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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에 갇혀 '권리' 놓쳤다… 1기 신도시 통합재건축의 구조적 딜레마
[이코노믹데일리]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와 도시 정비를 목표로 추진 중인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이 '제도적 공백'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정부는 여러 단지를 묶어 개발하는 '통합 재건축'을 통해 사업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을 내놨지만, 정작 개별 단지의 이해관계를 조율할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아 곳곳에서 파열음이 일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국토교통부와 정치권이 뒤늦게 제도 보완에 나섰으나, 이미 갈등이 점화된 현장을 진화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과속'이 부른 사각지대… 사라진 '동의율 안전장치' 27일 국토교통부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토교통위원회)은 최근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노특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재건축 사업시행자(신탁사 등) 지정 시 기존의 '전체 토지등소유자 과반수 동의' 외에 '각 주택단지별 구분소유자 과반수 동의' 요건을 신설하는 것이다. 이는 현행 노특법이 지닌 태생적 한계를 보완하려는 조치다. 일반 재건축(도시정비법)의 경우, 다수의 횡포를 막고 소유주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각 동(棟)별 과반수 동의'라는 엄격한 요건을 두고 있다. 그러나 노특법은 '신속한 사업 추진'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며 통합 구역 전체의 동의율(50%)만 충족하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문턱을 대폭 낮췄다. 문제는 이 '규제 완화'가 소규모 단지나 입지 여건이 다른 단지 소유주들에게는 '재산권 침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대단지 위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경우, 소수 단지의 의견은 묵살되거나 불리한 조건을 강요받을 수 있는 구조적 맹점이 드러난 것이다. ◆ 분당·평촌서 터져 나온 '불협화음' 제도의 허점은 곧장 현장의 갈등으로 이어졌다. 1기 신도시 선도지구 공모 과정에서 통합 재건축을 전제로 한 단지들 간의 이해관계 충돌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분당 양지마을(금호, 청구, 한양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통합재건축 구역에 포함된 금호1단지 소유주들은 최근 추진준비위원회가 성남시청에 제출한 제안서 내용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정산 방식 등 주요 사안이 특정 단지에 유리하게 설계되었다"며 단지 내에 반박 게시물을 부착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평촌 신도시 꿈마을(금호, 한신, 라이프, 현대) 역시 상황은 유사하다. 금호단지 소유주들은 준비위원회가 안양시청에 제출한 제안서가 자산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통합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개별 단지의 특수성이 무시되면서, 물리적 결합은 이뤘을지 몰라도 화학적 결합에는 실패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 '사후약방문'식 대책… 현장 혼란 잠재울까 국토부 관계자는 "통합 재건축 과정의 갈등을 인지하고 있으며, 연내 법 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가장 큰 쟁점은 법적 소급 적용의 한계다.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더라도, 이미 제안서를 제출하고 심사 단계에 돌입한 선도지구에는 적용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법적 안정성을 이유로 소급 적용이 배제될 경우, 현재 갈등을 겪고 있는 선도지구 단지들은 현행법(전체 동의율 50%)에 따라 사업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이는 향후 사업 추진 과정에서 뇌관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개별 단지의 동의를 얻지 못한 채 사업시행자가 지정될 경우, 관리처분계획 등 후속 절차에서 소송전이 벌어지거나 사업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정비사업의 속도는 행정 절차의 간소화가 아니라 주민들의 합의에서 나온다"며 "정부가 속도전에 치우쳐 정교한 이익 조정 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대가를 주민들이 갈등 비용으로 치르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이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단순한 규제 완화를 넘어,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할 정교한 '룰 세팅'이 선행되어야 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2025-11-27 08: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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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준공'의 배신… 1500억 적자 늪에 빠진 신탁사들, '줄소송' 공포 덮쳤다
