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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대신 스타트업…건설사 생존 전략 달라졌다
[이코노믹데일리]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단지는 총 1만2032가구에 이르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다. 이 단지에는 놀이터만 23곳이 조성돼 있으며, 모든 놀이터 바닥에는 국내 스타트업 제이치글로벌이 개발한 특수 소재가 적용돼 있다. 해당 소재는 여름철 직사광선으로 달아오른 바닥의 표면 온도를 최대 15도 낮춰주는 기능을 갖췄다. 어린이들이 맨발로 뛰놀다가 화상을 입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도입된 기술로,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제이치글로벌과의 협업을 통해 적용했다. 현대건설은 이 소재의 성능을 확인한 뒤, 향후 힐스테이트 브랜드 아파트에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트업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는 사례가 건설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기술 선도력을 유지하면서도 개발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스타트업 협업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체 연구개발 조직을 갖춘 대형 건설사조차 기술 축적의 속도와 비용 측면에서 한계를 체감하면서 외부 기술 도입에 한층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대형 건설사와의 협업은 단순 납품을 넘어 기술의 실효성과 적용 가능성을 현장에서 직접 검증받는 기회다. 파일럿 적용을 통해 제품을 고도화하고, 상용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상호 실익이 분명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기술 확보를 위해 외부 협업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흐름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대응”이라고 말했다. 사내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유망 스타트업을 선제적으로 발굴하는 건설사도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반도체 장비 스타트업 투인테크를 발굴했다. 해당 기술은 압축 공기를 간격을 두고 분사해 반도체 표면의 미세 이물질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SK에코플랜트는 이를 자사가 시공 중인 반도체 생산시설에 시범 적용할 계획이다. DL이앤씨는 스마트 안경 플랫폼 스타트업 와트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착용자가 건설 현장에서 스마트 안경을 통해 실시간으로 도면 정보를 확인하고, 설비의 특성을 연동할 수 있도록 한 기술이다. 복잡한 현장에서 정보 접근 속도를 높여 생산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받는다. 삼성물산은 고령자 주거시설인 시니어타운에 행동 예측 기반의 사고 방지 기술을 시범 도입 중이다. 해당 기술은 입주민의 동의를 받아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에 설치된 3D 카메라를 통해 행동 데이터를 수집한 뒤, 이상 패턴을 분석해 사고 가능성을 사전에 감지하는 방식이다. 협업 파트너는 행동 분석 전문 스타트업 플레이태그다. 건설 현장의 고질적 문제를 스타트업과의 협업으로 해결한 사례도 있다. 롯데건설과 함께한 스마트 도면 스타트업 팀워크는, 현장 작업자가 필요한 도면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는 문제에서 출발했다. 이후 인공지능이 작업 환경과 공정 정보를 분석해 필요한 도면을 자동으로 찾아주는 기능을 구현했다. 일부 건설사는 기술 협업을 넘어, 직접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호반건설은 자회사인 플랜에이치벤처스를 통해 친환경 콘크리트 제조업체 에코리믹스와 복사 냉난방 패널 기술을 보유한 아론에이아이티에 투자했다. 우미건설도 부동산 IT 융합 분야인 프롭테크 스타트업을 주요 투자처로 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 중이다. 건설사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신사업 확장 차원을 넘어, 연구개발 여력 부족이라는 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연간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대부분 1%를 밑도는 수준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생산성과 수익성이 정체되거나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체 역량만으로 기술 격차를 극복하긴 어렵다”며 “스타트업과의 전략적 협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2025-04-24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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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1분기 해외수주 82억달러…"체코 원전 뚫으면 목표 달성 무난"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건설사들이 올 1분기 82억달러 규모의 해외 수주 실적을 기록하며 연간 목표인 500억달러 달성에 청신호를 밝혔다. 대형 프로젝트인 체코 원전 수주 계약이 2분기 중 확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남은 기간 1분기 수준의 실적을 유지할 경우 연간 목표 달성이 충분하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17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건설사 194개사가 총 69개국에서 수주한 금액은 82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수주액(55억달러) 대비 48.8% 증가한 수치로, 1분기 기준으로는 최근 수년간 가장 큰 실적이다. 지역별로 보면 중동에서의 수주 비중이 단연 두드러졌다. 전체 수주액 가운데 60.4%에 해당하는 49억5900만달러가 중동에서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중동 수주액(24억300만달러)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유럽도 9억2000만달러를 기록하며 168.9%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북미·태평양 지역은 8억45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억달러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별 실적을 보면 두산에너빌리티가 사우디, 카타르 등지에서 수주한 화력발전 프로젝트를 포함해 1분기 동안 총 23억5600만달러를 따내며 선두에 올랐다. 삼성E&A는 UAE 타지즈 메탄올 프로젝트를 포함해 17억2400만달러를 수주해 그 뒤를 이었다. 정부는 올해 해외건설 수주 목표를 500억달러로 설정했다. 