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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통신

[기획·문화] 전통을 넘어 대중 속으로...中 '문화의 맥' 이어가는 타오옌 벼루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梁军,崔翰超
2025-11-29 11:35:35
지난달 30일 간쑤(甘肅)성 줘니(卓尼)현 타오옌(洮硯)개발협회 회장 루바오성(盧保勝) 작업실에 전시된 타오옌. (사진/신화통신)

(중국 란저우=신화통신) '문방사보(文房四寶)'로 불리는 붓·먹·종이·벼루는 천 년 동안 대대로 전승되어 왔으며 오랜 세월을 거쳐 새로움이 더해졌다. 이에 따라 화려한 문장과 진한 수묵화가 생겨났으며 중화민족의 문명 혈맥이 면면히 이어졌다.

타오옌(洮硯)은 중국의 유명한 벼루로, 색채가 우아하며 질감이 섬세하고 윤기가 난다. 먹이 빠르게 풀어지고 잘 갈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중국 송나라 시대의 유명 서예가 황정견(黃庭堅)은 타오옌을 극찬하며 "바람의 잔잔한 물결 같은 무늬를 담고 있으며 붓끝을 다듬어 송곳처럼 날카롭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푸른 빛을 내는 이 타오옌은 간쑤(甘肅)성 줘니(卓尼)현의 푸른 산과 맑은 물 사이에서 생성됐다.

타오옌은 1980년대부터 명성을 떨치며 일본·한국·싱가포르 등 한자 문화권에서 인기를 끌었다. 윤기가 감도는 재질과 깊은 문화적 배경 때문에 국내외 문화 학자들이 소장하고 싶어하는 진귀한 물품이 됐다.

 루바오성 회장이 자신의 작업실에서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루바오성(盧保勝) 줘니현 타오옌개발협회 회장은 30여 년간 타오옌 설계와 제작에 몰두해 왔다. 그의 작업실에 들어서면 다양한 형태의 벼루를 볼 수 있다. 그중 그가 가장 만족하는 작품은 난정집서(蘭亭集序)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군현상회연(群賢相會硯)이다.

루 회장은 "타오옌은 당나라에서 시작돼 송나라 시대에 번성했으며 생산지는 줘니현 타오옌진 라마야(喇嘛崖) 일대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타오옌 제작 기예는 국가급 무형문화유산이며 산업은 줘니, 린타오(臨洮), 민(岷)현 등지에 집중돼 있다"고 소개했다.

작업실에서 타오옌 제작에 몰두하고 있는 루 회장. (사진/신화통신)

하나의 돌이 하나의 벼루가 되기 위해서는 재료 선별, 반제품 제작, 정밀 조각, 광택 작업 등 십여 가지 공정을 거쳐야 한다. 타오옌의 제작 기술은 현지에서 주로 가족 형태로 전승되며, 장인들은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배우고 연구하며 기본기부터 시작해 뛰어난 조각 기예를 연마한다.

경필이 붓을 대체하며 중국인에게 가장 중요한 필기 도구가 되면서 서예는 소수의 서화 애호가들의 전문 분야가 됐다. 많은 전통 기예와 마찬가지로 타오옌 제작도 실용성이 떨어지고 디자인이 뒤처지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차세대 전승자들이 전자상거래와 창의적 아이디어를 통해 서재에서 즐기던 고상한 취미였던 타오옌을 대중화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루 회장의 작업실에 전시된 타오옌. (사진/신화통신)

수십년 동안 타오옌 연구에 몰두해온 57세 훙쉬룽(洪緒龍)은 고대 인물, 용·봉황·짐승, 산수 및 화조(花鳥)를 조각하는 데 능숙하다. 시장 확장을 위해 훙쉬룽은 작업실에서 배우는 것으로 출발해 이제는 '타오옌 인플루언서'가 됐다. 숙련된 솜씨를 자랑하는 이 장인은 라이브 방송으로 전국 각지의 시청자들에게 벼루를 정교하게 조각하는 과정의 수고로움과 섬세한 손길을 보여주며, 벼루에 숨겨진 문화적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올 10월 간쑤성 미술관은 전시회를 열고 600여 점의 타오옌 작품을 선보였다. 고대 기예와 현대 미학이 깊이 있게 융합된 전시품들은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황허(黃河) 문화, 실크로드 문화를 결합한 희귀 예술 소장품, 현대 사무용 벼루도 있고, 벼루 모양 책갈피, 미니 장식품 등 문화창의 파생 상품들도 존재감을 빛냈다.

루 회장의 작업실에 전시된 타오옌을 지난달 30일 촬영했다. (사진/신화통신)

시대의 변화에 따라 타오옌의 전승 방식도 전통적인 가족·사제 전승에서 체계적이고 학원화된 현대 교육 체계로 확대되고 있다.

란저우(蘭州) 직업기술학원은 지난 2018년부터 타오옌 제작 방향 학습 커리큘럼을 개설했다. 현재는 '문화 소양+전통 기예+혁신 디자인'이라는 3차원 양성 시스템을 구축한 상태다. 전국의 전문가들과 현지 전승자들의 역량을 모아 전통의 명맥을 지키면서 현대 디자인을 이해하는 복합형 인재를 키우고 있다. 이 같은 학원파 양성 모델이 타오옌 기예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안정적인 인재풀을 제공한다는 평가다.

지난달 30일 루 회장 작업실에서 촬영한 타오옌. (사진/신화통신)

마완룽(馬萬榮)은 타오옌 명문 출신으로, 란저우 직업기술학원 무형문화유산학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그는 수업을 통해 타오옌 제작 기예를 가르치며 창작에 상감 등 기법을 결합해 벼루라는 작은 세상에서 포용과 수용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마완룽은 "이제껏 100명이 넘는 학생을 가르쳤다"면서 "혁신적인 방법을 통해 타오옌이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이끌고, 중화 문화의 맥을 따라 타오옌을 계승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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