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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퓨처엠·삼성SDI, 유상증자와 책임경영
[이코노믹데일리] #김인규의 기분상승은 '기업 분석'을 통해 주가가 '상승'하는 흐름을 짚어보고 산업군을 읽는 맥락과 용어 그리고 기업 분석의 상식을 제공합니다. 산업군을 보는 새로운 시각과 깊이 있는 분석을 통해 독자 여러분의 '기분도 자산도 상승'하도록 돕겠습니다. <편집자 주> 자산을 불리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기 위해 많은 사람이 투자에 관심을 쏟고 있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바쁜 일상을 살면서 여러 기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부하긴 어렵고, 그러다 보면 내가 투자한 기업의 주가가 왜 올랐는지도 알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취업과 이직, 성공적인 커리어를 위해서라도 유관 산업 분석은 필요해 보이지만 경제신문은 읽어봐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고 재무제표는 어렵기만 하죠. 그래서 주말마다 일주일간 주식시장에서 이슈가 됐던 기업, 산업군의 맥락·용어·재무제표 등을 살펴보려 합니다. 이번주는 배터리 소재기업 포스코퓨처엠과 배터리 기업 삼성SDI의 유상증자 및 모기업의 출자 소식을 살펴보겠습니다. ◆ 삼성SDI 최종발행가액 14만원, 삼성전자의 3340억원 출자 삼성SDI는 16일 2차 발행가액이 발표되면서 최종 발행가액이 주당 14만원으로 최종 결정됐습니다. 이에 따라 조달할 자금 규모도 최초 계획했던 2조원에서 17% 감소한 약 1조6500억원이 될 전망입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확정 발행가액은 1차와 2차 발행가액 중 낮은 가액으로 고정되기 때문에 지난 4월 8일 기준으로 결정된 1차 발행가액 주당 14만6200원, 모집총액은 1조7282억원보다 규모가 축소된 거죠. 삼성SDI는 이 자금을 미국 내 합작법인 투자, 헝가리 공장 생산 능력, 확대, 전고체 배터리 시설 투자 등 미래 성장에 쓸 예정이에요. 한국 증시에서 유상증자로 인한 논란이 많지만 이번 삼성SDI 유상증자에서 경영진과 모회사는 유상증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주주들의 마음을 달래고 있어요. 유상증자가 발표된 이후 지난 3월 사내이사로 공식 선임된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당시 1억9000만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고, 삼성SDI의 지분 19.58%를 보유한 최대 주주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3340억원을 출자해 228만4590주를 매입하겠다고 결의했습니다. 삼성SDI는 시가총액이 이미 많이 낮아진 상황에서 유상증자를 결정하다 보니 조달 금액도 줄어들고, 시가총액이 높은 상황과 비교하면 필요한 금액 대비 많은 주식 수 발행이 필요하다 보니 주식 수 희석이 커져 안타깝다는 지적도 나와요. 미래 성장을 위해 자금이 필요했다면 주가가 이만큼 하락하기 전에 빠른 판단을 내렸어야 한다는 거죠. 하지만 모회사의 출자 소식은 유상증자에 긍적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SDI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투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업황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 포스코퓨처엠 1조1000억원 유상증자, 포스코홀딩스의 5256억원 출자 포스코퓨처엠도 지난 13일 1조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습니다. 이차전지 소재 사업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입니다. 포스코퓨처엠은 이번 유상증자가 재무 구조 개선과 제조 경쟁력 강화 목적이라고 밝혔어요.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자금은 캐나다 양극재 합작 공장, 포항 및 광양 양극재 공장 증설 등에 사용할 예정이에요. 포스코퓨처엠은 지난달 22일 구형흑연 제조공정을 국산화해 밸류체인을 확보하기 위해서 카본신소재 신설법인을 설립해 생산공장 건설에 약 4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어요. 현재 음극재의 핵심 재료인 흑연은 중국에서 대부분 수입되고 있는데 아프리카 등 중국이 아닌 국가에서 천연흑연을 들여와 직접 구형흑연으로 가공하고 음극재 생산까지 이어가겠다는 계획이죠. 포스코퓨처엠의 이러한 계획은 오는 2027년 만료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해외우려기관(FEOC) 규정 유예를 염두에 둔 판단이에요. 유예가 끝나면 중국산 원자재를 사용하는 기업은 미국의 지원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배터리 기업과 완성차 기업들의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해지기 때문입니다. 지금 준비해두면 중국 의존도를 낮춰둔 포스코퓨처엠에 주문이 몰릴 수 있다는 거죠. 업계에서는 2027년부터 전기차 수요도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이를 대비하는 모습입니다. 이차전지 투자에 보통 2~3년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구조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를 마무리해두겠다는 계획입니다. 주목할 점은 모회사인 포스코홀딩스가 이번 유상증자 금액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5256억원을 출자한다는 점입니다. 그룹의 이차전지 소재 사업인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 3280억원, 포스코GS에코머티리얼즈 690억원 참여 금액을 합하면 포스코홀딩스의 출자 금액은 총 9226억원 규모에 달해요. 포스코홀딩스는 주주 가치 희석 등 문제를 최대한 방지하고 책임 경영을 실행하기 위해서 대규모 출자를 결정했다고 밝혔어요. 한 기업거버넌스포럼 전문가는 모기업이 자회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데 최소한 그러한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라며 긍정적인 시각을 보였습니다. 두 기업이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이차전지 투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투자자들은 여전히 우려 섞인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2025-05-1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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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지, VCT 퍼시픽 결승서 RRQ에 1-3 석패…'신흥 강호' 부상
