. 둘러보면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고, 여러 나라에서 이제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조갑제 선생은 얼마 전 미국 조지아주에서 미국 이민당국이 한국인 300여명을 일주일간 구금한 사건을 예를 들었다. “우리 근로자들이 그 피해자가 돼 비루한 구금시설 시설에서 일부는 쇠사슬까지 찼고, 임산부도 구금되는 그런 막무가내 상황이었다. 일부 업무용 비자를 가진 사람들도 있었지만 일방적으로 다 구금시설에 집어 넣어버렸다.” 그는 “이 사건은 일종의 ‘본보기’였다”며 “세계 곳곳이 이 같은 불안정성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왜 이 같은 경향들이 나타난다고 보는가. “지금 세계 전체가 극단화돼 있다.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 브라질, 유럽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가 진영 논리에 갇히고, 언론은 자극적 이슈를 확대 재생산하며, 사회 전체가 불신과 분노에 휩싸였다. 한국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조금만 자극을 줘도 터질 만큼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태다.” -특히 우파의 극단화 원인은 무엇에서 찾을 수 있나. “부정선거 음모론에 그 뿌리가 있다. 한국의 2020년 4월 총선 부정선거론자들과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연계된 일종의 부정 선거 삼각 동맹이 형성됐다. 근거 없는 주장인데도 한국의 보수 내부를 깊이 분열시켰다. 음모론은 한 번 뿌리 내리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인터넷과 유튜브, 일부 교회가 이를 증폭시키며 사실처럼 퍼뜨려 극우화가 심화됐다.” -왜 유독 한국 보수가 큰 타격을 받고 궁지에 몰린 상황이 됐나. “지금도 우리 사회에 보수층으로 불릴 수 있는 국민은 약 45% 수준으로 건재하다. 하지만 이를 대표하던 보수 세력은 거의 궤멸적 타격을 입었다. 국민의힘은 이미 극우화했고, ‘보수당’으로서의 존재 가치는 사라졌다. 그 시작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서 비롯됐다. 탄핵까지 안 갔을 수도 있는 일을 비박 세력과 민주당 세력이 손을 잡고 선동적인 가짜 뉴스에 기초해 탄핵을 시킨 것이다. 그 혼란 속에서 보수는 윤석열이란 검찰총장을 영웅화했고, 그가 대통령이 된 뒤 그의 폭주를 견제하지 못했다. 지금 보수 세력의 괴멸은 윤석열의 폭주를 견제하지 않고 오히려 진영 논리에 빠져 박수부대가 되고 팬클럽이 된 대가다. 윤석열이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걸 봤을 때 브레이크를 걸었어야 했다. 탄핵 이후에는 이념보다 감정이 앞섰고, 결국 합리적 토론의 장을 스스로 버린 셈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가장 큰 실책은 무엇이라 보는지. “청와대에서 대통령실을 국방부 청사로 옮긴 결정부터가 법과 경호 상식을 무시한 처사였다. 그때부터 불안했다. 한국 현대사를 부정을 하고 어떻게 청와대를 ‘제왕적 권력의 상징’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그건 모독이다. 그 말을 했다는 것은 윤석열의 머릿속에는 보수적 역사관이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후 이준석 전 대표를 치사한 방식으로 몰아내며 내부 총질을 시작했다. 의료정원 확대와 의사 집단 적대화, 지난해 12·3 계엄령 선포까지 모두 내부를 향한 공격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좌파와 싸운 적이 없다. 항상 자기편을 향해 총을 겨눴다. 이런 행보가 보수 세력의 붕괴를 재촉했다.” -지난해 12·3 계엄령의 배경은 무엇이었다고 보는가. “김건희 여사를 보호하려는 목적이 핵심이었다고 본다. 