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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는 개인이 짓지만 대가는 국민이 치른다
국가가 무너질 때는 전차가 아니라 말과 명령이 먼저 무너진다. 헌정 질서를 지탱하는 것은 군홧발이 아니라 절차이고, 권력의 크기가 아니라 절제이며, 정권의 승리가 아니라 법치의 자존심이다. 그 자존심을 가장 높은 자리에서 먼저 훼손한 사람이 있다면 그 죄는 형법 조문을 넘어 역사에 남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두고 ‘역사의 죄인’이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는 감정의 욕설이 아니라 국민 공동체가 공유해온 기본과 원칙 그리고 상식의 언어로 내리는 엄정한 정치적·도덕적 평가다. 윤 전 대통령은 공수처 체포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판단한 것은 단순한 물리적 충돌이나 우발적 저항이 아니었다. 공권력의 집행을 힘으로 가로막고, 국가 시스템을 사유화하려 한 행위가 법치에 남긴 구조적 상처였다. 이 한 건만으로도 결론은 충분하다. 국가 권력의 정점에 있던 사람이 ‘법의 집행’을 정면에서 거부하거나 지연시키고, 제도를 자신의 방패로 삼는 순간 법치국가의 근간은 흔들린다. 그것은 한 개인의 범죄를 넘어 공동체가 합의해온 규범과 신뢰의 질서를 붕괴시키는 행위라는 점에서 죄의 무게가 다르다. 더 큰 문제는 이 첫 선고가 ‘예고편’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내달 19일에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의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해당 사건은 이미 결심을 마쳤고 특검은 사형을 구형한 것으로 보도됐다. 사법 절차의 결과와 무관하게 이 사안이 헌정 질서에 던진 충격은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우리는 판결문이 나오기 전까지 법률적으로 무죄추정의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적·역사적 책임의 영역은 다르다. 민주주의에서 지도자는 ‘법정 유죄’ 이전에도 ‘공적 신뢰’에 의해 심판받는다. 국민이 위임한 권한으로 헌정의 뿌리를 흔들었다는 의혹만으로도 지도자는 이미 공동체 앞에 씻기 어려운 책임을 진다. 윤 전 대통령 사안의 본질은 단순한 정치적 판단 착오나 국정 운영 실패의 문제가 아니다. 권력이 통제 장치를 무력화하고 절차를 무시하는 순간 국가는 ‘법의 국가’가 아니라 ‘사람의 국가’로 전락한다. 법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자를 묶어두기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그 권력자가 법을 비틀고 제도를 우회하며 국가 장치를 사병처럼 다루려 했다면, 그때부터 역사적 죄는 시작된다. 지도자의 일탈은 개인의 타락으로 끝나지 않는다. 공무원 사회를 왜곡하고 수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으며 결국 국민 사이에 공유된 규칙 자체를 붕괴시킨다. “어차피 힘 있는 사람은 빠져나간다”는 냉소가 확산되는 순간 민주주의는 내부에서부터 무너진다. 이 사태가 남긴 상처는 개인의 명예나 정치적 진영의 승패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오랫동안 쌓아온 ‘상식의 국가’라는 토대 자체다. 대한민국은 세계가 인정한 산업국가이자 민주주의 국가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권력이 절차를 경시하고 물리력과 지시로 제도를 눌러버리는 순간 우리는 가장 낡은 개발도상국적 권력 습성의 어둠으로 되돌아간다. 그 후퇴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럴 수도 있다”고 합리화하는 순간 더 큰 재앙은 예외 없이 반복된다. 역사는 늘 그렇게 경고해왔다. 이제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첫째, 재판은 재판대로 끝까지 원칙주의를 지켜야 한다. 여론의 속도나 정치적 소음에 흔들리지 않고 법률과 증거, 절차에 의해 결론을 내리는 것 자체가 헌정의 복원이다. 둘째,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이번 사태를 진영 논리로 소비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편이면 괜찮고 상대편이면 악”이라는 언어는 민주주의를 다시 찢는다. 법치를 지키는 일은 어느 편의 승리가 아니라 공동체가 존속하기 위한 최소 조건이다. 윤석열을 ‘역사의 죄인’이라 부르는 것은 특정 인물을 저주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다시는 권력이 헌정 위에 서지 못하도록 분명한 선을 긋기 위해서다. 우리는 법을, 절차를, 상식을 지켜야 한다. 그것이 오늘의 교훈이자 내일의 안전장치다. 죄는 개인이 짓지만, 그 대가는 언제나 국민이 치른다. 그러므로 우리는 반드시 묻고 반드시 기록하며,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법정의 판결이 어떤 결론에 이르든 역사 앞에서의 책임은 이미 시작됐다.
