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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중형을 넘어 '시스템 조선'으로…HD현대 통합이 만든 새로운 조선 플랫폼
※ '강철부대'는 철강·조선·해운·방산 같은 묵직한 산업 이슈를 유쾌하게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붉게 달아오른 용광로, 파도를 가르는 조선소, 금속보다 뜨거운 사람들의 땀방울까지. 산업 한복판에서 만나는 이슈를 '강철부대원'처럼 직접 뛰어다니며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는 주말, 강철부대와 함께 대한민국 산업의 힘을 느껴보세요! <편집자주>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조선업의 두 심장'이 하나로 뛰기 시작했다. 지난 1일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조선이 공식 통합하며 단일 법인 통합 'HD현대중공업'이 공식 출범했다. 두 회사는 모두 HD현대 산하의 조선 계열사로 표면적으로는 '같은 그룹 내 조선사 간 합병'처럼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각 조선소가 담당해온 역할과 시장 영역이 전혀 달랐다. 6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울산조선소를 기반으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해양플랜트(드릴십·FPSO) 등 대형 선박과 해양 구조물 분야의 글로벌 리더였다. 대형 선형에 필요한 고도 설계·용접·시운전 기술을 보유해 '한국 조선산업의 기술 상징' 역할을 맡아왔다. 반면 HD현대미포조선은 중형 제품운반선(MR탱커), 중소형 LNG·LPG 운반선, 군수지원함·초계함 등 중형선 및 특수선 중심의 고효율 조선소로 자리매김했다. 연간 건조 척수가 많고 생산성이 높아 '세계 1위 중형선 조선소'로 불렸다. 특히 도크 회전율이 높고 표준화된 설계·시스템 생산공정에서 강점을 보여 '효율형 조선소의 대표 모델로 꼽혀왔다. 이처럼 HD현대중공업이 '기술 중심의 대형 조선소'라면 HD현대미포조선은 '생산성 중심의 중형 조선소'였다. 서로 다른 조선 DNA 기술력과 효율성이 이번 통합으로 하나의 체계에 묶이며 대형·중형·특수선 전 영역을 포괄하는 '완전한 조선 밸류체인'이 완성됐다. 이번 통합의 본질은 단순한 규모 확장이 아니다. 대형선에서 중형선까지 설계·생산·도크·인력을 하나로 엮는 '조선 밸류체인 전 구간 통합'을 통해 설계 변경·자재 조달·인력 배치·납기 조정 등 복잡한 프로세스를 단일 시스템에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원가 절감·품질 안정·납기 단축이라는 세 가지 실질적 이점을 확보했다. 특히 방산·특수선 부문은 통합의 최대 수혜지로 꼽힌다. HD현대중공업이 쌓아온 해군 전투함 플랫폼 설계 경험에 HD현대미포조선의 도크와 인력 등 생산 인프라가 더해지면서 국방 조선 분야의 경쟁력이 한층 강화됐다. 두 회사가 각각 보유한 설계·R&D(연구개발) 역량을 통합하면 대형 구축함부터 중형 초계함까지 전 계열 함정을 커버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이 완성된다. 또한 통합 법인은 디지털 설계·AI 도크·스마트십 기술을 하나의 데이터 체계로 묶어 '강철을 잇는 산업'에서 '데이터 설계 산업'으로의 진화를 선언했다. 실제로 HD현대는 선박 설계, 건조, 운영 전 과정을 디지털 트윈과 AI로 통합 관리하는 '디지털 조선소 모델' 구축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조선업 경쟁국들도 이미 대형사 중심으로 재편에 속도를 내며 '조선 산업 구조전쟁'에 돌입했다. 중국에서는 국가 소유 초대형 조선그룹인 CSSC(China State Shipbuilding Corporation)와 CSIC(China Shipbuilding Industry Corporation)이 올해 2월 임시 주주총회 승인에 이어 같은 해 7월 상하이증권거래소의 최종 승인을 받으며 공식 통합을 마무리했다. 두 회사가 하나의 체계로 묶이면서 중국은 단일 조선그룹 중심의 '메가 플랫폼' 체계를 갖추게 됐다. 업계에선 이번 통합으로 CSSC가 상장 기준 세계 최대 자산 규모를 가진 조선사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역시 조선업 재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민간 최대 조선사인 이마바리조선(Imabari Shipbuilding)은 올해 6월 26일 경쟁사 JMU(Japan Marine United) 지분을 기존 30%대에서 60%로 확대하며 사실상 자회사로 편입했다. 법인 자체를 합병한 것은 아니지만 지배구조 재편을 통해 양사 설계·조달·건조 역량을 통합적으로 운영할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일본이 원가 경쟁력과 포트폴리오 확장을 동시에 노린 전략적 재편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이처럼 중국·일본이 '규모와 체계의 통합'으로 조선 경쟁력을 재정비하는 가운데, HD현대의 통합 역시 단순한 국내 조직 개편을 넘어 한국 조선산업의 항로를 재설계하려는 전략적 결정이라는 의미가 부각된다. HD현대중공업의 대형선 기술력과 HD현대미포조선의 중형선 생산 효율을 하나의 시스템 아래 묶어 '대형–중형–특수선–해양플랜트–방산'을 잇는 연속적 밸류체인을 완성함으로써 한국 조선업이 글로벌 재편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번 통합은 '덩치를 키운 합병'이 아니라 기술과 효율을 하나의 체계로 결합해 조선산업의 경쟁 체질을 재정의하며 글로벌 흐름에 발맞춘 '구조 혁신'이다. 조선은 더 이상 철판을 잇는 산업이 아니다. 설계·도크·생산이 하나의 데이터 체계로 통합되며 디지털과 AI가 강철보다 단단한 경쟁력을 만들고 있다. 강철부대의 시선이 머무는 곳, 한국 조선은 이제 바다 위 공장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산업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2025-12-06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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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 현지 네트워크 구축을 발판으로 글로벌을 향하다
