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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이후의 경쟁력…한국 대기업, 전략 무대가 바뀐다
※ '강철부대'는 철강·조선·해운·방산 같은 묵직한 산업 이슈를 유쾌하게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붉게 달아오른 용광로, 파도를 가르는 조선소, 금속보다 뜨거운 사람들의 땀방울까지. 산업 한복판에서 만나는 이슈를 '강철부대원'처럼 직접 뛰어다니며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는 주말, 강철부대와 함께 대한민국 산업의 힘을 느껴보세요! <편집자주> [이코노믹데일리] 한국 대기업들은 더 이상 '무엇을 더 만들 것인가'를 묻지 않는다. 대신 사업을 키우기 전에 리스크가 폭발하지 않도록 구조를 먼저 설계할 수 있을지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공장 증설과 설비 투자가 성장의 상징이던 시기를 지나 이제 경쟁력의 무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구조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연료전지 제조 자회사 청산, 한화그룹은 에너지 계열 지분 구조 재편 등에 나섰다. 이들 대미 수출기업들의 통관 리스크 대응 강화는 각기 다른 사안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제조와 외형 확장을 중심에 둔 전략에서 벗어나 비용과 리스크가 통제 가능한 구조를 먼저 설계하는 방향으로 기업 전략이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고정비와 물리적 구조 리스크 연료전지·발전설비·신재생 제조 사업은 표면적으로는 미래 산업처럼 보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구조는 결코 가볍지 않다. 막대한 초기 투자비(CAPEX)에 프로젝트 단위 수주 구조가 결합돼 규모를 키워도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되기 어렵다. 설치 이후에는 장기간 유지·보수와 성능 보증 책임이 뒤따르고 규제 환경 변화에 따라 비용 구조가 흔들릴 가능성도 크다. '만들수록 좋아지는 사업'이 아니라 '만들수록 고정비가 쌓이는 사업'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최근 대기업 전략의 핵심은 제조 자체가 아니라 제조가 불러오는 구조적 부담을 어디까지 감내할 수 있느냐다. 일부 기업이 제조 사업에서 한 발 물러났다고 해서 해당 산업을 포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직접 키울 영역과 외부에서 조달할 영역을 구분하며 그룹 전략과 맞지 않는 고정비 구조를 사전에 차단하는 선택에 가깝다. 통관·증빙이 가르는 제도적 구조 리스크 미국의 반덤핑·상계관세, 232조 관세, 우회덤핑 규제가 상시화되면서 대미 수출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은 관세율이 아니라 통관 단계의 설계로 옮겨갔다. 품목 분류 방식, 철강·알루미늄 함량 가치 산정 기준, 증빙 체계 관리 수준에 따라 실제 부담 비용이 크게 달라지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회계·법무·통관·지배구조가 비용으로 인식됐다면 지금은 이 영역들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같은 제품을 만들어도 구조 설계에 따라 이익이 남을 수도, 리스크로 돌아올 수도 있는 환경이다. 생산 능력보다 내부 통제와 설계 역량이 먼저 평가받는 시대가 된 셈이다. 자본과 지배가 만드는 전략적 구조 리스크 구조부터 손보는 전략은 제조와 수출 현장뿐 아니라 자본과 지배 구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화그룹이 에너지 사업 방향을 논하기에 앞서 자본과 지배 구조를 먼저 정비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최근 한화그룹 오너 3세가 한화에너지 지분 일부를 재무적 투자자(FI)에 매각하며 지분 구조를 재편한 결정은 사업 확대나 축소를 곧바로 판단하기 위한 조치라기보다 향후 전략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한 사전 정비에 가깝다. 그동안 한화에너지는 오너 일가 개인 자본이면서 동시에 그룹 지배 구조와 맞물려 있는 특수한 위치에 있었지만 이번 거래를 통해 그룹 전략을 위한 자본과 오너 개인이 운용할 수 있는 자본의 역할이 보다 명확히 분리됐다. 특히 그룹 핵심 비상장 계열사에 외부 자본을 받아들였다는 점은 의미가 작지 않다. 이는 당장의 상장이나 사업 방향을 예고하기보다 향후 에너지 사업을 키우거나 조정할 경우 외부 자본의 검증과 시장 기준을 수용할 수 있는 구조를 미리 만들어두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사업을 먼저 키운 뒤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구조 리스크를 먼저 정리한 뒤 사업 선택지를 열어두는 전략이 전면에 올라온 것이다. '확대' 아닌 '확률' 택한 경영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한국 대기업 전략이 보수적으로 변했다고 보지 않는다. 