이 가운데 2분기 중 체결이 유력한 173억달러 규모의 체코 원전사업을 제외하면 남은 기간 동안 약 245억달러의 수주가 필요하다. 이를 감안하면 1분기와 비슷한 실적이 유지될 경우 연간 목표 달성은 현실적인 범위 안에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건설업계에서는 단순한 수주 실적뿐만 아니라 이후의 사업 이행과 수금 과정에서도 리스크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수년간 반복돼온 공사비 미수금, 계약 해지 등의 문제는 실적의 질을 떨어뜨리는 고질적 요인으로 지목된다. 대표 사례로는 한화가 지난 2012년 수주했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조성 사업이 있다. 총 공사비는 80억달러에 달하지만,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의 대금 지급 지연으로 인해 2022년 말 기준 미수금만 8027억원에 이르렀고, 결국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한화는 지난해부터 일부 공사비를 회수하며 공사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미수금은 2644억원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다. 현대건설도 지난해 현대엔지니어링의 인도네시아 발리파판 프로젝트 손실을 반영하며 1조2209억원의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벽산엔지니어링은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수행한 송변전·플랜트 프로젝트에서 공사대금을 제때 회수하지 못해 결국 지난 2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바 있다. 최근에는 삼성E&A가 멕시코 국영 석유기업 페멕스(PEMEX)와 체결했던 2300억원 규모 수첨 탈황설비 계약이 해지됐다. 이 프로젝트는 멕시코 정부의 예산 감축으로 인해 2016년 이후 25차례 공사가 중단되는 등 지연이 반복됐고, 지난 4일 최종 해지 통보를 받았다. 해외사업은 국내 건설경기의 돌파구이자 신시장 개척의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현지의 정치·행정 환경에 따라 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특히 중동이나 개발도상국에서는 발주처 사정에 따라 대금 지급이 지연되거나, 계약 조건이 일방적으로 변경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말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계약이 체결된 이후에는 민간 간의 법적 절차에 따라 사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공공의 개입 여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공공 발주사업의 경우 외교 채널을 통한 협력 요청 등 간접적인 대응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협회 차원에서는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법률, 세무, 회계 등 분야별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으며, 정보 공유와 리스크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세미나도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수주가 양적 성과에서 긍정적 신호를 보이고 있는 만큼, 향후에는 계약 체결 이후의 안정적 이행과 대금 회수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리스크 관리 체계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5-04-17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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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염, 그냥 두면 안 되는 이유…합병증·얼굴 변형까지
[이코노믹데일리] 따뜻한 봄바람과 함께 야외활동이 늘어나는 계절, 많은 이들에게는 재채기와 콧물, 코막힘으로 시작되는 불편함이 일상 속 불청객이 된다. 바로 알레르기 비염 때문이다. 알레르기 비염은 꽃가루, 집먼지진드기, 반려동물 털 등 특정 항원에 대해 면역계가 과민 반응을 보이면서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약 5~20%가 앓고 있으며 질병관리청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의 진단율은 2012년 대비 2022년에 4.4% 증가했다. 이러한 증가의 배경에는 환경오염, 미세먼지, 생활습관 변화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알레르기 비염은 크게 통년성과 계절성으로 구분된다. 통년성 비염은 실내 항원인 집먼지진드기, 반려동물의 털과 비듬 등에 의해 1년 내내 감기와 유사한 증상이 지속되는 형태다. 반면 계절성 비염은 특정 계절에만 증상이 심해지며 특히 봄철 꽃가루와 대기 중 미세먼지가 주요 유발 요인이다. 이처럼 일상 속 다양한 환경 자극에 노출되며 알레르기 비염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알레르기 비염은 유전적인 요인도 강하게 작용한다.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천식이나 아토피와 같은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다면 자녀가 비염을 겪을 확률이 높아진다. 보통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증상이 시작되지만 중장년층에서 새롭게 발병하거나 갑작스럽게 발현되는 사례도 있다.한 번 발병하면 비슷한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경향이 있으며 일부 환자는 나이가 들며 증상이 완화되기도 한다. 비염은 흔히 감기와 혼동되기 쉽다. 콧물, 코막힘, 재채기 등 증상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기는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급성 질환으로 대부분 1~2주 내 호전된다. 반면 알레르기 비염은 특정 항원에 대한 면역 반응으로 수개월에서 수년간 지속될 수 있어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알레르기 비염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부비동염, 삼출성 중이염, 수면무호흡증 등 2차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특히 소아의 경우 구강호흡 습관으로 인해 안면 변형, 치아 부정교합, 피부 변색 등 외형적 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알레르기 비염 치료는 크게 회피요법, 약물요법, 수술요법, 면역요법으로 구분된다. 회피요법은 알레르기 유발 물질과의 접촉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약물요법에는 항히스타민제, 비강 내 스테로이드 스프레이가 주로 사용되며, 증상에 따라 류코트리엔 조절제, 혈관수축제 등이 병행된다. 면역요법은 원인 항원을 소량씩 지속적으로 노출시켜 면역 반응을 완화시키는 치료로 3~5년 이상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 신재민 고려대 안암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알레르기 비염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며 증상 완화와 예방을 위해 전문가의 도움과 생활습관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멸균 생리식염수나 끓였다가 식힌 물에 소금을 녹인 식염수로 매일 코세척을 하면 점막 세정과 섬모 운동을 도와 항원을 씻어내는 데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2025-04-11 18:3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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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 "삼권분립 강화 개헌 필요… 대선일 국민투표 제안"
