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소주 점유율 1위 하이트진로가 위스키 시장에 기웃대고 있다. 과거 위스키 ‘딤플·킹덤’ 등을 판매했지만 실적 부진으로 몇 차례 고배를 마시며 사업을 접었는데, 최근 위스키 성장세가 지속되자 시장 진입에 다시금 문을 두드리는 모양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최근 윈저글로벌 지분 전량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윈저 글로벌은 기존 디아지오코리아에서 분사한 윈저 사업부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해 7월 윈저 위스키 사업부를 떼 낸 독립법인인 ‘윈저글로벌’을 설립했다.
당시 윈저는 사모펀드 베이사이드프라이빗에쿼티(PE) 컨소시엄에 매각할 예정이었지만 매각 계획이 최종 불발돼 디아지오 산하 법인으로 운영됐다. 그러나 최근 디아지오 측이 하이트진로에 윈저글로벌에 대한 인수를 제안하면서 검토에 나섰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윈저글로벌 인수와 관련해 검토 중에 있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윈저글로벌 매각가는 2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이트진로는 베이사이드프라이빗에쿼티(PE)와 손잡고 윈저글로벌 인수를 추진 중이다.
자금 마련은 키움증권으로부터 인수금융으로 1000억원을 조달하고, 700억원은 하이트진로의 100% 자회사 하이트진로음료가, 나머지 300억원은 오너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서영이앤티가 부담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윈저는 국내 위스키 매출 1위인데다 아시아 시장에 수출해 인지도를 쌓았다. 하이트진로의 K-위스키로 불리는 일품진로에 더해 섞어 마시는 토닉워터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하이트진로의 위스키 시장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위스키 전문 계열사 ‘하이스코트’를 통해 주력 제품 ‘딤플’을 판매했지만, 부진 끝에 디아지오로 매각한 바 있다. 2002년에는 딤플을 대체할 ‘랜슬롯’을 냈다가 접었고, 2007년 랜슬롯을 대체해 다시 시장에 낸 ‘킹덤’도 사라졌다. 하이트진로가 윈저를 인수해 판매한다면 회사의 5번째 위스키 브랜드가 된다.
하이트진로는 소주·맥주 시장 강자로 국내 1위 종합 주류 기업 타이틀을 지녔지만, 경쟁사 간 점유율 뺏기 한계에 부딪히며 올 상반기 실적이 부진한 상태다. 이를 끌어 올릴 수 있는 새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위스키 수입량은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하는 추세다. 특히 2030세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소비가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맥주와 소주에서 벗어나 위스키, 하이볼 등으로 주류 소비가 개인들의 취향에 따라 세분화되고 있다. 젊은층 위주로 독특한 맛을 찾으려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며 개성있는 주류가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위스키 수입량은 2021년 상반기 6800톤에서 지난해 상반기 1만1200톤으로 63.8% 늘었다. 올해 상반기도 1만6900톤으로 50% 넘게 증가했다. 수입액도 2021년 상반기 7600만달러에서 지난해 상반기 1억2000만달러, 올해 상반기엔 1억3000만달러로 늘었다.
윈저는 국내 스카치위스키 시장 점유율 1위(약 35%)로 디아지오 내 위스키 사업부 매출의 약 60%를 차지할 정도의 핵심 브랜드였다. 하이트진로가 윈저를 인수하게 되면 단숨에 시장 장악력을 갖게 된다. 하이트진로의 유흥 시장 영업망이 탄탄하다는 것 역시 윈저 인수 시 시너지가 극대화될 지점으로 꼽힌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윈저글로벌 인수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며 “위스키, 데킬라, 보드카 등 다양한 제품군의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