2026-01-18 15:5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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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런: 킹덤' 5주년 업데이트, '검은사막' 연금석 개편 外
[이코노믹데일리] 데브시스터즈(대표 조길현)는 자사의 스튜디오 스튜디오킹덤이 개발한 모바일 RPG '쿠키런: 킹덤'이 출시 5주년을 맞아 대규모 업데이트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를 선보인다고 14일 밝혔다. 5주년을 맞은 '쿠키런: 킹덤'은 비스트 쿠키와 에인션트 쿠키의 대립을 중심으로 한 비스트이스트 대륙 서사를 확장해 왔으며 글로벌 이용자들의 호응 속에 세계관 경쟁력을 입증해왔다. 이번 업데이트에서는 비스트이스트 월드의 13번째 에피소드인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가 공개됐다. 쿠키 연합군이 어둠마녀 쿠키의 본거지를 향해 나아가는 최후의 결전을 다루며 쿠키 세계의 질서를 위협하는 핵심 인물 어둠마녀 쿠키의 이야기가 본격 전개된다. 어둠마녀 쿠키는 신규 '위치' 등급의 마법형 쿠키로 처음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등장했다. 새 속성 '혼돈'을 지닌 캐릭터로 적 제어와 체력 흡수 기반의 전투 스타일이 특징이다. 에픽 등급 돌격형 쿠키 '몰드도우맛 쿠키'도 함께 추가됐다. 신규 PvE 콘텐츠 '공명하는 별의 탑'도 업데이트됐다. 속성별 전략 편성이 핵심으로 알려졌으며 모든 탑을 클리어 시 특별 보상을 획득할 수 있다. 이외에도 디펜스 콘텐츠 '균열의 수호자2' 신규 시즌과 다양한 5주년 기념 미니게임·이벤트가 진행된다. 이용자 편의성 개선도 병행됐다. 토핑·비스킷 자동 분해 기능과 쿠키 세팅 가이드가 추가됐으며 쿠키 최대 레벨이 100으로 확장됐다. ◆펄어비스, '검은사막' 연금석 개편 업데이트 진행 펄어비스(대표 허진영)는 자사의 MMORPG '검은사막'에 연금석 개편 업데이트를 적용했다고 14일 밝혔다. '연금석'은 콘텐츠 성향에 따라 교체해 캐릭터 능력치를 강화하는 아이템으로 이번 개편을 통해 성장 난이도와 부담을 낮췄다. 연금석 종류와 등급을 간소화해 기존 '거친', '다듬어진' 연금석을 삭제하고 노란색 등급으로 통합했으며 성장 단계는 '불완전한'부터 '빛나는'까지 6단계로 재편했다. 연금석 연마와 성장 기능은 하나의 탭으로 통합됐다. 성장 실패 시 단계 하락이나 아이템 파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했으며 '고대의 모루' 시스템을 적용해 '아그리스의 정수'가 최대치에 도달하면 확정 강화를 진행할 수 있다. 신규 연금석 제작식도 추가됐다. '미약한 창공의 정수'와 '충만한 창공의 정수'를 활용해 '영롱한 파고의 연금석'을 제작할 수 있으며 연금 시 '영롱한 벨의 심장'을 획득할 수 있다. 사냥터 콘텐츠도 확장됐다. '미루목 유적지'와 '가이핀라시아 사원(지상)'에서 '데키아의 등불'을 활용한 파티 사냥이 가능해졌으며 몬스터 처치 시 데키아의 유물, 데보레카 허리띠 등을 획득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월드 우두머리 '벨'과 '가모스' 추가 보상 이벤트와 '새해 맞이 스페셜 접속 보상'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넷마블, 'RF 온라인 넥스트' 새해 첫 대규모 업데이트 실시 넷마블(대표 김병규)은 자사의 MMORPG 'RF 온라인 넥스트'에 새해 첫 대규모 업데이트를 실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85레벨 이상 이용자가 입장할 수 있는 신규 콘텐츠 '격전지 4층: 궤도 방어 기지'가 추가됐다. 해당 콘텐츠는 일반 구역과 상위 구역 등 총 4개 지역으로 구성됐으며 다양한 등급의 희귀 장비와 재료, 영웅 장비 및 재료를 획득할 수 있다. 특히 상위 구역에서는 고유 컬렉션 아이템을 비롯해 새롭게 추가된 '핫핑크 버니 신규 로버 코스튬'과 '눈꽃송이 로버 코스튬'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신규 보스 4종을 통해 고등급 희귀 장비와 영웅 장비·재료는 물론 '8번 액티브 스킬', 'MAU 토르 설계도'도 획득 가능하다. '격전지 4층: 궤도 방어 기지'는 기존 '격전지 3층: 고궤도 발사기지'와 함께 통합 '격전지' 콘텐츠로 운영된다. 동일 월드 내 3개 서버가 매칭돼 서버별 200명씩 총 600명의 이용자가 동시에 참여할 수 있다. 오는 28일에는 '네메시스 비밀기지 5층'이 확장돼 '런처 케이론의 설계도'와 패시브 스킬 '피의 광기'를 획득할 수 있다. 내달 4일에는 '파티 던전: 아케인의 시련'에 '지옥1' 난이도가 추가되며 신규 아이템 '심우주용 스타게이저'가 보상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전투 모듈 확장, 영웅 등급 패시브 스킬 3종, 길드 연구 신규 카테고리, 신규 로버 코스튬 등이 업데이트됐다. 신규 MAU '템페스트', 신규 바이오슈트 코스튬 2종, 물질 변환 15단계 확장, 코어 링크 카테고리 확장 등 추가 콘텐츠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또한 넷마블은 'RF 온라인 넥스트' 출시 300일을 기념해 출석 이벤트와 화이트 베어 획득 지원 이벤트, 격전지의 정복자 이벤트 등을 진행한다. 이번 이벤트를 통해 '꽃순이 로버 소환권', '화이트 베어 부품 선택 상자' 등 다양한 보상을 획득할 수 있다.
