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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의 승리, 가문의 패배…구광모 회장이 새겨야 할 것
법은 차갑다. 증거와 절차, 문서와 진술에 따라 판단한다. 이번 LG가 상속 소송 1심 판결도 그 원칙을 따랐다. 재산분할 협의는 유효했고 기망은 인정되지 않았다. 구광모 회장은 법적으로 승소했다. 그러나 기업은 법정의 언어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특히 ‘가문’이라는 상징을 짊어진 한국 대기업 총수라면 더욱 그렇다. 법적 승소가 모든 책임의 종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질문은 이제부터다. 왜 LG가 오랫동안 지켜온 질서와 전통이 법원의 확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는가. LG는 한국 재계에서 오랫동안 예외적인 존재로 불려왔다. 다른 그룹에서 반복돼온 형제 간 분쟁과 달리 비교적 조용한 승계와 절제된 갈등 관리, 원칙을 중시하는 문화가 LG의 정체성이었다. 장자 승계의 관행은 안정적으로 이어졌고 가족 간 갈등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 이 이미지는 단순한 미담이 아니었다. 기업 경영에서 예측 가능성과 내부 안정성은 곧 신뢰다. 투자자와 시장은 실적뿐 아니라 지배구조의 품격을 본다. LG는 그 품격을 중요한 무형 자산으로 축적해왔다. 이번 소송은 그 자산에 균열을 냈다. 상속 문제로 가족이 법정에서 다퉜다는 사실 자체가 상징을 흔들었다. 경영권을 둘러싼 노골적 충돌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LG에는 갈등이 없다”는 인식은 더 이상 온전하지 않다. 법적 결론과는 별개로, 사회적 평가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상속은 본질적으로 민감한 문제다. 거액의 재산이 걸린 상황에서 이견이 발생할 수 있다. 그것 자체가 곧 비난의 대상은 아니다. 문제는 과정과 리더십이다. 총수는 단순한 상속인이 아니다. 가문과 기업의 얼굴이다. 법적 정당성뿐 아니라 도덕적 설득력과 관계의 품격까지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것은 법률적 하자의 유무가 아니라 내부 신뢰의 균열이다. 협의가 있었다고 해도, 왜 그 협의가 수년 뒤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성찰은 남는다. 법원은 “유효하다”고 판단했지만 사회는 “왜 법정까지 갔는가”를 묻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의 기본 원칙은 분명하다. 투명성과 소통이 갈등을 줄인다. 오너 기업일수록 그 중요성은 더 크다. 총수의 권한은 막강하지만 그만큼 책임도 무겁다. 내부 합의가 외부에서 의심받는 단계까지 간 것은 결과적으로 리더십의 상처로 남는다. 더욱이 LG는 ‘조용한 리더십’을 하나의 브랜드로 삼아왔다. 공격적 경영보다 안정적 성장, 분쟁보다 합의를 중시해왔다. 그 전통이 이번 사안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물론 법정 다툼의 모든 책임을 총수 개인에게 돌릴 수는 없다. 가족 간 갈등은 본질적으로 복잡하다. 그러나 총수의 자리는 결과에 대한 최종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자리다. 법적 승소는 최소한의 조건일 뿐, 도덕적 권위까지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세계 시장에서 ESG와 거버넌스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오너 리스크에 민감하다. 가족 분쟁은 곧 경영 안정성에 대한 의문으로 번지기 쉽다. 이번 판결로 법적 불확실성은 일부 해소됐지만 신뢰의 손상은 숫자로 환산하기 어렵다. LG는 배터리, 전장, 인공지능, 친환경 소재 등 미래 산업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사업이 아무리 확장돼도 신뢰가 흔들리면 기업의 무게는 가벼워진다. 신뢰는 공장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이고 한 번 금이 가면 회복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구광모 회장은 비교적 젊은 총수로 세대교체의 상징이었다. 디지털 전환과 미래 사업을 앞세워 새로운 LG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더더욱 가문의 전통과 내부 통합을 지켜냈어야 한다.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리더십은 법의 최소선을 넘어서는 책임을 요구한다. 이번 사안은 한 개인의 승패를 넘어 한국 오너 기업 문화에 질문을 던진다. 지속 가능하려면 권한만큼 투명성과 설득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LG가 오랫동안 지켜온 품격은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나 상징은 반복될 때 힘을 잃는다. “LG는 다르다”는 말이 더 이상 자동으로 나오지 않는 순간 그것이 가장 큰 손실이다. 법정에서의 승리는 기록으로 남는다. 그러나 기업의 진짜 평가는 시장과 사회의 기억 속에 남는다. 구 회장이 이번 일을 단순한 법적 승소로 정리한다면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클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방어가 아니라 성찰이다. 가문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내부 소통을 어떻게 재정비할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가 필요하다. 총수의 자리는 영광이 아니라 책임의 자리다. 법정의 문은 닫혔을지 몰라도 사회의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26-02-12 17:5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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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진 "은행들 이자장사 벗어나야"…소비자보호·지배구조 혁신 주문