[이코노믹데일리] 부동산 호황기 시절, 금융계열 신탁사들의 외형 성장을 견인했던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책임준공)'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 미분양 사태로 시공사가 쓰러지자 그 부실을 고스란히 떠안은 신탁사들이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법원이 책임준공 의무를 엄격하게 해석해 신탁사에 배상 책임을 묻는 판결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업계에서는 "4분기 이후가 진짜 지옥이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 '마이너스의 손' 전락한 신탁사… 3분기 누적 손실만 1530억 26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국내 14개 부동산신탁사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총 15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신탁업계가 이처럼 대규모 동반 적자를 기록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금융지주 계열사들의 타격은 더욱 심각하다. 우리자산신탁은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이 1846 원에 달해 충격을 안겼다. 지난해 70억 원 흑자였던 회사가 불과 1년 만에 회복 불능 수준의 적자 수렁에 빠진 셈이다. 이외에도 교보자산신탁(-714억원), KB부동산신탁(-292억원) 등 주요 회사들이 줄줄이 적자를 기록했고, 무궁화신탁(-216억원)과 코리아신탁(-139억원)도 적자 대열에 합류했다. 이 같은 실적 쇼크의 근본 원인은 단연 '책임준공'이다. 책임준공은 시공사가 부도 등으로 기한 내 건물을 짓지 못하면 신탁사가 대신 건물을 완공하거나, 손해를 배상하겠다고 대주단에 확약하는 상품이다. 2022년 이후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체력이 약한 중소 건설사들이 잇따라 무너지면서, 이들이 시공하던 지방 물류센터와 지식산업센터 현장의 부실이 고스란히 신탁사로 전이된 것이다. ◆ 법원, 신탁사에 "기한 못 맞추면 원리금 다 물어내라"… 소송 리스크 현실화 단순한 실적 악화보다 더 큰 문제는 4분기 이후 예고된 '법적 리스크'다. 최근 법원은 책임준공 약정을 지키지 못한 신탁사에게 가혹하리만큼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인천 원창동 물류센터 PF 대주단이 신한자산신탁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신탁사는 575억원과 지연손해금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5월 평택 어연리 물류센터 소송(256억 원 배상 판결)에 이은 연이은 패소다. 법조계와 건설업계는 이를 두고 "사실상 신탁사가 PF 대출의 연대보증인 역할을 하라는 판결"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건물을 어떻게든 완공하면 책임을 다한 것으로 봤지만, 최근 판결은 기한을 하루라도 넘기면 PF 대출 원금과 연체이자까지 모두 물어내라는 식"이라며 "이런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자본력이 약한 중소형 신탁사부터 줄도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제 살 깎아먹기… 신탁계정대 8.8조 육박, M&A 시장도 '찬물' 신탁사들의 유동성도 급격히 말라가고 있다. 신탁사가 사업비 조달을 위해 고유계정(자기자본)에서 빌려준 돈인 '신탁계정대' 총액은 3분기 기준 8조8355억원으로, 작년 말(7조7016억원) 대비 1조 원 넘게 급증했다. 사업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아 신탁사가 제 돈을 태워 막고 있다는 뜻으로, 이는 잠재적 부실 덩어리다. 이러한 부실 리스크는 M&A(인수합병)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융당국의 경영개선명령을 받고 매물로 나온 무궁화신탁의 경우, 일부 원매자가 관심을 보였으나 숨겨진 '우발 채무'(소송 리스크) 탓에 발을 빼는 분위기다. 재무제표에 당장 잡히지 않는 수백, 수천억 원대의 소송 패소 비용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호황기에 리스크 관리 없이 수수료 따먹기식 영업에만 몰두했던 신탁사들의 '안전불감증'이 결국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책임준공발 소송전이 본격화될 경우, 국내 부동산 PF 시장은 또 한 번 거대한 구조조정의 격랑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2025-11-26 07:4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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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청년안심주택 '안심' 무색…보증금 사각지대 드러나
[이코노믹데일리] 서울시가 청년층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한 청년안심주택에서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속출하며 제도의 근본적 허점이 드러났다. 지자체가 임대사업자의 재무건전성을 검증할 수 있는 장치가 사실상 없어 부실한 사업자가 시장에 그대로 진입하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목적은 좋지만 안전판이 부실하다”며 정부 차원의 전면적인 보완을 촉구하고 있다. 청년안심주택은 서울시가 2016년 도입한 제도로 민간 임대사업자가 서울시 지원을 받아 역세권에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만 19~39세 청년이 시세보다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도록 설계됐고 지금까지 2만7000가구가 공급됐다. 그러나 최근 일부 사업자가 시공사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해 주택이 경매나 가압류에 넘어가면서 세입자 보증금 반환이 불가능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청년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만든 제도가 오히려 불안 요소로 전락한 셈이다. 문제는 현행 법 체계가 이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은 지자체가 임대사업자의 재무 상태를 근거로 등록을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지만, 정작 사업자가 재무자료를 제출할 의무는 없다. 즉,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자료를 내놓지 않는 이상 지자체는 확인 자체가 불가능하다. 보증보험 역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보증보험은 임대차 계약에서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보험사가 대신 지급하는 제도다. 그러나 지난 6월부터 시행령 개정으로 감정평가 방식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직접 의뢰하는 방식으로 바꾸면서 평가액이 기존보다 15~20% 낮게 산정됐다. 