윤 전 대통령의 음주 문제, 부인과의 비정상적 관계, 주술적 영향, 그리고 부정선거 음모론이 뒤엉킨 결과였다. 저는 이를 ‘망상적·발작적 결정’이라 표현한다. 한 국가의 수장이 개인적 불안과 가족 문제를 국가 운영에 투영한 전례 없는 사례다.” -부정선거 음모론의 해악을 거듭 강조하셨는데. “대통령이 직접 부정선거를 언급하면 국민은 믿을 수밖에 없다. 이는 한국인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악령’과 같다. 한국 개신교 일각이 이를 퍼뜨리며 교인들을 현혹했는데 이는 종교를 빌미로 삼은 범죄다. 전 국민의 30%, 국민의힘 지지층의 60%가 한때 이 음모론을 믿었다. 공산주의가 한반도를 분단시킨 것만큼이나 오랜 후유증을 남길 것이다.” -음모론에서 벗어날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나. “철저한 수사와 형사처벌이 필요하다. 단순히 특검이 외관죄를 수사할 것이 아니라, 부정선거 음모론의 발원과 유포 경로를 규명해야 한다. 이를 뿌리 뽑지 않으면 보수는 물론 한미동맹까지 흔들린다.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거짓 주장을 바로잡기 위해 수년간 법적 절차가 이어졌듯이, 한국도 단호해야 한다.” -우리나라 보수 세력 재건 가능성은. “보수는 지난 80년간 우리나라 산업화와 문명 건설의 주인공이었다. 군, 기업, 의료보험, 중화학 공업, 사회 인프라 모두 보수가 만든 업적들이다. 그러나 박근혜·윤석열 사태를 거치며 보수 세력의 절반은 좀비화·컬트화됐다. 이제는 법치와 사실을 기준으로 ‘국가 중심 세력’으로 재편해야 한다. 국민의힘 해체 수준의 혁신이 필요하다 이준석·한동훈 세력 등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보수의 이름을 되찾으려면 ‘보수’라는 말 자체보다 실질적 가치와 원칙을 회복해야 한다.” -그간 사회 전반의 지적(知的) 기반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해왔는데. “한국어의 70%는 한자어다. 이를 몰라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면 어휘력·판단력이 떨어지고, 고급 학문도 어려워진다. 저는 이를 ‘국가적 치매화’라고 부른다. 국민의 분별력이 약해지니 부정선거 음모론이 먹히는 것이다. 한자 교육을 강화하지 않으면 국민적 사고력이 점차 퇴화해 민주주의 운영도 불안정해질 것이다.” -젊은 세대가 통일 필요성에 회의적이란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갖고 계신 걸로 안다. “그 책임은 기성세대에 있다. 우리 한민족은 ‘일민족 일국가(一民族 一國家)’의 전통을 갖고 있다. 헌법 제4조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명령하고 있다. 평화 공존은 임시일뿐, 통일을 포기하면 한국은 역사적 정통성을 잃고 결국 식민지화될 수 있다. 과거 서독처럼 실력을 기르며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통일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조갑제 선생은 “보수와 진보, 진영 논리를 넘어 법과 사실이 유일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한국 사회의 극단화와 보수 진영의 몰락을 “분별력의 붕괴”로 진단했다. 이어 그는 우리 국민이 사고력을 높이고 분별력을 찾고 역사의 향방을 찾아내는 방안의 하나로 ‘회고록 쓰기’를 권장했다. “개개인의 회고록들이 모여 역사의 흐름을 만들어 내고, 그 안에서 자연스레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아내는 집단지성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회고록 쓰기를 다시 한 번 당부했다. 그의 말 속에는 55년 기자 생활이 남긴 집요한 현실 감각과, 국가를 향한 냉철한 애정이 동시에 묻어 있었다.
