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믹데일리]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인공지능(AI) 제국 건설을 위해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오라클과 3000억 달러(약 416조원) 규모의 천문학적인 컴퓨팅 파워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클라우드 계약 중 하나로 AI 기술의 무한한 가능성과 동시에 AI 인프라를 둘러싼 글로벌 ‘쩐의 전쟁’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오픈AI가 향후 5년간 오라클로부터 막대한 규모의 컴퓨팅 자원을 구매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계약에 필요한 전력 용량은 4.5GW(기가와트)에 달하는데 이는 약 400만 가구가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 엄청난 규모다.
◆ 'MS 의존' 탈피, 왜 오라클인가
이번 계약이 시장에 던지는 가장 큰 파장은 오픈AI가 최대 투자사이자 핵심 파트너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애저(Azure)’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인프라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명확히 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오픈AI는 MS 애저를 통해 독점적으로 컴퓨팅 자원을 공급받아왔다. 하지만 생성형 AI 모델의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첨단 GPU(그래픽처리장치) 품귀 현상이 빚어졌고 오픈AI는 단일 공급처에만 의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샘 알트먼 오픈AI CEO가 AI 칩과 인프라 확보를 위해 전 세계를 돌며 수조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에 나선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라클은 오픈AI에게 최적의 대안이었다. AWS, MS 애저, 구글 클라우드라는 ‘빅3’에 비해 시장 점유율은 낮았지만 오라클은 일찌감치 AI와 고성능 컴퓨팅(HPC) 시장에 집중하며 엔비디아의 최신 GPU를 대량으로 확보해왔다. 특히 오라클은 오픈AI 외에도 일론 머스크의 xAI 등 다수의 AI 기업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며 AI 인프라 시장의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었다.
◆ 오라클, ‘사상 최대 계약’에 주가 40% 폭등
이번 계약은 오라클에게는 ‘역사적인 승리’나 다름없다. 오라클은 지난 분기 시장 예상에 다소 못 미치는 실적을 냈음에도 향후 계약 매출을 3170억 달러 규모로 새로 확보했다고 발표하며 주가가 하루 만에 40% 이상 폭등했다. 사프라 캐츠 오라클 CEO가 실적 발표에서 언급했던 ‘세 곳의 신규 대형 고객’ 중 하나가 바로 오픈AI였던 셈이다. 이번 계약으로 오라클은 클라우드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강력한 플레이어임을 입증했다.

오픈AI의 인프라 확장 계획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오픈AI는 올해 초 MS와 함께 최대 1000억 달러를 투자해 ‘스타게이트(Stargate)’라는 코드명의 AI 슈퍼컴퓨터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오라클과의 3000억 달러 계약은 MS와의 협력과는 별개로 AI 모델 개발과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컴퓨팅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투트랙 전략’으로 풀이된다.
결론적으로 오픈AI의 이번 결정은 AI 산업의 패권이 결국 ‘컴퓨팅 파워’에 달려있음을 선언한 것이다. 오픈AI는 이제 기술 개발을 넘어 인프라를 지배하는 ‘킹메이커’의 역할까지 수행하며 AI 시대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