평가액이 낮아지면 담보가치가 줄어들고, 그 결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충족하지 못해 보증보험 갱신이 거절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하반기 보증보험 갱신 대상 14곳 중 10곳이 거절될 가능성이 있으며, 지난달 기준 보증보험 미가입 단지는 8곳 1231가구로 전체의 6.7%에 달한다. 지방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부산시가 운영하는 청년 대상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희망더함주택’에서도 보증보험 미가입 가구가 300여 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자 입장에서는 보증금 사고 시 법적 구제 수단이 사실상 사라지는 셈이다. 준공 전에는 보증보험에 가입하기 어려운 제도적 모순도 있다. 청년안심주택의 80% 이상은 관리형 토지신탁이나 담보신탁 형태로 추진된다. 토지신탁은 토지 소유자가 신탁사에 개발과 운영을 맡기는 제도이고, 관리형 신탁은 신탁사가 토지를 대신 관리하며 자금 흐름까지 통제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준공 전까지 소유권이 신탁사에 있어 임대사업자가 보증보험에 가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보증보험 가입 시점을 입주자 모집 공고 시점으로 앞당겨야 한다고 지적한다. 세입자가 안심하고 계약할 수 있고 사업자도 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공공의 역할 강화를 강조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용적률 상향, 인허가 간소화 같은 혜택을 받는 만큼 공공이 책임 있게 사업자를 검증해야 한다”며 “자본력이 충분한 사업자만 시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보증보험 확인 권한을 자치구에서 시·도지사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제도는 자치구가 건축물 사용 승인 전 보험 가입 여부만 확인하도록 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현장 점검 절차 없이 승인되는 경우가 많아 문제를 키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국토교통부에 제도 개선을 요청한 상태다. 임대사업자 재무 검증을 위한 법 개정, 보증보험 산정방식 유예, 주택진흥기금 활용 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 그러나 지자체 차원의 대응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 보증보험과 감정평가 제도, 임대사업자 등록 기준 모두 국토부의 권한에 속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토부와 긴밀히 협의해 제도를 보완할 것”이라며 “청년층이 안심하고 입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청년안심주택은 원래 청년층의 주거 부담을 줄이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지금은 ‘안심’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제도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설계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금융·법적 안전장치가 부족해 결국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지적한다.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보증보험 제도를 보완하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결국 이번 사태는 청년 주거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와 민간사업자 중심 운영이라는 현실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제도의 취지는 분명 의미가 있으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임대사업자 검증 강화와 보증보험 제도의 실효성 제고 등 제도적 보완이 요구된다. 청년안심주택이 본래 목적을 충실히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 민간사업자가 함께 참여하는 보다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
2025-09-18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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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시대 직면한 건설업..."기술·제도 혁신이 해법"(종합)
[이코노믹데일리] 연이은 안전사고와 경기 둔화로 침체에 빠진 국내 건설 산업의 활로를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국회와 정부, 산업계·학계·법조계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규제 혁신과 스마트 건설 기술 확산,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을 논의하며 산업의 지속 가능한 전환 방안을 모색했다. 1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열린 ‘2025 이코노믹데일리 건설포럼’은 ‘건설산업 규제 혁신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주제로 국내 건설 산업의 위기 요인과 대응 전략, 정책·기술 혁신 방향, 법적 보호 장치 등을 종합적으로 짚었다. 이날 행사에는 곽영길 아주뉴스코퍼레이션 회장, 양규현 이코노믹데일리 대표이사를 비롯해 맹성규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박용갑·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요 기업 및 협회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첫 번째 발표에 나선 정동호 국토연구원 박사는 ‘대축소 시대 건설·부동산 시장의 미래 전망’을 주제로 “총인구 감소로 건설 산업은 빠른 속도로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정 박사는 신규 건설 수요가 줄어드는 대신 노후 인프라 유지·보수와 도시 재생이 새로운 성장 축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다만 고령화로 현장 기능 인력이 줄면서 품질 저하 우려가 커지고 있어 AI·드론·BIM(빌딩정보모델링) 등 디지털 기술이 생산성 정체를 돌파할 핵심 변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인한 