2025-09-2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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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칼 간 폴스타…신형 전기차 '폴스타 5' 공개
[이코노믹데일리] 스웨덴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가 자사의 플래그십 '폴스타 5'를 9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이번 신제품은 4도어 퍼포먼스 그랜드 투어러(Grand Tourer, GT)로 지난 2020년 공개한 콘셉트 모델 '프리셉트'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플스타 5는 자체 개발 본디드 알루미늄 플랫폼과 800볼트 기반 폴스타 퍼포먼스 아키텍처 및 SK온의 NMC(니켈·망간·코발트) 배터리 등을 탑재했으며 발표된 성능은 최대 출력 650kW(884마력), 최대 토크 1015Nm(103.5kgm)이다. 폴스타 5는 24개국에서 온라인 주문을 시작했으며 한국에서는 오는 2026년 2분기 출시 예정이다. 글로벌 판매 가격은 폴스타 5 듀얼모터(최대 출력 550kW, 최대 토크 812Nm) 11만9900 유로(약 1억9000만원), 폴스타 5 퍼포먼스(최대 출력 650kW, 최대 토크 1015Nm) 14만2900 유로(약 2억3000만원)이며 국내 가격은 미정이다. 마이클 로쉘러 폴스타 최고경영자는 "폴스타 5는 미래를 현재로 가져온 모델"이라며 "스칸디나비아 순수 디자인, 독자적 플랫폼, 강력한 모터, 정교한 섀시, 최첨단 기술, 그리고 지속 가능한 소재로 구성된 폴스타 5는 완벽한 플래그십 모델"이라고 말했다.
2025-09-09 11: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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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대우·현대건설 줄줄이 사망사고… 정부, 입찰금지·과징금 정조준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건설현장에서 잇따른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정부가 건설사의 안전관리 수준을 공공입찰 자격과 직접 연동하는 초강수 대책을 내놨다. 근로자 287명이 목숨을 잃은 올 상반기 산업재해 통계는 충격적이었다. 정부는 ‘산업재해 감축이 곧 성장의 길’이라는 기조 아래 사고 다발 기업에 대해 입찰 영구 배제와 과징금 부과까지 검토하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6월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287명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감소했지만, 사고 건수는 오히려 늘어났다. 지난달 경기도 의정부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하청 노동자가 6층에서 추락해 숨진 사고는 안전고리조차 채우지 않은 채 작업에 투입된 사실이 확인되며 충격을 더했다. 경찰과 노동부는 원청인 DL건설 본사와 하청업체에 대해 압수수색에 착수했고, DL건설 대표와 임원 전원이 사표를 제출했다. 산업재해의 상당수가 건설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국회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10대 건설사에서 발생한 사고재해자는 1만명을 넘었고, 대우건설이 1931명으로 가장 많았다. 사망자는 현대건설 17명, 롯데건설 15명, 대우건설 14명 순이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효과는 제한적인 수준에 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공공입찰 제도 전반을 손보기 시작했다. 지난달 조달정책심의위원회는 공사 입찰평가에 ‘안전평가’ 항목을 신설하고, 이를 시공능력 평가와 동등한 비중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안전 역량이 부족한 건설사는 공공사업 참여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2명 이상 사망 시 입찰 제한’ 기준도 확대돼, 반복적으로 사망 사고가 나는 기업은 연간 사고 수에 따라 입찰이 차단된다. 건설사들의 제재 회피를 막기 위해 법인 분할, 명의 변경에 따른 책임 회피 방지책도 함께 도입된다. 임기근 기획재정부 차관은 “계약 단계에서부터 안전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안전 투자에 대한 지원도 병행할 것”이라며 “중대재해를 반복하는 기업은 입찰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대형 건설사들이 반복적으로 중대재해를 일으키고도 책임을 회피해 왔다”며 “입찰 자격 영구 박탈과 과징금 부과 등 강력한 제재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현재 과징금 제도 신설을 논의 중이다. 형사처벌과 병행해 실질적 억제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원·하청 다단계 구조에서 비롯되는 안전관리 공백에도 칼을 빼들었다. 정부는 하도급 관리 강화, 안전 예산 의무화, 안전 전담 임원 책임 명시 등 제도 보완을 추진하고 있다. 현장 중심의 관리 체계를 기업 경영 전반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건설사들도 변화에 나섰다. 일부는 안전 조직을 본부급으로 격상하고, 안전 예산을 대폭 확대하는 등 대응에 나서는 분위기다. 입찰 경쟁에서 ‘안전 가중치’가 사실상 결정적 변수가 되면서 안전이 기업 생존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 의도는 이해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에 더해 과징금, 입찰 제한까지 중복 규제가 가중되면 실질적 개선보다는 현장 혼란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학과 교수는 “벌금, 형사처벌, 영업정지, 손해배상 등 5중 제재가 이미 작동하고 있다”며 “현장 실정을 반영한 법·제도 정비와 정부의 유인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5-09-01 12:4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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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덕질 아니어도 괜찮아"···남의 덕질에 인생 걸어본 적 있나?
