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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은행 부실채권 16.6조원…중소기업·가계대출 부실화 속도
[이코노믹데일리] 국내은행의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이 올해 1분기 16조6000억원까지 불어나며 부실채권비율이 0.59%로 상승했다. 경기침체 장기화와 중소기업·가계여신 부실이 동시에 늘면서 부실자산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대손충당금적립률도 170.5%까지 내려앉으며 은행권의 손실흡수 능력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 부실채권 1분기에만 1.6조원 증가…중소기업·가계 부실 악화 29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현황(잠정)’에 따르면 2025년 3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전체 부실채권은 16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3조4000억원) 대비 3조2000억원, 직전 분기(15조원) 대비 1조6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부실채권비율은 0.59%로, 1년 전(0.50%)보다 0.09%포인트(p), 직전 분기(0.54%)보다 0.05%p 상승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기업여신(11.7조원→13.2조원) 부실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중에서도 중소기업 부실채권비율은 0.89%로 전분기(0.80%) 대비 0.09%p, 전년 동기(0.69%) 대비 0.20%p나 뛰었다. 개인사업자여신도 0.60%로 전분기 대비 0.08%p 상승했다. 가계여신 부실채권도 3조1000억원(비율 0.32%)으로 1년 전보다 6000억원, 전분기보다 3000억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부실채권비율은 0.22%, 기타 신용대출은 0.62%로 각각 상승했다. 신용카드채권 부실비율도 2.01%로 0.2%p 급증했다. ◇ 대손충당금적립률 170%대까지 하락…은행권 방어력 저하 1분기 말 대손충당금 잔액은 28조4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3000억원 늘었지만, 부실채권 증가 폭을 따라가지 못했다. 이에 따라 대손충당금적립률은 170.5%로 떨어졌다. 전년 동기(203.1%) 대비 무려 32.6%p, 직전 분기(187.0%) 대비 16.5%p나 급락한 수치다. 이는 부실채권의 빠른 증가에 비해 충당금 적립 속도가 현저히 뒤처지고 있다는 의미다. 만약 경기악화가 장기화되면 추가 대손비용 부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1분기 신규 부실 6조, 정리 실적은 4.4조…정리 속도도 늦어져 1분기 중 새로 발생한 부실채권은 6조원으로 전분기(6.1조원)보다 1000억원 줄었지만, 전년 동기(4.5조원) 대비 1조5000억원이나 증가했다. 부실채권 정리 실적(상각·매각·정상화 등)은 4조4000억원에 그치며, 1조6000억원의 순증세를 기록했다. 즉, 신규 부실이 정리 속도를 계속 앞지르고 있는 셈이다. 정리 형태별로는 상각·매각 2조6000억원, 담보처분 1조3000억원, 정상화 400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주요 시중은행 모두 부실채권비율이 일제히 상승했다. 국민은행(0.40%), 신한은행(0.31%), 우리은행(0.32%), 하나은행(0.29%) 등 4대 시중은행 모두 전분기 대비 부실비율이 0.05~0.09%p씩 올랐다. 지방은행인 부산은행(1.10%), 경남은행(0.82%) 등은 상승폭이 더 컸다.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0.51%), 케이뱅크(0.61%) 등도 소폭 증가했다. 대손충당금적립률은 시중은행 모두 200% 아래로 떨어졌고, 국민은행(168.9%), 신한은행(159.3%), 하나은행(162.5%) 등 4대 은행 모두 전분기 대비 30~50%p 급락했다. 우리은행은 91%p 가까이 하락(279.5%→188.4%)하는 등 방어력이 급속도로 저하됐다. 금융감독원은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라 신용손실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은행권의 자산건전성 관리와 대손충당금 적립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부실채권 상각·매각 등 정리 실적도 끌어올릴 것을 강조했다.