대신 확률과 회수 가능성을 우선하는 '냉정한 경영' 단계로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보다 비용과 리스크가 폭발하지 않도록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가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됐다는 의미다. 공장을 짓지 않는 선택은 위축이 아니다. 규제와 비용, 자본과 리스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한국 대기업들은 이미 경쟁의 무대가 바뀌었음을 읽어냈다. 더 많이 만드는 쪽이 아니라 무엇을 만들지 않고 어떤 구조를 남길지를 설계하는 쪽으로 조용히 이동하고 있다. 생산량이 아니라 구조의 완성도가 기업의 생존을 가르는 국면이다. 강철부대의 시선이 머무는 곳, 한국 대기업들은 더 이상 공장 앞에 서 있지 않다. 생산량을 늘리는 경쟁에서 벗어나 관세와 자본, 지배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승부하는 기업만이 다음 판에 남고 있다.
2025-12-20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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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내년 AI·반도체 투자 메가딜로 공급망 재편 가속화"
[이코노믹데일리] 글로벌 통상질서가 WTO 체제 출범 이후 30년 만에 구조적 전환기에 진입했다는 진단 속에 한국 기업과 공급망에 미칠 영향을 선제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대한상의 국제통상위원회'를 열고 한미 관세협상 타결 이후의 통상환경을 진단하며 2026년 통상질서 변화에 대한 기업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이계인 국제통상위원장(포스코인터내셔널 대표이사),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을 비롯해 우태희 효성중공업 대표이사, 양서진 SK하이닉스 부사장,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 엄재동 대한항공 부사장, 조영석 CJ 부사장, 두산 이상목 부사장, 고윤주 LG 전무, 김경일 한화 전무, HD현대 이덕희 상무 등 주요 기업 대표와 임원이 참석했다. 정부 측에서는 지민정 산업통상부 다자통상협력과장이 참석했다. 이계인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올해 통상환경을 "불확실성이 컸던 한 해"로 평가하면서도 "정부와 기업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주요 리스크에 안정적으로 대응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한미 관세 합의 공식화로 통상환경의 예측 가능성은 회복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관세 부담과 글로벌 보호주의 확산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성정민 맥킨지앤드컴퍼니 글로벌연구소장은 30년간 이어져 온 글로벌 무역·투자 질서가 "단순한 디커플링이 아니라 전면 재편 단계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성 소장은 "AI·반도체·배터리 분야를 중심으로 한 초대형 투자 메가딜이 생산 거점과 공급망을 다시 구성하고 있다"며 "미국이 한국·대만의 반도체 투자를 대거 흡수하고 한국의 대중국 투자는 팬데믹 이후 크게 감소하는 등 공급망 이동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 기업 경쟁력은 어디에서 가장 싸게 생산하느냐보다 어디에 투자해야 리스크를 줄이고 시장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지정학적 환경을 고려한 운영 전략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장은 "2026년은 관세·비관세 장벽·환경 규제가 동시에 강화되는 구조적 전환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미국의 고율 관세, 비관세장벽,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동시에 철강·자동차 등 주요 제조업에 복합적인 부담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미 관세 합의로 통상환경의 예측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환경규제와 현지 투자 부담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며 "2026년은 준비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 격차가 벌어지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한 기업들은 통상환경 변화에 대한 현장 의견을 공유했다. 한 기업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허가 지연 등으로 공급망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외교적 협의를 통한 신속한 대응과 함께 중장기적 확보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조달 요건과 현지화 기준이 강화되면서 시장 진입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멕시코의 관세 인상 움직임 등 제3국 통상조치에 대해서도 범정부 차원의 외교적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건의했다. 