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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AI 투자' 기조에 금융지주도 '꿈틀'…양종희·진옥동 회장 "AI 중심 혁신" 강조
[이코노믹데일리] 이재명 대통령이 인공지능(AI) 시장 세계 3대 강국 도약을 약속하면서 관련 산업 활성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주요 금융지주도 회장이 직접 나서 AI 중심 혁신을 당부하고 있다. 빠르게 디지털화 돼가는 금융시장에 대응하고, 수익원과 경쟁력을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AI 투자 100조원' 공약과 관련 인프라 구축 및 인재 양성까지 제시하면서 정부의 지원책이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금융사들도 분주해진 모습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공약 중 하나로 AI 등 신산업 집중 육성을 통해 새로운 성장기반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AI 예산 비중을 선진국 수준 이상 증액하고, 민간 투자 100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최근 KB금융은 금융지주 및 주요 계열사의 데이터·AI 담당자 100여명을 소집해 '그룹 데이터 혁신 세미나'를 열었다. 각 사의 고객 맞춤형 서비스 개발 전략과 그룹 시너지 창출 사례, 마케팅 예측 모델 적용 사례 등이 논의됐다. 특히 데이터·마케팅 영역 간 체계 구축 방향과 각 계열사 데이터 활용 성공 사례 등 구체적으로 적용이 가능하고, 실제 실행된 사례 중심의 분석 결과에 관심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종희 KB금융 회장 역시 직접 참석해 "비즈니스 현장과 고객의 목소리를 중심에 두고,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무진들에게 "데이터를 해석하는 최신 기술들을 내부에 전파하는 교육도 중요하다"며 "최고의 데이터 전문가로서 자기 계발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KB금융은 새 정부의 AI 3대 강국 도약 목표에 맞춰 디지털 금융 혁신을 선도하겠단 방침이다. 앞서 지난달엔 금융권 최초로 그룹 공동 생성형 AI 플랫폼인 'KB GenAI 포털'을 구축했다. 금융지주와 8개 계열사가 함께 자율적 작업 실행이 가능한 AI 에이전트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한 생성형 AI 기술 활용 플랫폼이다. 임직원들은 영업 현장과 고객 수요를 고려해 선정한 금융상담·PB·RM 에이전트, 자산관리·상담지원 에이전트, 보험 상담 에이전트, 카드상담 에이전트, 보험 에이전트 등을 우선 개발하는 중이다. KB금융 관계자는 "해당 플랫폼은 AI를 기반한 그룹 전체 생산성과 디지털 역량을 키워줄 핵심이 될 것"이라며 "향후 3년 내로 자산관리(WM), 개인금융, 기업금융 등 그룹 주요 17개 업무 영역에 걸쳐 90여개의 에이전트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과 리딩 금융을 경쟁 중인 신한금융 역시 진옥동 회장이 직접 나서 그룹 'AX(AI 전환)'를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3월 그룹 주주들에게 전한 서신에서도 "디지털 전환과 AI 혁신을 더 가속화하고, 디지털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기 위한 신사업 혁신을 강화해 미래 금융시장을 선도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진 회장은 다음 달 1일 열리는 하반기 경영포럼에서 AI를 활용한 그룹의 혁신 방향에 대해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디지털 전환과 AI 기술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상황에서 신한금융 경영진의 AI 실전 역량 강화를 주문한단 계획이다. 다음 달 포럼을 앞두고 그룹 내 최고 경영자(CEO) 및 임원, 본부장 등 237명은 지난달부터 6주 간의 AI 관련 온·오프라인 사전 교육을 진행하는 중이다. 총 6회로 구성된 온라인 사전 교육은 실습 과제를 통해 AI에 대한 이론적 이해뿐 아니라 활용 경험을 내재화할 수 있게 했다. 이후 3회차에 걸친 오프라인 집중 교육에선 다양한 업권의 AI 비즈니스 혁신과 조직 운영 사례를 공유한다. 포럼 당일에는 경영진들이 AI Agent를 담당 업무에서 활용하기 위한 미션을 수행하는 '아이디어톤'을 개최하는 등 AI 실행력 강화 의지를 다질 예정이다. 아울러 신한금융은 그룹 GenAI 플랫폼 구축과 자산 관리, 보험 설계, 고객 데이터 분석 등 비즈니스 단위별 AI Agent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자체 통합 플랫폼인 '신한 슈퍼SOL' 내 탑재도 추진 중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AI 적용 가능 영역을 알아내는 단계였다면, 올해부터는 (AI 기술을) 단순 도구가 아닌 동반자로 정의하고 연계한 서비스들을 개발·출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5-06-16 0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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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맛집' JB금융, 외국인 특화 시장 확대까지 순항