[이코노믹데일리] 우원식 국회의장은 6일 국민주권과 국민통합을 위한 삼권분립의 기둥을 더 튼튼하게 세우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이날 국회 사랑재에서 발표한 '개헌 제안 대국민 담화'를 통해 개헌의 시급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크다며 각 정당에 '국민투표법 개정'과 '국회 헌법개정특위 구성'을 공식 제안했다. 우 의장은 최근 헌법재판소의 선고로 국가적 혼란이 일단락됐으나 대통령 권력을 둘러싼 파괴적 갈등 소지는 여전하며 시대 변화에 뒤처진 낡은 헌법의 한계가 사회 발전을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극단적 대결 정치 종식과 국민의 삶을 바꾸는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가 개헌으로 모이고 있으며 이는 대한민국 대전환을 위한 시대적 요구라고 주장했다. 특히 비상계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 처방으로 헌법 보완을 통한 구조적 방벽 구축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민주주의의 견제와 균형 원리가 헌법을 통해 작동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더불어 저출생, 고령화, 양극화 등 구조적 위기와 기후위기, 디지털 전환 같은 새로운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변화된 사회상과 국민적 요구를 담아내는 개헌이 시급하다고 피력했다. 우 의장은 과거 개헌이 무산된 주된 이유로 권력구조 개편 문제를 꼽으며 정권의 유불리에 따라 개헌 논의가 좌초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새 대통령 임기 시작 전에 개헌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이번 대통령 선거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시행할 것을 제안하며 합의 가능한 부분부터 우선 처리하고 부족한 부분은 다음 지방선거와 연계한 2차 개헌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헌 성사를 위해서는 개헌 절차에 돌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우 의장은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국민투표법상 재외국민 투표권 조항 개정과 신속한 1차 개헌안 합의를 위한 국회 헌법개정특위 구성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는 개정안이 이미 발의되어 있어 정치권의 의지만 있다면 시한 내 처리가 가능하며 국회의장으로서 개헌안 도출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우 의장은 마지막으로 위기 극복의 역사를 언급하며 성공적인 개헌을 통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량을 다시 한번 세계에 보여주자고 제안했다. ◆ 다음은 우원식 국회의장의 개헌 제안 대국민 담화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원식 국회의장입니다. 저는 오늘 국민 여러분께 이제 신속하게 개헌을 추진하자는 제안하고자 합니다. 위헌·불법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개헌의 시급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큽니다. 헌재 선고로 국가적 혼란은 일단락되었지만, 대통령 권력을 둘러싼 파괴적 갈등의 소지는 상존합니다. 시대 변화에 뒤처진 낡은 헌법의 한계가 사회발전과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제약한 지도 오래입니다. 극단적 대결 정치를 끝내자는 정치개혁 요구, 국민 삶의 질을 바꾸는 민주주의를 하자는 사회개혁 요구가 개헌으로 집약되고 있습니다. 개헌은 지난 4개월, 극심한 갈등과 혼란으로 온 국민이 겪은 고초를 대한민국 대전환의 기회로 바꿔내자는 시대적 요구입니다. 그동안 대한민국이 쌓아온 모든 성취를 일거에 무너뜨릴 뻔한 비상계엄 사태는 막았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없도록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합니다. 비상계엄이 헌법의 잘못은 아니지만, 이번 기회에 헌법을 보완해 구조적 방벽을 세워야 합니다.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헌법을 통해 작동되게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승자독식의 위험을 제거하고 국민주권으로 가기 위해 권력을 분산하고, 국민통합으로 가기 위해 협치와 협력을 실효적으로 제도화하는 것입니다. 국민주권과 국민통합을 위한 삼권분립의 기둥을 더 튼튼하게 세우는 개헌이 필요합니다. 변화된 사회상과 국민적 요구를 담아내는 것도 시급합니다. 87년 개헌 후 38년, 상전벽해 같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민주화와 함께 비약적 경제성장으로 선진국에 진입했고, 국민의 주권 의식도 더욱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저출생, 고령화, 양극화 같은 구조적 위기가 깊어졌고, 기후 위기, 디지털전환 같은 새로운 도전도 마주하고 있습니다. 법과 제도로 길을 만드는 일, 그중에서도 가장 큰 대로인 헌법을 제때 손보지 못해 현실과 헌법의 분리, 심지어 병리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헌법에 시대와 조응하는 생명력을 불어넣는 개헌이 필요합니다. 개헌을 성사하려면 대다수 국민이 필요성에 공감하는데도 그간 번번이 개헌이 무산된 이유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제6공화국 출범 이후 지난 여섯 번의 대선마다 주요 후보 대부분이 개헌을 공약했지만, 구체적 절차가 진행된 것은 단 한 차례에 불과합니다. 국회에서도 18대, 2008년 이후 20년 가까이 공식적인 개헌 논의를 반복했지만, 성사하진 못했습니다. 정치세력 각자의 셈법이 다르고, 이해관계가 부닥쳤기 때문입니다. 권력구조 개편 문제가 가장 컸습니다. 여야의 자리에 따라, 정치 지형에 따라 셈법이 달라집니다. 대통령 임기 초에는 개헌이 국정의 블랙홀이 될까 주저하고, 임기 후반에는 레임덕으로 추진 동력이 사라집니다. 이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새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기 전에 물꼬를 터야 합니다. 권력을 분산하여 국민주권, 국민통합을 이루어내라는 시대적 요구, 개헌 방향성이 가장 명료해진 지금이 개헌을 성사할 적기입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시행할 것을 제안합니다. 