[이코노믹데일리] 플레이오프에서 연승 가도를 달리며 결승에 선착했던 젠지가 패자조 결승에서 페이퍼 렉스를 꺾고 기세를 올린 렉스 리검 퀀(RRQ)에게 덜미를 잡히며 준우승으로 여정을 마무리했다. 라이엇 게임즈는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상암 SOOP 콜로세움에서 열린 VCT 퍼시픽 스테이지 1 결승전에서 젠지가 RRQ에게 세트 스코어 1대3으로 패했다고 밝혔다. RRQ는 VCT 퍼시픽 참가 이래 첫 결승 진출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다크호스’에서 신흥 강호로 입지를 굳혔다. 반면 젠지는 2024년에 이어 올해도 스테이지 1 결승 무대를 밟았으나 또다시 정상 문턱에서 아쉬움을 삼켰다. 젠지는 1세트 ‘헤이븐’에서 ‘카론’ 김원태의 오멘이 맹활약하며 13대8로 승리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경기 시작과 함께 5개 라운드를 연달아 가져간 젠지는 전반전을 8대4로 앞선 채 마무리했고 후반에도 집중력을 발휘하며 첫 세트를 따냈다. 그러나 ‘어센트’에서 펼쳐진 2세트에서는 초반 9개 라운드를 연이어 RRQ에게 내주며 수세에 몰렸으나 후반 2라운드부터 8개 라운드를 만회하며 10대11까지 맹추격하는 저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끝내 흐름을 뒤집지 못하고 11대13으로 패하며 세트 동점을 허용했다. 이어진 3세트 ‘로터스’에서 젠지는 전반을 7대5로 앞서 나갔지만 후반 시작 후 5개 라운드를 연달아 패배하며 기세가 꺾였다. 특히 상대 ‘Jemkin’ 막심 바토로프의 요루와 ‘xffero’ 데이비드 모나긴의 바이퍼에게 결정적인 4킬을 여러 차례 허용하며 9대13으로 무너졌다. 세트 스코어 1대2로 뒤처진 젠지는 4세트 전반을 6대6 동점으로 마쳤고 후반 피스톨 라운드를 가져오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는 듯했다. 그러나 RRQ의 끈질긴 추격에 재역전을 허용하며 12, 13, 14라운드를 연이어 내주며 11대13으로 패배, 최종 준우승을 확정 지었다. VCT 퍼시픽 스테이지 1을 준우승으로 마무리한 젠지는 오는 6월 7일 막을 올리는 발로란트 마스터스 토론토에서 스위스 스테이지부터 일정을 시작한다. 한편 결승전 종료 후 진행된 VCT 퍼시픽 스테이지 2 조 추첨식에서는 강팀들이 한 조에 대거 편성되며 이른바 ‘죽음의 조’가 탄생했다. 스테이지 1 우승팀 RRQ와 준우승팀 젠지를 비롯해 DRX, 농심 레드포스, 글로벌 이스포츠, 팀 시크릿이 알파 조에 함께 배치됐다. 특히 한국팀 3팀과 이번 스테이지 1의 1, 2, 4위 팀이 알파 조에 속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오메가 조에는 붐 이스포츠, 탈론 이스포츠, T1, 페이퍼 렉스, 제타 디비전, 데토네이션 포커스미가 편성됐다.
2025-05-12 15: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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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조원 체코 원전 수주 행방은 어떻게
[이코노믹데일리] #김인규의 기분상승은 '기업 분석'을 통해 주가가 '상승'하는 흐름을 짚어보고 산업군을 읽는 맥락과 용어 그리고 기업 분석의 상식을 제공합니다. 산업군을 보는 새로운 시각과 깊이 있는 분석을 통해 독자 여러분의 '기분도 자산도 상승'하도록 돕겠습니다. <편집자 주> 자산을 불리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기 위해 많은 사람이 투자에 관심을 쏟고 있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바쁜 일상을 살면서 여러 기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부하긴 어렵고, 그러다 보면 내가 투자한 기업의 주가가 왜 올랐는지도 알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취업과 이직, 성공적인 커리어를 위해서라도 유관 산업 분석은 필요해 보이지만 경제신문은 읽어봐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고 재무제표는 어렵기만 하죠. 그래서 주말마다 일주일간 주식시장에서 이슈가 됐던 기업, 산업군의 맥락·용어·재무제표 등을 살펴보려 합니다. 이번주는 에너지 업계의 가장 큰 이슈였던 26조원 규모 체코 원전 수주 진행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 26조원 체코 원전 수주, 잡음 속에서도 가능성은 남아 이번 사업은 한국수력원자력을 주축으로 한전기술,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한전연료, 한전KPS 등이 팀코리아를 이뤄 체코 두코바니 5·6호 신규 원전 2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사업비가 26조원으로 추산되는 대형 사업으로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6년 만의 성과입니다. 한수원은 고정된 가경 경쟁력과 공사 기간 준수 능력을 인정받아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전력공사(EDF)를 제치고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습니다. 중간의 웨스팅하우스와 지적재산권 분쟁이 있었으나 내부 거래를 통해 원만하게 마무리했으며 이후 체코전력공사(CEZ)로부터 경쟁력을 인정받은거죠. 수주 직후 수익성 및 저가 수주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으나 여론은 기대감에 차있었어요. 실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수주는 기본적으로 기존 원전 건설단가보다 2배 이상 높기 때문에 저가 수주라고 보기 어렵고, 만약 그렇다고 해도 수주를 위해선 전략적으로 사업비를 조정할수도 있는 부분이 있거든요. 단가를 낮추더라도 원전 생태계 자체에 줄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이 더 크다는 판단이죠. 전문가들은 체코 정부의 공사대금 지불 여력 문제나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내부 계약 조건 문제도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봤습니다. 우려가 많았던 핵심 기자재 현지화율 조건도 충분히 조율할 여지가 있고요. 뿐만 아니라 사업 일부를 현지 기업에 넘겨주더라도 실질적으로 이율이 높은 핵심 사업 위주로 영위할 수 있게 되면 매출 외형은 다소 축소되더라도 영업이익이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와요. 문제는 EDF였어요. 본계약을 일주일 앞둔 2일 EDF가 한수원의 수주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며 체코 브르노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계약 체결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거든요. 계약 하루 전인 7일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서 본계약을 지켜보기 위해 체코로 떠났던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대표단은 중간에 붕 뜬 신세가 됐습니다. CEZ 측도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는 있었으나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가능성을 낮다고 판단하다가 제대로 대비를 하지 못했던 거죠. 대신 CEZ 측은 즉각 항고하고 한국과의 계약은 정당하고 공정했다며 입장을 냈습니다. 체코 정부도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철회되면 즉시 계약을 진행할 수있도록 지난 8일 한수원과의 신규 원전 계약을 사전 승인했어요. 국내 대표단 측에서도 이번 판결 이전에 경쟁당국에서 두번이나 이의신청을 기각했었고 체코 정부 측에서도 한국과의 사업 추진 의사를 강하게 가지고 있다며 걱정을 덜어도 된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계약 일정이 기존보다 연기되는 건 불가피하지만 체코 정부도 기회비용을 고려해 최대한 빨리 계약을 진행하고 싶어하는 상황이에요. 지난 일주일 사이 에너지 업계는 26조원이라는 대규모 원전 수주 소식에 들떴다가 저가 수주 논란으로 시끄러운 며칠을 보냈고, 실제 계약마저 지연되면서 혼란스러운 나날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체코 정부 및 CEZ측의 의지와 국내 대표단의 원활한 협상을 통해 사업 진행 자체에는 큰 무리가 없을 걸로 보여요. 에너지 업계 전문가들은 원전 자체가 정치적, 환경적 입장에 따라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분야다보니 이러한 논란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원전을 비롯한 에너지 생태계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도 이어지겠지만 특정 논리나 입장에 휘둘리지 않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길 바라는 마음인거죠. 잡음이 좀 있었지만 이번 원전 수주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돼서 국내 기업와 국가 이미지에도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사업이 되길 바라봅니다.