[이코노믹데일리]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을 향해 "손쉬운 이자장사에 머무르지 말고 생산적인 분야로 자금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며 소비자보호 강화와 지배구조 혁신을 주문했다. 12일 이찬진 금감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20개 국내은행 은행장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찬진 원장을 비롯해 곽범준 은행부문 부원장보, 은행감독국장,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주요 시중·지방은행장들이 참석했다. 이 원장은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회사 내부통제 강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은행권의 역할이 과거보다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특히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등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손실과 불완전판매 논란을 언급하며, 은행권의 신뢰 회복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상품 설계·심사·판매의 전 과정을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재정비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이익을 보거든 그보다 먼저 의로움을 생각하라는 '견리사의(見利思義)'를 은행 경영의 핵심 가치로 삼고, 이에 걸맞은 소비자보호 중심 KPI 체계를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금감원 역시 지난해 12월 발표한 '금융소비자보호 개선 로드맵'에 따라 감독 체계를 리스크 기반의 '사전예방적 소비자보호 체계'로 전면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정기 검사 시 '소비자보호 검사반'을 별도로 편성하고, 금융소비자보호 실태 평가 체계도 개편해 상품 판매 전 과정을 사전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포용적 금융 환경 조성도 강조했다.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소멸시효 연장 관행을 재검토하고,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활성화할 것을 요청했다. 또한 '생계비 계좌', 전세 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장기분할 프로그램' 등 채무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제도를 적극 안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선(先)정산 대출 등 '연계 공급망 금융'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은행별 포용금융 이행 현황을 종합 평가하는 '포용금융 종합평가 체계'를 도입해 포용금융이 일회성 조치에 그치지 않고 경영 문화로 정착되도록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이 원장은 우리 경제의 부동산 관련 대출 쏠림을 우려하며, 혁신기업과 중소·중견기업 등 생산적 분야로 자금이 흘러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산적 금융은 청년·장애인 등 소외계층의 양질의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은행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의 하향 안정화를 목표로 가계대출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이내로 관리하는 한편, 글로벌 기준(바젤Ⅲ) 범위 내에서 주식·펀드 익스포저 등에 대한 위험가중치 적용을 합리화해 은행의 자본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배구조 혁신도 주요 화두였다. 현재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학계·법조계 등이 참여하는 '지배구조 선진화 TF(태스크포스)'가 운영 중이며, 이사회 독립성 제고, CEO(최고 경영자) 선임 절차의 공정성·투명성 강화, 성과보수 체계 개선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이 원장은 "좋은 일이라고 판단되면 미룰 이유가 없다"며 은행권이 필요한 사항은 즉시 추진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선제적으로 고쳐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생산적 자금 공급을 통해 국가 경제 성장에 기여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며, 소비자 보호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국민 눈높이에 부응하겠다고 밝혔다. 