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22일 기준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IT) 가격은 배럴(약 160리터)당 80달러를 기록했다. 동 시기 브렌트유와 두바이유는 85달러에서 거래됐다.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보면 두바이유 기준으로 8.3%가량 올랐다.
국제 유가는 2022년 6월 110달러 선에서 거래된 후 꾸준히 낮아져 지난해 12월 70달러 선까지 내려왔다. 그리고 올해부터 반등을 시작해 80달러를 넘긴 상태다. 일각에선 올해 상반기 중 90달러를 넘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제 유가가 오르는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주요 산유국 감산이 핵심적으로 거론된다. 석유 수출국 기구(OPEC)와 러시아, 브라질 등을 합친 OPEC 플러스는 지난해 11월 하루 220만 배럴 규모 감산을 합의했다. 올해 3월까지 지속할 예정이었으나 1분기 연장돼 올 6월까지로 기간이 늘어났다.
지정학적 불안정성도 한몫했다. 2022년부터 2년째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올 들어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습을 강화했다. 이달에만 두 차례 공습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비롯된 중동 확전 위험도 유가 상승을 부추겼다.
문제는 유가 상승세가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중국 경기 선행 지수라고 할 수 있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가 모두 크게 늘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의하면 올해 1~2월 산업생산 지수는 전년 대비 7%, 소매판매는 5.5% 커졌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이 경기 회복 추세에 들어서면 유가도 덩달아 상승할 수 있다.
또 사우디와 러시아가 지속적인 감산으로 공급을 틀어막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사우디는 약 1조 달러(약 1300조원)에 이르는 네옴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고 러시아는 전쟁 자금을 원자재 판매로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양국 모두 현금이 절실한 만큼 유가 하락을 좌시할 수 없는 상태다.
한편 국제 유가는 통상 2주에서 1개월의 시차를 두고 국내 시장에 영향을 준다. 아직 국내 물가는 안정된 흐름을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2022년 6월 물가 상승률 6%를 기록하며 최고치를 갈아 치우던 수준에서 절반 정도로 내려온 것이다.
이에 대해 석병훈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는 근원 물가가 하락하는 추세고 국제 유가와 한국 간 시차로 인해 유가가 언제 국내 물가에 영향을 줄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다만 유가를 결정하는 산유국 입장에서 유가 하락을 용인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