2025-05-30 09: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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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해도 이사갈 집 없다'…분당 1기 신도시 이주대란 예고
[이코노믹데일리] 분당 1기 신도시 재건축 단지의 이주지원주택 마련 계획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정부가 지난해 성남 분당구 야탑동 유휴 부지에 공공분양주택 1500가구를 지어 재건축 이주 수요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지역 주민의 거센 반발과 대체 부지 확보 난항 끝에 최종 무산된 것이다. 분당을 시작으로 본격화되는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의 첫 단추부터 ‘이주대란’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2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성남시가 제안한 대체 이주주택 후보지 5곳 역시 행정 절차와 공사 기간 등 현실적 문제로 2029년까지 입주가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국토부는 이달 초 성남시에 ‘대체 부지 5곳 모두 이주주택 공급이 불가능하다’는 공식 입장을 전달했다. 야탑동 후보지에 대한 주민 반발 이후 성남시가 제시한 그린벨트 포함 대체 부지들마저 공급 시점과 수요 대응 측면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로써 정부가 내놓았던 1기 신도시 이주지원대책은 사실상 좌초됐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1기 신도시 이주지원대책’을 발표하면서 성남아트센터와 중앙도서관 사이 유휴 부지에 LH가 2029년까지 1500가구 규모의 공공분양주택을 공급할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이주대책 발표 직후 해당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고, 인근 주민들의 조직적 반대가 이어졌다. 결국 성남시는 국토부에 후보지 재검토를 공식 요청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국토부와 성남시는 이주주택 대체 부지 확보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국토부는 “대체 부지 확보가 어렵다면 분당 재건축 사업 물량을 줄이겠다”고 맞섰고, 성남시는 개발제한구역 등 5곳을 제시했지만 모두 ‘입주 불가’ 판정을 받았다. 주택 공급을 위한 행정 절차만 최소 2년, 실제 공사에 2~3년이 소요돼 아무리 빠르게 진행해도 4~5년이 걸린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단기 이주주택 공급 대신 ‘허용 정비물량 제도’를 통한 이주 수요 분산 방안을 꺼내 들었다. 이는 재건축 단지의 관리처분인가 시기를 조절해 착공 물량을 나눠 진행함으로써, 한 시점에 이주 수요가 집중되는 전세대란을 막겠다는 취지다. 실질적으로 이주대책 없는 재건축이 추진되는 셈이어서 주민 불안은 여전하다. 분당 선도지구로 지정된 4개 구역만 해도 1만2055가구에 달한다. 정부는 2027년 첫 착공, 2030년 첫 입주를 목표로 내걸었으나, 이주주택이 없는 상태에서 재건축이 진행될 경우 단기간에 대량 이주 수요가 발생해 전월세 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재건축 이주가 한꺼번에 몰리면 매물 부족과 전셋값 급등은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전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분당에선 3~4개 단지가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추가 분담금, 단지별 이해관계 등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다. 대표적으로 양지마을 5개 단지(총 4392가구)는 7000가구 이상 규모의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이 중 금호1단지와 청구아파트는 재건축 후에도 현 위치에 그대로 남는 ‘제자리 재건축’을 요구하고 있지만, 다른 단지들은 이에 반대해 내부 의견 충돌이 끊이지 않는다. 한편 국토부는 산본, 평촌 등 분당 외 1기 신도시 재건축 단지에 대해서는 인근 당정공업지역 및 유휴부지 활용 등 별도 이주대책이 차질 없이 추진 중이라는 입장이다. 산본과 평촌에서는 2029년까지 민간아파트 2200가구, 유휴부지 2곳에 각 2000가구의 공공·민간아파트가 공급될 예정이다. 결국 분당 1기 신도시의 재건축 이주주택 문제는 대규모 단지의 특성, 주민 반발, 입지 및 시기 문제 등 복합적 난제에 부딪힌 셈이다. 정부가 대책 마련에 실패하면서 분당 주민들은 “재건축으로 집을 떠나도 당장 갈 곳이 없다”며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국토부가 착공 시기 조정 등 ‘시장에 맡기는 대책’에만 기대선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의 향후 추진 동력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2025-05-29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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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고갈·적자 전환…영무토건, 결국 법정관리 돌입