[이코노믹데일리] GC녹십자, 유한양행, 종근당, 대웅제약, 한미약품은 한국 제약산업을 대표하는 핵심 기업들입니다. 이들 5개사의 사업 구조와 연구개발, 글로벌 전략, 성장 동력을 간략히 톺아보고 국내 제약산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입체적으로 전달합니다. <편집자 주> 대웅제약은 1945년 설립 이후 '의약보국(醫藥輔國)'이라는 가치 아래 '좋은 약을 만들어 국민의 건강을 지킨다'는 신념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이러한 철학을 기반으로 현재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의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글로벌 도약을 위해 미국, 중국,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 주요 국가에 법인·지사와 R&D센터를 설립하며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해당 글로벌 조직망은 단순한 해외 판매 채널을 넘어 현지화 전략, 연구협업, 생산 파트너십을 결합한 플랫폼의 기능으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핵심이 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 Daewoong Biologics Indonesia(DBI)를 통해 줄기세포 치료제 및 바이오소재 생산 공장을 완공한 것은 재생의료 분야 글로벌 확장의 중요한 계기가 됐다. 신설 공장은 인도네시아 식약처로부터 GMP 인증을 취득해 본격 가동을 시작했으며 단순 생산 뿐 아니라 줄기세포 처리, 연구, 임상, 생산까지 가능한 통합 인프라로 설계됐다. 한국의 세포치료 기술을 이전받아 '동남아 재생의료 시장 진출 및 현지화'를 본격화한 것이다. 대웅제약은 난치성·노화 관련·퇴행성 질환 등을 대상으로 한 세포치료제 개발을 확대하며 기존 의약품 중심에서 바이오·재생의료 영역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동시에 각국의 규제 환경을 학습하며 FDA, EMA 등 글로벌 주요 기관의 인증을 확보해 품질 경쟁력 또한 강화하고 있다. 대웅제약 주력 제품의 글로벌 성과도 두드러진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는 출시 4개월 만에 누적 매출 약 1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출시 3년 만에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자리잡았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는 이미 60여 개국에서 허가를 받았고 80개국 이상과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에는 186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미국 톡신 미용시장 점유율 2위를 달성하며 글로벌 메이저 톡신으로 입지를 강화했다. 최근에는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사우디, 카타르 등과 계약하며 중동과 중남미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SGLT-2 억제 계열의 2형 당뇨 치료제 '엔블로' 역시 2023년 5월 출시 이후 첫해 연매출 100억원대를 기록하며 대웅제약의 또 다른 블랙버스터 신약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웅제약은 신약뿐만 아니라 신사업 강화도 진행 중이다. 대웅제약은 마이크로니들(패치형 약물 전달 플랫폼)바이오시밀러,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을 '글로벌 신사업 축'으로 육성하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니들 패치 기술은 피하 주사를 대체할 수 있어 자가 투여가 가능하며 통증이 적어 환자 순응도 높다는 점이 장점으로 해외기업들에게 관심을 끌고 있다. 또한 단순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효능과 안정성, 편의성 등을 개선한 '바이오베터'를 차세대 핵심 사업으로 삼고 있다. 대표적인 파이프라인으로는 안구건조증 치료제 HL036가 있다. HL036는 자회사 한올바이오파마가 개발 중인 첫 번째 바이오베터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하고 임상을 진행했다. 더불어 계열사인 대웅바이오를 통해 CDMO 사업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제약사 대상 완제의약품 위탁생산 또는 원료의약품(API) 공급까지 아우르는 밸류체인을 견고히 구축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기존의 화학의약품 중심 비즈니스에서 벗어나 바이오·재생의료·글로벌 CDMO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재생의료 인프라 구축, 글로벌 빅마켓에서의 제품 경쟁력 강화, 지속적인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은 향후 대웅제약이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특히 동남아 및 미주 지역을 중심으로 한 해외 매출 비중의 확대는 장기적으로 글로벌 체질 전환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5-12-05 17: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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㉔최정우 포스코 회장 "포스코의 경쟁력은 사람이다"
