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르포] 규모 키운 'H2 MEET', 새로운 가능성과 풀어야할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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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영 기자
2022-09-01 14:20:24

개막 첫 날, 관련 업체 임직원 '북새통'

전시 면적 커지고 업체 늘며 '세계 최대 규모' 과시

현대차·SK·포스코·두산 등 대기업 참여 속 '관심'

'수소 비즈니스 플랫폼' 기대…소비자엔 장벽 높아

지난 31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개막한 수소박람회 'H2 MEET(에이치투 밋)' 행사장 내부. [사진=성상영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세계 최초, 세계 최대'를 내세운 글로벌 수소박람회 'H2 MEET(에이치투 밋)'이 지난달 31일부터 나흘 간의여정을 시작했다.

이날 H2 MEET이 개막한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에는 수소산업 동향을 살피려는 관련 업체 임직원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난해까지 '수소모빌리티쇼'로 개최된 H2 MEET은 올해 이름을 바꾸고 규모를 대폭 키웠다. 직전 박람회(12개국 153개 기업·기관)보다 늘어난 전 세계 16개국 241개 기업 및 기관들이 참가하면서 위용을 과시했다.

참여 기업이 늘어난 만큼 행사장 면적도 1만9801㎡로 1.5배 가까이 커졌다. 국내 전시·회의 시설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킨텍스 제2전시장(전시 면적 10만8483㎡)의 20%를 독차지한 셈이다.

행사장 내부는 전시 부스로 빼곡했다. 각종 전시에 능숙한 듯 잘 꾸며진 대기업 부스와 한 평(3.3㎡) 남짓 돼 보이는 소기업 부스까지 관람객을 맞기 바빴다. 해외 기업과 각국 대사관도 한 자리를 차지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더불어 SK·포스코·두산·효성·코오롱 등 굵직한 기업들이 부스 전시에 참여하면서 관심을 더했다.

관람객 중에는 화학·전자 분야가 전공인 대학생과 대학원생들도 눈에 띄었다. 평일인 데다 박람회 주제가 아직은 생소한 수소이다 보니 일반 관람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H2 MEET' 현대자동차그룹 부스에 전시된 '수소 멀티콥터 드론'. [사진=성상영 기자]


◆현대차, UAM에서 AAM으로…'수소 멀티콥터 드론' 공개 

현대차그룹은 이전 수소모빌리티쇼가 처음 열린 2020년부터 꾸준히 참여해 왔다. 올해는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트럭과 버스, 그리고 '수소 멀티콥터 드론'을 선보였다.

수소 멀티콥터 드론은 수소연료전지와 배터리를 동시에 사용하는 비행체다. 현대차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에 도전장을 낸 뒤 최근에는 지역 간 항공 모빌리티(RAM)를 더해 '어드밴스드 에어 모빌리티(AAM)'로 개념을 확장했다. 그 토대가 멀티콥터 드론이다.

멀티콥터 드론의 직경은 6m로 실제 모습은 더 크게 느껴진다. 사각형으로 된 기체 중앙 하부에는 수소탱크가 자리를 잡았고 상부에는 배터리가 탑재됐다. 이 동력 시스템은 각 변마다 2개씩 뻗어 나온 날개를 움직인다.
 

'H2 MEET' SK E&S 부스에 전시된 수소연료전지 탑재 지게차. [사진=성상영 기자]


◆SK, '액화수소 드론·연료전지 지게차'로 수소 활용 범위 확장

SK그룹에서는 에너지 사업을 하는 SK E&S가 부스를 마련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참가한 SK E&S는 액화수소 드론 'LH2-6L'과 더불어 수소연료전지를 장착한 지게차를 공개했다.

LH2-6L은 국내 벤처기업 엑센스·헥사가 개발하고 SK E&S가 이를 지원해 탄생했다. 액화수소탱크 용량은 6리터(L)인데, 1회 충전으로 13시간 24분 동안 쉬지 않고 비행한 기록을 보유했다.

