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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 3사 연간·4분기 온도차 전망…한국·넥센 '호조'·금호 '조정'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타이어 3사가 지난해 북미·유럽 중심의 판매 확대와 교체용(RE) 수요, 고인치·전기차 제품 비중 확대를 기반으로 외형 성장 흐름을 이어간 가운데 괄목할 만한 성적표를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21조1533억원으로 전년 대비 124.7%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1조8492억원으로 4.9%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연결 기준 실적에는 한온시스템 편입 효과가 반영됐다. 지난해 4분기 매출 전망치는 5조4072억원으로 전년 대비 113.6% 증가가 예상된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515억원으로 16.53% 증가하며 영업이익률은 약 10.2% 수준으로 추정된다. 매출 증가율이 이익 증가율을 크게 상회한 배경으로는 북미·유럽 프리미엄 제품 확대, 신차용(OEM) 비중 상승 등이 지목된다. OEM 확대는 교체용 대비 마진 기여도가 낮아 외형 성장에도 수익성 개선 폭은 제한적이다. 반면 고인치·전기차 전용 제품 비중이 커지면서 판가와 제품 믹스 측면에서 일정 수준 마진 방어가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부터 미국향 판가를 5~10% 인상했고, 유럽에서는 전기차·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기반 고인치 제품군 중심 판매를 확대했다. 또 미국 테네시 공장 2단계 증설과 헝가리 트럭·버스용(TBR) 라인 확대로 북미·유럽 현지 생산 비중을 높여 통관·물류·관세 부담을 분산했다. 원재료(천연고무·합성고무)와 해상 운임이 전년 대비 안정된 점도 관세 비용 일부를 상쇄한 요인으로 꼽힌다. 넥센타이어도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매출은 3조147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5% 증가, 영업이익은 1765억원으로 2.5% 증가가 예상된다. 4분기 매출은 79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36% 증가가 예상되며, 영업이익은 468억원으로 202.94% 늘어날 전망이다. 영업이익률은 약 5.9%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익 개선은 체코 자테츠 신공장 가동률이 60%에서 100% 수준으로 상승하는 과정에서 고정비 부담이 완화되고, 유럽 현지 생산 비중이 늘어나면서 물류·관세 비용이 구조적으로 개선된 영향이 크다. 판매 지역도 기존 북미 중심 구조에서 유럽·중남미 중심으로 재편되며 북미 관세 영향이 제한됐다. 교체용(RE) 비중 확대와 EV·윈터 중심 제품 믹스 개선이 평균 판매단가와 수익성 제고에 기여하고 있으며, OE 확대 준비와 함께 유럽 전기차·올웨더 시장을 겨냥한 고가 제품 비중을 늘리는 전략이 병행되고 있다. 반면 금호타이어는 매출과 이익 흐름이 엇갈릴 전망이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4조7448억원으로 전년 대비 4.69% 증가가 예상되는 반면, 영업이익은 5508억원으로 6.43% 감소가 예상된다. 4분기 기준 매출은 1조2036억원으로 2.99% 줄고, 영업이익은 1207억원으로 20.16%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5월 광주공장 화재 이후 생산 정상화 시점이 지연되며 출하량 조정이 불가피했던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금호타이어는 북미향 타이어 상당 비중을 베트남 공장에서 조달해 한국발 관세 인상 구간에서 직접적인 타격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지만, 베트남 기준 관세·물류 구조가 완전히 우호적이지 않은 만큼 관세 인하 시 비용 절감 효과도 크지 않은 구조로 평가된다. 타이어 3사는 올해 유럽·북미 중심의 생산 거점 확대와 전기차(EV)·고인치 제품 비중 확대를 통해 관세·물류 변수에 대응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한국타이어는 미국 테네시 공장 2단계 증설과 헝가리 공장의 TBR 생산 라인 확대로 북미·유럽 현지 조달 비중을 높이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테네시 공장은 증설 완료 시 승용·경트럭용(PCLT) 타이어 기준 연간 1100만본, 트럭·버스용(TBR) 100만본 생산 체계를 갖추게 된다. 