[이코노믹데일리] 광주·전남을 기반으로 한 중견 건설사 영무토건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미분양 확대 등으로 수익성이 급락하며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한 결과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영무토건은 지난 20일 광주지방법원 제1파산부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법원은 27일 포괄적 금지명령을 공고했다. 포괄적 금지명령은 회생 개시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채권 추심과 자산 처분을 금지하는 조치다. 영무토건은 광주·전남 지역에서 ‘영무예다음’ 브랜드를 운영하며 중견사로 자리잡은 건설사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42% 급감한 889억원에 그치며 경영 악화가 본격화됐다. 같은 해 영업손익은 62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당기순손실도 49억원으로 전환됐다. 영업활동 현금흐름 역시 202억원 유출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2년 연속 현금 유출 상태가 지속됐다. 1년 내 상환해야 할 단기차입금은 255억원으로 전년 대비 79억원 증가하며 유동성 압박이 가중됐다. 건설업계는 원자재·인건비 상승과 함께 미분양 증가로 일부 프로젝트에서 매출보다 매출원가가 더 커지는 ‘수익 역전’ 현상이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영무토건 역시 이 같은 악재를 넘기지 못하고 결국 회생 절차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1998년 설립된 영무토건은 오랜 기간 지역 밀착형 사업을 이어왔으나, 업황 악화에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한편 올해 들어 법정관리를 신청한 건설사는 영무토건을 포함해 총 10곳에 달한다. 1월엔 신동아건설(시공능력평가 58위)과 대저건설(103위), 2월엔 삼부토건(71위), 안강건설(138위), 대우조선해양건설(83위), 삼정기업(114위)이, 3월엔 벽산엔지니어링(180위), 4월엔 이화공영(134위)과 대흥건설(96위)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바 있다.
2025-05-28 18:5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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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사 비상위험준비금 12조원...당국 개정에 업계 부담 우려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손해보험사들의 비상위험준비금이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적립·환입 기준을 완화하기로 하면서 보험업계의 자본 활용도가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준비금 축소가 오히려 법인세 부담 증가와 미래 리스크 관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3개 손해보험사의 누적 비상위험준비금은 11조9822억7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5.39% 증가했다. 지난해 적립액도 8593억300만원으로 1년 전보다 32.62% 늘었다. 삼성화재가 2조8413억6100만원으로 업계 최다 비상위험준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적립액도 업계 1위(429억8400만원)를 기록했다. 대형사일수록 가입금액이 커 준비금 적립 규모도 크게 나타난 것이다. 비상위험준비금은 화재, 해상 등 일반손해보험의 예기치 못한 손실에 대비해 가입금액의 일정 비율로 적립해야 하는 의무적 자본이다. 이 준비금은 보험사의 재무제표상 자본으로 계상되며, 일정 기준 이상 적립 시 일부를 미처분이익잉여금으로 환입할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는 환입 요건이 △당기순손실 △보험영업손실 △예정대비손해율 초과 등 엄격하게 제한돼 실질적인 자본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보험개혁회의에서 환입 요건과 적립 한도 완화 방침을 내놨다. 