2026-01-14 16:5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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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회장, 새해 中·美·印 현장 방문…글로벌 광폭 행보
[이코노믹데일리]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새해 초부터 중국·미국·인도 등 3개국을 넘나들며 글로벌 경영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력 사업인 모빌리티·수소·인공지능(AI)·로보틱스 분야의 기술·시장·생태계를 직접 확인하며 그룹의 미래 전략과 실행력을 점검하는 행보로 해석된다. 1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대통령 중국 국빈방문과 연계해 지난 4일부터 양일간 중국 베이징에서 현지 기업과 전략적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고, 시장을 직접 살폈다. 지난해 5월 상하이 모터쇼 참관 이후 8개월 만의 중국 방문이다. 대통령 국빈 방중을 계기로 9년 만에 댜오위타이 영빈관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한 정 회장은 모빌리티와 수소, 배터리, 테크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포괄적인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우선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인 CATL의 쩡위친 회장과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분야와 관련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정 회장은 쩡위친 회장과 지난해 10월 경주 APEC 경제인 행사에서도 만났다. CATL 배터리는 현대차 코나 EV 및 기아 레이 EV 등 현대차그룹 일부 전기차 모델에 탑재되고 있다. 이어 정 회장은 중국 에너지 기업 시노펙의 허우치쥔 회장과도 수소 사업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수소차 시장에서 세계 1위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중국 내 수소사업 거점인 'HTWO 광저우'에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정 회장은 중국 내 기아 합작 파트너사인 위에다그룹 장나이원 회장을 만나 지속적이고 발전적인 협력 관계 강화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중국 시장 판매 증대를 위해 현대차는 작년 10월 현지에서 첫 전용 전기차 모델 '일렉시오'를 출시했으며, 오는 2030년까지 중국 내 전기차 라인업을 6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기아는 2023년 EV6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매년 1종 이상의 전기차를 중국 시장에 출시하며 EV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 정 회장, 美서 AI·로보틱스 등 미래 영역 트렌드 파악 정 회장은 중국 방문에 이어 지난 6~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 IT 및 가전 전시회 'CES 2026'을 참관했다. AI 및 로보틱스 등 미래 영역의 변화를 파악하고,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 퀄컴 아카시 팔키왈라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 주요 경영인과 면담을 가졌다. 현대차그룹의 자회사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CES에서 공개되며 큰 반향을 낳았고, 현대차그룹 모빌리티 로봇 플랫폼 모베드는 CES 2026 로보틱스 분야 최고혁신상을 수상하는 등 현대차그룹의 AI와 로보틱스 기술력이 주목을 받았다. 특히 정 회장은 지난해 '깐부 회동'으로 회자되는 젠슨 황 CEO와 3개월 만에 재회해 이목이 쏠렸다.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는 블랙웰 GPU 5만장 공급 계약을 비롯해 지난해 '국내 피지컬 AI 역량 고도화를 위한 업무협약' 체결을 계기로, 국내 엔비디아 AI 기술 센터 설립 등 다양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향후 AI 데이터센터 등 국내 피지컬 AI 생태계를 조성해 차량 내 AI, 자율주행, 생산 효율화, 로보틱스 등 미래 기술 경쟁력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 인도 생산기지 누빈 정 회장, '홈브랜드 전략' 강조 정 회장은 지난 12일부터 13일까지 이틀 동안 인도 동남부에 위치한 현대차 첸나이공장, 인도 중부의 기아 아난타푸르공장, 인도 중서부의 현대차 푸네공장을 차례로 찾으며 현지 생산 판매 현황과, 중장기 발전 전략을 점검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 첸나이공장을 방문한 이후 크레타 생산 라인과 현대모비스 BSA 공장을 둘러봤다. 