2025-05-10 08: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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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끝 빛 보이나"… 배터리 업계, 소재 업계 훈풍 타고 반등 기대
[이코노믹데일리] #김인규의 기분상승은 '기업 분석'을 통해 주가가 '상승'하는 흐름을 짚어보고 산업군을 읽는 맥락과 용어 그리고 기업 분석의 상식을 제공합니다. 산업군을 보는 새로운 시각과 깊이 있는 분석을 통해 독자 여러분의 '기분도 자산도 상승'하도록 돕겠습니다. <편집자 주> 자산을 불리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기 위해 많은 사람이 투자에 관심을 쏟고 있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바쁜 일상을 살면서 여러 기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부하긴 어렵고, 그러다 보면 내가 투자한 기업의 주가가 왜 올랐는지도 알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취업과 이직, 성공적인 커리어를 위해서라도 유관 산업 분석은 필요해 보이지만 경제신문은 읽어봐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고 재무제표는 어렵기만 하죠. 그래서 주말마다 일주일간 주식시장에서 이슈가 됐던 기업, 산업군의 맥락·용어·재무제표 등을 살펴보려 합니다. 이번주는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배터리 및 배터리 소재 업계의 근황을 살펴보겠습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이번 분기에도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진 못했습니다. 이번 분기 LG에너지솔루션은 영업이익 3747억원을 기록했으며 삼성SDI와 SK온의 영업손실은 각각 4341억원, 2993억원이었습니다. LG엔솔은 지원금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을 냈고 SK온은 적자 폭이 축소됐지만 삼성SDI는 적자가 크게 늘었죠. 여러번 지적했듯이 LG엔솔은 미국 현지 진출에 따른 지원금 4577억원이 반영됐기 때문에 전략적으로는 성공적이지만 실질적으로 큰 성과를 냈다고 보긴 어려워요. 국내 배터리 3사는 여전히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중인거죠. 하지만 저 너머 터널 끝을 의미하는 불빛이 비춰온다는 의견도 있어요. 바로 배터리 소재 업계의 상황이 조금 나아졌기 때문인데요. 배터리 소재 업계는 일반적으로 배터리 업계의 동향을 따라가지만 완성차 업계와 배터리 기업의 수요가 늘어나면 선주문 효과를 받기 때문에 지표상 먼저 좋은 흐름을 보이기도 해요. 에코프로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이 8068억원으로 직전 분기 6489억원 대비 24.3% 증가했습니다. 에코프로그룹의 매출액이 8000억원을 돌파하는 건 지난해 3분기 이후 처음이에요. 특히 양극재를 제조하는 에코프로비엠이 직전 분기 35% 상승한 6298억원의 매출을 냈고 영업이익은 23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습니다. 에코프로는 양극재를 제조하는 국내 대표 기업으로 배터리 업체와도 좋은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업보고서에도 에코프로비엠이 지난해부터 삼성SDI와는 43조8676억원 규모의 하이니켈계 NCA(니켈, 코발트, 알루미늄)양극소재 공급 계약을, SK온의 모회사 SK이노베이션과는 10조1102억원 규모의 전기차용 하이니켈 NCM(니켈, 코발트, 망간) 판매계약을 통해 납품하고 있다고 나와있거든요. 업계에서는 에코프로의 매출이 늘어난 건 국내 배터리 회사들이 주문을 늘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와요. 최근 BMW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재고 소진으로 인해 배터리 수요가 늘 것으로 보이고 있어 이에 대비하기 위해 소재 업체에 선주문한 금액이 반영됐다는 거죠. 조만간 배터리 업계의 실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대내외 환경도 일부 개선됐습니다.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년간 차 부품 관세를 유예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하면서 기업들의 관세 부담이 줄었거든요. 업계에서 본격적인 전기차 수요 회복 시점으로 예상하고 있는 오는 2027년까지 버틸 수 있도록 숨통이 트인 겁니다. 배터리 3사는 현지 공급 능력 및 신제품 투자를 중심으로 역량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시나리오대로 조만간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확대되면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이 다시 성장세를 보일 수 있을 거란 기대도 나와요. 현재 LG엔솔은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현지 생산 역량 우위를 확보하고 있고 삼성SDI는 헝가리 공장 증설로 46파이 시리즈 등 신규 제품 확장을 위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요. SK온도 최근 일본 닛산과의 15조원 규모의 계약 및 미국 스타트업 슬레이트와 4조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면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습니다. 배터리 소재 업계에 불어온 바람이 배터리 기업에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요? 어려운 환경에서 기업들의 전략에 기대와 부담이 가중되는 시기입니다.
