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한국판 카길' 꿈꾼 김홍국 회장 '뚝심 경영'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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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영 기자
2022-04-26 06:00:00

뚝심으로 밀어붙인 '팬오션' 인수...작년 매출 10조 사상 최대 실적 견인

축산·도축 이어 식품 제조·유통까지 전 과정 그룹 가치 사슬로 통합 관리

[사진=하림지주]

 김홍국 하림 회장의 '뚝심 경영'이 빛을 보고 있다. 숱한 우려와 반대 속 '한국판 카길(세계 최대 곡물종합기업)'을 꿈꾸며 인수한 해운사 '팬오션'은 코로나 글로벌 물류대란으로 '신의 한 수'가 됐다.  

곡물 등 벌크 건화물 전문 해상 운송기업 팬오션은 2015년 인수 당시 우려를 불식하며 명실공히 하림 실적 견인차로 자리잡았다. 

많은 기업엔 악재였던 코로나가 하림엔 호재와 성장 발판이 됐다. 여기엔 비판 등에도 숙원을 향해 매진한 김홍국 회장의 불굴의 도전 정신과 경영 철학이 있다. 

김홍국 회장 행보는 나폴레옹 이각모를 낙찰 받은 후 갤러리까지 열고 "긍정적 사고와 도전 정신을 샀다"고 밝혔을 만큼 패전 직전까지 몰려도 승리의 확신을 놓지 않고 최종 승리를 거머쥔 나폴레옹 행보를 닮아 있다. 

김홍국 회장 삶은 도전의 연속이다. 할머니가 준 10마리 병아리에서 시작한 소년의 꿈은 마침내 한국판 카길을 이뤄냈다. 그의 도전은 이제 종합식품사를 향해 현재진행형이다.

◇김홍국 회장, 신의 한 수 '팬오션'...작년 사상 최대 실적 '보답' 

최근 하림지주와 계열사 하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작년에 하림그룹 지주사 하림지주는 매출 10조원을 넘겼다. 국내 최대 닭고기 전문기업 하림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며 매출 1조 클럽에 들기도 했다. 

하림지주는 작년 연결기준 매출 10조8087억원으로 2019년 7조3503억원, 재작년 7조7233억원에서 급성장했다. 외형뿐만이 아니다. 작년 영업익도 7446억원으로 전년 3540억원 대비 약 2배 확대됐다. 같은 기간 당기순익도 5881억원으로 2019년 945억원, 재작년 1735억원에서 폭발적으로 신장했다. 별도기준으로도 매출 499억원, 영업익 299억원으로 각각 3배, 12배 가량 확대됐다. 

이런 하림그룹 실적 중심엔 코로나 특수가 집중된 해운업과 식품업 양대 계열사가 있다. 특히 지난해 벌크 부문 시황 개선과 맞물린 벌크 전문 해운사 팬오션 성장은 괄목할 만하다. 

팬오션은 한때 2500만톤 곡물 수송으로 곡물 메이저 기업을 제외하고 상업적 곡물 수송 분야 글로벌 1위에 올랐던 기업이기도 하다. 

실제 팬오션은 작년에 글로벌 해운 활황기 속 매출 10조원대이던 2008년 후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다. 팬오션 작년 연결기준 매출은 4조6161억원으로 전년 2조4972억원 대비 84.9% 늘었다. 지난해 영업익도 5729억원으로 재작년 2252억원 대비 154.4%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 속 미국 항만에서 촉발된 물류대란 장기화로 해상 운임이 급등하면서다. 팬오션 운영 선대는 300여척이다. 재작년엔 미국 곡물터미널 EGT 지분까지 인수, 글로벌 수준 곡물유통업을 확대해오고 있다. 

현재는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쳐 곡물 등 원자재 공급망 혼란이 가중되면서 하림의 이런 해운업과 곡물유통 메리트는 더욱 부각하고 있다. 

하림그룹-JKL컨소시엄 1조79억원대 거액 투자로 2015년 당시 불거졌던 '승자의 저주' 시장 염려를 기우로 만든 이런 실적은 김홍국 회장의 굳은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림그룹은 김홍국 회장의 '식품 본질은 자연에 있으며 신선한 식재료로 최고 식품을 만든다'는 식품 철학을 바탕으로 제조업에 일반화한 수직 통합 경영을 닭고기 분야에 도입, 자연에서 식탁에 이르는 식품 가치 사슬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독특한 경영 시스템을 갖추고 성공 모델을 만들고 제시해왔다. 

그룹 또 다른 실적의 한 축인 닭고기 기업 하림은 이런 성공 모델의 대표격이다. 하림은 점유율 19.7%로 닭고기 시장 선두다. 일찌감치 사료와 사육, 도계 및 제조, 육가공 부문 수직계열화 방식으로 국내 최대 닭고기 기업으로 성장해온 것이다. 

