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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진·송재경, 20여년간 얽힌 '연리지' 악연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선재관 기자
2023-04-13 00:00:00

법정에서 만나게 된 국내 1세대 MMORPG게임 '리니지' 탄생 주역들

(왼쪽부터)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와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 [사진=각 사]


[이코노믹데일리] 1990년대 말 한국형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PC방 전설 온라인 게임 '리니지' 신화를 함께 이룬 김택진 엔씨소프트(이하 엔씨) 대표와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의 오랜만의 만남이 안타깝게도 법정에서 이뤄지게 됐다.

엔씨는 지난 5일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및 부정 경쟁 행위에 대한 소장(민사)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접수했다. 

엔씨 측은 "'아키에이지 워'가 장르 유사성을 벗어나 '리니지2M'의 지식재산권(IP)을 무단 도용하고 표절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게임 이용자, 인플루언서들도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엔씨에 피소된 엑스엘게임즈는 과거 리니지 성공 신화를 함께 일군 동료이자 1세대 개발자 송 대표가 설립한 게임사란 점에서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송 대표는 과거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주와 함께 '바람의 나라'를 함께 개발한 후 아이네트에서 '리니지'를 개발했다. IMF 금융위기로 엔씨가 아이네트를 인수하며 김택진 대표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이후 1998년 첫 서비스를 시작한 리니지는 우리나라 PC방을 평정하며 대한민국 대표 MMORPG로 등극,  송 대표는 '리니지의 아버지'라 불리웠다. 그 시절 디아블로1, 레드얼렛, C&C 커맨트앤컨커와 같은 해외 유명 대작 출시에도 리니지 열풍은 식지 않았다. 

그 당시 벤처기업에 불과했던 엔씨는 리니지 성공 신화를 발판 삼아 세계를 주름잡는 게임사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리니지는 한국 게임산업에서 단순히 흥행에 성공한 작품의 의미를 넘어선 존재다. 당시 우리나라에선 이름도 생소한 MMORPG를 국내에 상륙시키고 수 많은 '리니지 라이크(유사게임)'가 탄생한 그 시절 게임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꾼, 한국 게임사에 큰 획을 긋는 시대의 명작이었다.

지난 2003년 개발 총괄 부사장을 맡았던 송 대표는 엔씨를 떠나 엑스엘게임즈를 창업하며 독립했다. 엑스엘게임즈가 2013년 내놓은 '아키에이지'는 '리니지의 아버지'로 불리는 송 대표의 후광에 힘입어 시장에 안착하며 성과를 냈으나 차기작으로 나온 문명 온라인, 달빛조각사 등은 리니지 만큼 초대박 흥행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송 대표가 내놓은 게임들이 모두 흥행에 참패하며 난항을 거듭하다 회사는 결국 2020년 카카오게임즈에 인수됐다.

카카오게임즈에 인수된 엑스엘게임즈는 2013년 PC게임으로 개발된 아키에이지를 현재 시장 상황에 맞춰 리뉴얼해 아키에이지 워를 새롭게 출시했다. 게임 유통은 카카오게임즈가 맡았다.

그러나 작품이 나오자마자 표절 의혹이 끊이지 않았고 자신이 키운 회사와 자신이 만든 게임 베끼기 의혹 끝에 소송전에 휘말리면서 매우 난처해졌다. 무엇보다 그를 법정으로 끌어낸 곳이 한때 청춘을 바쳐 리니지 신화를 만들었던 엔씨란 점이 눈길을 끈다.

 

엔씨소프트 리니지2M, 엑스엘게임즈의 아키에이지 워[사진=각사]

엔씨는 "리니지2M 콘텐츠와 시스템을 다수 모방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는 장르 특성에 따른 유사성 차원을 벗어나 엔씨의 지식재산권(IP)을 무단 도용하고 표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엑스엘게임즈와 카카오게임즈도 즉각 반박에 나섰다. 카카오게임즈는 "엑스엘게임즈가 지난 20년 동안 플랫폼 구분 없이 MMORPG 장르 개발 노하우를 축적한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엑스엘게임즈를 이끄는 송 대표가 리니지의 아버지로 불리지만 엑스엘게임즈의 개발 노하우는 그것을 뛰어넘는 기술과 노하우가 축적됐다며 어떤 형태든 고의적 유사성을 담아냈을 것이란 의혹을 부인한 것이다.

이어 "리니지2M을 베낀 게 아니라 자체 아이디어"라며 "아키에이지 워는 PC 온라인게임 아키에이지의 세계관과 캐릭터, 지역명 등을 재해석한 뒤 PC와 모바일 간 크로스플랫폼 환경에서의 플레이를 고려해 개발됐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MMORPG 장르 게임들이 리니지와 비슷하게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현실이다. 오죽하면 리니지 라이크란 말이 생겼겠나"라며 "이번 소송은 엔씨가 업계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로 해석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많은 '리니지 라이크' 게임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는데, 이번 기회에 엔씨가 경고 차원에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초반에 아키에이지 워가 이 정도로 잘 나가지 않았다면 과연 소송까지 갔을지는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소송전이 어떻게 흘러갈 지에 모아지고 있다. 아키에이지 워 자체는 카카오게임즈도 인정한 것처럼 리니지2M과 MMORPG 특성상 장르적 유사성이 있으나 리니지가 MMOPRG 게임을 대중화시킨 시작점인 만큼 게임 자체는 유사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 

만약 이번 소송에서 엔씨가 승리한다면 수많은 리니지 라이크 MMORPG 게임들은 줄소송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또 엔씨가 엑스엘게임즈 작품을 콕 찝어 소송전에 나선 배경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 업계 일부에서는 이번 소송이 '송재경 대 송대경 매치'로 보는 이유기도 하다. 송 대표 자신이 만든 게임에 뿌리를 둔 작품을 베꼈다며 고소를 당한 격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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