기한 내에 합의할 수 있는 만큼 하되, 가장 어려운 권력구조 개편은 이번 기회에 꼭 하자는 것입니다. 부족한 내용은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2차 개헌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겠다는 국민의 열망이 1987년 '직선제 개헌'을 단기간에 성사했습니다. 지금 국민의 열망은 극한 정치 갈등의 원인인 제왕적 대통령제, 승자독식 정치구조를 바꾸라는 것입니다. 이제는 국민이 직접 대표자를 선출하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대통령부터 국회까지 그 대표자들이 제대로 일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회가 이 열망에 책임 있게 응답하면, 2025년 '국민주권, 국민통합 개헌'도 성사할 수 있습니다. 개헌이 성사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개헌을 추진하자는 정치·사회적 합의와 구체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개헌안입니다. 둘 다 어느 정도 기반이 형성되었다고 판단합니다. 사회 각계는 물론이고 각 정당에서도 개헌 추진에 적극, 공감하는 소리가 높습니다. 개헌안에 대해서는 그간 많은 논의가 축적됐습니다. 어떤 안으로 갈지 선택만 하면 됩니다. 국회의장도 그동안 자문위원회를 운영하면서, 국회 개헌특위가 구성되면 언제든 뒷받침할 수 있도록 준비해 왔습니다. 남은 과제는 개헌 절차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국회 각 정당에 개헌 투표를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과 '국회 헌법개정특위 구성'을 제안합니다. 현재로서 개헌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가로막는 가장 큰 절차적 걸림돌은 국민투표법입니다.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재외국민 투표권 조항을 개정해야 합니다. 1989년 이후 거의 제자리여서 사전투표제, 선거연령 하향을 비롯해 참정권 요구를 꾸준히 반영해 온 공직선거법과 불합치하는 내용도 적잖습니다. 참정권 침해를 해결하고 공직선거와 동시 투표의 법적 근거를 만드는 국민투표법 개정이 시급합니다. 촉박하지만, 이미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습니다. 이번에 반드시 개헌하자는 의지만 있으면 시한을 넘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논의를 서둘러주실 것을 각 정당에 요청합니다. 둘째로, 즉시 국회 개헌특위를 구성합시다. 개헌 절차에 따른 소요 기간을 고려할 때, 신속하게 1차 최소 개헌안을 합의하려면 특위 구성이 시급합니다. 큰 방향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분명하고, 각계 여러 단위에서 제안된 내용도 충분한 만큼 헌법 개정안이 최대한 빠르게 도출될 수 있도록 국회의장도 최선을 다해 뒷받침하겠습니다. "사람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지만, 제도 없이는 아무것도 지속할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위기를 만날 때마다 국민의 역량으로 극복해 왔습니다. 이제 대화와 타협의 정치, 국민을 통합할 수 있는 정부를 만드는 제도적 장치로 정치·사회갈등을 줄이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국가역량을 쏟아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개헌입니다. 세계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회복력에 주목하는 이때, 성공적 개헌을 통해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량을 보여줍시다. 감사합니다.
2025-04-06 14:3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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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안전 '특별법' 6년…예산·인력은 그대로
[이코노믹데일리] 서울 강동구에서 직경 20m에 달하는 대형 땅꺼짐(싱크홀) 사고로 30대 남성이 사망한 가운데, 전국적으로 ‘지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관련 인력과 예산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으로, 구조적인 한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유사 사고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국토안전관리원에서 싱크홀을 담당하는 전문 인력은 4개 팀, 총 12명에 불과하다. 이들이 전국을 대상으로 점검을 진행하고 있지만, 장비도 턱없이 부족하다. 관리원이 보유한 지반탐사 장비는 도로용 차량 3대, 협소공간용 장비 6대 등 총 9대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매년 반복되는 지반침하 사고를 사전 예방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부는 지하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2018년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굴착 깊이 10m 이상의 지하개발 공사에는 의무적으로 ‘지하안전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했다. 또 도로·노후지역 등에서는 정기적인 지반 공동조사를 하도록 법제화했다. 국토안전관리원은 해당 제도의 실무 주체로서 지자체 요청 시 현장 조사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제도적 틀과 달리 인력과 장비 부족으로 점검까지 평균 220일이 걸리고 있다. 서울, 부산을 제외한 대부분 지자체는 자체 점검이 어려워 국토안전관리원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제때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국토부와 국토안전관리원이 발표한 ‘2024 지하안전 통계연보’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울산, 대전, 광주, 전북 등 주요 지자체의 GPR(지표투과레이더) 공동조사 건수는 100건 내외에 그쳤다. 제도상 GPR 조사는 5년에 한 번만 의무화돼 있고, 그 외 연 1회 이상 시행하는 ‘육안 조사’는 정확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비판이 계속돼 왔다. 실제 최근 5년간 시행된 GPR 조사는 총 5009건으로, 육안조사 1만8560건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법 시행 5년차였던 2022년을 전후해 집중적으로 이뤄지면서 조사 주기의 편중 문제도 드러났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제2차 국가지하안전관리 기본계획’(2025~2029)을 수립하고 GPR 조사를 연 2회로 확대하기로 했다. 