하림의 수직계열화는 육계 부문 경우 병아리를 직접 키우지 않고 위탁 농가와 사육 계약을 체결, 하림은 병아리·사료·약품 등 종계 관련 모든 서비스를 지원하고 닭고기를 공급 받는다. 하림은 "농가는 안정적인 판로를 갖출 수 있고 하림은 대규모 농장을 직접 관리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삶의 가치를 만들어 행복을 나누는 '여름 숲' 하림이라는 기업명대로 수직계열화를 통해 시장 주체들과 공생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엔 수익구조 재편 등으로 2019년 8058억원 매출에서 1조1181억원을 올렸다. 영업익과 당기순익 모두 2019년 손실에서 재작년 흑자 전환해 작년 영업익 320억원, 당기순익 135억원으로 신장을 거듭하고 있다. 
 

[사진=하림 홈페이지]


◇하림만의 '삼장 통합 경영' 기반...곡물유통 넘어 '종합식품사' 도약

지난해 1조 클럽에 진입하며 팬오션과 함께 그룹 실적을 이끈 하림은 하림그룹 '삼장 통합 경영(닭고기 등 축산물 생산·가공·유통 통합 경영)' 진가를 잘 보여준다. 

하림그룹은 곡물(팬오션·팜스코)에서 해운(팬오션), 사료(제일사료·하림·알렌하림·선진·팜스코), 축산(하림·알렌하림·선진·팜스코), 도축·가공(하림·알렌하림·주원산오리·선진·팜스코), 식품·제조(하림·선진·팜스코·하림산업·하림펫푸드), 유통·물류(NS홈쇼핑·글라이드·하림산업·하림·선진·팜스코·하림펫푸드)까지 7개 핵심 사업군은 '종합식품기업'이라는 방향성 아래 계열사 간 가치 사슬이 연결돼 있다. 

해외로부터 곡물을 들여와 직접 사료를 배합하고 축산과 도축, 가공에 이어 식품 제조, 유통·판매, 물류를 통한 소비자 접점까지 전 과정을 그룹 가치 사슬로 통합 관리하는 것이다. 

서울 양재동 도심첨단물류단지(생활물류서비스) 복합 개발, 글라이드(식품 전용 모바일 플랫폼)를 통해 '공장에서 집으로' 디렉트 투 컨슈머(D2C) 등으로 최고의 맛과 품질 제품을 중간 유통 과정 없이 직접 제공하는 것도 하림그룹 과업이다. 

1978년 익산 황등농장 설립으로 가금사업 진출 이래 하림그룹 성장사는 단계별(농장·공장·시장 통합경영-식품유통-곡물유통-종합식품)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 전반을 수직계열화해온 변천사라고 요약할 수 있다. 
 

[사진=하림 ]


이제 다시 한번 김홍국 회장은 시장 우려를 딛고 '종합식품기업'이라는 또 다른 도약을 꿈꾼다. 

작년 10월 프리미엄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더(The) 미식' 장인라면(얼큰한 맛·담백한 맛 2종)을 내놓으면서 빠르게 시장에 정착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흥행과는 다소 먼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장인라면은 사골과 소고기 닭고기 버섯, 양파, 마늘 등을 재료로 20시간 우려낸 육수, 쫄깃하고 불지 않는 건면, 저나트륨 등을 강조하고 있지만 2200원이라는 비싼 가격 대비 맛 등 차별화가 미진했다는 혹평이 잇따랐다. 

시장에서는 장인라면 부진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함께 우려를 쏟아냈다. 소비자들은 익숙한 라면 입맛을 버리지 못한 채 하림이 기존 업계 아성을 넘지 못하리란 것이다. 

다만 김홍국 회장이 장인라면 출시 기자간담회에 직접 나서서 "가정에서도 고급 라면을 맛볼 수 있다"고 소개하고 라면을 직접 끓여주는 등 애정을 드러내면서 세간의 이목도 집중되고 있다. 

하림은 그룹 차원에서 '종합식품기업' 비전 아래 가정간편식을 새 먹거리로 삼고 박차를 가하고 있다. 라면에 앞서 하림은 삼계탕·닭갈비·찜닭·닭한마리 칼국수, 불닭발볶음·닭주물럭·닭똥집볶음 등 한판 시리즈, 닭가슴살·핫도그·소시자 등 닭고기 위주 간편식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하림은 전북 익산지역에 온 국민의 공유주방격 '하림 퍼스트키친'을 가정간편식 핵심 시설로 조성해놨다. '퍼스트키친'은 K1(간편식·소스 등)과 퍼스트 프리지(온라인 물류센터), K2(면류), K3(즉석밥)로 구성돼 있다. K1(간편식 등)이 규모 1만3042평(4만3116㎡)로 가장 크다. 

하림은 장인라면 부진에 굴하지 않고 최근 유니자장면을 대형할인점과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에 출시하며 면류 시장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를 외쳤던 나폴레옹의 도전 정신을 내재화, 실천해온 김홍국 회장. 이번에도 김홍국 회장 불굴의 '뚝심'이 먹힐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하림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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