[이코노믹데일리] 지난해부터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공시에 적극적이었던 JB금융지주가 코리아밸류업지수에 새로 편입되면서 주가 상승 강화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 관심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JB금융은 선제적인 외국인 시장 선점을 기반으로 수익성 성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 26일 주가지수운영위원회를 열고 코리아밸류업지수 구성종목에 대한 정기변경을 심의한 결과, 27개 종목이 편입되고 32개 종목이 제외됐다고 밝혔다. 그중 JB금융이 새롭게 포함됐다. JB금융은 지방금융의 어려운 경영 환경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적극적인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올해 2월에도 이행평가를 포함한 '2025년 밸류업 계획'을 발표하는 등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한 주주가치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김기홍 JB금융 회장은 취임 때부터 지금까지 7차례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책임 경영 의지를 보여 왔다. 이에 따라 김기홍 회장은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와 3대 지방금융지주(JB·BNK·iM)의 회장 중 가장 많은 회사 주식을 보유하게 됐고, JB금융 임직원들도 자사주 매입에 동참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중이다. JB금융의 주당배당금은 2018년 180원에서 지난해 말 995원으로 확대됐고, 주가도 6년간 약 180% 상승했다. 주요 투자 지표 중 하나인 주가순자산비율(PBR) 또한 0.65배로 업계 최고 수준이며,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2018년 9.0%에서 지난해 12.21%로 개선됐다. 김 회장은 올해 배당성향과 자사주 매입·소각 수준을 각각 28%, 17%로 잡아 올해 총주주환원율을 45%까지 달성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여기에 밸류업지수 편입으로 주가 상승 기대감이 더 커지면서 외국인을 비롯한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JB금융은 주력 사업 중 하나인 외국인 대출 규모를 확대해 수익성 증가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국내 거주 외국인 수 증가로 지방에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 비중도 커지자, JB금융은 일찌감치 핵심 자회사인 전북·광주은행을 통해 외국인 특화 금융 서비스를 운영하는 등 고객 유치에 공들여 왔다. 실제 올해 1월 말 지방은행의 외국인 대출자 수는 4만7154명으로, 시중은행(2만6107명)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국내 은행 중 처음으로 외국인 대상 비대면 대출과 전자금융가입 서비스 제공에 나선 전북은행의 외국인 대출 시장 점유율은 약 70%에 육박한다. 광주은행은 광주·전남 최초 외국인 전담 센터를 열어 38개국 언어 실시간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4개국 외국인 직원을 배치해 뒀다. 두 은행은 외국인 송금 플랫폼 '한패스'와도 제휴해 외국인 신용대출 비교 플랫폼도 선보일 예정이다. 앞서 JB금융은 한패스와 대출 비교·중개 핀테크사 '핀다'에 모두 2대 주주가 되는 투자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JB금융 관계자는 "전북은행은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외국인 대출 상품 운영에 나섰던 만큼, 그간 쌓아온 노하우와 경쟁력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고객 니즈에 맞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그룹 차원에서도 밸류업 계획을 성실히 이행하고, 주주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25-05-30 06: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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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2구역 수주전 과열…현대건설과 삼성물산, 서울시까지 나섰다
[이코노믹데일리] 압구정2구역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50년 전 압구정현대아파트를 시공한 현대건설이 유리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삼성물산이 본격적으로 가세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압구정역 일대는 삼성물산의 상징색인 파란색 광고로 뒤덮였다. 지하철 출입구와 대로변, 버스 정류장 등에는 ‘삼성이 하면 다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세계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 할리파, 메르데카 118의 이미지가 들어간 전면 광고가 부착돼 있다. 브랜드 상징성과 기술력을 내세운 정공법이다. 삼성물산은 인근에 ‘압구정 S.라운지’도 열었다. 입주민 전용 예약제로 운영되는 이 공간에서는 압구정2구역에 제시하는 개발 비전과 설계를 영상과 프레젠테이션 형태로 소개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단순 홍보를 넘어 글로벌 랜드마크 조성을 위한 청사진을 공유하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압구정2구역을 전담할 ‘압구정재건축영업팀’을 신설한 데 이어, ‘압구정 현대’,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의 상표권 4건을 지난 12일 출원했다. 과거 시공 실적을 앞세운 브랜드 선점 전략으로 해석된다. 기존 양재동에 있던 ‘디에이치 갤러리’도 압구정 신사역 인근으로 이전해 활용 중이다. 