[이코노믹데일리] 소소한 내 생활 속 즐거움 중 하나는 매주 토요일 오전 방송되는 영화 소개프로그램을 보는 것이다. 콘플레이크를 한 그릇 말거나, 그릭 요구르트에다 망고젤리를 섟어 떠먹으며 새로 개봉할 영화를 미리 보거나 추억 속 영화를 소환하는 프로그램들을 즐긴다. 그런데 지난 주말 눈이 띠용~하는 예고편이 흘러나왔다.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미슐랭 3스타를 꿈꾸는 셰프의 이야기 ‘그랑 메종 파리’. 이달 27일 개봉 예정작인데, 깜짝 놀랄 배우가 등장했다. 진짜...김탁구? ‘김탁구’란 한국 팬들 사이에 통용되는 일본 배우 기무라 타쿠야의 애칭이다. 김탁구와 티격태격 브로맨스를 선보이는 디저트의 장인역은 한국의 눈썹 미남 옥태연. 배우들 국적이 다른데 각자 일본어, 한국어, 프랑스어를 말하면 상대가 알아듣고 자기 모국어로 답한다는 설정이다. 이 설정이 웃음의 포인트다. 입장 곤란할 땐 “뭔 말인지 모르겠어” 해버리면 되니까. 2025년 여름, 기무라 타쿠야가 다시 온다…“추억은 상영 중” 내가 기무라 타쿠야 덕후가 아니다 보니 한동안 못 본 사이 51세가 된 그는 여전히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젊고 건강한 모습이었다. 장인정신이 칼같이 서 있는 카리스마 넘치는 그의 눈빛을 보는 순간, 나는 2007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났다. 그해 봄 그는 영화 ‘히어로’ 촬영차 부산을 찾았고, 나는 직장 후배와 함께 그를 보기 위해 부산행 기차에 올랐다. 기무라 덕후는 후배였고, 나는 후배 덕질을 지원하기 위해 따라나선 입장이었다. 후배가 부산 해운대 호텔 2인실을 예약하고 부산행 기차 티켓 구매까지 다 본인 돈으로 지불했다. ‘히어로’는 일본 영화지만 한국 현지 촬영은 한국 영화사가 맡아 장소 섭외, 촬영장 정리 등을 맡았다. 가능하면 가까운 곳에서 기무라를 보고 싶어하는 후배를 위해 우리는 미리 서울서 취재를 빙자해 한국쪽 현지 촬영 감독님을 만나러 갔고, 얘기하다 보니 그분이 나와 같은 역사덕후(다음에 제대로 얘기하겠다)라서 죽이 척척 맞아 취재팀 호텔을 알려줘 같은 호텔을 예약했다. 우리가 토요일 부산에 도착해 촬영장에 나타나자 ‘덕심’에 감동한 감독님이 촬영장 입장용 아이디 카드 두 개를 주셨다. 뛸 듯이 기뻤다. 촬영장 안에서 그를 가까이 볼 수 있다는 마음에. 형사 역할의 기무라는 밝은 갈색 커트 머리가 어깨 정도까지 내려왔고 브라운 체크 셔츠, 슬림한 청바지, 그리고 갈색 워크화 차림으로 당장이라도 랭글러 지프를 몰고가면 딱 어울릴 모습이었다. 촬영장에서 기무라의 실물을 ‘영접’하니 영화에서보다 더 멋졌고, 스텝들에게도 친절했다. 후배는 그가 아내에게 극진한 사랑을 보인다는 점에서도 숭배했다. 우리 둘이 벽에 붙어 촬영 장면을 지켜보다 우연히도 나는 기무라와 눈이 잠시 마주치는 놀라운 순간을 맞이했다. 그런데 진짜 기무라 덕후였던 후배는 아이컨텍을 못 했다. 후배가 “아. 아쉽다”하는데 “난 아이컨텍 했어”라고 어찌 말하나. 딱 ‘덕개못’(덕질을 개처럼 했지만 못 봤다의 줄임말)이었다. 다행히 그날 저녁 광안리 국밥집 한 곳 전체를 촬영장 삼아 기무라 일행이 식사하는 장면을 촬영하는데 그 친절한 감독님이 후배를 불러들여 단역들 사이에 앉아 방에서 식사하는 기무라와 가까이 있도록 배려해줬다. 