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디지털 보험 규제 개선 헛스윙…5개사 실적 올 '마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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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다혜 기자
2023-10-19 06:00:00

복잡·고가·제한적 상품 구성…고객들 외면

대형사 대비 자본력 부족…손해율 관리 '난항'

자료사진 사진픽사베이
자료사진 [사진=픽사베이]
[이코노믹데일리] 금융당국이 디지털 보험 활성화라는 미명 하에 규제 개선에 나선지 1년이 지났지만 보험사 실적은 뒷걸음 친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 정책과 영업 현장 간 엇박자가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보험 설계사 대면 영업이 익숙한 업계 환경이 고착된 게 요인으로, 내년 시행할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로 흑자 전환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디지털 보험 5개사 모두 올해 상반기 적자를 나타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 181억원 △하나손해보험 180억원 △캐롯손해보험 165억원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 91억원 △신한EZ손해보험 13억원 순으로 적자 흐름을 보였다.

당국은 작년 11월 보험 산업의 디지털화를 목표로 규제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보험분야의 낡은 규제를 개선해 질적 혁신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경쟁·혁신 촉진을 바탕으로 1사1라이선스(한 그룹 내에서 생명·손해보험사를 각 1개씩만 설립할 수 있게 한 정책) 허가 정책 유연화, 디지털·비대면 보험 모집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규제 개선 1년이 지났음에도 디지털 보험사 실적은 나아지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고객들이 설계사의 대면 영업을 통한 보험 가입에 익숙하다는 점과 상품 포트폴리오(단기·자동차 위주)가 다채롭지 못하다는 점을 흑자 전환 실패 요인으로 분석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설계사를 만나 직접 설명을 듣고 보험에 가입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에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온라인 가입이 낯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생명보험의 경우 구조가 복잡한 장기 상품이 많고 보험료도 상대적으로 비싸 (혼자서) 섣불리 가입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명보험 상품을 제외하더라도 디지털 보험사들은 대부분 수익성이 저조한 소액 단기 보험(미니보험)과 손해율 관리가 힘든 자동차보험 위주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어 이러한 면도 문제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니보험의 경우 보통 월 보험료가 1만원 이하로 낮은 데다가 가입 기간도 1~2년으로 단기인 경우가 많다. 자동차보험은 대형사 대비 인프라가 부족해 손해율 관리마저 어려운 실정이다.

디지털 보험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상품을 취급하는 대형사들의 점유율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대형사들은) 손해율 관리 여력이 어느 정도 있겠지만 규모가 작은 디지털 보험사는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약해 (관리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디지털 보험사들은 내년 초 출시를 앞둔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로 디지털 보험 시장이 확대되면 각 사의 실적뿐만 아니라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제한적인 상품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해당 서비스는 네이버나 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에게 적합한 여러 보험사의 보험상품을 비교·추천해 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취급 상품은 여행자·화재보험 등 단기보험, 자동차보험, 실손보험, 저축성보험(연금제외), 펫보험, 신용보험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소비자가 간편하게 여러 보험상품을 비교해 보고 가입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소비자와 보험사 간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시켜 보험사들의 경쟁 촉진, 보험료 부담 절감 등 소비자 편익이 증대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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