그는 "현대차는 30년간 인도 국민의 사랑을 받아 성장할 수 있었다"며 "인도 국민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또 다른 30년을 내다보는 홈브랜드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 회장은 "현대차의 근원적인 경쟁력인 차량 품질 및 고객 지향 서비스 등 차별화된 강점을 극대화하고, 실패하더라도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시도하는 조직문화를 구축해 도전과 혁신을 지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기아 아난타푸르공장에서 생산 판매 전략을 점검한 정 회장은 "인도 진출 8년차인 기아는 앞으로 성장 잠재력과 기회가 큰 만큼 도전적 목표를 수립하고, 인도시장에서 브랜드, 상품성, 품질 등에서 인도 고객들의 최고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하더라도 빨리 회복하는, 또한 목표를 정하면 민첩하게 움직이는 DNA를 활용해 견실한 성장은 물론 강건한 브랜드를 구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13일에는 현대차 푸네공장에서 신형 베뉴의 생산품질을 집중적으로 살피고 현대차의 전략차 생산거점으로 재탄생한 푸네공장이 인도 지역경제에 주는 의미와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인도 모빌리티 시장에서 △150만대 생산체제 구축 △시장에 유연한 제품 라인업 전략 △전동화 생태계 조성 등을 통해 중추적 기업 위상을 확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2026-01-14 10: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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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제대로 알자 ③】 공산당 국가지만, 공산주의 국가는 아니다
[이코노믹데일리] 중국을 설명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공산주의’다. 많은 한국인에게 중국은 여전히 공산주의 국가이며 공산당이 이념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나라로 인식된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을 고전적 의미의 공산주의 국가로 규정하는 것은 현실을 심각하게 왜곡한다. 중국은 분명 공산당이 통치하는 국가이지만 공산주의 이념을 국가 운영의 목표로 삼는 나라는 아니다.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하면 중국을 바라보는 거의 모든 판단이 엇나간다. 공산주의란 원래 생산 수단의 공유, 계급 없는 사회, 평등한 분배를 지향하는 이념이다. 그러나 오늘의 중국 사회를 이 기준으로 바라보면 모순투성이다. 중국에는 거대한 빈부 격차가 존재하고 부동산과 자본이 축적된 상층 계층이 명확히 존재한다. 대도시의 자본가와 농촌 노동자의 삶은 극명하게 다르다. 그럼에도 중국은 스스로를 사회주의 국가라고 규정한다. 이 모순을 설명하는 열쇠는 이념이 아니라 ‘통치 방식’에 있다. 중국 공산당은 더 이상 혁명 정당이 아니다. 오늘의 중국 공산당은 혁명과 계급 투쟁을 전면에 내세우던 조직이 아니라 국가를 관리하는 통치 조직에 가깝다. 평등보다는 안정을, 이상보다는 통제를 중시한다. 사회주의라는 이념은 체제를 정당화하는 언어일 뿐 정책 결정의 절대 기준은 아니다. 중국 공산당의 핵심 목표는 단순하다. 국가 통합과 체제 유지다. 이 목표에 도움이 된다면 시장경제도, 자본도, 심지어 불평등도 용인한다. 중국이 개혁개방 이후 자본주의적 요소를 대거 수용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산당은 이념의 순수성을 지키기보다 권력의 지속성을 선택했다. 이는 이념적 후퇴라기보다 통치 조직으로서의 진화에 가깝다. 이 점에서 중국은 북한이나 과거 소련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북한은 여전히 이념 자체를 체제의 정당성으로 삼고 있으며 실패한 모델임에도 수정에 소극적이다. 반면 중국은 이념이 실패하면 과감히 수정했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은 그 상징적 사례다. “흑묘백묘론”은 중국 공산당의 실용주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고양이가 흰색이든 검은색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사고방식이다. 중국 공산당은 사회주의를 고정된 이념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조정 가능한 틀로 해석한다. 중국식 사회주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서구적 기준으로 보면 모순처럼 보이지만 중국 내부 논리에서는 일관된 선택이다. 이념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며 체제를 유지하는 데 유용한 만큼만 유지된다. 