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4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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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투자 축소 나선 포드, 수익성 방어·경쟁력 시험대
[이코노믹데일리] 포드가 전기차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전동화 전략을 재편했다. 전기차 확대 과정에서 누적된 손실을 정리하고 수익성 방어에 무게를 둔 결정이다. 다만 글로벌 판매 순위에서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추격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전기차 전환이 재가속될 경우 투자 공백이 장기 경쟁력의 리스크로 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7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포드는 F-150 라이트닝 순수 전기차 라인업과 후속 대형 전기 트럭(T3) 계획을 접고, 이를 가솔린 엔진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주행거리 연장형(EREV)으로 대체하는 방향을 택했다. 전기 상용 밴 계획도 보류하며 하이브리드·EREV·가솔린의 혼합 전략으로 선회했다. 이같은 조정은 전기차 사업 전면 중단이 아니라 대형·고비용 순수 전기차(BEV) 중심의 축소에 가깝다. 전기차 사업 축소의 직접적인 배경에는 누적 손실 부담이 있다. 포드의 전기차 전담 조직인 ‘모델 e(Model e)’ 부문은 출범 이후 수익성 확보에 실패했다. 지난 2023년 한 해 동안 약 51억달러(약 7조1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작년에도 적자 구조가 이어졌다. 올해 들어서도 손실 흐름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며, 외신들은 2023년 이후 누적 전기차 손실이 130억달러(약 18조2000억원)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번 사업 조정은 이같은 손실 구조를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포드는 북미 시장에서 픽업과 SUV, 상용 밴을 중심으로 수익을 창출해왔다. 반면 전기 픽업과 대형 전기 SUV는 배터리 탑재량 증가로 원가 부담이 크고 견인·적재 성능을 유지하기 위한 추가 설계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았다. 가격 인하 경쟁이 본격화될수록 손익 구조는 더욱 악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포드는 이러한 구조적 제약을 인식하고 전동화 전략의 무게중심을 조정했다. 하이브리드는 기존 내연기관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어 개발·생산 전환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고, 배터리 원가 비중도 순수 전기차보다 작다. 연비 개선과 배출 규제 대응이 가능하면서도 소비자 수용성이 높다는 점에서 단기 수익성 방어에 유리하다. 이같은 전략 재편은 글로벌 완성차 업계 전반에서 나타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전기차 전환이라는 장기 방향성에는 변화가 없지만, 수요 증가 속도와 수익성 확보 시점에 대한 재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금리, 보조금 정책, 충전 인프라 등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전기차 수요의 변동성이 커졌고,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은 대규모 전기차 투자를 앞당기기보다 손익 가시성이 높은 구간부터 전동화를 확대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전기차 판매 부진과 누적 손실로 전략 조정에 나선 포드와 달리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에서 포드는 6위를 기록했지만, 바로 뒤에서는 BYD와 지리 등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따라붙고 있다. 판매량 격차는 크지 않으며, 일부 구간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포드에 근접하거나 추월하는 흐름도 관측된다. 다만 포드의 전략을 둘러싼 중장기적 과제도 산적해있다. 글로벌 전기차 전환이 재차 속도를 낼 경우, 전용 플랫폼과 배터리 기술, 소프트웨어 역량 축적 속도에서 경쟁사와의 격차가 빠르게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를 중심으로 기술 고도화와 양산 경험을 동시에 쌓으며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포드가 전기차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사이 기술 격차가 확대될 경우 향후 전략 수정 과정에서 더 큰 비용과 시간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중심으로 수요가 재편되면 중국 업체들이 포드를 압박할 가능성은 높아진다”며 “반대로 하이브리드와 EREV 수요가 유지되는 한 포드는 전기차 경쟁을 피하면서 수익성과 판매 규모로 격차를 관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2025-12-17 17:3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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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워너브러더스 106조원에 인수 계약… "미디어 지각변동"
[이코노믹데일리] 글로벌 스트리밍 1위 기업 넷플릭스가 할리우드의 전통 강호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이하 워너브러더스)를 720억 달러(약 106조원)에 인수한다. 이번 '세기의 딜'로 전 세계 미디어·콘텐츠 시장의 판도가 넷플릭스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될 전망이다. 넷플릭스는 5일(현지시간) 워너브러더스를 인수하기로 하는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인수 대상은 워너브러더스의 핵심 자산인 영화·TV 스튜디오 사업 부문과 스트리밍 서비스 ‘HBO 맥스’ 등이다. 다만 CNN, TNT, 디스커버리 채널 등 케이블 TV 방송 사업 부문은 내년 3분기까지 기업 분할을 통해 별도 법인으로 분리될 예정이어서 이번 인수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이번 합병은 세계 최대의 스트리밍 플랫폼과 100년 역사의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가 하나로 합쳐진다는 점에서 엔터테인먼트 산업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번 인수합병(M&A) 절차를 마무리하는 데 약 12~18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인수가 완료되면 넷플릭스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방대한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확보하게 된다. '오징어 게임', '기묘한 이야기' 등 넷플릭스의 독점 오리지널 콘텐츠에 더해 워너브러더스가 보유한 '해리 포터', '프렌즈', '카사블랑카', '시민 케인' 등 시대를 관통하는 명작 IP(지식재산권)와 HBO 맥스의 프리미엄 콘텐츠가 모두 넷플릭스 플랫폼으로 흡수된다. 이는 구독자들에게 압도적인 선택권을 제공하며 스트리밍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카사블랑카', '시민 케인'처럼 시대를 초월하는 명작부터 '해리 포터', '프렌즈' 같은 현대 인기작까지 워너 브러더스가 보유한 놀라운 작품 라이브러리가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 '케이팝 데몬 헌터스', '오징어 게임'과 같은 한 시대를 정의하고 있는 이야기들과 합쳐진다면 전 세계를 즐겁게 하겠다는 목표를 보다 수월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넷플릭스는 단순히 스트리밍 강화를 넘어 할리우드 제작 역량까지 내재화하게 됐다.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 인수로 자체 제작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넷플릭스 측은 "워너브러더스의 현재 운영 방식을 유지하고 강점을 더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며 "여기에는 워너브러더스 영화의 극장 개봉이 포함된다"고 밝혀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배급 전략을 시사했다. 그러나 딜이 최종 성사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남았다. 바로 각국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다. 이미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 등 경쟁사들은 넷플릭스의 독점적 지위 강화를 우려하며 규제 당국의 제동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이번 M&A 발표 전부터 미국 정치권 내에서 스트리밍 시장 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고 보도했다. 이번 인수전에는 넷플릭스 외에도 파라마운트와 컴캐스트 등 미디어 공룡들이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으나 결국 워너브러더스는 넷플릭스의 손을 잡았다.