2025-05-03 08: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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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석유화학산업 뜯어보기,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
[이코노믹데일리] #김인규의 기분상승은 '기업 분석'을 통해 주가가 '상승'하는 흐름을 짚어보고 산업군을 읽는 맥락과 용어 그리고 기업 분석의 상식을 제공합니다. 산업군을 보는 새로운 시각과 깊이 있는 분석을 통해 독자 여러분의 '기분도 자산도 상승'하도록 돕겠습니다. <편집자 주> 자산을 불리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기 위해 많은 사람이 투자에 관심을 쏟고 있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바쁜 일상을 살면서 여러 기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부하긴 어렵고, 그러다 보면 내가 투자한 기업의 주가가 왜 올랐는지도 알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취업과 이직, 성공적인 커리어를 위해서라도 유관 산업 분석은 필요해 보이지만 경제신문은 읽어봐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고 재무제표는 어렵기만 하죠. 그래서 주말마다 일주일간 주식시장에서 이슈가 됐던 기업, 산업군의 맥락·용어·재무제표 등을 살펴보려 합니다. 이번주는 침체를 겪고 있는 석유화학 업계가 겪고 있는 위기와 한계를 살펴보기 위해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 '빅4'라 불리는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의 사업 개요를 살펴보겠습니다. ◆ 석유화학 업계, 회복 싸이클 돌아올까...'구조적 한계' 지적 석유화학 업계는 현재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있는 상태입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빅4 중 금호석유화학을 제외하곤 석유화학 분야에서 전부 적자를 낸 상황이거든요. LG화학은 연결 기준 매출 48조9161억원, 영업이익 9168억원으로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3.75% 감소한 데다 석유화학 부문은 13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롯데케미칼은 매출 20조4304억원에 영업손실 8948억원으로 가장 큰 규모의 적자를 냈고, 한화솔루션도 매출 12조3940억원에 300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죠. 반면 금호석유화학은 매출 7조 1550억원, 영업이익 2728억을 기록하며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치를 보여줬습니다. 과거를 생각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지만 업계 공룡 기업들이 전부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적자가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유의미하게 다가오죠. 석유화학 업계가 이처럼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한 수요 위축과 중국의 공급 과잉 때문입니다. 국내 석유화학 제품 최대 소비국이었던 중국이 대규모 공장 신설 및 증설을 하면서 자급률이 올라갔고, 중국 내수 경기가 악화되면서 초과 공급된 물량이 덤핑 수준의 저가로 글로벌 시장에 흘러나오고 있는 거죠. 이로 인해 기초화학 사업 등 범용 제품 생산량이 많은 롯데케미칼은 적자 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고, 상대적으로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 고부가가치 사업인 합성고무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금호석유화학은 타격을 적게 받았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장 통폐합 등 업계 차원의 대규모 구조조정,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사업재편 등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제조업과 기초산업은 기본적으로 일정 주기를 두고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사이클 산업이라고 보지만 현 시점에서는 회복 사이클이 찾아와도 국내 기업들의 업황이 이전처럼 다시 좋아질 거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하지만 정부 주도 구조조정은 부작용이 크고 현재 리더십을 가지고 이끌어갈 주체도 없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어요. 따라서 정부 지원 하에 민간 기업 주도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가시화된 성과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에 손해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특정 기업에게 가중될 부담 때문이에요. 이 장기적인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어서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말이지요. 상충하는 서로의 이해관계와 기업 내부 인식을 엿보기 위해 전자정보공시(다트)에 게재된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참고해 사업 개요와 비중을 요약해봤습니다. ◆ LG화학 LG화학은 매출 기준 사업 비중이 배터리를 취급하는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52.4%, 석유화학 38.%, 첨단소재 5.4%, 의약품 등을 만드는 생명과학 2.6%, 농업용 자재 등을 만드는 공통 및 기타부문 1.6%입니다. 이 중 석유화학사업은 납사 등을 원료로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벤젠 등 기초 유분을 생산하는 공법과 이를 원료로 합성수지를 생산하는 공업을 포괄하고 있습니다. ◆ 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의 매출 기준 사업 비중은 기초화학 67.8%, 첨단소재 26.8%, 정밀화학 8.2%, 전지소재 4.4%입니다. 기초화학 사업부의 매출액 비중은 촐리에틸렌 25.2%, 폴리프로필렌 16.4%, BTX 4.6%, 기타 53.7%라고 하네요. 제품 가격은 원료 가격과 경기 시황에 따라 변동성이 있는 편입니다. ◆ 한화솔루션 한화솔루션의 매출 기준 사업 비중은 신재생에너지 51.57%, 기초소재 34.71%, 가공소재 8.38%, 기타 5.34%입니다. 한화솔루션은 기초소재 분야에서 국내 최초로 폴리염화비닐(PVC)를 생산했고 현재는 저밀도폴리에틸렌(LDPE), 선형 저밀도 폴리에틸렌(LLDPE), 염소 및 가성소다(CA) 등을 생산하고 있어요. ◆ 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의 매출 기준 사업 비중은 합성고무 57.6%, 합성수지 26.4%, 정밀화학 3.5%, 기타 12.6%입니다. 핵심 제품은 합성고무로 스티렌 부타디엔 고무(SBR), 부타디엔 고무(BR), 니트릴부타디엔고무(NBR), 라텍스(LATEX) 등으로 이뤄져 있어요. ◆ 사업혁신 입장 차이와 대규모 투자 부담... 석유화학 업계에 주어진 숙제 구체적인 기업 분석을 위해선 살펴봐야 할 항목이 많지만 사업 비중과 생산 제품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업계에 대한 개략적인 이해는 가능해집니다. 현 상황에서는 기초소재 및 기초화학 분야 비중이 높은 기업이 더 큰 타격을 입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고부가가치 사업이나 석유화학이 아닌 다른 포트폴리오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비교적 선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기업이 업황이 안 좋더라도 버텨낼 수 있는 지구력의 차이가 나게 되고 이와 동시에 사업재편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 차이도 발생하는 걸로 보여요. 구조조정을 위해서든 고부가가치 사업 전환을 위해서든 필연적으로 대규모 투자 부담이 생기기 마련인데요. 우리 기업들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 난관을 헤쳐나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2025-04-2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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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트럼프, 선택 주저하는 기업들