이를 통해 북미 OE 수요 대응력과 RE 시장 내 고인치·전기차 제품 공급 능력을 동시에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유럽에서는 헝가리 라칼마스 공장 TBR 라인 증설을 통해 연간 80만본 규모 상용차 타이어 생산 능력을 추가 확보하고, 현지 상용차·물류 업체를 대상으로 한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금호타이어는 유럽 현지 생산 능력 확보를 위해 폴란드 오폴레 지역에 유럽 첫 공장을 짓는다. 1단계로 연간 600만본 규모 공장을 2028년 8월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수요에 따라 최대 1200만본까지 증설 가능한 구조로 설계했다. 생산 제품은 EV·UHP(초고성능) 중심으로 구성해 유럽 RE 시장과 프리미엄 완성차 OE 수요를 동시에 타깃으로 삼을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함평 지역에 신공장을 조성해 광주·곡성 생산라인을 보완하고, 생산·출하 시차를 최소화하는 공급망 재편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1단계로 연간 530만본 규모 공장을 2027년 말까지 완공해 2028년 초 본격 가동하는 일정이 제시됐으며, 광주공장 부지 매각 이후 증설을 통해 국내 생산체계를 재구성할 방침이다. 생산·출하 시차를 줄이고, 국내·유럽·북미를 잇는 3축 생산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넥센타이어는 체코 자테츠 공장의 가동률을 10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작업을 이어가면서 유럽 RE 시장을 중심으로 EV·윈터 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자테츠 1·2공장이 연간 1100만개 수준 생산 능력을 확보하면, 유럽 내 판매 물량 상당 부분을 현지 생산으로 전환해 물류비와 관세 부담을 추가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포르쉐·메르세데스-벤츠 등 프리미엄 완성차 OE 공급 확대와 올웨더·EV 전용 제품군 강화로 고수익 제품 비중을 높이는 전략이 병행된다.
2026-01-28 17:5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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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은행, 하노이지점 설립 본인가 획득
[이코노믹데일리] 한국산업은행은 지난 14일 베트남 중앙은행으로부터 외국은행 지점 설립 절차의 최종단계인 하노이지점 설립 본인가(License)를 획득했다고 20일 밝혔다. 지난 2019년 7월 지점 설립 인가를 신청한 이후 약 6년 반 만에 이뤄진 결과이자, 2021년 이후 외국계 은행 앞 발급된 최초 사례로 산업은행은 이번 본인가 획득으로 베트남 금융당국의 감독 아래 영업과 금융업무 수행이 가능해졌다. 이번 본인가는 베트남 정부의 보수적인 인가 기조 속에서 한국정부의 두차례의 양국 정상회담, 총리회담, 금융당국 및 외교부 고위급 면담 등 정부의 전방위적인 외교적 지원과 산업은행의 부단한 노력이 결합해 이룬 것이다. 산업은행은 재무건전성, 국제금융업무 수행 능력, 내부통제 및 리스크 관리 체계, 중장기 경영 안정성 등 전반에서 베트남 금융당국의 종합적이고 최종적인 신뢰를 확보했다. 산업은행은 하노이지점을 통해 기업금융, 투자금융,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강점을 살린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한국과 베트남 양국 간 금융 및 산업 협력의 실질적 기반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번 본인가는 단순한 지점 개설 승인을 넘어, 베트남 금융시장에 장기·제도적 파트너로 공식 진입했음을 의미하는 결정적 이정표"라며 "하노이지점을 통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안정적으로 지원하고, 베트남 경제 발전에도 책임 있는 금융 파트너로서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2026-01-20 16:5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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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축구 두 번째 도약, 다음은 무엇인가