향후 5년간 총 2만㎞ 구간을 조사 대상으로 설정하고, 국토안전관리원의 지자체 지원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역시 지난 1월 전국 최초로 ‘지반침하 관측망’을 시범 운영하고 있으며, 굴착공사장에 대해서는 착공 이후 월 1회 GPR 조사를 의무화해 종전 연 1회보다 점검 빈도를 대폭 강화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법 개정이나 제도적 장치뿐 아니라, 현실적인 예산과 인력 확충 없이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강조한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사전 진단을 ‘낭비’로 보는 인식 때문에 예산 편성에서 항상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며 “예산을 투입해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GPR 조사를 확대해 지하 위험 요소를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도 “법만 만들어놓고 실행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전문가 양성과 GPR 기술 개발에도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제도를 보완한다고 해도 인력과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며 “지반침하 관측망 등 예방 인프라에 대한 과감한 재정 투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2025-03-28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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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부터 커리어 관리까지…특화 상품으로 '여심' 잡은 한화손보
[이코노믹데일리] '여성보험 명가(名家)'를 앞세운 나채범 호(號) 한화손해보험이 순항하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까지 달성하면서 여성보험시장 포지셔닝에 성공한 나채범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된 가운데, 올해도 한화손보가 '여심'을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한화손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나채범 대표를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오는 19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나 대표의 연임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이런 배경엔 여성 특화 상품 포트폴리오를 기반한 호실적이 꼽힌다. 한화손보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3823억원을 거두면서 전년 동기보다 31.5% 성장했다. 수익 지표인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은 7410억원으로 전년 대비 9.4% 늘었다. 이는 창사 이래 가장 큰 성과로, 차별화된 여성보험 상품이 인기를 끈 게 주효했다. 지난 2023년 취임한 나 대표는 그해 6월 금융권 최초로 '라이프플러스(LIFEPLUS) 펨테크 연구소'를 설립했다. 여성 고객의 질병과 생애주기를 직접 연구해 맞춤형 상품·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펨테크는 여성(Femal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여성 건강을 위한 임신·육아 등에 특화된 디지털 서비스나 상품을 의미한다. 한화손보는 같은 해 7월, 업계 최초로 여성 특화 통합 진단비를 갖춘 '시그니처 여성 건강보험'을 내놨다. 특히 사회적 문제로 지목된 저출생 문제 해결 차원에서 출산 지원 패키지와 난임 케어 패키지를 포함했다. 당시 출시 첫 달에 13억원의 신계약 보험료를 거둬들이면서 보장성 보험 단일 상품 판매 기록 중 최대 실적을 내기도 했다. 현재 한화손보의 시그니처 여성 건강보험 시리즈(1.0~3.0)는 지금까지 총 17개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하면서 상품 역량에 대한 인정을 받았다. 지난해엔 '출산 직접 보장' 특약 등 보험상품 6종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을 얻었는데, 관련 제도 시행 이후 손해보험업계 장기보험 영역에서 9개월을 받아낸 건 한화손보가 처음이다. 배타적사용권이란 보험협회 내 신상품심의위원회가 신상품 개발 이익 보호를 위해 부여하는 한시적 특허권이다. 보험 상품의 독창성과 진보성, 혁신성 등을 높게 평가해 3개월에서 최대 1년간 독점 판매할 권리를 준다. 나 대표는 여성 특화 상품 출시뿐 아니라 여성의 삶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 운영에도 나섰다. 여성 암 경험자와 보호자의 디스트레스(Distress·암 치료로 인해 환자와 가족이 겪는 고통) 완화와 건강한 회복을 지원하는 '우먼 힐링 라이프'가 대표적이다. 지난달엔 암 경험자 및 보호자 120명에게 사회복귀 경험 사례, 커리어 관리, 복귀를 위한 필수 관리법 등을 공유하면서 실질적인 지원과 정서적 안정을 제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최근엔 보험사들이 수익 확보 방안 중 하나로 건강보험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한화손보도 보장을 더 확대한 '한화 더 경증 간편 건강보험'을 출시했다. 앞서 2023년 도입된 새 회계제도(IFRS17) 내에서 건강보험은 보험사들의 수익성 확보에 유리한 보장성에 속한다. IFRS17은 부채평가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부채로 잡히는 저축성 상품보다 보장성 상품 판매를 늘리는 추세다. 한화손보는 진단, 입원, 수술 여부 등의 알릴 사항 중 '5년 내' 입원 또는 수술 여부를 '10년 내'로 늘려 기존 상품 대비 약 16% 낮은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게 했다. 이와 함께 5년 내 당뇨 및 고혈압에 대한 치료 이력이 없는 경우엔 약 13%를 더 할인해 고객 보험료 부담을 최대 29%까지 대폭 낮췄다. 아울러 올해는 건전성 강화에도 더 노력할 방침이다. 지난해 한화손보의 신지급여력제도(킥스·K-ICS) 비율은 174%, 경과조치 후 기준으론 212%를 기록했다. 보험업법상 최저 기준치(100%)와 금융당국 권고치(150% 이상)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현재 보험사들은 금리 변동 등 위험성을 대비해 200% 이상 맞추려 하고 있다. 킥스는 보험사의 지급 여력을 평가하는 건전성 지표로,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이 비율이 낮을수록 건전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화손보는 지난해 8월 20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했고, 올해 1월에도 5000억원 규모로 발행하는 등 선제적인 자본 확충으로 중소형 보험사 중 리스크 관리에 압도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올해도 적극적인 우량 계약 확대와 손해율 및 유지율 등 효율지표 관리를 통한 자본 건전성 강화에 나설 것"이라며 "국가적 문제인 저출생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상품과 보장영역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2025-03-17 14: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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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성 관리하다 보니"…보험사 배당 규모 '뚝'