현대건설로서는 이번 수주전에 반드시 승리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압구정현대아파트는 1~3차 사업을 현대건설이, 4~14차는 현대건설에서 분리된 HDC현대산업개발이 맡았다. HDC가 이번 수주전에서 사실상 물러나면서 현대건설의 독주가 예상됐지만, 지난 1월 한남4구역 시공권을 삼성물산에 내주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조합원들의 반응은 복잡하다. 한 조합원은 “이곳 분위기상 특정 건설사를 지지한다고 드러내 말하진 않는다”고 했고, 또 다른 조합원은 “부모 세대는 현대를 선호하지만 자녀는 삼성에 더 끌리는 것 같다”고 밝혔다. 압구정현대아파트는 여전히 서울 대표 부촌으로 꼽힌다. 최근 전용 198㎡(60평형)가 118억원에 실거래됐고, 호가는 120억원을 넘는다. 인근 중개업소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실거주 의무에도 불구하고 매수 문의가 꾸준하다”며 “지난해 묶였던 매물도 대부분 해소됐다”고 말했다. 양사의 경쟁이 과열되자 서울시가 직접 개입했다. 서울시는 이달 초 조합과 시공사 양측을 불러 개별 홍보 과열 자제를 요청하고 공정한 경쟁을 당부했다. 특히 조합원 대상 견학 프로그램인 ‘버스투어’에 대해선 위법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강남구청에 특별 단속을 요청한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양사에 공정경쟁을 요구했으며 위법 사항 발생 시 처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며 “강남구가 현재 자율적 협약을 통해 양사 간 홍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압구정2구역은 압구정 내 재건축 단지 중 사업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르다. 2023년 7월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가이드라인이 수립된 이후 올해 1월 주민 공람을 거쳤고 오는 6월 시공사 입찰 공고, 9월 입찰을 앞두고 있다. 재건축 후에는 최고 70층, 총 2571가구 규모의 아파트로 재탄생하며, 총 사업비는 2조4000억원에 달한다.
2025-05-29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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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리스 사업, 신한·BC '확장'…국민·우리 '축소' 뚜렷
[이코노믹데일리] 카드업계가 수익 다각화를 위해 추진한 리스사업이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카드사별 명암은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 특히 신한카드와 BC카드는 리스 자산과 손익 모두 늘린 반면, KB국민·우리카드는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있어 경쟁력 저하 우려가 제기된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리스사업을 운영 중인 신한·삼성·KB국민·우리·롯데·BC 등 6개 전업 카드사의 리스 손익 합계는 2047억9500만원으로, 전년(1758억4800만원) 대비 16.46% 증가했다. 리스 손익은 2021년 183억5300만원, 2022년 214억1400만원에 불과했으나, 2023년 들어 8배 가까이 급증하며 '비이자이익 확대' 전략의 효과가 일부 드러났다. 다만 실적 확대는 일부 카드사에만 해당됐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리스 손익 1374억4700만원을 기록, 전년(1088억1000만원) 대비 26.32% 늘었다. 2021년 적자를 기록한 이후 빠르게 회복, 업계 리스 자산(3조8917억원)도 1.75% 증가해 업계 1위를 굳혔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장기렌터카 자산 증가로 리스 부문 자산이 성장했다"며 "손익 증가는 2022년 레고랜드 사태로 조달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비용 절감 등으로 수익성을 높인 영향"이라고 말했다. BC카드 역시 최근 3년간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사업 첫해인 2021년 8200만원에 불과했던 리스 손익이 2024년 30억6000만원까지 확대됐다. 같은 기간 리스 자산은 1181억8400만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나면서 롯데카드의 자산을 추월했다. BC카드 관계자는 "리스는 신규 수익 확보를 위해 시작한 사업으로 진출 초기이기 때문에 성장세가 빠른 편"이라고 말했다. 반면 KB국민카드와 우리카드는 리스사업 축소 국면을 피하지 못했다. KB국민카드의 지난해 리스 손익은 76억1600만원, 자산은 1915억2000만원으로 전년(116억9000만원·3222억5300만원) 대비 각각 34.85%, 40.57% 감소했다. 우리카드 역시 3년 연속 리스 자산이 줄었다. 2023년 리스 자산은 1조2674억7600만원으로, 전년 대비 30.55%나 급감했다. 손익도 소폭 감소(310억7200만원)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추가 리스 취급을 중단한 상태”라며 “자산 감소에 따라 손익도 줄었다”고 인정했다. 리스사업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카드사 간 격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캐피탈사와의 경쟁도 부담 요인이다. 실제 지난해 캐피탈사의 리스 자산은 26조8937억1100만원, 손익은 9366억2800만원으로 카드사와 큰 격차를 보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사는 조달 비용이 낮아 금리 경쟁력은 있으나,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린 캐피탈사에 비해 규모나 인지도에서 여전히 불리하다”고 꼬집었다. 