윤철민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장은 "현재의 통상환경 변화는 단기간의 변동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이어질 구조적 흐름"이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금융·규제·공급망 전반에서 민관 협력이 강화돼야 하며 대한상의도 기업들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지원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25-12-17 14:5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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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과잉' NCC업계, 전기료 부담 가중… "실적 하락세로 '가시화'"
[이코노믹데일리]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국내 나프타분해설비(NCC) 업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운데 전기요금 부담까지 가중되며 실적도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화학업계는 전기요금 감면책에 대한 필요성을 피력해 왔지만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석화 지원 특별법에는 빠져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15일 한국화학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주요 NCC 업체 7곳의 매출원가(제품 생산을 위해 사용한 비용) 대비 전기료 비중은 3.10%로 집계됐다. 이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본격화한 2022년 2분기(1.20%) 대비 약 2.6배 상승한 수준이다. NCC 업체 7곳은 LG화학,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한화토탈에너지스, 대한유화, 여천NCC, HD현대케미칼로 NCC 설비 통폐합 대상 기업이다.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 3년 사이 70% 넘게 오르면서 석화업종의 원가 부담을 키웠다. 한국전력공사의 용도별 전기요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분기 1킬로와트시(kWh)당 105.5원에서 2024년 4분기에는 185.5원으로 75.8%가 올랐다. 동 기간 주택용은 31.4% 인상된 것에 비해 인상폭이 약 2배다. 이에 석화업계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인한 NCC 통폐합이 진행 중에 국내 석화업계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호소하며 전기요금 감면책에 대한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해 왔다. 한국화학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요 NCC 업체 7곳의 올해 2분기 영업손실률은 4.64%다. 중국, 미국 등과 비교했을 때 원가 경쟁력도 불리한 위치에 있어 지원이 절실한 상태다. 올해 국가별 산업용 전기요금은 중국과 미국이 각각 kWh 당 127원, 116원으로 해당 국가들과 비교해 봤을 때 한국(192원)은 원가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인한 업계 불황은 물론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도 얽혀 있는 부분이 있어 업계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업계 측에서는 계속해서 부담을 덜 수 있는 방향으로 전기료 체계를 개편해달라고 요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은 대규모 설비 24시간 가동이 필수적인 장치산업이다. 지난해 석유화학업계의 전력 소비량은 4163만1203MWh(메가와트시)로 국가 전체 사용량(5억4982만665MWh)의 7.6%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서 전기요금 감면책은 빠져 '알맹이 없는 대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다른 산업과 형평성, 현재 적자를 내고 있는 한전의 피해 등을 언급하며 석화업체에 대한 전기요금 감면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석화업계에서는 산업위기지역에 한정해 전력산업기반기금(전기료의 2.7%)을 활용해 전기료를 할인하거나 전기가 덜 사용되는 경부하 시간대(오후 10시~오전 8시)에 전기료를 감면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타 업계와의 형평성에 대해 "철강 등 전기를 계속해서 사용하는 업계와 함께 계속해서 논의 중"이라며 "업계 간 대화를 이어가고 공동으로 정부에 전기료 인하 등을 요구해 나갈 예정"이라고 답했다.