[이코노믹데일리] #김인규의 기분상승은 '기업 분석'을 통해 주가가 '상승'하는 흐름을 짚어보고 산업군을 읽는 맥락과 용어 그리고 기업 분석의 상식을 제공합니다. 산업군을 보는 새로운 시각과 깊이 있는 분석을 통해 독자 여러분의 '기분도 자산도 상승'하도록 돕겠습니다. <편집자 주> 자산을 불리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기 위해 많은 사람이 투자에 관심을 쏟고 있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바쁜 일상을 살면서 여러 기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부하긴 어렵고, 그러다 보면 내가 투자한 기업의 주가가 왜 올랐는지도 알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취업과 이직, 성공적인 커리어를 위해서라도 유관 산업 분석은 필요해 보이지만 경제신문은 읽어봐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고 재무제표는 어렵기만 하죠. 그래서 주말마다 일주일간 주식시장에서 이슈가 됐던 기업, 산업군의 맥락·용어·재무제표 등을 살펴보려 합니다. 이번주는 손바닥 뒤집듯 바뀌며 전 세계에 혼란을 더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과 정부의 대응방식을 살펴보겠습니다. ◆ 트럼프 2기 위기, 산업계는 어떻게 대응하나 지난 1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선 대한상의와 한미협회의 주도로 '제5회 한미 산업협력 컨퍼런스'가 열렸습니다. 이날 산업계 주요 인사와 전문가, 기업 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산업·투자 협력 방안'을 주제로 △인공지능(AI)·첨단반도체 △방산·조선 △에너지 등 세가지 핵심 산업 분야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봤습니다. 이번 행사는 정치권의 갈등과 지도자 공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한미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본격적인 협상을 위한 마중물을 부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에 더해 지난 14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정부 차원의 관세 협상을 위한 첫 수단으로 '알래스카 LNG'프로젝트를 꺼내들었습니다. 정부에서는 해당 사업 참여가 미 정부와의 협상에 유효한 전략이 될 것으로 보고 현재 본격적인 논의를 앞두고 있습니다. 정부와 관계자들은 관세 문제를 잘 조율하면 전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알래스카 LNG 사업 자체도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가스 사업 수익 창출은 물론 LNG선박 수주·철강 산업 업황 개선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3%에 달하는 핵심 수입 국가인데다가 가스공사 등 국내 기업들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충분한 수준의 기술을 가지고 있어 미 행정부에서도 사업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에너지 업계에선 우려가 나옵니다. 이 사업이 사업비 약 64조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임에도 수익성이 명확하지 않아서 입니다. 이 사업이 정말 좋은 사업이라면 현지 기업들이 앞다퉈 투자했을텐데 트럼프 대통령이 주변국들에게까지 압박을 주는 이유가 있다는 겁니다. 실제 글로벌 공룡 기업들도 지난 2013년에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철수했습니다. 때문에 기업 담당자들은 국가 차원의 협력 논의에도 앞으로의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워 곤란한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리스크 해소를 위한 국가 차원의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나옵니다. 이처럼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다양한 산업에 영향을 주고 있는데요. 기업들은 투자를 늘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해외 진출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어려운 고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반도체 분야도 빠르게 변화하는 외부 환경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노광장비를 독점 제작하는 네덜란드 장비 업체 ASML이 최근 발표한 올해 1분기 실적을 보면 혼란스러운 시장 상황을 엿볼 수 있습니다. ASML은 이번 분기 높은 매출과 영업이익에도 수주 내용은 시장 기대치보다 적은 수치를 기록하며 관세로 인한 혼란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해당 데이터를 해석한 애널리스트와 크리스토프 푸케 ASML CEO도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올해 성과를 명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ASML은 올해 1분기 순매출 77억 유로(약 11조2400억원), 당기순이익 24억 유로(약 3조5000억원), 매출총이익률 54%를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수주액은 39억4000만 유로(약 6조3000억원)로 시장 전망치 평균 48억2000만 유로(약 7조8000억원)에 못 미치는 수주 내역을 기록했습니다. 기업은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고 가계, 정부와 함께 국가 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요한 주체이기 때문에 기업의 향방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큽니다. 기업이 성장해야 일자리가 늘어나고, 임금이 오르고, 소비가 늘어나고, 국가도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트럼프로 인한 불확실성이 하루 빨리 해소돼서 기업들이 중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그 혜택이 소수의 자산가나 지배주주가 아니라 모든 평범한 소시민들의 일상에 돌아갈 수 있다면 더 바랄 일이 없겠습니다.
2025-04-19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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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업은 리밸런싱이 대세
[이코노믹데일리] #김인규의 기분상승은 '기업 분석'을 통해 주가가 '상승'하는 흐름을 짚어보고 산업군을 읽는 맥락과 용어 그리고 기업 분석의 상식을 제공합니다. 산업군을 보는 새로운 시각과 깊이 있는 분석을 통해 독자 여러분의 '기분도 자산도 상승'하도록 돕겠습니다. <편집자 주> 자산을 불리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기 위해 많은 사람이 투자에 관심을 쏟고 있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바쁜 일상을 살면서 여러 기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부하긴 어렵고, 그러다 보면 내가 투자한 기업의 주가가 왜 올랐는지도 알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취업과 이직, 성공적인 커리어를 위해서라도 유관 산업 분석은 필요해 보이지만 경제신문은 읽어봐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고 재무제표는 어렵기만 하죠. 그래서 주말마다 일주일간 주식시장에서 이슈가 됐던 기업, 산업군의 맥락·용어·재무제표 등을 살펴보려 합니다. 이번주는 최근 재계를 비롯한 다양한 산업군에서 대세가 되고 있는 리밸런싱 전략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리밸런싱, 구조조정의 또다른 이름 리밸런싱은 사실상 구조조정입니다. 