당국은 비상위험준비금 환입 요건에서 당기순손실과 보험영업손실 항목을 삭제해, 영업손실이 발생하지 않아도 보험 종목별로 일정 손해율만 초과하면 환입이 가능하도록 기준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적립 한도 자체도 보험 종목별로 10~100%p까지 낮춰 약 1조6000억원의 적립액 감소 효과가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완화 조치가 실제로 자본 활용도를 높이고 배당 가능 이익 확대, 법인세 과소납세 이슈 완화 등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비상위험준비금 한도 및 환입 기준이 대폭 개선되면 배당가능이익 증가와 법인세 납부 정상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동시에 업계 내부에서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개정을 통해 배당 여력, 자본 활용도는 높아지지만, 법인세 부담이 함께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후 위기,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등 예측 불가한 대규모 손실에 대비하는 자본이라는 점에서 비상위험준비금을 무작정 줄이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준비금 축소가 오히려 보험사들의 장기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이번 금융당국의 완화 방침은 보험사 입장에서는 단기적 자본 활용도와 배당 확대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불확실성 시대의 리스크 관리라는 본래 취지와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와 당국 모두 장기적 시각에서 실질적 손해 대비와 자본 건전성 유지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개정을 통해 배당 여력, 자본 활용도는 높아지지만 법인세도 함께 증가해 기업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준비금은 기후, 경제 위기 등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아직은 필요한 금액으로 당국의 조치가 준비금을 필요성 대비 과도하게 줄인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2025-05-28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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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보험사 실적 악화...당기순이익 전년 比 15.8% ↓
[이코노믹데일리] 지난해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보험사들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감소했다. 27일 금융감독원의 ‘2025년 1분기 보험회사 경영실적(잠정)’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보험회사(생명보험사 22개·손해보험사 31개) 당기순이익은 4조9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8%(7699억원) 감소했다. 생보사는 손실부담비용증가, 금융자산처분·평가손익 감소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9%(2083억원) 감소한 1조6956억원을 기록했다. 손보사의 당기순이익은 2조401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9%(5616억원) 줄었다. 금리하락으로 채권평가이익 등을 통해 투자손익을 개선했으나 손해율이 상승하면서 보험손익 악화 폭이 더 컸다. 같은 기간 수입보험료는 62조73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4조618억원) 증가했다. 생보사는 31조1121억원, 손보사는 31조619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3조728억원), 3.2%(9890억원) 늘었다. 생보사는 보장성·변액·퇴직연금에서 각각 12.5%·8.8%·69.7% 증가했으나 저축성보험의 수입보험료는 13.4% 감소했다. 손보사는 장기·일반에서 6.6%·4.4% 증가, 자동차·퇴직연금에서 2.9%·3.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27%, 11.94%로 전년 동기보다 0.32%p 하락, 0.06%p 상승했다. 총자산은 1300조6000억원, 총부채는 1168조1000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각각 2.5%(31조6000억원), 3.7%(41조3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자기자본은 132조5000억원으로 총자산보다 총부채가 더 많이 늘어나면서 전년 말 대비 6.9%(9조8000억원) 감소했다. 금감원은 "향후 주가, 금리 및 환율 등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어 보험회사는 재무건전성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보험사의 당기손익, 재무건전성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잠재리스크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2025-05-27 09: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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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뉴욕에서 기업 없는 주거단지로… 20년 송도 개발의 그림자