SK E&S 관계자는 "액화수소 드론은 에너지 밀도가 높은 액화수소를 사용해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드론보다 훨씬 오래 날 수 있다"면서 "수소를 동력원으로 이용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SK E&S 부스 뒤편은 수소 지게차가 물건을 운반하는 'H2 웨어하우스'로 꾸며졌다. 수소 지게차는 SK E&S와 두산밥캣이 공동으로 개발해 이번 H2 MEET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수소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수소 지게차 역시 일반 배터리 전기차보다 충전 시간이 1~2분 내외로 짧다. 무엇보다 물류창고처럼 폐쇄된 실내에서 매연이나 소음 없이 작업이 가능해 배터리 지게차의 대안으로 주목된다.
 

'H2 MEET' 포스코 부스에 전시된 수소탱크와 운송 배관. [사진=성상영 기자]


◆포스코 "제철소에도 수소 바람"…수소 생산·운송 생태계 조명

포스코그룹은 포스코·홀딩스·인터내셔널·건설·에너지·모빌리티솔루션·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등 6개 회사가 참가했다. 부스를 한 바퀴 돌아보면 수소 생산부터 운송·저장·활용까지 각 과정을 아우르는 생태계를 엿볼 수 있게 전시가 구성됐다.

이곳에서는 석탄 대신 수소를 이용해 철을 생산하는 수소환원제철, 제철소 탈황 설비에서 나온 폐중조(탄산수소나트륨+황산화물)를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와 반응시켜 재활용하는 기술 등 철강산업이 수소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수소 생산과 운송·유통에 이용되는 수소용 강재도 전시됐다. 포스코는 값비싼 탄소섬유 대신 초저온·초고압에도 버틸 수 있는 특수강을 사용해 도심에 대량으로 수소를 저장 및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구상 중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수소용 강재는 아직 제품화 단계에 이르지는 않고 개발이 진행 중"이라며 "원가와 안정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소재 및 부품 계열사 포스코모빌리티(옛 포스코SPS)는 수소 하이브리드 카트를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카트 제작업체 엠피에스코리아와 공동 개발한 이 카트는 수소연료전지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각각 탑재해 기존 전기 카트보다 충전 시간은 줄이고 주행거리는 늘렸다.
 

'H2 MEET' 두산 부스에 전시된 건물용 10킬로와트(kW) SOFC(고체산화물연료전지). [사진=성상영 기자]


◆두산, 건물·선박용 SOFC 선보여…한 대로 전기·난방 해결

두산은 두산퓨얼셀과 ㈜두산 퓨얼셀파워BU(비즈니스유닛)가 차세대 수소연료전지를 소개했다. 두산퓨얼셀이 선보인 '중저온형 SOFC(고체산화물연료전지)' 다른 연료전지보다 전력 효율이 높고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작동한다는 장점이 있다.

두산 퓨얼셀파워BU는 주택을 비롯한 건물에 쓰이는 10킬로와트(kW) SOFC를 내놨다. 10kW는 4인 1가구가 하루에 사용하는 전력량이다. SOFC는 열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어 보조 전력·난방 수단으로 활용 가치가 높다.

두산 관계자는 "건물뿐 아니라 선박에 설치할 수 있는 SOFC를 개발하고 있다"며 "SOFC를 보조 동력으로 활용하면 선박을 운항할 때 연료 소모와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H2 MEET' 행사장을 방문한 관람객이 전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성상영 기자]


◆새 단장한 H2 MEET, '수소 비즈니스 플랫폼' 가능성 보여줘

행사 첫 날, H2 MEET은 간판을 바꿔 단 보람이 있었다. 여러 업체가 앞다퉈 전시에 참여하고 수소 관련 포럼과 콘퍼런스 등 부대행사가 다양해지면서 '수소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정착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개막식에 참석해 힘을 보탰다. 한 총리는 "수소 생산·유통·활용 전 주기에 걸친 수소경제 생태계를 탄탄히 구축하겠다"며 "규제는 과감히 개혁하고 금융·세제 지원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수소산업은 일반 소비자가 접근하기에 어려운 주제다.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가 도로를 달리고 있지만, 이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B2B(기업 간 거래) 또는 B2G(기업·정부 간 거래) 영역이기 때문이다.

현재 기술 수준이나 상용화 추진 단계를 고려하면 소비자에게 친숙한 수소산업 생태계가 조성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이는 수소 관련 업계와 M2 MEET이 풀어야 할 과제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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