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달랑 전화 한 통에 노인 겨냥… DLF '총체적 난국'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신병근 기자
2019-10-01 16:55:02

금감원, 파생결합펀드 특별조사 중간 발표

손실률 감춘 '유혹' 투자자 절반 60대 이상

10건 중 2건 불완전판매… 당국 추가조사

자료사진. 아래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총체적 난국이다. 대규모 부실 논란을 빚으며 금융권 최대 이슈로 부상한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고객을 농락한 판매 과정이 속속 공개되면서 상품을 취급한 은행들의 '실적 우선주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는 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8월 중순부터 불거진 DLF 사태와 관련해 특별 조사에 착수했고 중간 결과를 1일 발표했다.

◆ "조건 좋다" 통화시간 단 1분… 고령자 타깃

이날 금감원이 공개한 DLF 분쟁조정 신청 사례의 상당수는 은행 직원들의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게 공통점이다. 초위험상품으로 분류되는 DLF를 단 1분의 전화통화로 설명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일례로 한 은행 직원이 고객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안전하고 조건 좋은 상품이 나왔으니 빨리 가입하라"며 DLF 가입을 부추겼고, 해당 고객은 예금을 권유하는 직원의 말만 믿고 가입했다.

직원에게 비밀번호까지 알려준 이 고객을 위해 은행 직원은 고객의 직장까지 방문해 거래신청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60% 이상의 손실은 고객의 몫이었다.

특히 DLF 투자자의 절반 이상이 60대 이상의 고령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8월 7일 현재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서 판매된 DLF 상품의 판매 금액은 7950억원 규모로, 투자자는 3243명(법인 222곳 포함)에 달하는 걸로 조사됐다. 지난달 25일 기준 잔액은 6723억원 수준이다.

투자자 중 개인은 3021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중 60대 이상이 48.4%인 1462명으로 3464억원 어치를 투자했다. 70대 이상도 21.3%인 643명으로 투자금은 1747억원 규모다.

고령자는 물론이고 유사 상품에 투자경험이 전무한 이들의 투자도 잇달아 전체의 22%가량을 차지했다. 이와 관련한 DLF 분쟁조청 신청은 지난달 11일 기준 총 148건이 접수됐다.

금감원은 분쟁 조정을 통한 배상 비율을 검토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자의 거래 목적, 투자 경험, 상품 관련 이해도와 함께 판매자의 상품 위험성에 대한 설명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며 "삼자 면담도 실시해 배상 비율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DLF 투자광고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한 은행의 독일국채 10년물 금리연계 DLF 광고의 경우 '세계 최고 안전자산인 독일국채 금리에 6개월만 투자해보세요'라는 문구가 있다. 독일국채 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 하락하면 원금 전액 손실의 위험이 다분한데도 판매에만 열을 올렸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손실률을 감춘 광고도 거론됐는데 또 다른 은행은 광고 문구에 '(테스트 결과) 원금 손실 가능성 0%'라는 내용을 삽입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은행의 불완전판매 여부 등에 초점을 맞춰 책임 소재를 가리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 심의기록 조작까지… 금감원 "엄정 조치"

DLF를 취급한 은행들의 상품 심의 과정도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DLF를 판매할 당시 은행 내부의 상품(선정) 위원회의 심의·승인을 거쳐야 하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정황이 금감원 조사에서 적발됐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2017년 5월부터 올해 6월까지 설정한 DLF 380건 중 상품선정위를 거친 건수는 2건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은행이 2016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설정한 DLF 753건 중 상품위에 상정된 건 6건에 불과했다고 알렸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일부 은행은 지난 3월 DLF 평가와 관련된 문서 작성을 일부 위원이 거부하자 '찬성' 의견을 기입했고, 반대 의견을 표명한 위원은 상품 담당자와 친분이 있는 직원으로 교체시켜 조작된 '찬성' 의견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은행측은 DLF의 위험성을 제대로 포함하지 않은 채 교육·마케팅 자료를 제작해 직원들에게 제공했고, 이같은 내용은 고객들에게 여과 없이 전달됐다.

금감원은 이번 중간 검사에서 DLF 잔존 계좌 3954개를 전수 점검해 서류상 하자가 발견된 불완전판매 의심 사례가 전체의 20% 가량이라고 밝혔다. 서류상으로 요건을 갖췄어도 실제 판매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염두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추가 검사에 착수해 불법 사항 등은 엄정 조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동성 금감원 부원장보는 "(투자 위험에 대한 경고가 거의 없는) 이런 부분은 문제라고 본다"며 "앞으로 많은 법리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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