이러한 실용주의는 중국 정치 시스템 전반에 스며들어 있다. 중국의 정책 결정 과정은 느리고 복잡해 보이지만 한 번 방향이 정해지면 강력하게 밀어붙인다. 이는 이념적 확신에서 나오는 추진력이 아니라 조직적 통제에서 비롯된 힘이다. 공산당은 국가와 사회 전반에 깊숙이 뿌리내린 조직이며 정책 집행 과정에서 이념은 지침이 아니라 장식에 가깝다. 중국 사회에서 공산당의 역할은 단순한 집권 세력을 넘어선다. 공산당은 행정, 경제, 교육, 언론, 군을 관통하는 관리 조직이다.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이 권력 교체의 도구라면 중국에서 공산당은 국가 그 자체에 가깝다.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중국 정치의 안정성을 설명할 수 없다. 많은 한국인은 중국 공산당이 언제든 붕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중국 공산당을 이념 정당으로만 보기 때문에 생기는 착각이다. 중국 공산당은 사회 곳곳에 인사 관리 시스템과 감시 체계를 구축해 왔다. 정치적 반대 세력을 제거하는 동시에 경제 성장과 사회 안정을 통해 일정 수준의 사회적 합의를 유지한다. 이는 민주적 합의는 아니지만 통치 기술로서 상당히 효과적이다. 중국 공산당은 시장을 통제하지 않지만 통제할 수 있는 힘을 절대 놓지 않는다. 민영 기업이 성장할 수는 있지만 당의 영향력 밖으로 벗어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대형 IT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 기업 내부의 당 조직 설치는 이 같은 원칙을 잘 보여준다. 중국은 자본을 활용하지만 자본이 권력을 갖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 이 구조는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설명하는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중국에서는 법과 제도보다 정치적 판단이 우선할 수 있다. 이는 외국 기업에게는 위험 요소지만 중국 내부에서는 체제 안정의 필수 조건으로 받아들여진다. 중국 공산당은 예측 가능한 법치보다 통제 가능한 질서를 선택한다. 중국을 공산주의 국가로만 인식하면 우리는 중국의 변화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거나 과대평가하게 된다. 중국이 갑자기 민주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이념 붕괴로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현실과 거리가 있다. 중국은 이념의 실패로 무너질 나라가 아니다. 중국 공산당은 이념이 아니라 조직과 통치 기술로 유지되는 체제다. 그렇다고 중국 공산당 체제가 영원히 안정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경제 성장 둔화, 사회 불평등, 세대 갈등은 분명한 도전 요소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 역시 이념의 균열이 아니라 통치 능력의 문제로 관리된다. 중국 공산당은 이상을 약속하기보다 질서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정당성을 유지하려 한다. 한국 사회가 중국을 이해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감정적 이념 투영이다. 중국을 ‘공산주의’라는 단어 하나로 규정하는 순간, 분석은 멈춘다. 중국은 더 이상 교과서 속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다. 동시에 서구식 자본주의 국가도 아니다. 중국은 공산당이 통치하는 매우 현실적이고 계산적인 국가다. 중국을 정확히 이해한다는 것은 중국을 옹호하거나 비난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중국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이다. 공산당 국가지만 공산주의 국가는 아니라는 이 단순한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중국은 훨씬 더 예측 가능한 존재가 된다. 예측 가능한 대상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전략의 대상이다. 중국은 이념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계산으로 움직인다.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는 앞으로도 중국을 오해할 것이다. 그러나 이 점을 이해한다면 중국은 더 이상 신비롭지도, 이해 불가능한 존재도 아니다. 분석 가능한 현실의 국가가 된다. 중국을 제대로 안다는 것은 중국의 주장에 동의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의 판단력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중국을 이념의 잣대로만 재단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 사고를 포기하게 된다. 중국을 냉정하게 이해할 때 비로소 우리는 중국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다.