2025-12-15 17: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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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수소 수요 1억톤 돌파...IEA, "청정수소 확대는 정책 지원이 관건"
[이코노믹데일리] ※오일머니에서는 정유 석유화학 분야와 관련된 이슈 흐름을 짚어냅니다. 매주 쏟아져 나오는 기사를 종합해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고 풀어내겠습니다. <편집자주> 세계 수소 수요가 사상 최초로 1억톤(t)을 돌파할 예정이다. 넷제로(Net-Zero) 흐름 속에서 '청정 수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한국은 청정 수소 발전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50년까지의 장기 에너지 동향을 분석한 '세계 에너지 전망(WEO) 2025'에 따르면 2024년 세계 수소 수요는 약 1억톤이었고 2025년에는 해당 수요량을 웃돌 전망이다. 정유와 화학 산업이 수소 수요와 공급을 견인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소 수요는 정유, 암모니아, 메탄올, 철강 등 기존 산업에 전반적으로 집중돼 있다. 공급도 여전히 화석연료 기반이 압도적이다. 보고서에서는 2024년 수소 공급이 여전히 화석연료 중심으로 이뤄졌고 수소 생산에 2900억 세제곱미터(㎥)와 천연가스 9000만톤(Mtce)이 수요 생산에 사용됐다고 짚어냈다. 반면 청정수소 수요는 2024년 전체 수요의 1% 미만에 머물러 있다. 차세대 바이오연료, 자동차, 합성연료, 발전 등 신 분야에서 활용이 증가하고 있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청정수소란 생산부터 소비까지 과정에서 탄소배출이 없거나 현저히 낮은 수소다. 문제는 청정수소 공급에서부터 발생하는 차질이다. 청정수소는 높은 개발 비용으로 인해 상용화가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프로젝트 파이프라인 중 FID를 통과한 비중은 약 10~15%에 불과하다. IEA는 청정수소 생산량이 2025년에는 약 100만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2030년 기준 잠재적 청정수소 생산량은 연간 3700만톤이지만 이는 현실적이지 않은 수치다. 2030년까지 FID를 넘어 착공과 운영 단계까지 나아간다면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 생산량은 연간 약 400만톤에 불과하다. 여기에 추가로 정부의 정책 지원이 더해질 경우 늘어날 수 있는 잠재량은 연간 약 600만톤이라고 IEA는 평가했다. 이에 한국은 특히 저배출 수소 사용 확대 가속화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유럽연합(EU), 일본 등의 정책 이니셔티브가 저배출 수소의 확대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경우 수소 로드맵, 수소경제 활성화 정책, 수소 발전 프로젝트 등을 진행 중이다. IEA는 해당 보고서를 통해 "비용이 많이 드는 저배출 수소는 정책적 지원 없이는 산업 도입 속도가 느리다"며 "정부가 세금 감면, 보조금, 의무 사용, 기술 R&D 지원 등을 제공하면 저배출 수소 수요와 공급 확대를 가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5-12-14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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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흔들리는 사이… K-중공업에 '전략적 틈새' 열렸다
※ '강철부대'는 철강·조선·해운·방산 같은 묵직한 산업 이슈를 유쾌하게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붉게 달아오른 용광로, 파도를 가르는 조선소, 금속보다 뜨거운 사람들의 땀방울까지. 산업 한복판에서 만나는 이슈를 '강철부대원'처럼 직접 뛰어다니며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는 주말, 강철부대와 함께 대한민국 산업의 힘을 느껴보세요! <편집자주> [이코노믹데일리] 중국 중심으로 돌아가던 중공업 질서에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값싼 물량으로 세계 중공업 시장을 밀어붙이던 중국의 철강과 조선, 그 바깥에 있던 방산까지 규제와 정책 변화가 겹치며 글로벌 산업 판도가 미세하게 이동하고 있다. 이 틈에서 포스코·현대제철·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 국내 중공업 기업들이 '버티는 주체'가 아니라 '자리를 옮기는 주체'로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탄소 규제는 철강 질서를 바꾸고 공급 피로는 조선의 우위를 흔들며 정책 수요는 방산 방향을 바꾸고 있다. 철강→조선→방산으로 이어지는 중공업 핵심 축 전반에서 '중국 약세·한국 기회'가 동시에 작동하는 국면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공업 환경 변화는 단순한 경기 사이클 조정이 아니라 공급망 권력 이동의 성격을 띠고 있다. 