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4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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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떼입찰 논란 이후, 우미건설이 가야 할 길
[이코노믹데일리]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7일 우미건설에 과징금 483억7900만원을 부과했다. 계열사에 대규모 공사 물량을 배정해 공공택지 입찰 자격을 갖추게 했다는 판단이다. 공정위는 이를 부당지원이라고 규정하고 우미건설 법인을 고발했다. 사실관계는 행정 판단으로 정리됐지만 시장의 반응은 제재 자체보다 오래된 벌떼입찰 논란이 다시 부각됐다는 점에 쏠려 있다. 건설업은 신뢰를 기반으로 움직이고 평판은 사업의 성패를 결정한다. 이번 사안은 우미건설의 경쟁력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신호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우미건설은 2010년 이후 공공택지 입찰에서 계열사가 동시에 참여하는 방식에 관여해 왔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2016년 공공택지 1순위 입찰 기준을 주택건설 실적 300세대 이상으로 강화했다. 우미건설은 이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2017년 이후 자신들이 시행한 12개 사업에 실적이 없던 계열사들을 비주관 시공사로 참여시켜 총 4997억원 물량을 배정했다. 선정 기준이 기술력이나 실적이 아니라 세금 부담이 낮은 회사였다는 점과 건축공사업 면허가 없는 회사가 포함됐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일부 회사는 공사를 감당하기 어려워 다른 관계사 직원이 파견됐다는 정황도 있었다. 지원 대상 계열사들은 이후 총 275건의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했고 두 곳은 신규 택지를 확보했다. 그룹 전체로는 매출 7268억원과 매출총이익 1290억원을 올렸다. 특히 우미에스테이트는 총수 2세가 2017년 10억원으로 설립한 회사로 4개월 만에 880억원 공사를 확보했다. 2022년에는 지분 매각으로 117억원 차익을 올렸다. 공정위는 이를 “입찰 자격을 위해 계열사를 인위적으로 키운 사례”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금 우미건설이 마주한 핵심은 과징금이 아니라 논란 이후 무엇을 바꿀 것인가이다. 시장은 우미건설의 과거보다 향후 대응을 더 예민하게 지켜보고 있다. 오해든 사실이든 일단 형성된 이미지는 수주 경쟁에서 직접적인 부담이 된다. 우미건설이 넘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입찰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일이다. 평가 기준 사전 공지, 외부전문가 참여 확대, ESG 기반 통제 체계 강화는 시장 신뢰 회복의 기본이다. 입찰은 이제 가격 경쟁이 아니라 윤리성을 검증하는 과정이다. 두 번째 과제는 기술 중심의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는 일이다. 한국의 중견 건설사들은 오랫동안 사업관리 중심 전략을 구사해 왔으나 시장은 이미 기술력을 기준으로 기업을 평가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기술연구소 기능 강화, 친환경 고효율 공법 개발, 리파이닝 기술 확보, 스마트건설 투자 확대는 필수적이다. 현장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공정과 품질을 데이터화하면 A/S 비용 절감과 브랜드 신뢰 제고로 이어진다. 도시재생, 모듈러, 스마트 임대주택 등 기술 특화 분야 확보는 시장 변동성이 큰 시기에도 기업의 기반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세 번째 과제는 브랜드 철학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우미건설은 안정적 시공 품질로 긍정 평가를 받아 왔지만 브랜드는 이미지 손상에 민감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 중심 기업’ ‘투명한 기업’ ‘품질 우선 기업’이라는 철학을 명확히 선언하고 실제 행동으로 증명하는 일이다. 고급 라인 구축, 도시개발 브랜드화, ESG 기반 책임 기업 이미지는 이러한 철학이 뿌리일 때만 설득력을 갖는다. 내부 거버넌스 정비도 더는 미룰 수 없다. 이번 제재는 그룹 본부가 중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의사결정 체계가 흔들리면 작은 오해도 빠르게 리스크로 번진다. 건설업은 이해관계가 복잡한 산업이기 때문에 통제 체계가 불투명하면 위기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내부 통제를 바로 세운 기업일수록 규제 변화나 사회적 비판에도 강하다. 논어는 “지과능개 선지대야” 즉 “과오를 알면 고치는 것이 곧 선함이다”라고 말한다. 이번 사건은 우미건설이 스스로를 다시 세울 기회가 될 수 있다. 쟁점은 논란의 무게가 아니라 변화의 방향이다. 기술, 통제, 투명성, 브랜드 철학은 이제 건설사의 근본 경쟁력이다. 벌떼입찰 논란 이후 우미건설이 가야 할 길은 이 네 가지 축을 기반으로 새로운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논란이 아니라 신뢰와 기술의 이름으로 시장에서 재평가될 수 있느냐는 지금부터의 선택에 달려 있다.