2026-01-13 09:4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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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B, 리라푸그라티닙, ASCO GI서 임상 결과 '호평'…FDA 허가 청신호
[이코노믹데일리] HLB가 개발 중인 FGFR2 융합·재배열 표적 항암제 ‘리라푸그라티닙’의 담관암 임상 2상 결과가 ‘미국임상종양학회 소화기암 심포지엄(ASCO GI 2026)’에서 허가 약물 대비 종양학적 측면에서 우수하다는 학계의 평가를 받았다고 11일 밝혔다. HLB의 자회사인 엘레바 테라퓨틱스는 9일(현지시간) ASCO GI의 '구두 초록 발표(Oral Abstract Session)'에서 FGFR2 융합·재배열 환자를 대상으로 리라푸그라티닙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한 임상2상 결과가 공개됐다고 밝혔다. 발표를 맡은 유럽 임상 주도의(PI)인 앙투안 홀르벡(Antoine Hollebecque) 프랑스 구스타브 루시 암센터 교수는 “리라푸그라티닙은 고선택적 FGFR2 억제제로서 표준 치료에 실패한 FGFR2 융합 담관암 환자에게 가치 있는 치료 옵션으로 평가된다”고 언급했다. 이번 임상에서 리라푸그라티닙은 객관적 반응률(ORR) 46.5%, 질병조절률(DCR) 96.5%, 반응지속기간 중앙값(mDOR) 11.8개월을 기록했다. 특히 범-FGFR 억제제 치료에 실패한 환자군에서도 ORR 23%, DCR 77%로 항종양 활성이 확인됐다. 특히 이전 화학요법 및 FGFR 억제제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군(11명)에서 ORR 63%, mDOR 9.2개월,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 11개월을 기록한 것이 공개되며 담관암 1차 치료제 개발 확정에 대한 가능성도 제시했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리라푸그라티닙은 FGFR2 억제 기전과 일관된 이상반응 양상을 보여 전반적으로 예측 가능하고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흔히 관찰된 이상반응인 구내염과 수족증후군 등은 기전 관련(on-target) 반응으로 대부분 관리 가능한 부작용으로 보고됐다. FGFR 억제제의 주요 부작용으로 알려진 고인산혈증과 설사 발생률은 각각 20.7%, 21.6%에 그쳤다. 이는 기존 허가 약물인 페미가티닙(고인산혈증 60%, 설사 47%)과 푸티바티닙(고인산혈증 85%, 설사 39%) 대비 낮은 수치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리라푸그라티닙의 객관적 반응률과 지속성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고 임상 결과에 대한 질의가 잇따르며 높은 관심이 확인됐다. 토론자는 “임상 결과에서 확인된 워터폴 플롯(베이스라인 대비 최대 종양 크기 변화)이 매우 돋보인다”면서 “종양 크기가 깊이 감소한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났고 mDOR이 약 1년에 달한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 간 직접 비교에는 신중해야 하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리라푸그라티닙은 기존 범(汎)-FGFR 억제제들과 비교했을 때 종양학적 치료 성과가 상당히 우수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리라푸그라티닙이 범-FGFR 억제제에 대한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치료제로 평가됐으며 이를 통해 해당 환자군에서도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제시됐다. 이 같은 학계의 긍정적인 평가는 리라푸그라티닙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향한 청신호로 해석된다. 엘레바는 1월 중 FDA에 리라푸그라티닙을 담관암 2차 치료제로 허가 신청할 예정이다. 해당 약물은 2023년 혁신신약으로 지정된 만큼 우선심사 대상이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남경숙 HLB그룹 바이오전략기획팀 상무는 “이번 ASCO GI에서 확인된 임상 결과는 리라푸그라티닙이 화학요법 이후 선택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표적 치료제일 뿐만 아니라 범-FGFR 억제제 치료에 실패한 환자군에서도 의미 있는 항암 효과를 보일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며 “HLB는 이미 축적된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FDA에 1월 중 허가 신청하는 동시에 담관암을 넘어 FGFR 융합·재배열을 표적하는 암종불문 항암제로의 허가를 목표로 임상을 적극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6-01-11 15:4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