[이코노믹데일리] 송도국제업무단지는 ‘세계적인 비즈니스 중심지’라는 이름 아래 시작됐지만, 20년이 흐른 지금 도시의 본질은 ‘반값 아파트’와 미완의 공공 인프라로 대표되고 있다. 본 기획은 송도 개발의 명암을 짚고, 국제도시로서의 정체성과 미래 비전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국제도시' 대신 '반값 아파트'가 된 송도 세계적인 비즈니스 중심지를 표방하며 야심차게 조성된 송도국제업무단지가 최근 ‘반값 아파트’라는 표현까지 나올 만큼 부동산 시장의 냉각기를 맞고 있다. 국제도시의 이름 아래 20년간 진행된 개발은 정작 핵심이었던 기업 유치와 글로벌 정주 인프라 구축보다는 아파트 공급에만 집중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인천시는 여의도의 두 배가 넘는 부지를 민간사업자에게 개발권한을 부여하며 송도를 경제자유구역의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실상은 다르다. 송도국제업무단지의 현재 착공률은 전체의 80% 수준에 불과하며 이 중 주택건설용지는 93%가 개발됐지만 상업 및 업무용지는 47%에 머물러 있다. 국제병원과 제2국제학교 예정 부지도 수년째 공터로 방치돼 있다. 이 사업은 포스코건설과 미국 게일인터내셔널이 공동 설립한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가 2005년부터 추진해왔다. 하지만 2015년부터 3년간 양측의 갈등으로 사업이 중단되면서 구조적인 균열이 시작됐다. 이후 포스코건설이 게일의 지분을 제3의 투자사에 넘기며 사업 구조를 재편했지만, 핵심 기능을 갖춘 정주 및 업무 인프라 개발은 여전히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인천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는 이러한 개발 편중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시의회는 “아파트 용지는 본래 업무부지 개발을 위한 수익 보전 수단이었지만 주객이 전도돼 송도는 사실상 대형 아파트 단지로만 채워졌다”고 지적한다. 2011년 인천경제청이 NSIC와 협의해 주거 대 업무 용지 비율을 8대 2로 조정한 뒤 14년간 이를 재검토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현재 논란의 중심은 마지막 남은 주거용지인 G5블록이다. 시의회는 이 부지마저 주택개발로 전환될 경우, 송도의 기업 유치는 사실상 좌초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강구 소위원장은 “인천시의 비전을 믿고 송도에 입주한 주민들의 기대를 저버려선 안 된다”며 “지금이라도 송도가 국제도시로서 제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뼈를 깎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도는 한때 ‘아시아의 뉴욕’을 꿈꾸던 도시였지만 현실은 ‘기업 없는 아파트촌’이라는 오명 속에 주저앉고 있다. 반값에 거래되는 아파트, 멈춰 선 공공 인프라, 텅 빈 업무시설 등 2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송도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시점에 서 있다. ◆중심 없는 '업무단지'…송도의 도시 정체성이 흔들린다 국제업무기능을 중심에 둔 도시. 송도국제업무단지를 관통하던 기본 구상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구상은 있었지만 실현된 비즈니스 거점은 없다. 사무실을 채우지 못한 상업시설, 유치되지 못한 글로벌 기업, 비어 있는 국제병원과 학교 부지는 그 상징이다. 송도의 도심은 이제 ‘중심 없는 중심지’로 전락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송도국제업무단지의 상업 및 업무용지 개발 진척률은 47%에 그친다. 반면 주택건설용지는 93%가 완료됐다. 착공률만 놓고 보면 이 도시가 어느 방향으로 진화해왔는지 분명하다. 문제는 이 같은 불균형이 단지 공급 유형의 차이를 넘어, 도시 정체성 자체를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송도는 이제 더 이상 ‘업무단지’라 부르기 어려운 구조로 변모하고 있다. 이런 결과의 출발점은 개발 주체였던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됐다. NSIC는 2002년 포스코건설과 미국 게일인터내셔널(이하 '게일')이 3대 7 지분으로 설립한 합작법인으로 송도 개발을 총괄해왔다. 그러나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양측 갈등이 격화되며 사업은 3년간 전면 중단됐다. 이 과정에서 사업 지연뿐 아니라 신뢰 붕괴까지 맞물리며, 송도는 국제업무기능 구축의 적기를 놓쳤다. 게일은 고급 주상복합과 오피스, 쇼핑몰이 어우러진 복합개발을 추진하고자 했지만, 포스코는 수익성이 높은 주거 위주 개발을 선호했다. 이견은 결국 파국으로 치달았고, 게일은 보유 지분을 처분한 뒤 사업에서 철수했다. 이후 NSIC는 사실상 해체됐고, 송도 개발은 각 공구별로 민간 사업자가 제각각 진행하는 방식으로 분절화됐다. 2011년에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NSIC와 협의를 통해 주거 대 업무 비율을 8대2로 완화했다. 그 순간 업무 중심 도시라는 송도의 원래 계획은 본격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지금 송도국제업무단지가 ‘아파트촌 업무단지’라는 비판을 받게 된 출발점이기도 하다. 