경영 효율화, 경쟁력 제고와 사업 균형을 위한 포트폴리오 재분배 등 그럴듯한 용어들로 포장되곤 있지만 본질을 보면 수익이 안 나는 사업을 축소하거나 그만두고 해당 사업을 담당하던 인력도 재배치하는 거죠. 사실 리밸런싱 자체는 기업의 입장에서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업황이 좋고 시장의 미래 가능성이 예견되는 시점엔 다양한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지만 대외적인 환경이 변화하거나 사업 향방이 어느 정도 판가름 나면 잘할 수 있고 돈이 되는 일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한동안 한 방송에서 음식점 솔루션을 진행할 때 메뉴를 줄이라고 했듯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잘 하는 부분(본원 경쟁력)에 집중하는 건 좋은 전략입니다. 그럼 잘 되는 사업을 고수하면 될 텐 데 기업들이 왜 자꾸 사업을 확장하고 리밸런싱을 겪는 과정을 반복하는지 궁금하실 텐 데요. 큰 기업일수록 단순히 잘하는 사업에만 집중하는 건 오히려 큰 리스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기술 우위가 중요한 반도체나 정보기술(IT) 등 테크 업종에서는 기술 발달과 시대의 흐름에 계속 적응해나가야 할 필요가 있고, 제조업 기반 산업들도 탈탄소화, 친환경 흐름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추세이기 때문인데요. 기업은 미래 사업의 다양한 가능성을 테스트하고 대비하면서 사업을 확장해나가야 하고 기술·사업 트렌드가 바뀌었을 땐 빠르게 적응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면 다양한 사업에 진출하는 시기가 있고, 중간 점검을 통해 조정을 하는 시기가 필연적으로 생기는 거죠. 한편으로 특정 시기에 기업들의 리밸런싱이 잦아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 그만큼 우리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사업을 일부 정리해야 할 만큼 기업의 상황이 좋지 않고 경제 환경이 좋지 않다는 의미니까요. 이처럼 포트폴리오 다변화에는 신사업 가능성 모색과 급변하는 환경 대응이란 밝은 면이 있지만 기업의 속사정을 드러내 주는 측면도 있습니다. 다만 이번주 기자가 만난 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장기적인 사업 플랜에 따라 예정된 대로 공장 매각 등을 집행해도 불안정한 경기와 겹치면 위기설이 퍼지는 등 오해를 겪기도 해 난감할 때가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우리에게 IMF금융위기 당시 대규모 구조 조정에 대한 아픔이 있었기 때문에 쉽게 이해할 수 있듯 과도한 사업 정리와 무분별한 고용 유연화 정책은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인 반향이 큰 편입니다. 글을 쓰다 보니 무한도전에서 국민 MC 유재석이 했던 말이 떠오르네요. "진짜 위기는 뭔지 아십니까? 위기인데도 불구하고 위기인 것을 모르는 것이 진짜 위기입니다. 그보다 더 큰 위기는 뭔지 아십니까? 위기인 걸 알면서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바로 더 큰 위기입니다" 이런 면에서는 리밸런싱 전략에서 기업들의 치열한 노력을 읽을 수도 있습니다. ◆ 대규모 리밸런싱에 돌입한 SK, 조심스러운 LG 국내 대표 기업인 SK그룹은 지난해부터 공격적인 리밸런싱에 돌입했고 LG그룹도 조심스럽게 사업 일부를 계속 조정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SK는 최근 SK스폐셜티 지분 85%를 약 2조6000억원에 매각한 데 이어 반도체 웨이퍼를 제조하는 SK실트론을 약 5조원에 사모펀드(PEF)에 매각하고자 접촉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SK실트론은 지난해 매출 2조1268억원을 기록했으며 당기순이익이 3642억원에 달하는 알짜기업임에도 현금흐름을 확보하고 본원 사업에 집중하고자 이 같은 논의를 진행하고 있죠.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을 담당하는 SK지오센트릭도 리밸런싱의 대상이 돼 사업 조정을 진행하는 중입니다. LG그룹도 본원사업에 집중하고 변화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사업 조정에 신경을 쓰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LG화학은 분리막 사업에 대한 인력 재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고, 지난해 일본 화학 회사 도레이가 LG화학과 함께 설립한 헝가리 합작법인(JV)을 PEF에 매각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LG화학이 지난 2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헝가리 JV 증설 전면 재검토를 언급했기에 업계에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어요. LG화학의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도 배터리 수요에 따라 현지 JV공장을 인수하거나 생산 라인을 전환하면서 대응하고 있죠. 오늘은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미국의 관세 정책, 세계 경제 침체, 국내 기업의 경쟁력 약화까지 겹쳐 쉽게 낙관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도 최선의 선택을 고심하는 우리 기업들의 모습을 살펴봤습니다. 어때요, 뉴스에서 기업들의 사업 조정이 이뤄진다는 소식을 봐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겠죠?
2025-04-1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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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업계가 ESS를 주목하는 이유
[이코노믹데일리] #김인규의 기분상승은 '기업 분석'을 통해 주가가 '상승'하는 흐름을 짚어보고 산업군을 읽는 맥락과 용어 그리고 기업 분석의 상식을 제공합니다. 산업군을 보는 새로운 시각과 깊이 있는 분석을 통해 독자 여러분의 '기분도 자산도 상승'하도록 돕겠습니다. <편집자 주> 자산을 불리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기 위해 많은 사람이 투자에 관심을 쏟고 있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바쁜 일상을 살면서 여러 기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부하긴 어렵고, 그러다 보면 내가 투자한 기업의 주가가 왜 올랐는지도 알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취업과 이직, 성공적인 커리어를 위해서라도 유관 산업 분석은 필요해 보이지만 경제신문은 읽어봐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고 재무제표는 어렵기만 하죠. 그래서 주말마다 일주일간 주식시장에서 이슈가 됐던 기업, 산업군의 맥락·용어·재무제표 등을 살펴보려 합니다. 이번주는 최근 배터리 업계에서 주요 제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에너지 저장 장치(ESS)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뉴스에서 자주 보던 ESS, 정확히 뭘까? ESS는 말하자면 거대한 보조배터리입니다. 다만 핸드폰, 노트북 등 작은 제품뿐 아니라 가정이나 기업에서 사용되는 전기사용량을 대체할 수 있을만큼 커다란 배터리인 거죠. 실제로 사진을 보면 거대한 컨테이너처럼 생겼어요.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가 약 500kg인데 전기차 폐배터리를 여러개 묶어 ESS로 전환할 수 있다는 걸 보면 알 수 있듯이 보통 무게가 2~3톤(t)에 달하죠. ESS는 최근 배터리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핵심 먹거리 중 하나입니다. 전기차 도입에 대한 기대감을 중심으로 이차전지 투자를 이어왔는데 최근 경기 악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탈 친환경 정책 등의 대내외 환경 변화로 인해 전기차 수요가 줄자 기업들이 ESS로 눈을 돌리는 거죠. 실제 지난 1월 미국 자동차 시장 조사기관 켈리블루북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 2022년 약 81만대, 2023년 121만대, 2024년 약 130만대로 각 연도별 증가율이 2023년 49.4%에서 지난해 7.4%로 급격히 둔화됐거든요.