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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횡령에 부당대출까지…또 흔들리는 내부통제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지다혜 기자
2024-08-14 17:22:55

현직 CEO 취임 후에도 부적정 대출…책임론 '솔솔'

진행 경과 및 금감원 보고 지연 지적에 전면 반박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왼쪽과 조병규 우리은행장 사진우리금융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왼쪽)과 조병규 우리은행장 [사진=우리금융]
[이코노믹데일리] 우리은행이 내부통제 부실 논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관련 법인에 350억원 규모의 부적정 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연이어 터졌던 횡령 사태를 수습하기도 전에 금융사고가 또다시 발생하면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내부통제 관리 미흡 책임론도 부상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을 현장 검사한 결과, 지난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을 대상으로 20개 업체, 42건에 걸쳐 616억원에 달하는 대출을 실행했다고 밝혔다. 이 중 절반이 넘는 28건, 350억원 규모가 특혜성 부적정 대출이라는 혐의를 받는다.

이번 조사는 제보를 바탕으로 실시된 가운데 금감원은 손 전 회장 친인척이 담보 가치가 없는 담보물을 담보설정하고, 보증 여력이 없는 보증인을 내세웠음에도 부적정한 대출이 이뤄졌다고 확인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손 전 회장의 지배력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봤다. 2017년 말 우리은행장에 선임된 그는 2019년 1월부터 우리금융 회장과 은행장직을 겸직했고 지난해 3월 용퇴했다. 손 전 회장이 은행과 지주에서 지배력을 행사하던 시기와 일치한 데다, 그가 회장과 행장이 되기 전에는 해당 친인척 관련 대출은 5건, 4억5000만원 규모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검사 종료 후인 지난 9일 기준 대출잔액은 303억원(16개 업체, 25건)이며 단기 연체 및 부실 대출 규모는 198억원(11개 업체, 17건)이라고 밝혔다. 이중 담보가용가 감안 시 실제 손실 예상액은 82억~158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와 관련 올해 1~3월 1차 자체 검사를 실시해 부실 발생에 책임이 있는 관련 임직원 8명에 대해 면직 등 조처를 내렸다. 특히 대출을 주도한 임모 전 본부장(전 선릉금융센터장)에 대해 면직 및 성과급 회수를 결정했고, 관련 지점장 등은 감봉 조처했다.

또 우리은행은 내부통제 제도를 추가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2년간 수백억원대 금융사고가 세 차례나 연달아 발생해서다.

앞서 우리은행 김해지점 직원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고객 대출금을 178억원가량 빼돌린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불과 2년 전인 2022년에는 본점 기업개선부 차장이 8년에 걸쳐 회삿돈 약 697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직원들의 수백억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전임 회장 부당 대출 사건까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여기에 현 수장들의 책임론도 부각되는 모습이다. 이번 부당 대출은 임종룡 회장과 조병규 행장 취임 후 발생한 건들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지난해 3월, 조 행장은 지난해 7월 취임했는데 해당 대출은 올해 초까지 이뤄졌다.

임 회장과 조 행장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임 회장은 지난 12일 긴급 임원 회의를 열고 "전적으로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을 이끌고 있는 저를 포함한 현 경영진의 피할 수 없는 책임"이라고 사과했다. 이어 "이번 사건과 연계된 수사 과정에 최대한 협조해 시장의 의구심이 있다면 사실에 입각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했다.

조 행장은 "은행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과거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인식하고 조치를 취해야 할 부분은 반드시 명확하게 규명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우리은행은 여신심사 소홀 등 부적절한 대출 취급 행위가 있었던 점을 통렬하게 반성하고, 부실 대출 재발 방지를 위해 관련 제도 개선을 조속히 완료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기 취급여신의 회수 및 축소, 여신 사후관리 강화 등을 통한 부실 규모 감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감독당국 및 수사당국의 조사에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서 우리은행이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 대출 관련해 진행 경과 및 금감원 보고를 4개월 지연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우리은행은 전날 전면 반박에 나섰다.

우리은행 측은 "해당 건을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 제67조, '심사 소홀 등으로 인해 취급여신이 부실화된 경우는 이를 금융사고로 보지 아니한다'라는 규정에 근거하며, 심사 소홀 외 뚜렷한 불법 행위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3월 18일 1차 검사 결과를 보고받은 임 회장, 조 행장은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대출 건에 대한 철저한 검사와 함께 위법 사항이 있다면 강력히 조치하라고 지시했다"고 부연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추가 검사를 통해 △부적정 취급의 명확한 사유 △부실 범위 △행내외 관련자 △임모 전 본부장을 비롯해 관련자 책임 범위 등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해 2차 심화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지난 5월 1차 검사에서 발견된 '친인척 대출 관련 특이한 자금거래 및 여신 감리 결과' 등을 바탕으로 2차 심화 검사에 착수했으며, 금감원의 민원 확인 요청에 따라 파악된 내용 일체를 금감원에 전달했다. 금감원은 6~7월 중 현장 검사를 실시하고 임 전 본부장이 취급했던 부적정 취급 의심 대출에 대한 부실 원인 규명을 진행했다.

우리은행은 2차 심화 검사 및 금감원 현장 검사 대응 과정에서 '사문서위조 및 배임' 등 관련인의 불법 행위를 확인함에 따라 지난 9일 임 전 본부장 등을 경찰에 고소했다.

금감원은 손 전 회장 친인척 등 부당대출 관련 자료를 정리해 조만간 검찰에 공식 통보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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