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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제대로 알자 ⑥】 중국 경제를 성장률로만 보면 반드시 실패한다
[이코노믹데일리] 중국 경제를 이야기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수치는 성장률이다. “중국 성장률이 둔화됐다”, “중국이 고성장 시대를 끝냈다”는 표현은 이제 일상어가 됐다. 그러나 중국 경제를 성장률 하나로 판단하는 순간 우리는 중국을 이해하기는커녕 오판에 빠진다. 중국 경제는 성장률로 설명되는 경제가 아니라 구조와 방향으로 읽어야 하는 경제다. 중국의 성장률은 오래전부터 ‘정치적 수치’이자 ‘관리되는 지표’였다. 중국 정부에게 성장률은 단순한 경제 성과가 아니라 사회 안정과 직결된 관리 대상이다. 고도 성장기에는 성과를 과시하는 도구였고 성장 둔화 국면에서는 불안을 통제하는 신호로 활용됐다. 이 때문에 중국 성장률은 실제 경제의 모든 것을 반영하지도 그럴 필요도 없는 수치가 됐다. 중국 경제의 본질은 ‘얼마나 성장했는가’보다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가’에 있다. 중국은 이미 성장률 중심의 경제에서 벗어나 구조 전환을 전제로 한 경제로 이동 중이다. 성장률 둔화는 실패의 신호라기보다 전환 과정에서 감수하는 비용에 가깝다. 중국 경제를 한국이나 서구 국가와 같은 기준으로 단순 비교하는 것 역시 오류를 낳는다. 중국은 국가 주도의 계획과 시장 메커니즘이 동시에 작동하는 특수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이 체제에서 성장률은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없다. 중국 경제의 첫 번째 특징은 ‘균질하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에는 하나의 경제가 아니라 여러 개의 경제가 공존한다. 동부 연안의 선진 산업지대, 중부의 제조업 벨트, 서부의 개발 지역은 서로 다른 성장 속도와 산업 구조를 보인다. 전국 평균 성장률은 이 복합 구조를 단순화한 결과일 뿐이다. 두 번째 특징은 성장의 ‘질’에 대한 집착이다. 중국 정부는 양적 성장보다 산업 고도화와 기술 자립을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반도체,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 첨단 제조업은 단기 성장률이 낮아도 포기할 수 없는 전략 산업이다. 여기서는 당장의 숫자보다 중장기 경쟁력이 우선한다. 이 과정에서 전통 산업과 부동산 중심의 성장 모델은 의도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외부에서는 이를 경기 침체로 해석하지만 중국 내부에서는 ‘조정’으로 인식하는 시각이 강하다. 부동산 문제 역시 단순한 경제 위기가 아니라 과잉 성장 모델을 정리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 경제를 이해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국가의 역할이다. 중국 정부는 시장에 전적으로 맡기기보다 방향을 제시하고 필요하면 직접 개입한다. 이는 효율성 측면에서는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안정성 측면에서는 강력한 장치로 작동한다. 중국 경제는 위기 상황에서도 급격한 붕괴보다 완만한 조정을 선택해 왔다. 성장률이 낮아졌다고 해서 중국 경제가 곧바로 위기에 빠진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중국은 성장 속도를 늦추는 대신 통제력을 유지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자유시장 경제의 기준으로 보면 비효율처럼 보일 수 있지만 중국식 체제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다. 중국 소비 시장 역시 성장률로만 보면 오해가 생긴다. 전체 소비 증가율은 둔화됐지만 소비 구조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중산층 소비는 고급화되고 있으며 서비스와 경험 소비의 비중은 확대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내수 침체가 아니라 소비 패턴의 이동이다. 중국 기업의 경쟁력도 성장률과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일부 산업에서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했다.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플랫폼 산업은 성장률 둔화와 무관하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경제를 ‘둔화’라는 단어 하나로 묶는 것은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접근이다. 중국 경제를 성장률 중심으로 해석할 때 가장 큰 위험은 정책 판단의 오류다. 중국이 어려워졌다고 판단해 압박을 강화하면 중국은 오히려 내부 결속과 자립 전략을 강화한다. 이는 경제적 양보를 이끌어내기보다 장기적 경쟁 구도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중국 경제는 외부 충격에 즉각 반응하기보다 시간을 두고 흡수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성장률 하락은 위기의 신호가 아니라 조정의 신호일 수 있다. 이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면 중국 경제를 늘 과소평가하거나 과대평가하게 된다. 한국 기업과 정책 당국 역시 성장률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국 시장의 기회는 성장률이 높은 산업이 아니라 국가 전략과 맞물린 분야에 있다. 중국이 어떤 산업을 키우고 어떤 산업을 정리하려 하는지를 읽는 것이 핵심이다. 중국 경제의 또 다른 특징은 장기 계획이다. 중국은 5개년 계획을 통해 경제 방향을 설정하고 단기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성장률이 낮아도 목표 방향과 일치하면 정책은 유지된다. 이는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외부의 단기적 분석을 무력화한다. 중국 경제를 성장률로만 보면 반드시 실패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성장률은 중국 경제의 ‘결과’일 뿐 ‘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의 원인은 구조, 전략, 체제에 있다. 