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정부가 미국 반도체 기업인 글로벌파운드리스(보조금 15억 달러·약 2조원)를 시작으로 대규모 반도체 보조금 지원 계획을 잇따라 공개하고 있다. 재임기간 중 자국 반도체 기업의 유턴은 물론 해외 기업 현지화를 통해 산업 주도권을 이끌었다는 성과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지난해 상무부가 발표한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따라 자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을 짓는 기업에 총 약 530억 달러(69조원) 규모 지원금과 4년간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1·2위를 다투고 있는 대만 업체 TSMC는 미국 정부로부터 최소 50억 달러(6조6000억원)를, 인텔은 100억 달러(13조원) 이상을 지원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업계에서는 한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계획 발표가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열렸던 지난 7일(현지시간) 이전에 삼성·SK 등에 대한 보조금 지원 계획이 공개될 것으로 관측됐으나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인 상태다.
자국 기업에 비해 보조금 액수가 한참 못 미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최근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첨단 반도체 기업들이 신청한 보조금 요청액이 모두 700억 달러(93조1200억원)"라며 "요청액의 절반만 받아도 운이 좋은 것"이라고 시사한 바 있다.
반도체 산업 경쟁이 국가 간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는데 한국 정부의 움직임은 더딘 상황이다. 실제 정부가 다음달 발표할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종합 지원방안'에 반도체 보조금 지원은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 지급이 늦어지면 국내 기업으로서는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보조금 규모가 명확하지 않아 미국 정부만 믿고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노릇"이라며 "보조금 협상이 안되니 미국 공장 건설도 지연되는 와중에 우리 정부 차원에서도 인센티브나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아 곤란한 처지"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