[이코노믹데일리] 누구에게나 별이 떠오르는 순간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 짧은 선택으로 회사를, 산업을, 심지어 한 나라의 미래를 바꾸기도 합니다. ‘CEO들의 별의 순간’은 위기와 기회의 갈림길에 선 리더들의 결단을 따라가며,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기업들에게 필요한 상상력과 용기를 되새겨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최정우 회장이 처음 포스코에 발을 들였을 때, 한국 철강 산업은 ‘세계 최고’란 명성을 지키면서도 동시에 거대한 변화의 물결 앞에 서 있었습니다. 글로벌 시장은 보호무역주의로 요동쳤고, 탈탄소 전환은 산업의 근본을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철강업이 ‘전통 제조업’으로 묶여 한계산업으로 취급받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철강을 단순한 소재가 아닌 국가 산업의 뼈대이자 미래 성장의 기반으로 바라봤습니다. 부산에서 태어나 학업과 현장을 오가며 '산업의 맥박'을 느껴온 그는 “기업의 본질적 경쟁력은 위기일수록 드러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포스코에 입사한 이후 재무·기획 부문을 두루 거친 그는 수차례의 산업 위기 속에서도 조직을 지키는 ‘보이지 않는 손’이란 평가를 받았습니다. 2018년,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그가 직면한 첫 과제는 포스코가 ‘철강 회사’란 규정으로 제한되는 현실이었습니다. 세계는 에너지 전환과 신소재 혁명을 향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고, 철강업은 구조적 둔화의 그늘 아래 놓여 있었습니다. 그때 최 회장이 선택한 것은 ‘기업의 재정의’였습니다. 그는 “포스코는 철강 회사가 아니라 미래소재 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선언했습니다. 그의 결정은 단순한 슬로건 변경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조직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고, 그룹 차원의 연구개발(R&D) 비중을 확대했으며, 이차전지 소재와 수소·에너지 분야를 미래 축으로 세웠습니다. 한때 보수적이라 불렸던 포스코의 문화는 그의 결단을 통해 실험과 확장의 분위기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도전은 ‘친환경 철강’이란 새로운 길을 여는 일이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 규제가 강화되며 기존 고로(高爐) 중심 방식은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했습니다. 그는 포스코가 독자 개발해온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미래의 생존 동력으로 보고 대대적인 투자를 승인했습니다. “탄소를 줄이는 것은 비용이 아니라 경쟁력”이란 그의 발언은 포스코의 전략을 바꾼 한 문장이 됐습니다. 그의 리더십을 분기점으로 삼은 순간은 또 있었습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시장이 얼어붙고 공급망 위기가 전 세계를 덮쳤을 때, 포스코 역시 수요 둔화와 원자재 가격 급등이란 이중고에 직면했습니다. 임원진들 사이에서는 비용 축소와 보수적 경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했습니다. 그러나 최 회장의 선택은 달랐습니다. 그는 “위축될수록 미래 투자를 멈추면 안 된다”고 강조하며 신성장 사업의 투자 규모를 유지하고 오히려 기술 로드맵을 앞당겼습니다. 이는 단기 수익보다 장기 생존을 택한 결정이었습니다. 그의 판단에 대해 “위험하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포스코는 배터리 소재·수소·에너지 솔루션 분야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성과를 쌓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 태풍 피해로 광양제철소 일부 시설이 멈춰선 사건은 그의 리더십이 빛난 또 하나의 분기점이었습니다. 그는 위기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공정 복구와 안전 관리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그는 “포스코의 경쟁력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고 말하며 조직의 사기를 다시 세웠고, 비상대응 체계를 전면 재정비했습니다. 이 시기 포스코는 오히려 환경·안전 투자를 대폭 확대하며 위기를 기회로 전환했습니다. 그의 별의 순간은 결국 ‘미래를 향한 확신’에서 피어났습니다. 철강이란 오래된 산업을 새롭게 정의하고, 한계로 여겨졌던 영역을 미래 산업으로 전환하며, 조직의 DNA를 바꿔낸 결단들이었습니다. 그에게 리더십은 단순한 관리가 아니라 산업의 미래를 여는 선택의 연속이었습니다. 오늘날 포스코는 철강을 넘어 이차전지 소재, 수소, 친환경 에너지 분야로 확장된 ‘미래소재 기업’으로 평가 받습니다. 이는 단지 사업 포트폴리오의 변화가 아닙니다. 산업이 위축되는 시기에도 포스코가 성장의 그래프를 유지해온 이유는, 그의 선택이 기업의 방향을 결정짓는 힘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최 회장의 리더십은 위기 속에서도 가능성을 보는 눈, 그리고 그 가능성에 실질적 투자를 감행하는 용기에서 출발합니다.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그가 일궈낸 별의 순간들은 포스코가 앞으로 맞이할 또 다른 미래의 좌표가 되고 있습니다. 그의 별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그리고 한국 산업의 지형이 다시 재편되는 지금, 최정우 회장의 선택은 많은 기업들이 직면한 질문에 하나의 답을 던집니다. “미래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2025-12-05 12: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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