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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폭스바겐 골프 GTI, 타는 내내 '헛웃음'이…"이게 '펀카'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성상영 기자
2024-03-05 07:00:00

고성능차 장벽 낮춘 '서민의 포르쉐'

낮게 깔린 배기음에 '귀 호강' 제대로

밟는 순간 몸이 뒤로…코너링도 훌륭

폭스바겐 골프 GTI 앞바퀴와 GTI 엠블럼사진성상영 기자
폭스바겐 골프 GTI 앞바퀴와 'GTI' 엠블럼[사진=성상영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한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없이 곧바로 전기차로 넌너뛰겠다"는 전략을 밝힌 폭스바겐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독일차'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나섰다. 가격 할인과 저금리 할부 혜택을 더해 동급 국산차와 실구매가 격차를 낮춘 것이다. 이에 더해 매섭게 오른 국산차 가격은 폭스바겐이 추구하는 '접근 가능한 프리미엄(Accessible Premium)'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서민의 포르쉐. 폭스바겐 본사에선 좋아하지 않을 수 있지만 골프 GTI에 자주 붙는 별명이다. 폭스바겐 골프는 1974년 1세대 모델 출시 이후 8세대에 걸쳐 완전변경이 이뤄진 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사랑받는 준중형 해치백으로 자리 잡았다. 골프 GTI는 1976년 처음 모습을 드러낸 고성능 모델로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스릴을 맛볼 수 있는 '핫해치'로 명성을 떨쳤다.

우리나라에서도 '펀카(Fun Car)' 수요가 늘어나면서 골프 GTI가 새삼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다른 독일차 브랜드도 고성능 제품군을 보유했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고성능차의 대중화 시대를 연, 일상에서 탈 수 있는 펀카는 폭스바겐 골프 GTI가 시초다.
 
폭스바겐 골프 GTI 외관사진성상영 기자
폭스바겐 골프 GTI 외관[사진=성상영 기자]
골프 GTI를 타는 내내 헛웃음이 나왔다. 인천 영종도에서 서울 종로구까지 편도 65㎞밖에 안 되는 짧은 거리였지만 도파민에 취하기엔 충분했다. 가속 페달을 3분의1만 밟아도 속도계 숫자가 매섭게 커졌다. 배기음은 심장을 간지럽히면서도 적절히 절제돼 주위에 민폐를 주지 않았다. 조향은 날카롭고 하체는 기민했다. 뭐 이런 차가 있지 싶었다.

골프의 파생 모델이지만 내·외관 곳곳에 변화를 줬다. 차체 전면 헤드램프(전조등) 쪽을 길게 가로지르는 붉은 띠와 'GTI' 엠블럼이 차별화 요소다. 그물 무늬 라디에이터 그릴은 일반 모델보다 한층 활동적으로 보이게 했다. 실내는 레이싱 휠을 연상케 하는 운전대, 그리고 허리를 감싸는 날개가 도드라진 버킷 시트가 차량 성격을 말해줬다.
 
폭스바겐 골프 GTI 앞좌석사진성상영 기자
폭스바겐 골프 GTI 앞좌석[사진=성상영 기자]
시동을 걸자 배기구에서 중저음이 흘러나왔다. 엔진이 충분히 예열될 때까지 느긋하게 주행하며 기다렸다. 냉각수 온도가 오르고 넓은 도로가 나타났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고 가속 페달을 꾹 밟았다. 변속 단수가 순식간에 낮아지더니 앞으로 튀어나갔다. 등과 허리가 관성을 받아내고 귀에는 연료를 태운 공기가 부르짖는 소리가 꽂혔다.

골프 GTI에는 2.0ℓ 가솔린 터보 엔진이 들어갔다. 최고출력은 245마력, 최대토크는 37.8㎏f·m다. 전륜구동 한계치인 300마력 안팎까지 출력을 끌어올린 차도 여럿 되지만 이들 차량은 그만큼 다루기 어렵다. 골프 GTI는 일상과 서킷에서 폭넓게 즐길 수 있을 듯했다.
 
폭스바겐 골프 GTI 뒷모습사진성상영 기자
폭스바겐 골프 GTI 뒷모습[사진=성상영 기자]
고성능차라고 해서 도로에 기름을 뿌리고 다니거나 엉덩이로 전해지는 불쾌감을 참으란 법은 없다. 다소 거칠게 몰고 정체 구간까지 지났는데도 계기반에 표기된 연비는 11.6㎞/ℓ였다. 승차감은 단단할 땐 단단하고 부드러울 땐 부드러웠다. 즉 빠르게 선회할 땐 차체가 원 바깥으로 벗어나지 않도록 꽉 잡아줬고 정속 주행할 땐 요철을 충실히 걸러냈다.

필수 편의사양도 빠짐없이 들어갔다. 준중형 해치백인데도 뒷좌석에 공조장치와 45와트(W) 충전 포트 2개가 마련됐다. 가격은 47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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