중국 중심의 저가·대량 공급 구조가 규제와 정책 변화에 부딪히면서 상대적으로 규제 대응력이 높은 국가와 기업으로 판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철강, CBAM이 흔드는 중국 가격 경쟁력 가장 먼저 구조 변화가 감지되는 분야는 철강이다. EU(유럽연합)는 내년 1월 1일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정식 도입할 예정이며 이행규정 초안에서는 중국 고로(BOF) 기반 철강 제품의 배출계수가 EU가 제시한 벤치마크를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CBAM 비용이 본격 부과될 경우 중국산 철강의 유럽 수출 가격이 구조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결국 CBAM 비용이 가격에 반영되는 순간 중국 철강은 '저가'라는 기존 무기를 잃고 고비용 구조로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여기에 중국 철강업 PMI(구매관리자지수)가 11월 48로 재차 하락하며 수요 둔화에 따른 생산 축소 가능성이 커지는 감산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수요 둔화와 규제 비용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중국산 철강의 가격 경쟁력은 이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는 상대적으로 낮은 탄소 배출계수와 고부가 제품 중심의 수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산 가격이 상승할 경우 별도의 공격적 전략 없이도 유럽 시장에서 경쟁력이 자동으로 개선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평가다. 조선, 중국 공급 피로가 만든 선택지 변화 조선업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감지된다. 글로벌 LNG(액화천연가스)선 발주가 2026년을 전후로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지만 중국 조선소들은 PMI 급락과 저가 수주 누적에 따른 수익성 저하, 슬롯 포화 등으로 공급 피로가 누적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조선소들이 물량은 확보했지만 수익성 부담이 커지면서 저가 수주를 줄이고 생산량을 조절하는 감산성 공급 조정 가능성이 거론된다고 본다. 이 경우 글로벌 선사 입장에서는 고난도 LNG선과 같은 핵심 선종에서 선택 가능한 공급처가 제한되며 납기 안정성과 품질 검증이 이뤄진 한국 조선사로 발주가 이동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HD현대중공업 등 LNG선 중심 포트폴리오를 갖춘 국내 조선사들은 직접적인 선가 인상 없이도 상대적인 수혜를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즉 중국발 공급 우위가 흔들릴 경우 국내 조선사들은 '선가 중립' 국면에서도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방산, 진입장벽이 가장 높은 시장 가장 구조적인 변화는 방산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방산은 가격 경쟁이 아니라 안보 동맹·정책 신뢰·장기 운용 체계 검증이 발주를 좌우하는 시장으로 이러한 특성상 중국 업체가 구조적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여기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군력 증강과 동맹국 간 방산 협력 강화 흐름이 더해지며 수요 기반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잠수함·SMX(차세대 수출형 잠수함)·해군 지원함 등 고부가 방산 선박 비중을 확대하며 방산 조선사로서의 정체성을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역시 함정·특수선·군수지원선 등 방산 포트폴리오를 늘리며 상선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들 선종은 단순 건조 역량보다 설계·체계 통합·장기간 유지보수(MRO)까지 포함한 종합 능력이 요구되는 분야다. 특히 2026년을 전후해 논의되고 있는 MASGA(미·한 조선·방산 협력) 펀드는 한국 방산·조선의 시장 접근성을 한 단계 끌어올릴 변수로 평가된다. 동맹 기반의 방산 협력 구조가 제도화될 경우 한국 조선사는 단순 수주 경쟁을 넘어 미국·우방국 해군 전력 현대화의 핵심 파트너로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약세·한국 기회…동시 작동 최근 흐름은 단일 변수로 설명되는 특정 업종의 사이클 변화가 아니라 중국 중심으로 형성됐던 글로벌 중공업 질서가 재편되는 신호로도 볼 수 있다. 결국 지금의 변화는 특정 업종의 호재나 일시적 반등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중국 공급망이 흔들리고 규제·정책의 축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누가 밀리고 누가 올라서는지가 동시에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에서는 탄소가 가격이 되고 조선에서는 공급 피로가 경쟁력이 되며 방산에서는 정책이 시장을 만든다. 이 세 흐름이 한 지점에서 만나는 순간 한국 중공업은 더 이상 방어적인 경쟁에 머무르지 않는다. 중국이 흔들리는 사이 한국 중공업은 물량 경쟁의 바깥으로 조용히 이동했다. 규제와 정책, 기술과 신뢰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한국은 이제 따라가는 생산자가 아니라 판의 좌표를 차지하는 쪽에 서 있다. 강철부대의 시선이 머무는 곳, 한국 중공업은 이제 바다 위 공장이 아니라 질서를 설계하는 산업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2025-12-13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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