[이코노믹데일리] 보험사들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배당 여력을 늘리는 데 시름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건전성 규제 강화 방침에 따라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면서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등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장 보험사 11곳 중 지난해 결산배당에서 배당을 결정한 보험사는 삼성생명·삼성화재·DB손해보험·코리안리 등 4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2023년엔 3개 생명보험사(삼성생명·한화생명·동양생명)와 4개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한화손해보험), 1개 재보험사(코리안리) 등 모두 8곳이 결산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19년부터 꾸준히 확대됐던 배당 규모는 6년 만에 줄게 됐다. 이러한 요인으로 건전성 관리가 지목되는데, 지난 2023년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으로 보험사들이 보험계약 해약에 대비해 해약환급금준비금을 별도로 적립해야 해 배당금 지급 여력이 줄어들게 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보험사들은 IFRS17뿐 아니라 신(新)지급여력(킥스·K-ICS) 제도 도입으로도 이미 자본적정성 개선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킥스는 보험사의 지급 여력을 평가하는 건전성 지표로,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킥스 비율이 낮을수록 건전성이 낮다는 의미다. 현재 보험업법상 최저 기준치는 100%, 금융당국 권고치는 150% 이상인데 보험사들은 금리 변동 등 위험성을 대비해 200% 이상을 맞추려 노력하고 있다. 이 킥스 제도로 부채와 자산을 시가로 평가받는데, 금리가 하락하면 보험부채 할인율이 떨어져 자산도 줄어든다. 최근 금리 하락으로 보험사 자본이 감소하는 악재가 겹치면서 보험사들은 건전성 제고를 위해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등 채권 발행을 늘리고 있다. 당장 자본 확보는 하고 있지만, 이자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는 셈이다. 자본성증권은 만기가 길고 차환 조건으로 발행돼 일부 자본으로 인정되지만 사실상 부채와 같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7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보험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난 자리에서 "리스크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고, 기본자본 확충 등 자본의 질을 높여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킥스 비율 요건 재검토 등 제도적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기자들에게 "보험사들이 후순위채 등 보완자본 발행을 통해 지금 많이 노력을 하고 있는데, 실제로 이자 부담 문제라든가 수익성 등 관리 이슈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방향성 자체는 기본자본 비율, 보통주 자본과 관련된 건 별도로 챙기면서 자원의 질을 높이는 두 가지 트랙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대신 킥스를 일률적으로 양적으로 맞추기 위해서 과도하게 손실을 발생시키기보다 (규제를) 어느 정도 완화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킥스 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눠 산출한다. 가용자본은 기본자본(보통주, 이익잉여금, 기타포괄손익누계액 등)과 보완자본(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해약환급준비금 상당액 초과분 등)으로 구성돼 있다. 보험사들이 채권 발행을 늘리면서 보완자본 의존도가 높아진 상태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의 자본의 질 개선을 위해 기본자본 비중을 높이고, 킥스 비율 권고 기준(150%이상)을 조금 낮추는 구조로 오는 11일 보험개혁회의에서 확정할 예정이다. 보험사들이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건전성 관리 문제로 배당 확대를 하지 못해 되레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방침과 충돌한단 지적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본 규제가 완화되면 보험사들의 배당 여력도 추가 확보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 하락으로 (보험사들의) 자산이 줄어드는 등 악재가 겹쳐 건전성 관리가 더 어려운 상황"이라며 "배당 여력을 늘리기 위해 여러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우선 당국 차원의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5-03-10 1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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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 위한 '자연환경보전법', '환경범죄 가중처벌법' 등 14개 환경법안 국회 통과
[이코노믹데일리] 생물다양성 증진, 기업의 '환경·사회·투명 경영(ESG)' 관련 사업 활성화를 위한 ‘자연환경보전법’을 비롯해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 등 14개 환경법 개정안이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3일 환경부에 따르면 ‘자연환경보전법’은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한 자연환경 복원사업에 민간 참여와 실적 인정 등 근거를 마련했다. 자연환경 복원사업의 질적 향상을 위해 자연환경보전사업 대행자 제도를 도입하고 '우수 생태관광에 대한 인증제' 도입 등을 통해 생태관광 활성화 기반도 마련했다. ‘환경범죄 등의 단속 및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은 기존에 ‘대기환경보전법’ 및 ‘물환경보전법’ 상 비정상 운영행위에만 과징금을 부과하던 것을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배출시설까지 과징금 부과 대상에 포함, 환경범죄 대상 폭을 넓혔다.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은 어린이통학차량 등 특정 용도로 사용되는 차량에 한해 경유자동차 사용 제한 대상에서 예외로 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은 환경기술의 정의에 환경분야 신산업 기술을 포함하도록 확대해 녹색전환보증사업 등 환경산업 육성을 위해 시행하는 지원정책의 법적 근거를 만들었다. ‘대기환경보전법’은 배출가스 관련 부품의 성능을 저하시키는 불법제품에 대한 수입·판매·판매중개·구매대행 금지 의무 및 제재 규정을, ‘실내공기질 관리법’은 실내공기질을 장기간 우수하게 유지·관리한 다중이용시설을 ‘실내공기질 관리 우수시설’로 지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은 제품·용기의 제조자에게 플라스틱 재생원료 사용의무를 부여하고 재생원료 사용비율 표시제도를 정비, 플라스틱 감축을 위한 기틀을 만들었다. ‘폐기물관리법’은 불법폐기물 처리 및 비용 회수 과정에서 불법행위자로부터 집행 비용을 받아내는 구상력을 강화했다. 