은행장들 역시 소비자 중심의 상품 판매 체계 구축과 독립성 있는 이사회, 책임 있는 성과보수 체계 마련에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채무자 편의성 제고를 위한 개인채무조정 절차 간소화 등 금융소비자 권익 제고를 위한 방안도 논의할 방침이다. 이 원장은 이날 제기된 건의사항을 향후 감독·검사 업무에 반영하고, 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26-02-12 16: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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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뱅크, '한국투자증권 종합투자계좌 IMA' 소개 개시 外
토스뱅크, '한국투자증권 종합투자계좌 IMA' 소개 개시 [이코노믹데일리] 토스뱅크가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종합투자계좌인 'IMA(Investment Management Account)' 소개를 개시한다고 12일 밝혔다. 토스뱅크를 통해 이번에 소개되는 IMA 상품은 한국투자증권의 종합투자계좌(IMA)인 '한국투자 IMA S3'다. IMA 상품 가입은 2월 24일까지 토스뱅크 앱을 통해 한국투자증권에서 할 수 있고, 가입 후 2년간 고객이 맡긴 자금으로 운용된다. 최소 가입 금액은 100만원이다. 고객들은 토스뱅크 앱에서 별도의 증권사 앱 설치없이, 토스뱅크 내에서 한국투자증권으로 이동해 IMA 가입까지 진행할 수 있다. IMA는 국내에서는 작년 말 처음 선을 보이게 된 상품으로,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을 갖춘 종합투자금융사업자만 취급할 수 있는 상품이다. 증권사가 고객의 자금을 기업금융 등 비교적 안정적인 자산에 운용하고, 만기까지 유지할 경우 증권사가 원금과 수익금을 약정하는 구조이다. 이번 IMA 출시를 기념해 한국투자증권은 조건을 충족한 고객에게 최대 10만원 혜택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신규 계좌 개설 고객에게는 최초 개설 시 2만원 상당의 국내 주식 및 1년간 주식 거래 수수료 혜택과 함께 랜덤으로 최대 2만원 현금 리워드도 지급한다. 우리銀, 금융권 최초 AI 기반 내부통제·안전관리 시스템 구축 우리은행이 금융권 최초로 'AI 기반 내부통제 및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3월부터 전 영업점에 단계적으로 적용한다고 12일 밝혔다. 우리은행은 지난 5일 본점에서 정진완 은행장이 참석한 가운데 해당 시스템의 주요 기능과 적용 사례를 공유하는 시연회를 열고, 실제 운영 환경을 점검했다. 이번 시스템은 IP CCTV 중앙집중화와 AI 영상분석 기술을 결합해 실시간 모니터링과 신속한 사고 대응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AI 기반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해 전 영업점 CCTV 영상을 본부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AI 영상분석을 활용해 △고액 인출·계좌이체 등 중요 거래 시 이상징후 탐지 △CCTV 기반 현금 계수 결과 자동 추출·저장 △내금고·기계실 출입 시 2인 1조 원칙 준수 여부 감시 등 주요 내부통제 기능이 적용된다. 이를 통해 전 영업점에 대한 24시간· 365일 상시 감시 체계가 구축돼, 금융사고 예방효과를 극대화하고 영업점 자체 점검 부담은 경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안전관리 측면에서도 AI 기술을 활용했다. 야간·휴일에는 스마트 화재탐지기와 CCTV를 연동해 초기 화재를 감지하고, 영업 중에는 명찰형 비상벨(착용형 비상 호출 장치)을 통해 위기 상황 발생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AI 이동객체 탐지를 통해 침입자와 침수 등 이상 상황을 인식하고, 상황실 및 보안업체와 연계한 대응 체계를 구축해 사고 대응 속도도 기존 대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NH농협은행, 시립광명종합복지관에서 따뜻한 동행·행복한 나눔 활동 NH농협은행 투자상품부문·경영지원부문 임직원들은 경기도 광명시 소재 '시립광명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아 범농협 새해맞이 따뜻한 동행·행복한 나눔 활동을 실시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날 임직원들은 △경로식당 배식 봉사 △소외계층 가정 도시락 배달 △광명학교 어르신 대상 한글 학습 보조 활동 등 다양한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해 상생의 가치를 실천했다. 또한, 이불 및 김세트 등 후원 물품을 전달하며 따뜻한 정을 나눴다. 박현동 농협은행 투자상품부문·경영지원부문 부행장은 "취약계층의 일상에 작은 보탬이 되고자 이번 활동을 준비했다"며 "앞으로도 농협은행은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지속적으로 실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2-12 10: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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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자율주행차 200대 실증…"엣지 케이스·안전·보험 시험대"