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보조금 규모도 줄어들면서 사람들은 전기차를 구매하더라도 가격이 훨씬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탑재된 저가 차량을 선호하는 추세입니다. 이에 따라 비싸지만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진 하이니켈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던 국내 업계의 글로벌 점유율은 하락했고 LFP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제품이 필요해졌습니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운영효율화를 위해 일부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고 있어요. 지난 3월만 해도 24일과 25일 폴란드 국영전력공사(PGE)와 델타 일렉트로닉스에게 각각 1GWh, 4GWh 규모 배터리를 공급하는 수주 계약을 체결했거든요. 또 업계에서는 첫 전기차 공급으로부터 꽤 시간이 흘렀다보니 조만간 전기차 폐배터리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삼원계 하이니켈 배터리는 희귀금속이 많아 재활용이 용이하지만 현재로서 LFP는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해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전문가에 따르면 에너지 밀도가 70% 수준으로 떨어져 폐기된 전기차용 LFP 배터리는 여러개를 묶어 ESS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ESS는 버려지는 LFP를 재활용할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기도 한 거죠. 정리하자면 고에너지 밀도를 가진 하이니켈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던 국내 업계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제품이 필요했고, ESS에는 곧이어 쏟아져 나올 LFP배터리 활용 면에 있어서도 유리하기 때문에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확대하게 된 겁니다. ◆ 한국에서 본 적 없는 ESS, 왜 해외에서만 통할까? ESS가 최근 중요해졌다는 건 알겠는데 왜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걸까요? ESS개발을 담당하는 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는 전기요금이 비교적 저렴하고 인구 밀도가 높다보니 효율 면에서 떨어진다고 해요. 커다란 ESS를 놓을 수 있는 공간적 여유도 많지 않고요. 쉽게 말해 가성비가 안 나오는 거죠. 실제로 전기 공급이 어려운 오지나 집, 마을 간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이 많은 북미에서는 발전기를 따로 구비해둘 만큼 전기 공급에 대한 어려움이 있어요. 허리케인 같은 거대 자연재해에 휘말려 고립되는 경우도 잦고요. 이런 이유로 해외에서는 국내보다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하는 비율이 높은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친환경 에너지를 저장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주택용 ESS에 대한 수요도 높은 거죠. 바꿔 말하면 한국은 ESS가 필요 없을 정도로 양호한 전력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또한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생산을 장려하는 '온쇼어링' 정책을 펼치면서 해외에 공장을 증설하거나 해외에 보유하고 있던 공장을 ESS로 전환하는 게 더 자연스러운 흐름이 됐습니다. LG엔솔도 최근 약 3억원의 장부가치를 가진 GM과의 합작공장을 인수해 단독공장으로 전환하겠다고 공시하면서 다양한 고객사에 유동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여력을 확대했습니다. LG엔솔은 아직 이 공장의 세부적인 활용 계획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공장 인수도 빠른 생산 라인 전환을 통해 ESS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의견도 제기돼요. 어때요, 이제 뉴스에서 ESS라는 단어를 봐도 별로 낯설지 않겠죠?
2025-04-05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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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K 컵 준우승' 젠지, 개막 주부터 '가시밭길'…한화생명-T1과 연이은 빅매치
[이코노믹데일리] LCK 컵 준우승팀 젠지가 2025 LCK 정규 시즌 개막 주부터 강팀들과 연이어 격돌하며 험난한 여정을 예고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는 4월 2일(수) 한화생명e스포츠와 젠지의 경기를 시작으로 2025 LCK 정규 시즌의 막을 올린다고 밝혔다. 젠지는 개막전에서부터 ‘숙적’ 한화생명e스포츠를 만나 LCK 컵 결승전 패배 설욕에 나선다. 젠지는 LCK 컵 결승에서 한화생명에 패하며 준우승에 머무른 바 있다. 특히 젠지는 한화생명과의 최근 두 번의 결승 맞대결에서 모두 패하며 다전제 열세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젠지 ‘룰러’ 박재혁은 미디어데이에서 “팀워크가 불안정하다”고 짚으며 팀워크 개선을 정규 시즌 목표로 제시했다. 젠지가 팀워크를 끌어올려 개막전에서 한화생명을 꺾고 기분 좋게 출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반면 한화생명e스포츠는 LCK 컵 준우승, 퍼스트 스탠드 우승을 차지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미디어데이에서 8개 팀이 우승 후보로 꼽을 만큼 압도적인 전력을 과시하고 있어 젠지와의 개막전에서도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 '페이커' 이상혁, LCK 최초 1000경기 출전 대기록 달성 임박 T1 ‘페이커’ 이상혁의 LCK 최초 1000경기 출전 달성 여부도 이번 주차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2013년 데뷔 후 994경기를 소화한 이상혁은 1주 차 두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을 펼칠 경우 대망의 1000경기 출전 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LCK 통산 600승, 3000킬, 월드 챔피언십 5회 우승 등 이미 수많은 기록을 보유한 ‘페이커’가 또 하나의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팬들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T1은 4월 4일 DRX, 6일 젠지와 연이어 맞붙는다. 한화생명과 함께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T1이 개막 주차에서 어떤 경기력을 선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2025 LCK는 연간 단일 시즌 방식으로 변경된다. 기존 1, 2라운드 방식에 더해 MSI 진출팀 선발전(LCK 로드 투 MSI), 3~5라운드 그룹별 트리플 라운드 로빈, 포스트 시즌(플레이-인, 플레이오프)으로 진행되며 연간 통합 챔피언을 가린다. 밴픽 방식 또한 모든 경기에서 피어리스 드래프트가 적용된다. 라이엇 게임즈는 피어리스 드래프트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반영하여 전면 도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LCK 중계진 역시 젠지의 1주 차 경기를 주요 관전 포인트로 꼽았다. ‘헬리오스’ 신동진 해설위원은 젠지와 한화생명의 개막전 리벤지 매치를, ‘클라우드 템플러’ 이현우 해설위원과 ‘아틀러스’ 맥스 앤더슨 해설위원은 젠지와 T1의 ‘빅매치’를 주목할 경기로 선정했다. 또한 ‘디곤’ 다니엘 곤잘레스 해설위원은 OK저축은행 브리온과 BNK 피어엑스의 ‘새터데이 쇼다운’ 매치를 추천하며 1주 차부터 풍성한 볼거리를 예고했다. 한편 2025 LCK 정규 시즌은 매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진행되며 온라인 플랫폼(유튜브 LCK 채널, SOOP, 네이버 이스포츠&게임) 및 현장 관람(인터파크 예매)을 통해 시청할 수 있다.
