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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컴, 사상 첫 파업…'역대급 실적'인데 한컴 직원들 뿔나게 한 '자회사 역차별' 논란
한글과컴퓨터(한컴)가 창립 이후 36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축포를 터뜨렸지만 정작 직원들에게 돌아온 보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분사한 자회사에 더 높은 임금 인상률을 제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직원들의 박탈감이 폭발, 결국 IT 업계의 연대 속에 첫 단체행동에 나섰다. 한컴 노조는 지난 23일 경기도 성남시 한컴타워 앞에서 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본격적인 쟁의에 착수했다. 이날 집회에는 조합원 160여 명과 함께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판교 IT 기업 노조들이 연대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이번 파업이 단순히 한컴만의 문제가 아닌 IT 업계 전반의 보상 체계와 노동 환경에 대한 공통된 문제의식을 담고 있음을 시사한다. ◆ 사상 첫 파업, 왜 결정했나 표면적인 이유는 임금 인상률에 대한 이견이다. 노사는 지난 1월부터 8차례에 걸쳐 교섭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최초 7.68% 인상을, 회사는 2%를 제시하며 시작된 협상은 평행선을 달렸다. 회사가 최종적으로 5.8%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을 거리로 나서게 한 진짜 기폭제는 '역차별' 논란이다. 갈등의 중심에는 지난해 10월 한컴에서 분사한 자회사 '씽크프리'가 있다. 회사는 조정 절차가 진행 중이던 지난 6월, 씽크프리 노조와 6.7%의 임금 인상안에 합의했다. 이는 한컴 노조에 제시한 5.8%보다 약 1%p 높은 수치다. 정균하 한컴 노조 지회장은 "한컴과 씽크프리의 대표이사가 동일인인 상황에서 영업손실을 기록한 자회사에 더 높은 인상률을 제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성과를 낸 직원들에게 오히려 소외감을 주는 이중 잣대"라고 비판했다. 회사는 "신설 기업의 공격적인 인재 확보가 필요했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돌아선 직원들의 마음을 달래지는 못했다. 결국 이번 파업은 단순히 1%p 안팎의 인상률 차이를 넘어 지난해 매출 3048억원, 영업이익 403억원이라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한 주역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근본적인 불만에서 비롯됐다. ◆ 사측 "미래 위한 성과주의, 양보 못 해" 반면 한컴 사측은 이번 갈등을 '미래 성장을 위한 보상 체계 개편'의 과정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최종 제안한 기본급 5.8% 인상에 별도 일시금을 더하면 실질 인상률은 6%대 중후반이며 올해 신설된 성과보상금까지 합하면 9%를 넘어 업계 최상위권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사측의 핵심 주장은 '성과 중심 보상'으로의 전환이다. AI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획일적인 연봉 인상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여한 만큼 공정하게 보상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만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한컴 관계자는 "기여한 만큼 공정하게 보상하는 문화는 회사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이라며 "단기적인 갈등 해소를 위해 장기적인 성장 원칙을 포기할 수는 없으며 이 원칙을 기반으로 직원들과 소통하며 합리적인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결국 한컴의 첫 파업은 '역대급 성과에 대한 균등한 분배'를 요구하는 노조와 '미래 성장을 위한 성과주의 보상'을 내세우는 사측의 철학이 정면으로 충돌한 사건이다. 양측의 입장 차이가 뚜렷해 파업 장기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이번 갈등의 해법이 향후 국내 IT 업계의 노사 관계와 보상 문화에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2025-07-24 22: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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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넘어 '라이프 플랫폼'으로…백화점, 아트·여행 상품까지 파는 이유
국내 백화점업계가 쇼핑 공간을 넘어 아트·여행·문화상품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온라인 커머스가 가격·편의성을 무기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자 오프라인 기반 백화점들은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경험 콘텐츠를 생존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다음 달 5일 여행 플랫폼 ‘비아신세계’를 선보이며 여행업에 진출한다. 비아신세계는 배움과 철학을 얻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모토로 웰니스 체험·북극탐사, 모터스포츠 경기 체험 등 기존 여행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여행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여행 상품은 마스터피스·오리진 등 2개 등급과 네 가지 테마로 구분된다. 마스터피스 등급은 탐험가 제임스 후퍼와 최고급 쇄빙선을 이용한 북극 탐사를 하거나 영국 첼시 플라워쇼에서 금상을 수상한 정원디자이너 황지해 작가와 첼시 플라워쇼를 함께 관람하는 등 쉽게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프로그램에 집중했다. 오리진 등급은 신세계만의 차별화된 여행을 추구한다. ‘노년 건강지킴이’로 알려진 정희원 전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와 뉴질랜드와 그리스의 웰니스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상품이 대표적이다. 신세계백화점이 여행 상품을 파는건 단순 상품 확장이 아닌,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 락인(Lock In)’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기준 신세계에 연간 1억원 이상 구매한 VVIP 고객만 2000명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신세계백화점 멤버십인 ‘신백멤버십’은 작년 5월 기준 132만2252명을 넘어섰다. 이미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신규 유치보다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다. 신세계백화점은 아트 마케팅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남점 3층에 아트 스페이스를 만들어 예술 작품 250여 점을 전시·판매하며 쇼핑을 넘어선 복합문화공간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롯데백화점도 본점·잠실·동탄 점 등 최소 6개 점포에 전시 공간 ‘롯데갤러리’를 운영 중이며, 에비뉴엘 본점은 건물 전체에 작품 큐레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롯데백화점은 롯데월드몰, 롯데타워 등과 연계한 체험현 전시·공연 기획으로 고객 체류시간을 증대시키고 있다. 디자인센터 내 전문 큐레이터를 중심으로 한 ‘아트 콘텐츠팀’을 운영하며 다양한 예술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 역시 백화점 내 갤러리를 선보였으며, 현재 전국 7개 점포에서 총 9개 전시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연간 50여명의 작가, 800여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 문화콘텐츠팀은 큐레이터를 포함한 10여명의 인력으로 구성됐고, 이들 중 다수는 20~30년 경력의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특히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에 ‘알트원(ALT.1)’이라는 전문 전시 시설을 갖췄다. 이곳에서 앤디 워홀 대규모 회고전과 미술 거장 라울 뒤피의 작품 130여점 등을 전시, 작년 5월 기준 알트원의 유료 관람객은 100만명을 돌파했다. 업계 관계자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서의 확장 전략은 장기적으로 브랜드 차별화와 고객 충성도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면서도 “전문 영역에 대한 진입 장벽, 기획·운영상의 리스크 등으로 자칫 본업 훼손을 초래할 수 있어 치밀한 전략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2025-07-24 20: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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