이 요소들을 보지 않으면 숫자는 의미를 잃는다. 중국을 제대로 안다는 것은 숫자를 버리라는 뜻이 아니다. 숫자를 해석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다. 성장률은 출발점이지 결론이 아니다. 중국 경제는 느려지고 있을지 몰라도 멈추고 있지는 않다. 중국 경제는 더 이상 고성장을 약속하는 시장이 아니다. 그러나 전략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시장도 아니다. 성장률의 환상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중국 경제의 실제 모습이 보인다. 중국 경제를 숫자로만 판단하면 실패한다. 구조를 읽을 때만 기회가 보인다. 이것이 중국 경제를 바라보는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2026-01-24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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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위기는 아니지만 우리를 살려주지도 않는다
중국 경제를 둘러싼 진단은 늘 극단을 오간다. 어떤 이는 “중국 붕괴론”을 말하고 다른 이는 “여전히 5% 성장하는 거대 시장”을 강조한다. 그러나 두 주장 모두 본질을 비켜간다. 지금의 중국은 무너질 단계에 있지 않다. 동시에 한국 경제를 다시 끌어올려 줄 회복의 원천도 아니다. 이 두 사실을 동시에 받아들이지 못하면 우리는 또 한 번 잘못된 기대 위에 정책과 전략을 쌓게 된다. 중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5.0%를 기록하며 정부 목표를 맞췄다. 미·중 관세 갈등, 내수 침체, 부동산 위기라는 삼중 압박 속에서도 숫자는 지켜냈다. 이는 중국 국가 시스템의 동원력과 관리 능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제조국이며 수출과 산업 생산 역시 단기적으로는 견조하다. 이 점에서 중국을 곧바로 ‘붕괴 국면’으로 규정하는 것은 과장에 가깝다. 그러나 문제는 언제나 ‘숫자 뒤의 구조’다. 분기별 성장률 흐름은 연중 하향 곡선을 그렸고 연말에 집중된 부양책에도 뚜렷한 반등은 나타나지 않았다. 고정자산 투자는 개혁·개방 이후 처음으로 연간 기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부동산과 인프라라는 중국 성장의 두 축이 동시에 꺾였다는 의미다. 이는 일시적인 경기 순환이라기보다 성장 모델 자체가 한계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중국은 더 이상 과거의 중국이 아니다. 2010년대 중국은 한국 경제에 있어 거대한 흡수기였다. 철강, 화학, 정유, 기계, 부품에 이르기까지 중국이 빨아들이면 한국은 성장했다. 그러나 지금의 중국은 내수가 약하고 투자는 위축됐으며 남는 생산능력을 수출로 풀어내는 단계에 들어섰다. 이 구조에서 중국은 더 이상 한국의 고객이 아니라 같은 시장에서 부딪히는 경쟁자가 된다. 특히 주목해야 할 지점은 중국의 전략 산업이다.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첨단 장비 분야에서 중국은 ‘저가·대량·국가 지원’이라는 전통적 무기를 다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문제는 이 영역들이 한국 기업이 지난 10여 년간 경쟁력을 축적해온 분야와 정확히 겹친다는 점이다. 중국 경제가 둔화될수록 중국 기업의 해외 공세는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회복을 기다리는 동안 한국 산업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중국이 살아나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말을 쉽게 꺼낸다. 이는 과거의 성공 경험이 만든 착시다. 하지만 지금 중국은 스스로도 성장률을 낮추는 방향을 선택했다. 속도보다 안정, 민간보다 국가, 성장보다 안보와 기술 자립을 앞세운다. 이런 중국이 한국 경제의 반등을 외부에서 떠받쳐 줄 것이라는 기대는 더 이상 현실적이지 않다. 중국이 위험하지 않다는 사실과 중국에 기대서는 안 된다는 사실은 동시에 성립한다. 중국은 관리되는 저성장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위기는 아니지만 주변국에 기회가 되는 국면도 아니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고 산업 구조가 중국과 유사한 한국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 필요한 것은 태도의 전환이다. 중국 경제를 ‘회복을 기다릴 대상’이 아니라 ‘고정된 변수’로 놓고 사고해야 한다. 중국 상황에 따라 흔들리는 전략이 아니라 중국과 무관하게 작동할 수 있는 성장 경로를 설계해야 한다. 수출 시장 다변화, 기술 격차 유지, 내수 기반 확충이라는 오래된 과제가 다시 절박해진 이유다.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나오면 한국 수출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는 이제 정책 판단을 흐리는 요인이 된다. 냉정하게 말해 중국이 5% 성장하든 4% 성장하든 한국에 돌아오는 과실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줄어들었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교훈은 남는다. 일본이 중국 성장에 기대다 구조 전환의 시기를 놓치며 장기 정체로 들어갔던 경험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중국 경제의 위험을 과장할 필요도 없고 회복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낼 여유도 없다. 중국은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를 구해주지도 않는다. 이 단순한 현실을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한국 경제의 새로운 활로는 비로소 논의될 수 있다. 문제는 기대가 아니라 전략이다.
2026-01-20 08: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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