[이코노믹데일리] “자율주행 상용화의 관건은 기술 수준이 아니라, 예측하기 어려운 엣지 케이스를 얼마나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느냐에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실제 도로에서 대규모로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학습·검증으로 반복 연결하는 구조를 구축하는 동시에, 사고 책임과 보험, 데이터 활용 규칙을 실증 단계부터 함께 작동시켜야 합니다.” 11일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AI 자율주행 실증도시, 기술을 넘어 서비스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정부와 유관기관, 업계 관계자들과 함께 광주 AI 자율주행 실증 서비스 구축과 안전 문제를 논의했다. 이번 행사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공동 주최했으며, 임월시 국토교통부 자율주행정책과 과장, 김성진 광주미래차모빌리티진흥원장, 김수영 현대자동차그룹 모빌리티사업실 상무, 정상준 엔비디아코리아 솔루션 아키텍트 상무 등이 참석했다. 광주 AI 자율주행 실증 사업은 오는 10월부터 광주 전역에 자율주행차 약 200대를 단계적으로 투입해 여객·서비스 운행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기존 특정 구간 중심의 실증과 달리, 실제 도심 도로에서 다수 차량을 동시에 운행하며 주행 데이터를 축적하고, 안전 관리와 사고 대응, 보험 적용 체계까지 함께 점검하는 상용화 전 단계 실증이다. 이날 발제를 맡은 최준원 서울대 교수는 자율주행 기술의 산업 동향을 짚고, 실증 단계를 상용화로 전환하기 위한 조건을 중심으로 발표했다. 최 교수는 “자율주행의 본질은 엣지 케이스 대응 능력”이라며 “정해진 환경에서의 데모 주행과 달리, 실제 도로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규칙 기반으로 모두 처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결국 실도로 주행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AI 학습과 검증으로 반복 연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데이터와 모델 규모가 커질수록 성능이 개선되는 스케일의 법칙은 자율주행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며 “관건은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얼마나 다양한 환경에서 확보하느냐”라고 덧붙였다. 모빌리티 사업자 관점에서 발제에 나선 김건우 카카오모빌리티 미래플랫폼연구소장은 기술 이후 단계로 운영과 제도 문제를 짚었다. 김 소장은 “레벨4 단계에서는 운전자가 사라지는 만큼, 엣지 케이스 발생 시 이를 흡수하는 운영 체계가 필요하다”며 “원격 관제, 동적 라우팅, 현장 출동, 승객 커뮤니케이션이 함께 작동하지 않으면 대규모 상용 운행은 곧바로 서비스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책임과 보험 문제도 함께 언급했다. 김 소장은 “자율주행에서는 사고 가능성을 전제로 한 논의를 피할 수 없다”며 “누가 책임을 지는지, 보험은 어떤 조건에서 작동하는지, 데이터는 어디까지 활용 가능한지를 실증 단계에서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구조가 정리되지 않으면 기술 성능과 관계없이 상용 서비스로의 전환은 어렵다”고 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수영 현대자동차그룹 상무는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 안전과 시민 수용성을 핵심 변수로 꼽았다. 김 상무는 “실증이라는 이유로 안전 기준을 낮출 수는 없다”며 “자율주행은 기술 이전에 사회적 수용이 전제돼야 하고, 이를 위해 실증 단계에서도 상용 서비스 수준의 안전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석원 엔비디아코리아 전무는 AI 학습 인프라 측면에서 “대규모 GPU 인프라뿐 아니라 생성형 AI 기반 시뮬레이션과 가상 데이터를 활용하면 엣지 케이스 학습 효율을 높일 수 있다”며 “광주처럼 다양한 도로 환경에서 실제 운행이 이뤄지는 조건은 학습과 검증을 병행하기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좌장을 맡은 이동민 대한교통학회 수석부회장은 “광주 실증은 기술 시연을 넘어, 자율주행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을 실제로 점검하는 과정”이라며 “이 경험이 다른 도시로 확산 가능한 구조로 남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임월시 국토교통부 자율주행정책과 과장은 “자율주행 상용화를 논의하려면 기술 성능보다 먼저 안전이 실제로 검증돼야 한다”며 “사고 발생 시 책임 주체와 보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까지 함께 점검하지 않으면 자율주행 서비스는 