베트남 축구의 시간은 두 번 흐른다. 하나는 과거의 시간이었고 다른 하나는 지금의 시간이다. 그 두 시간을 가르는 이름이 있다. 하나는 박항서, 다른 하나는 김상식이다. 전자가 베트남 축구의 문을 열었다면 후자는 그 문을 지나 새로운 방으로 들어서고 있다. ◆ 박항서 매직,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다 박항서 감독 이전의 베트남 축구는 늘 ‘열심히 하지만 한계가 분명한 팀’으로 분류됐다. 체력과 투지는 있었지만 전술적 완성도와 국제대회 경험, 무엇보다 스스로를 믿는 힘이 부족했다. 박항서 매직의 본질은 전술 그 자체보다 자존감의 회복이었다. 그는 베트남 선수들에게 “너희는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줬다. 2018년 U-23 아시안컵 준우승, 스즈키컵 우승,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로 이어진 성과는 단순한 성적 나열이 아니었다. 그것은 베트남 축구의 세계관을 바꾼 사건이었다. 베트남은 더 이상 ‘도전하는 팀’이 아니라 ‘경계해야 할 팀’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다만 박항서 체제의 한계도 분명했다. 상대가 베트남을 본격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하면서 수비 조직력과 역습 중심의 전술은 점차 예측 가능해졌다. 박항서 매직은 베트남 축구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았지만 그 다음 장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또 다른 종류의 리더십이 필요해졌다. ◆ 김상식 매직, ‘체질’을 바꾸다 김상식 감독이 부임했을 때 기대와 우려는 동시에 존재했다. “박항서의 그림자를 넘어설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이었다. 그러나 김상식 매직은 출발부터 방향이 달랐다. 그는 베트남 축구를 ‘잘 싸우는 팀’에서 ‘잘 만드는 팀’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김상식 축구의 핵심은 전술의 자립이다. 선수 개인의 투혼에 의존하기보다 공간 점유와 빌드업, 전방 압박의 타이밍을 체계화했다. 최근 U-23 아시안컵에서 보여준 경기들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UAE를 상대로 한 연장 혈투에서 베트남은 더 이상 수세적인 팀이 아니었다. 주도권을 잡고 흔들리지 않고 경기를 끝내는 힘을 갖춘 모습이었다. 김상식 매직의 또 다른 특징은 세대 확장이다. 그는 성인 대표팀과 U-23을 단절된 조직으로 보지 않는다. 전술 철학을 공유하고, 어린 선수들에게 ‘대표팀 축구’를 미리 체득하게 한다. 이는 박항서 체제에서 상대적으로 약했던 구조적 연계 문제를 보완하는 지점이다. ◆ 두 매직의 결정적 차이 박항서 매직이 ‘정신의 혁명’이었다면 김상식 매직은 ‘시스템의 혁명’에 가깝다. 박항서는 베트남 축구의 가능성을 증명했고 김상식은 그 가능성을 지속 가능한 경쟁력으로 전환하고 있다. 박항서의 베트남이 “지면 안 된다”는 팀이었다면 김상식의 베트남은 “이길 수 있다”는 팀이다. 전자가 투쟁의 언어였다면 후자는 설계의 언어다. 이 차이는 단순한 스타일 문제가 아니다. 베트남 축구가 이제 아시아 중상위권을 넘어 상위권을 노릴 수 있는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변화다. 김상식 매직의 진짜 시험은 이제부터다. 단기 성과보다 중요한 것은 반복 가능성이다. 현재의 전술과 선수 육성 구조가 3년, 5년 뒤에도 작동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다만 전망은 밝다. 베트남은 이미 축구를 국가 전략 스포츠로 인식하고 있으며 팬층과 인프라도 꾸준히 확장되고 있다. 김상식 체제가 안정적으로 안착한다면 베트남은 동남아의 강자를 넘어 U-23 대회, 아시안컵, 월드컵 예선에서 ‘늘 이름이 불리는 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박항서가 열어준 문을 김상식이 지나 다음 세대로 이어가는 과정이다. 축구는 감독의 이름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진짜 성공한 감독은 자신이 떠난 뒤에도 팀이 계속 강해지는 구조를 남긴다. 박항서가 씨앗을 뿌렸고 김상식이 그 씨앗을 숲으로 키우고 있다. 김상식 매직은 아직 진행형이다. 그리고 베트남 축구의 시간은 지금 이 순간에도 분명히 앞으로 흐르고 있다.