2025-04-01 14: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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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가 뭐길래 투자자들이 화가 났나… 한화에어로·삼성SDI는 왜?
[이코노믹데일리] #김인규의 기분상승은 '기업 분석'을 통해 주가가 '상승'하는 흐름을 짚어보고 산업군을 읽는 맥락과 용어 그리고 기업 분석의 상식을 제공합니다. 산업군을 보는 새로운 시각과 깊이 있는 분석을 통해 독자 여러분의 '기분도 자산도 상승'하도록 돕겠습니다. <편집자 주> 자산을 불리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기 위해 많은 사람이 투자에 관심을 쏟고 있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바쁜 일상을 살면서 여러 기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부하긴 어렵고, 그러다 보면 내가 투자한 기업의 주가가 왜 올랐는지도 알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취업과 이직, 성공적인 커리어를 위해서라도 유관 산업 분석은 필요해 보이지만 경제신문은 읽어봐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고 재무제표는 어렵기만 하죠. 그래서 주말마다 일주일간 주식시장에서 이슈가 됐던 기업, 산업군의 맥락·용어·재무제표 등을 살펴보려 합니다. 이번주는 최근 대규모 유상증자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삼성SDI의 사례를 통해 기업의 자본 조달 수단과 부채 비율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대규모 유상증자 발행···대체 뭐길래 투자자들이 화 났나 유상증자는 기업의 대표적인 자본 조달 수단 중 하나예요. 일반적으로 기업이 처음 만들어지면 스타트업의 경우 사업 단계에 따라 시드투자· 시리즈 A·B·C 등의 투자 유치를 하고, 이후 사업 모델이 충분히 성숙된 비상장 기업은 기업공개·상장(IPO)을 준비합니다. 사업 초기 단계에서는 지인, 벤처캐피탈(VC)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다 점차 대기업, 사모펀드, 투자은행(IB) 등을 통해 자금 확보를 이어나가고 그 이후엔 IPO을 통해 기관은 물론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자금을 조달받는 거죠. 기업은 그 자본을 기반으로 성장을 이어가고, 투자자들은 그 성장에 대한 이익을 배당·시세차익 등을 통해 나눠 갖는 게 자본시장의 기본 구조예요. 이미 상장된 기업은 일반적으로 분기, 반기 등 필요한 시점에 신용등급을 기반으로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요. 하지만 회사채는 채권의 일종으로 구매자들에게 돈을 빌려온 개념이기 때문에 재무재표 상에서 부채로 인식되죠. 이 때문에 사업보고서 상에서 부채비율이 높게 나타날 수 있고 이는 투자자 혹은 고객 업체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부채비율 관리에 신경을 쓰게 됩니다. 특히 방산 분야처럼 장기 계약을 해야 하는 업종의 경우 계약 수주 시의 재무재표 상 재무건정성의 중요성은 더 높아져요. 이럴 때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이 유상증자예요. 주식을 추가로 발행하면 부채로 인식되지 않는 대규모 자본금을 조달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주주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어요. ◆ 취지 납득하지만 '결과' 예측이 불가능한 유상증자 유상증자 자체는 잘못된 것이 아니지만 그 목적과 시점에 따라 논란이 될 여지가 있어 주주들에게 명확한 이유와 향후 계획 제시를 통해 설득하는 과정이 꼭 필요해요. 하지만 이번 사례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지점들이 있었고, 한국 증시 환경을 생각했을 때 아쉬움이 크다는 의견이 많아요. 삼성SDI는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고 미래 경쟁력 강화와 중장기 성장 가속화를 위한 시설 투자 자금 확충 명분으로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어요. 이번 유상증자 주식 수는 1182만1000주로 증자 비율은 16.8%에 해당돼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지난 20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3조6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어요. 이는 보통주 595만주로 전체 발행 주식의 13%에 해당됩니다. 삼성SDI는 어려운 업황을 극복한 타개책을 마련하기 위해, 한화에어로는 역대급 호황에 사업 규모를 확장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진행한 것으로 보여요. 하지만 실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물론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등 전문가들로부터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삼성SDI에 대해 최근 차입금이 급증한 상태에서 대규모 설비 투자를 하려는데 자체 영업 현금 흐름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우니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 구조를 훼손하지 않고 설비 투자를 하겠다는 설명은 타당하지만 낮은 밸류에이션에서 유상증자를 하는 이유는 좀 더 설명이 필요하란 의문을 제기했어요. 삼성SDI의 주가순자산 비율(PBR)은 0.64배였거든요. 중국 업체들처럼 PBR 3배에 비슷한 규모로 증자했으면 5배 많은 10조원 규모 자본 확보가 가능하고, 2조원으로 충분하다면 3% 수준의 주식 희석화로 일반 주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거든요. 한화에어로의 경우에는 지배주주 지배력 강화에 회사 여유 자금을 사용하고 신규 투자금은 일반 주주에게 받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요. 한화에어로 이사회는 지난 2월 1조3000억원을 투입해 한화에너지 및 한화임팩트파트너스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인수해 지배력을 강화했기 때문이에요. 이후 한달 만에 이뤄진 유상증자는 일반 주주에게 대규모 부담을 떠안게 만드는 게 아니냐는 지적인 것이지요. 게다가 이들은 회사채 등급이 'AA-'로 높아 조 단위 회사채 발행에 지장이 없어 더 논란이 됐어요. ◆경영진의 임시방편, 자사주 매입으로 투심 달래기… 앞으로는 어떻게 되나 양사 경영진은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했어요. 최주선 삼성SDI 사장은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된 19일 당일 1억9000만원 규모의 자사주 1000주를 매입하며 책임경영 의지를 밝혔고 한화에어로도 김동관 부회장을 포함한 최고 경영진들이 지난 24일부터 총 48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입한다고 밝히면서 주주 달래기에 나섰어요. 이에 따라 실제 주가가 일부 회복하기도 했고 긍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증자 규모와 주주 피해에 비하면 소액에 불과해 허울만 좋은 구색 갖추기란 비판도 투자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해당 기업들이 이번 유상증자를 토대로 가파르게 성장해 경기를 부양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투자자들에게도 공정하게 이익을 배분하면 더할 나위 없을 텐 데, 정말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시장에서는 일반 투자자와 전문가들의 기대와 우려의 시각이 교차하고 있어요.
2025-03-29 06: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