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성상영의 뷰파인더] '김수한무' 생각나는 요즘 회사명, 길어진 사연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성상영 기자
2023-08-26 06:00:00

부르다 지칠 회사 이름들…영어 때문?

'전지소재' 안 쓰고 '에너지머티리얼즈'

코스피 상장사 중엔 '한국타이어' 최장

해외 인지도 높이고 신사업 의지 반영

왼쪽 첫 번째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인터내셔널 SK바이오사이언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사 상징CI사진각 사
왼쪽 첫 번째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인터내셔널, SK바이오사이언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사 상징(CI)[사진=각 사]
[이코노믹데일리] 일주일에 이틀뿐인 꿀 같은 주말, 직장인들이 재충전하는 시간에도 산업 일선은 분주히 움직인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소식이 쏟아지는 요즘, <뷰파인더>는 바쁜 일상 속에 스쳐 지나간 산업계 뉴스를 꼽아 자세히 들여다 본다.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 워리워리 세브리깡 무두셀라 구름이 허리케인에 담벼락 담벼락에 서생원 서생원에 고양이 고양이엔 바둑이 바둑이는 돌돌이."

현재 60대 이상에겐 유명하고 40·50대도 꽤나 잘 아는 옛 코미디 프로 대사다. 원조는 1970년대 당시 동양방송(TBC·현재는 KBS2)에서 전파를 탄 '서수한무'로 시작하는 말이었는데 후에 배역이 바뀌며 지금은 '김수한무'로 더 많이 알려졌다.

저 긴 대사는 다름 아닌 사람 이름이다. 4대 독자인 김대감(서대감)이 외아들을 얻었는데 손(孫)이 귀한 집안인지라 역술인을 찾아가 뭐라고 이름을 지어야 아들이 오래 살지 물었다. 그 역술인이 일러준 이름이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다.

초기 에피소드에서는 서대감이 공백을 빼고 무려 79자나 되는 긴 이름을 외느라 물에 빠진 아들을 구하지 못했고 끝내 5대 독자를 잃고 만다.

이름이 길면 장수한다는 코미디 프로 속 믿음이 현실 기업에서 통한다고 봤는지 국내 기업 이름이 갈수록 길어지는 양상이다. 김수한무 수준은 아니지만 6자는 평범하고 8자, 10자는 애교다. 무려 10글자를 넘기고 만 회사도 존재한다.

주요 대기업 가운데 이름이 긴 몇 개만 예로 들면 삼성바이오로직스(8자), 포스코인터내셔널(8자), LG에너지솔루션(8자), SK바이오사이언스(9자·한글로 읽으면 11자),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10자) 등이 있다. 코스피 상장사 중에는 국내 3대 타이어 제조사 중 맏형 격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11자)가 가장 긴 이름을 가졌다.

긴 회사명은 언론에겐 적잖은 고충이다. 한정된 지면에 간결하고 '섹시하게' 제목을 뽑아야 하는 신문사로서는 긴 이름이 참 난감하다. 포털 사이트에서도 제목이 길면 뒷 부분이 줄임표(…)로 처리돼 이름이 긴 회사를 다룰 때 좀 더 신경을 쓰게 된다.

언론사들은 임의로 만든 약칭에 암묵적으로 합의했다. 대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바' 또는 '삼성바이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포스코인터', LG에너지솔루션은 'LG엔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한국타이어'로 줄여 쓰면서 공간을 아꼈다.

이름이 이렇게 길어진 데는 영어 사용이 한몫한다. 화학 대신 케미칼(케미컬), 전지소재 대신 에너지머티리얼즈, 제약 또는 약품 대신 바이오사이언스 내지는 바이오로직스, 무역이나 상사 대신 인터내셔널 같은 식이다.

회사 이름을 영어로 짓는 이유와 관련해 한 기업 관계자는 "잘은 모르겠다"면서도 "한국에서만 사업을 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다 보니 국제 공용어인 영어로 된 이름이 일반화된 게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 회사의 주된 사업과 지향점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라는 추측이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이름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에서 분사할 당시 명칭을 확정하면서 배터리 제조뿐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등 연관 사업이나 서비스 분야에도 진출할 것을 염두에 뒀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전통적인 타이어 제조사에서 벗어나 미래 모빌리티 기술 발전을 선도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최근에는 사내 공모를 거쳐 이름을 짓는 사례도 있다"며 "기업 명칭에는 회사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경영진, 이사회를 포함한 구성원의 고민이 담겨 있기도 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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