2025-12-06 09: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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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밤, 12·3
[이코노믹데일리] 특별할 거 없는 일상의 하루였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늦게 잠드는 버릇이 있던 내가 그날 따라 유난히 일찍 잠이 든 것이다. 깊이 잠든 나를 아들이 흔들어 깨우며 뭐라고 다급히 외쳤다. 처음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너무나 비현실적이어서. “엄마, 쿠데타야, 쿠데타!” “어느 나라야?” “우리나라!” “뭐? 대체 어느 X이?” 억지로 잠을 깬 데다 순간 기가 막혀 말이 곱게 안 나왔다. “대통령이래.” 헐.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아니 최고 권력자가 뭐가 모자라서 쿠데타? 그 순간 머릿속은 마치 블랙 코미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내가 잠이 깬 시간은 지난해 12월 3일 밤 12시경. 온라인 과외 알바를 마치고 TV 방송뉴스 채널을 켠 아들이 쿠데타가 일어난 사실을 알자마자 날 깨운 것이다. 방송 화면에 비친 국회를 둘러싼 모습은 온통 아수라장이었다. 무장한 군인과 시민들, 국회에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과 이를 가로막는 군경들, 국회로 들어가려 담을 넘는 의원들까지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방송 와중에 윤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장면이 번갈아 나왔다. 계엄령 중 가장 기막힌 내용은 당시 의료 파업 중이던 레지던트와 의사들까지 포함해 48시간 내 복귀 명령이 내려졌고, 이를 어길 경우 계엄법에 따른 처벌이 따른다는 것이었다. 아니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의사가 뜬금없이 왜 계엄령에 들어갔나? 기자라는 직업 때문에 만일의 경우 직장 폐쇄를 우려해 그 시간이라도 출근할까 논의하던 중, 국회에 모인 다수 의원들이 계엄 해제 결의에 참여해 계엄령은 곧 해제됐다. 환호하는 시민들, 면목 없다는 모습으로 물러나는 군인들… 이후 우리 팀은 각자 집에서 서로 역할을 나눠 기사 작성을 했다. 나는 외신 반응을 맡았다. 곁에서 계속 뉴스를 시청하던 Z세대 1999년생 아들이 한탄했다. “내가 쿠데타가 일어나는 나라에서 살다니.” 그러면서 “아, 창피해”를 연발했다. 선진국이라고 믿었던 나라에서, 후진국에서나 나올 법한 쿠데타가 일어나다니. 그날 밤 그 부끄러움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느끼는 감정이었다. 도대체 왜 최고 권력자인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이런 일을 벌였는지 궁금했다. 이후 드러난 과정들은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 동화를 보는 듯했다. 한 지인의 표현대로라면, 윤 전 대통령은 여전히 아내에게 눈이 콩깍지 씌인 사랑꾼이었고, 그 사랑이 현실의 정치적 혼란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사람의 ‘사랑과 집착’이 나라를 흔들었던 그날, 실제로 나라를 지킨 것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었다. 상식을 벗어난 명령에 의도적 태만과 조용한 항명을 택한 용감한 군인들, 추위 속에서도 국회 앞으로 달려간 시민들, 따뜻한 커피와 응원을 보낸 지지자들, 이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그날 후진국으로 추락한 부끄러움에서 우리를 구한 것은 성숙한 시민의식이었다. 한 사람의 사적 집착이 나라를 흔들 수 있다는 현실 앞에서, 권력 앞에서 시민의 무심함이 가장 큰 위험임을 기억해야 한다. 내일이면 12월 3일, 쿠데타의 여진은 여전한 가운데 우리는 다시 묻는다. 눈앞에서 벌어졌던 계엄령 선포를 단순한 사건으로 잊어버릴 것인가, 아니면 민주주의를 지켜낸 평범한 사람들의 용기를 기억하며 깨어 있는 시민으로 살아갈 것인가.
2025-12-02 14: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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