2025-11-19 09:4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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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後)경영'의 끝장: 이호진 일가, 이제는 책임으로 갚아라
[이코노믹데일리] 태광(태광산업)과 이호진 전 회장 일가를 둘러싼 논란이 단순한 ‘오너의 일탈’ 수준을 넘어섰다. 최근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와 시민단체의 고발이 잇따르면서 오너 일가의 자금 흐름과 지배구조 운영 방식이 본격적으로 검증대 위에 올라왔다. 의혹의 내용은 하나같이 무겁다. 자사주 전량을 담보로 한 대규모 교환사채(EB) 추진, 계열사를 동원한 일방적 거래·강매 의혹 그리고 티브로드 지분 매각 과정에서의 배임 의혹 이다. 이러한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단순한 경영 실책을 넘어 사회적 신뢰를 저버린 범죄적 회계·지배구조 관행이라 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재벌가 2·3세’에게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해 왔다. 기업의 이익을 넘어서 공적 책임을 지는 것이 현대적 기업가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태광의 최근 행보는 이 원칙을 무시하고 오히려 ‘사적 이익의 극대화’ 전략을 그대로 드러냈다. 대표적 사례는 보유자사주 24% 이상을 묶어 3천억 원대 EB를 발행하려 했던 시도다. 표면적 명분은 인수·신사업 투자였지만 실제로는 오너 일가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계열·투자회사로 자금이 흘러들어가 지배력 강화나 승계구조 조정에 쓰일 것이라는 의심을 받은 바 있다. 시장과 소액주주, 시민단체의 우려는 당연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계열사 동원’과 ‘내부 거래’ 의혹이다. 일부 보도와 고발장에 따르면 특정 계열사가 오너가 운영하는 골프장 회원권을 구매하도록 압박하는 식의 거래가 있었고 티브로드 지분 매각 과정에서도 회사에 불이익을 준 정황이 제기됐다. 이러한 행위가 사실이라면, 그것은 단순한 ‘승계 준비’가 아니라 주주와 구성원, 나아가 소비자·시장의 권리를 침해한 사익편취다. 이는 법·제도적 규제의 필요성을 넘어 기업 윤리 차원에서 즉각적 책임 추궁을 요한다. 국세청의 전격적 세무조사는 우발적 해프닝이 아니다. 통상적으로 비정기 세무조사는 자금흐름에 이상 징후가 포착되었을 때 이뤄진다. 이번 조사로 드러날 수 있는 것은 단순한 신고 누락이나 착오를 넘어 오너 일가의 자금 이동과 편법적 지배구조 운영 실체일 가능성이 높다. 그 파장은 태광산업뿐 아니라 유사한 방식으로 승계를 시도해온 다른 재벌군에도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낼 것이다. 이제 국민과 시장이 요구하는 것은 명확하다. 첫째, 투명한 수사와 철저한 책임 규명이다. 의혹을 사실로 확인하면 형사적·민사적 책임을 가릴 것은 물론 그에 상응하는 경영·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해야 한다. 둘째, 오너 일가의 즉각적 경영 책임 회피 중단과 공개적 해명이다. 회계·자금 사용 내역, 관련 거래의 정당성, 가족·계열사 간 거래의 구체적 근거를 공개하라. 셋째, 기업의 거버넌스 혁신이다. 독립적 사외이사 강화, 내부·외부 감사 기능의 실질적 권한 확보, 자사주 활용에 대한 엄격한 보호 장치 등으로 재발을 막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호진 일가에게 던지는 말은 단순하다. “과거의 영광으로 책임을 면제받을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개과천선(改過遷善)’의 기회다. 형사적·행정적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채로 ‘경영 복귀’와 ‘승계 완성’을 논하는 것은 국민 기만이다. 과거 칭송받던 공헌이 있다면 그 공헌은 법과 윤리를 통해 다시 입증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태광이라는 이름 역시 ‘특권의 대명사’로 역사에 기록될 뿐이다. 권력과 재물을 물려받은 자는 권리만큼 더 무거운 책임을 진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나아가려면 재벌 2·3세는 더 이상 예외가 아니다. 지금 당장 투명성과 책임으로 응답하라. 그렇지 않다면 법과 시장 그리고 역사 앞에서 그 대가는 냉혹할 것이다.
2025-11-18 09:4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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