이 밖에도 발전소의 이용수를 확장한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토양오염을 제때 정화하기 위한 ‘토양환경보전법’, 빈발하는 이상기후 및 극한기후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 재정됐다. 또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은 위해성 평가시 전문가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댐건설·관리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은 1999년 법 제정 이후 현재까지 부과 사례가 없는 수익자부담금을 폐지했다. ‘중앙행정권한 및 사무 등의 지방 일괄 이양을 위한 환경교육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 5개 법률 일부개정에 관한 법률안’은 지역 주민 생활과 밀접한 지역환경교육계획 수립, 환경전문공사업의 등록, 특정도서 명예감시원 위촉 등 16개 국가사무를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하는 내용이 담겼으며 현지 행정수요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했다.
2025-03-0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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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악성 미분양 11년 만에 최다... 건설경기 짓누르자 정부 '매입 카드'
[이코노믹데일리] 정부가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들이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이 11년 만에 최다를 기록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방 경제 침체의 원인으로 꼽히는 미분양 해소를 위해 LH가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가 올해 1월부터 기존 1주택자가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하면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산정 때 1세대 1주택자로 간주해주는 등의 방안을 내놨지만, 미분양 해소에 별 효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LH는 세계 금융 위기 여파로 주택 시장이 침체한 2009년에도 미분양 주택 2163가구를 7045억원을 들여 사들인 바 있다. 2009년 당시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12만3297가구, 악성 미분양은 5만87가구에 달했다. LH가 15년 만에 지방 미분양 아파트 매입에 나서는 건 지방 악성 미분양 주택이 1년 새 2배나 훌쩍 늘어나며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쌓여만 가는 악성 미분양이 지방 건설경기를 짓누르고 있는 데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지방 건설사들이 줄줄이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정부는 지역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내놓았다. 건설경기 침체가 경제성장률을 깎아 먹는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전년 대비로 2.7% 감소한 건설투자는 국내총생산(GDP)을 0.4%포인트 떨어뜨리는 결과를 불러왔다. 한국은행은 올해도 건설투자가 1.3%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통상 건설사들은 주택 사업장에서 분양대금이 들어올 때마다 공사 진행률에 맞춰 공사비를 받는다. 작년에는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 높은 시장금리로 공사 원가가 높아져 투입해야 하는 공사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미분양까지 적체됐고, 공사비를 제때 회수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이 속출했다. 특히 지방에서 다 짓고도 분양하지 못한 준공 후 미분양이 큰 폭으로 늘었다. 작년 말 기준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은 1만7229가구인데, 이는 1년 전(8690가구)에 비해 2배 많은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수주까지 줄자 건설사들은 이미 착공한 사업장의 공사비 마련을 위해 차입금을 늘리는 악순환을 맞게 됐다. 지방 부동산 시장 위축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신태양건설(부산 시공능력평가 7위)·대저건설(경남 2위) 등 지방 주요 건설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제일건설은 부도를 맞았다. 정부는 올해 지방 미분양을 매입하는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가 5000가구가량을 매입하고, LH가 3000가구를 사들여 지방 미분양 8천가구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건설경기 회복을 위한 재정 조기 집행에도 주력하기로 했다. 올해 상반기 중 사회간접자본(SOC) 연간 예산의 70%인 12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환경 SOC 예산도 상반기 중 72%인 3조6000억원을 집행한다. 이를 통해 대도시 침수 방지 시설,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용수 기반을 조성한다. 신축매입임대 주택 착공 때는 정부가 매입 금액의 최대 10%를 지급해 빠른 착공을 유도한다. 총 1조2000억원(국비 4132억원)을 투입하는 뉴빌리지 선도사업 32곳에 대해서는 상반기 중 보조금 80%를 교부한다. 뉴빌리지는 전면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단독주택과 빌라를 새 빌라, 타운하우스 등으로 다시 지을 때 정부가 주차장, 운동시설 등 주민 편의시설 설치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역활력타운(10곳), 민관 상생투자협약(5곳) 등 지역 공모사업은 다음달 중 접수해 5월까지 선정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정부가 상반기 SOC 예산 집중 투입을 강조했지만, 건설업계에서는 건설경기 위축에 대응하려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한 공공 SOC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커지고 있다. SOC 투자 위축이 경기 위축과 맞물려 건설산업의 위기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SOC 예산은 25조4000억원으로 전년(26조4000억원)보다 1조원가량 줄었다.