리스사업 확대의 한계가 도달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본업인 신용판매의 수익성이 갈수록 나빠지면서 카드사들은 리스·렌터카, 할부금융 등 비신용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전통적인 캐피탈·리스사와의 차별화는 쉽지 않다"며 "특히 자산관리, 리스크 관리 등 내실이 부족한 일부 카드사는 신규 사업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규 시장 진입에만 몰두하기보다 본업 경쟁력 강화, 비용 효율성 제고, 리스크 관리 등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며 "카드사의 무분별한 외연 확장보다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성장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2025-05-29 06: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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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내면 원칙 무너진다"…서울시, 강남 임대·분양 동호수 분리 용인
[이코노믹데일리] 서울 강남 대치동 재건축 단지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가 임대주택과 일반분양 동·호수를 분리해 추첨한 사실을 서울시가 사실상 용인했다. 임대와 일반분양 구분이 없는 주거환경을 강조해온 서울시의 소셜믹스 원칙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최근 대치동 964번지 일대 ‘구마을3지구’ 정비계획 변경안을 원안 가결하면서 조합에 20억원 기부채납을 결정했다. 조합은 일반분양과 임대주택의 동·호수 추첨을 별도로 진행해 실질적으로 임대와 일반을 분리했지만, 서울시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동안 서울시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 동·호수 무작위 배정, 공동 출입구 등을 의무화하며 임대와 일반을 완전히 섞는 혼합형 배치를 추진해왔다. 이번에는 조합에 20억원 상당 현금 기부채납을 부과해 소셜믹스 미이행을 사실상 벌금화했다. 서울시는 “일종의 페널티”라고 설명하지만, 정비업계에서는 “돈으로 원칙을 사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해당 단지는 강남권 ‘알짜 입지’로 분양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했다. 지난해 10월 일반분양에 약 3만8000명이 몰려 1순위 청약 경쟁률 1025대 1을 기록했다. 전용 84㎡ 최고 분양가는 22억3080만원, 현재 시세는 30억원 후반대로 15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이 예상된다. 고수익 기대감 속에 조합원들의 ‘임대 기피’ 심리가 더욱 강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시의 이번 결정은 정책 기조 후퇴라는 평가도 따른다. 업계에서는 “다른 단지들도 비용만 부담하면 원칙을 피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재건축 현장에서는 소셜믹스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임대주택 차별 철폐’라는 정책 명분에도 불구하고, 설계권 침해, 사업성 악화, 조합원 재산권 침해 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서울시는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에 임대주택을 한강변 주동에 배치하라고 요구했지만, 조합원들은 “조망권 프리미엄을 임대에 양보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여의도 공작아파트, 압구정3구역 등에서도 유사한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임대주택이 도입된 이후 같은 단지 내 임대와 일반분양 주택을 분리해 짓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임대 입주민에 대한 차별 논란이 커지며 최근에는 동호수 구분 없이 섞는 방식이 확산됐다. 2018년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에 따라 국민주택규모 임대주택은 공개 추첨으로 배정하도록 명시됐다. 하지만 이로 인해 조합원이나 일반분양자가 선호 동·층을 선점할 수 없게 돼 한강뷰, 로열층을 임대주택이 차지하는 등 역차별 논란도 불거졌다. 정책의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서울시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서울시는 임대주택이 특정 동, 저층, 북향 등으로 몰리며 실질적 사회적 분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완전 혼합 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소셜믹스가 더 이상 강제 사항이 아니다”라는 신호를 시장에 줬다는 분석이다. 이 사안은 단순 행정 절차를 넘어 서울시 재건축·재개발 정책의 방향성과 형평성에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이란 진단도 있다. 강남 등 고급 주거지일수록 임대주택 거부감이 강해질 수밖에 없는 만큼, 공공성과 실현 가능성의 균형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 내부에서도 분리, 차별, 형평성 문제 등 정책적 딜레마가 깊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2025-05-27 10:4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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