성립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자율주행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기술이 아니라, 사고 발생 시 피해를 어떻게 관리하고 흡수할 수 있는지까지 포함해 평가해야 한다”며 “광주 실증은 차량 운행을 통해 안전 기준과 사고 대응 절차, 보험 적용 범위가 실제 환경에서 작동하는지를 동시에 검증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같은 안전·보험 검증 없이 자율주행 서비스 확대나 제도 정비를 논의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광주에서 축적되는 실증 결과는 향후 자율주행 정책과 보험·책임 제도 설계의 기준으로 활용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26-02-11 16: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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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의 죽음 앞에서 책임 회피한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
[이코노믹데일리]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 이틀 만에 발생한 첫 사망 사고에서 삼표그룹 회장 정도원은 형사 책임을 지지 않았다. 경기 양주 채석장 붕괴로 근로자 세 명이 숨진 사건이다. 법은 시행됐고 사고는 발생했으며 사망자는 셋이었다. 그러나 법원이 확인한 책임의 종착지는 최고 의사결정선이 아니었다. 정 회장은 30년 넘게 채석 산업에 몸담아 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채석 작업은 사면 안정성, 야적 방식, 작업 순서 하나하나가 안전과 직결된다. 사고가 난 양주 채석장은 암반이 아닌 돌가루 지반 위에 토사를 적치한 야적장이었고, 붕괴 위험이 사전에 지적될 수 있는 조건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 수사 과정에서 거론됐다. 위험의 성격을 인지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 사고 이전의 흐름도 단절돼 있지 않다. 삼표 계열 사업장에서는 끼임, 추락, 낙석 등 사고로 사망 사례가 반복됐고, 고용노동부 특별감독에서는 100건이 넘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적발됐다. 안전과 관련한 경고와 지적이 누적돼 왔다는 사실은 재판 과정에서도 언급됐다. 다만 이러한 신호들이 최고 의사결정선에서 어떤 판단으로 이어졌는지는 형사 책임 판단의 영역에서는 비껴갔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정 회장의 사내 위치를 문제 삼았다. 정 회장은 사내에서 ‘TM(Top Management)’으로 불리며 안전과 생산, 인사, 재무 전반을 총괄해 온 최고 의사결정권자라는 것이다. 채석장 운영과 직결되는 인허가 현황과 작업 방식 역시 이러한 보고와 판단의 대상에 포함됐다는 취지였다. 채석장 운영의 핵심 사안이 최고 의사결정선까지 보고되고 판단이 이뤄졌다면, 그 판단의 무게가 사고와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선을 그었다. 정 회장이 정례 보고에 참석하고 일부 사안에 관여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그러한 관여가 중대재해처벌법이 요구하는 안전보건 확보 의무의 구체적 이행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기업 규모와 운영 방식을 고려할 때, 최고 책임자가 현장의 개별 안전조치까지 책임지는 지위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이어졌다. 최종 승인권자의 존재와 형사 책임 사이에는 거리가 남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안전경영책임자(CSO)를 선임한 조치도 같은 결론으로 귀결됐다. 법원은 CSO를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로 인정하지 않았고, 그 선임이 정 회장의 책임으로 전환되는 근거로도 삼지 않았다. 책임은 특정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최고 의사결정선은 처벌의 범위 밖에 머물렀다. 정 회장은 선고 직후 “유가족의 고통을 생각하면 비통하고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판결의 결론은 달랐다. 세 명의 죽음 앞에서 법원이 인정한 형사 책임은 현장 관계자들에게만 귀속됐다. 책임을 통감한다는 발언과 책임을 지는 판단 사이에는 간극이 남았다. 사고의 경과와 판결 이유를 차례로 놓고 보면, 사내에서 ‘TM’으로 불리며 모든 판단의 정점에 서 있던 정도원 회장은 이 사건에서 형사 책임을 지지 않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위험을 사전에 멈추기 위해 마련된 법이지만, 이 사건에서 법이 닿은 곳은 사고 이후의 현장이었고 사고 이전의 판단선은 끝내 닿지 않았다. 세 명이 숨졌다. 그러나 사내에서 ‘TM’으로 불리며 안전과 생산, 인사, 재무 전반을 총괄해 온 최고 의사결정권을 가진 정도원 회장은 이 사고와 관련해 형사 책임을 지지 않았다. 반복된 사고와 누적된 경고 속에서도, 최고 의사결정선은 끝내 책임의 지점에 서지 않았다.
2026-02-11 11: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