2025-02-25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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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국지적 폭우‧폭설에 제기능 못하는 상하수도 시설
[이코노믹데일리] 첫눈부터 폭설이었다. 지난해 11월 27일 이번 첫눈은 물기를 잔뜩 머금은 습설이어서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축사와 비닐하우스가 내려앉았고 인명 사고까지 발생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겨울에는 폭설, 여름에는 집중 호우, 장기간의 가뭄 등 이상기후가 일상화되다시피 했다.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 최소화를 위해 중요한 것이 우리 일상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회기반시설(SOC)인 상하수도다. 상하수도 시설은 각 가정에는 수돗물을, 공장에는 용수를 공급하고 하수는 다시 정화하는 순환 기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상기후는 상하수도 기능을 위협하고 있다. 국지성 집중 호우는 하수도의 처리 능력을 넘어서 침수피해를 빈발하게 하고 있다. 연신 신기록을 경신하는 극한 가뭄은 상수도 공급은 물론 각종 용수 공급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또한 강우의 패턴 변화는 지반에도 영향을 미쳐 산사태와 축대 붕괴, 도로 침하 등 빈도를 높이고 도로 곳곳 포트홀을 만들어 차량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가 상하수도에 미치는 영향과 이러한 영향이 다가오는 미래에는 어떠한 모습일지 최근 열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상하수도 발전 정책’이란 제목의 토론회에서 다뤄졌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번 토론회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태선, 이학영, 안호영, 김주영, 강득구, 박해철, 박홍배, 이용우 의원실) 공동주최, 대한상하수도학회 공동주관으로 열렸다. 이번 토론회에 주제 발표자로 참석한 김호정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후·인구위기시대 상하수도 서비스의 위기와 기회’란 발표를 통해 “2030년이면 상하수 시설이 60% 이상이 건설 후 30년을 경과해 시설 노후화가 우려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상하수도 인프라가 먼저 건설된 대도시부터 시설 재구축 시기가 일시에 도래한다”면서 우리나라의 상하수도 투자는 수질 사고, 침수사태 등을 겪으면서 2020년대 들어서야 지속 확대됐다며 “인구 감소, 시설 노후화 등 상하수도 분야에서 위기가 예상됐음에도 대비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지방자치단체 간 시설 통합운영을 통해 사업 규모를 키우고 경영 성과 벤치마킹을 활성화하는 등 상하수도사업의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물의 사업영역을 물 수요관리, 물 서비스 정보 활용, 재이용수 공급 등으로 확장해 신규 수익원을 발굴하면서 상하수도 서비스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상수도 운영관리 선진화 정책 방안’이란 주제로 발표를 한 김두일 단국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기후와 인구의 상관관계에 주목했다. 그는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수도사업의 재정경쟁력이 악화됐고, 상수도 분야 직원 숫자와 전문인력 감소로 인해 상수도 관리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노후 상수도 시설물이 누적되면서 이에 따른 유지관리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며 “수도 요금의 원가를 반영해 제때 올리지 못하는 일이 이어지다 보니 상수도 재정 여건 악순환으로 투자 여력이 악화되고 있다”고 상수도 관리의 문제점을 짚었다. 한편 김상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하수도 역할 확대 및 기술인력 지원 방안’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기후변화와 탄소 저감이란 전 지구적 과제로 인해 하수처리의 역할이 기존의 오염물질 제거를 넘어 물의 재이용, 자원 및 에너지 회수, 탄소 저감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이러한 전환을 효과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인프라 확충과 기술개발뿐 아니라 전문인력의 역량 강화가 필수”라고 했다. 이날 토론회 마지막 주제 발표자인 오희영 서울시립대 교수는 ‘물 산업 진흥을 위한 벨류업 정책 제언’을 통해 “물산업 진흥을 위한 국가 물관련 핵심 주체들의 코디네이터 역할이 중요하다”며 “수도 사업자를 포함한 지방자치단체, 물 관련 공공기관, 물 관련 기업 및 학계의 연결고리 역할이 중요할 때”라고 했다. 이어 “우수 물관리 기술개발-적용 기반을 마련하고 물산업 해외 진출 전략적 지원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어느 도(道)보다 남쪽에 위치해 기후변화가 우리나라 어느 지역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는 앞서 2018년 제주 전 지역의 공공하수처리장 시설 점검과 함께 공공하수처리시설 리스크 관리체계, 지역 현황과 기후변화 현황·전망 및 영향분석을 실시하고 호우와 강풍은 물론 해수면 상승 적응대책까지 광범위한 기후변화 대응 대책을 담은 ‘제주특별자치도 상수도시설 기후변화 적응대책 수립용역 최종보고서’를 공표한 바 있다.
2025-02-25 06: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