도시 콘셉트 자체도 근간부터 흔들렸다. 유엔기구 유치, 글로벌 본사 밀집, 외국인을 위한 의료·교육시설 집약 등 첨단 비즈니스 허브라는 초기 구상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국제병원 부지는 여전히 방치돼 있고, 제2국제학교 역시 사업이 표류 중이다. 업무시설로 지정된 구역은 사람 없는 건물과 텅 빈 공간만 남았다. 일각에서는 “업무지구가 실패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제대로 시도된 적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도 개발 자체가 주택 분양을 중심으로 기획됐고, 공공 기능은 수익성 보완을 위한 부차적 요소로 취급됐다는 비판이다. 도시 브랜드를 떠받칠 ‘내용물’ 없이 외형과 시세만 부풀려졌다는 분석이다. 이제 송도국제업무단지는 '업무단지'인가, 아니면 도시계획의 명분을 빌린 '아파트 개발 사업'인가 그 정체성에 스스로 답해야 할 시점에 다다랐다. ◆반값 아파트, 무너진 프리미엄의 민낯 한때 ‘수도권 부동산의 블루칩’으로 불리던 송도 신도시. 국제업무단지를 중심으로 프리미엄을 쌓던 도시였지만 이제는 ‘반값 아파트’의 상징으로 회자된다. 고금리와 공급 과잉, 정책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송도의 집값은 바닥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하락하고 있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송도가 속한 인천 연수구의 아파트값은 지난해 10월 이후 27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변동률은 -0.11%로, 인천 전체 평균인 -0.01%보다 낙폭이 10배나 컸다. 같은 기간 미추홀구와 부평구는 상승 전환했고 검단신도시가 포함된 서구도 반등 흐름을 보이면서 송도의 하락세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거래 현장에서는 이미 반값 거래가 현실이 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송도를 대표하는 단지 중 하나인 ‘더샵송도마리나베이’ 전용 84㎡는 지난달 6억52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신고가인 12억4500만원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떨어진 수치다.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 전용 99㎡ 역시 최고가 12억5000만원에서 최근 6억원에 거래되며 비슷한 낙폭을 기록했다. 단기간 내 가격이 반토막 난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입주 물량이다. 올해 연수구에는 ‘송도럭스오션SK뷰’ 1114가구, ‘힐스테이트 레이크송도 4차’ 1319가구 등 총 3700여 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늘어나는 공급은 회복 조짐을 가로막고 있으며 기존 보유자들까지 전세에서 매매로 전환을 시도하면서 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시장에서는 송도의 하락세가 단기 조정을 넘어 본질적인 전환기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확산되고 있다. 과거 송도 집값을 지탱했던 국제업무단지 개발이 좌초된 상황에서 도시의 정체성 자체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업 추진 속도가 사실상 한계에 도달했다는 인식까지 퍼지면서 투자 수요는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현장에서는 매수세 실종이 체감된다. 일부 중개업소는 “급매로 나와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전하며 “기존 집주인들이 ‘시간이 지나면 오르겠지’라는 기대를 버리고 손해를 감수하며 매도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거주 수요도 줄어드는 흐름이다. 교육과 의료, 업무 환경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인식에 따라 송도는 더 이상 살고 싶은 도시가 아닌, 되팔기 어려운 도시로 여겨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송도 부동산 시장의 반등 시점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GTX-B 착공 등 외부 요인만으로는 근본적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도시 기능이 원래 위치로 회복되지 않으면 하락 흐름은 장기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송도는 서울 강남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평가를 받던 곳이었다. 지금은 부동산 플랫폼에서 ‘급매’, ‘반값’, ‘미계약’ 같은 단어로 더 자주 검색된다. 고가 분양이 남긴 기대는 사라졌고, 남은 것은 사려는 이 없는 도시라는 현실뿐이다.
2025-05-22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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