경희대 교수는 ‘BIM·DfMA 기반 스마트 건설 혁신과 규제 개선 방향’을 발표하며 “생산성·안전·환경·인력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BIM과 DfMA(제조·조립을 위한 설계) 같은 첨단 기술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특히 “모듈러·프리패브 건축은 현행 법체계에서 제대로 수용되지 못하고 있다”며 “충돌하는 법규 개선과 발주 제도, 자재 성능 검증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기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본부장은 ‘AI 기반 시설물 안전관리 기술의 현장 적용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박 본부장은 “AI가 건설 현장의 안전 관리 체계를 혁신할 수 있지만 법·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신뢰도 제고를 위한 인증제도 도입과 시범사업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설연은 이날 데이터 분석을 통해 교량 열화 상황을 예측하는 ‘DNA 기반 스마트 플랫폼’을 공개하고,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가상 시뮬레이션으로 시설물 보수·보강의 새로운 가능성도 제시했다. 마지막 발표에 나선 김용환 법무법인 서한 변호사는 ‘건설산업 재해 감소를 위한 입법 개선 방안’을 주제로 “건설사에 안전 확보를 위한 충분한 기간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기업이 현실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매뉴얼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현재 계약 체계는 준공 기한을 우선시해 안전을 배제하고 있다”며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시공사는 PF 대출채무 전액을 떠안고, 신탁사와 시행사 역시 각각 대출금에 대한 손해배상과 분양대금 반환 등 막대한 부담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구조가 결국 안전보다 기한을 중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며 “안전을 위한 기간을 보장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5-09-10 17: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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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환 변호사 "속도 강제하는 계약 구조, 건설현장 사고 근본 원인…입법 개선 필요"
[이코노믹데일리] 김용환 법무법인 서한 변호사는 한국 건설 산업에서 반복되는 중대재해의 근본 원인을 ‘속도를 강제하는 계약 구조’에서 찾으며, 실효성 있는 예방 중심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10일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코노믹데일리 2025 건설포럼’에서 ‘건설산업재해 감소를 위한 입법적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변호사는 “한국의 산재 사망률은 2024년 기준 근로자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0.29명)을 크게 웃돈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대통령의 건설사 면허 취소 지시에도 불구하고 사고는 여전히 끊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이 다층적 책임 체계를 두고 있음에도 사고 예방에 실패하는 이유를 “계약 구조 자체가 안전을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안전보건관리책임자와 현장소장, 안전관리자에게,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와 원·하청 대표이사에게 의무를 부과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공기 단축을 위해 안전 조치를 무시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특히 계약서상 책임 준공 의무가 불가항력적 사유를 제외하면 어떠한 지연도 허용하지 않는 절대적 완공 의무로 작동한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안전 점검이나 보강을 위한 공사 중단조차 불가능하고, 사고 위험보다 준공 기한이 우선되는 구조가 고착됐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이를 “안전을 고려할 여지가 없는 절대적 완공 의무 체계”라고 규정하며, ‘구조적 안전 경시’가 사고를 유발하는 근본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기한을 맞추지 못하면 주체별 경제적 손실은 막대하다. 시공사는 PF 대출 원리금을 전액 떠안아 존립이 흔들릴 수 있고, 신탁사는 현재 판례상으로는 대출금 전액을 금융기관에 배상해야 한다. 이러한 구조는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경험한 대출금융기관들이 시공사 부도 시 담보물인 건축물을 완성할 주체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로 했던 것으로,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시행사 또한 분양 지연 시 계약 해제 요구와 대금 반환, 위약금 지급을 부담한다. 분양계약 역시 입주 지연 시 수분양자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어, 안전을 이유로 한 공기 연장은 사실상 인정되기 어렵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안전을 이유로 한 공기 연장을 강행법규로 인정해야 한다”며 “도급계약 체결 시 최소 안전 공사 기간 이상을 보장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변호사는 끝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을 범죄자로 만드는 법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사회적 계약이어야 한다”며 “처벌 강화보다 실효성 있는 예방 시스템 구축으로 지속 가능한 안전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2025-09-10 16:5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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