2026-01-18 15:5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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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도 호찌민도 아닌 박닌… 한국형 메가시티가 향한 곳
[이코노믹데일리] 베트남 북부 박닌성에서 대규모 신도시 개발 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한국 건설사들이 참여하는 이 사업은 하노이 인근에 주거와 산업 기능을 함께 갖춘 신도시를 조성하는 것이 골자다. 개발 대상지로 하노이나 호찌민이 아닌 박닌이 선택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박닌성 동남부 신도시 개발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를 포함한 민간 투자자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컨소시엄에는 오메가건설, 제이알투자운용, 제일건설이 참여하며, 공공 부문에서는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가 합류할 예정이다. 개발 대상지는 하노이 중심에서 약 18km 떨어진 박닌성 동남부 지역이다. 전체 면적은 약 810만제곱미터로, 통합 이전 기준 하노이 호안끼엠구 자연 면적의 약 1.5배에 해당한다. 예비 계획상 이곳에는 약 10만명을 수용하는 주거 공간과 상업·업무 시설이 결합된 자족형 신도시가 조성될 예정이다. 박닌성은 베트남 북부 홍강 삼각주에 위치한 비교적 작은 성이지만, 산업 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전자·정보기술 제조업을 중심으로 산업단지가 밀집해 있으며, 다수의 글로벌 기업과 협력업체들이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면적이나 인구 규모만 놓고 보면 대도시에 미치지 못하지만, 산업 집적도 측면에서는 베트남에서도 손꼽히는 지역으로 꼽힌다. 역사·문화적 배경도 박닌을 설명하는 요소다. 박닌은 베트남 전통 민요인 ‘꽌호(Quan Ho)’의 발상지로 알려져 있으며, 이 민요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오래된 사찰과 유교 문화의 흔적이 남아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전통 문화의 중심지였던 박닌이 최근 수십 년 사이 첨단 산업 지역으로 변모한 점은 이 지역의 특징으로 꼽힌다. 이번 신도시 개발은 산업단지와의 인접성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개발 대상지 인근에는 힘람과 빈홈즈 박닌 도시개발지구가 위치해 있으며, 옌퐁과 꿔보 산업단지도 가깝다. 이 일대에는 전자제품, 컴퓨터, 광학기기 관련 기업들이 밀집해 있다. 주거와 산업을 함께 배치해 자족성을 높이려는 한국형 위성도시 개념이 적용된 배경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입지 선택은 한국의 신도시 개발 경험과도 맞닿아 있다. 한국에서는 1990년대 이후 분당, 일산, 판교 등이 수도권 인구 분산과 산업 기능 분담을 목표로 조성됐다. 주거 공간과 일자리를 함께 배치해 통근 부담을 줄이고 도시 기능을 분산시키려는 시도였다. 박닌 신도시는 이러한 개념을 해외에 적용하는 첫 사례로 평가된다. 박닌의 경제적 위상은 수출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베트남 재무부 산하 세관총국에 따르면 2025년 박닌성의 연간 누적 수출액은 932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926억8000만달러를 기록한 호찌민시를 웃도는 수준이다. 박닌성은 베트남 전체 수출액의 약 19.6%를 차지하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전자제품과 컴퓨터, 광학기기 생산이 수출 증가를 이끌고 있다. 박닌성 동남부 신도시 개발 사업은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초기 단계부터 참여해 온 프로젝트로, 한·베 경제 협력의 상징적 사업으로도 언급돼 왔다. 과거 빈그룹과 썬그룹, T&T그룹 등 베트남 주요 기업들이 관심을 보였던 지역이기도 하다. 다만 현재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단계로, 향후 베트남 정부 승인과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구체적인 착공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 사업이 관심을 끄는 배경에는 박닌이라는 지역의 위상이 자리하고 있다. 박닌은 단순한 신도시 후보지라기보다 베트남 북부 산업과 수출이 집중된 지역으로 분류된다. 한국형 메가시티의 첫 해외 적용지가 하노이나 호찌민이 아닌 박닌으로 향한 점도 이런 흐름과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2026-01-09 09: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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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이 길을 열고, 경제에 이어 정치가 뒤따라
외교 관계의 온도는 회담장에서 먼저 감지되는 것 같지만 실제 변화는 공항과 거리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관광은 늘 가장 먼저 움직이고 가장 마지막까지 남는다. 그런 점에서 2026년 한국이 약 60만명에 이르는 베트남 관광객을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은 단순한 관광 통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한–베 관계가 민간 차원에서 이미 상당한 깊이에 이르렀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각국의 관광 회복 속도는 제각각이었지만 한국과 베트남 사이의 회복세는 비교적 빠르고 안정적이었다. 베트남은 이미 한국에 있어 ‘가깝고 중요한 나라’라는 인식이 관광이라는 일상적 영역에서 먼저 자리 잡고 있다. 이 흐름은 경제와 정치 교류로 자연스럽게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11월 말 기준으로 한국을 방문한 베트남 관광객 수는 50만8000명을 넘어섰다. 