나중에 화장실 오가는 길에서 기무라와 마주쳤는데 너무나 당황해 한 마디도 못하고 지나쳤단다. 그래도 그와 마주쳤음에 황홀해하는 후배였다. 기쁨에 넘친 후배는 다음날 아침 식사 비용까지 냈다. 해운대인데도 전라도식 조반이 나오는 식당을 들렀다. 들뜬 마음에 어린 시절 맛있게 먹던 꼬막찜 한 접시를 다 비웠다. 식후 후배는 부산의 병원에 입원해 계신 할머니 문병을 위해 해운대를 떠났고, 나는 귀경 전 기차 시간이 남아 주변 구경을 한 뒤 출발하기로 했다. 해운대 모래사장에 앉아 바다 경치를 즐겼다. 어느 순간부터 따뜻한 모래에 닿은 엉덩이 부분이 근질거렸다. ‘느낌이겠지.’ 점점 더 심해졌다. 나중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가려움에 “뭐가 물었나”하며 화장실 가서 거울로 가려운 부위를 봤다. 크림통 뚜껑 만하게 붉게 피부가 돋아 있었다. 아차차! 내 조개 알레르기. 덕질 동참에 넋이 나가 조개 알레르기조차 잊은 댓가였다. 후배가 덕질 여행 경비를 다 댔지만 난 후유증으로 피부과 비용을 물어야 했다. 역시 세상엔 공짜가 없다. 수업 빼먹고 친구따라 ‘레이프 가렛’ 공연덕질 타인 덕질에 훌쩍 뛰어드는 내 경험이 시작된 건 훨씬 오래 전이다. 고등학교 2학년, 그때는 수업 있는 날 연예인 공연을 보러 간다는 것 자체가 상상도 안 되는 시기였다. 하지만 내 짝이던 그 친구는 달랐다. 미국 아이돌 레이프 가렛의 열혈 팬이었고, 가렛의 방한 소식에 거의 혼이 나가 있었다. “나 무조건 가야 해! 같이 가자! 티켓 내가 구할게!” 똘기 충만한 그 친구의 눈빛에 휘말려 결국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학교를 결석하고 친구 따라 공연장으로 향했다. 우리 자리가 중간쯤이다 보니 가렛의 얼굴이 콩알만큼 보였다. 어느 순간, 우리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통로에서 무대 앞으로 뛰쳐나갔고 가렛의 얼굴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그게 어떤 감정이었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가 너무 멋있어서였는지, 친구의 열정을 함께한 모험이 짜릿해서였는지. 어쨌든 그날은 친구의 덕질이었지만, 결국 ‘우리의 덕질’이 됐다. 돌이켜보면 이 두 에피소드는 공통점이 있다. 덕후 본인이 비용을 대는 덕질에 내 몸과 마음과 시간을 내줬고, 대신 감정과 경험과 기억을 얻게 됐다. 이렇게 덕질은 철저히 자발적이고, 때로는 열정적으로 비용을 소비하게 만든다. 나는 표를 사지 않았고 숙소비도 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 현장에 있었고 같은 마음으로 웃고, 울고, 설렜다. 덕질은 그렇게,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나눌수록 풍성해지는 감정의 경제 활동이다. 그리고 그 누구도 억울해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건 언제나, 의리의 덕질이니까.
2025-08-1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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