전년 대비 6.9% 증가한 수치이며 연말까지는 약 55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년 대비 9% 증가한 규모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거의 근접했다. 단순한 반등이 아니라 구조적 회복에 가깝다.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2026년에는 약 60만명의 베트남 관광객이 한국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수치는 관광 산업의 관점에서도 의미가 크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동의 빈도가 곧 관계의 밀도라는 점이다. 한 나라 국민 60만명이 다른 나라를 찾는다는 것은 이미 심리적 장벽이 상당 부분 허물어졌다는 뜻이다. 지난 26일 하노이에서 열린 ‘코리아 트래블 나이트 2025’ 행사는 이런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관광공사 베트남 지사가 주최한 이 자리에는 현지 여행업계, 항공사, 미디어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행사에서는 지난 1년간 한국 관광 활성화에 기여한 현지 파트너들에게 ‘한국관광상’이 수여됐고 양국 간 협력 성과가 공유됐다. 이 행사가 의미 있는 이유는 형식이 아니라 내용에 있다. 참석자들 사이에서 오간 대화의 주제는 ‘한류의 인기’ 같은 추상적 이야기가 아니라 직항 노선 확대, FIT(개별 여행객) 상품 구성, MICE(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수요의 질적 변화같은 매우 현실적인 문제들이었다. 이는 베트남 관광시장이 이미 감성적 호기심의 단계를 넘어 실질적 소비와 반복 방문의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한국관광공사가 베트남 시장에서 FIT 중심 전략과 K-컬처 연계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체 관광 중심의 초기 단계에서 벗어나 개별 여행객이 스스로 일정을 설계하고 지역을 탐색하는 단계로 접어들면 관광의 질은 달라진다. 베트남의 젊은 세대 관광객들은 더 이상 서울의 몇몇 명소만을 소비하지 않는다. 지방 도시, 소도시, 음식과 일상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관광이 단순 방문을 넘어 문화 이해와 생활 경험의 단계로 발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변화는 일회성 유행이 아니라 관계의 장기적 기반이 된다. 관광을 통해 형성된 친숙함은 경제 교류와 인적 교류의 토양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MICE 분야의 성장이다. 올해 한 해 동안 총 345개의 베트남 기업이 한국으로 단체 관광을 조직했고 이를 통해 4만1166명이 한국을 방문했다. 이는 전년 대비 12.7% 증가한 수치다. MICE 관광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다. 이는 기업의 신뢰, 산업 이해, 협력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베트남 기업들이 한국을 회의와 포상 관광, 전시회 목적지로 선택한다는 것은 한국 산업과 제도, 환경에 대한 신뢰의 표현이다. 실제로 한 중견 제조업체 관계자는 “베트남 기업인들의 한국 방문 이후 협력 논의가 훨씬 수월해졌다”고 말한다. 회의실에서의 계약보다 현장에서의 경험이 더 큰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다. 한–베 관계의 특징은 정치가 앞서기보다 민간이 먼저 길을 열어왔다는 점이다. 관광, 유학생, 근로자, 기업 교류가 쌓이면서 정치적 관계도 자연스럽게 안정돼 왔다. 관광객 증가는 정치적 부담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상호 이해가 깊어질수록 감정적 오해는 줄어들고 외교 현안도 보다 현실적으로 다뤄질 수 있다. 이는 특정 이슈에 대한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관계 전체의 탄력을 높여준다. 베트남 관광객 60만명 시대는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양국 사회가 서로를 일상적으로 받아들이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관광은 소비로 끝나지 않는다. 관광객은 투자자와 사업 파트너로 성장한다. 실제로 베트남 기업인들 중 상당수는 한국 방문을 계기로 협력 사업을 구체화한다. 반대로 한국 기업들도 베트남 시장을 ‘먼 나라’가 아닌 ‘익숙한 이웃’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앞장서기보다 흐름을 정비하는 것이다. 항공 노선, 비자 제도, 지역 관광 인프라, 정보 제공 같은 기본 조건이 갖춰질 때 민간 교류는 스스로 확대된다. 외교 성명은 언제든 바뀔 수 있지만 관광객의 선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사람들이 어디를 찾고 어디를 다시 찾는지는 관계의 실제 온도를 가장 솔직하게 보여준다. 2026년 베트남 관광객 60만명이라는 전망은 한–베 관계가 이미 상당히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섰다는 증거다. 이는 경제 협력 확대, 정치적 신뢰 강화로 이어질 수 있는 충분한 기반이다. 관광은 조용하다. 그러나 그 힘은 결코 작지 않다. 회담장에서의 악수보다 공항에서의 환영이 관계를 더 오래 지탱하는 경우도 많다. 베트남 관광객의 증가는 한–베 관계가 보여주는 가장 건강한 신호 중 하나다. 이 흐름을 과도하게 정치화할 필요도, 성급히 의미를 부풀릴 필요도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사람이 먼저 움직일 때 관계는 지속된다는 사실이다. 관광이 먼저 길을 열고 경제가 뒤따르며, 정치가 그 위에 자리 잡는 것. 이것이 한–베 관계가 보여주는 가장 상식적인 발전 경로다. 지금의 숫자는 그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을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
2026-01-04 13:3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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