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특금법 시행 D-1] ①실명계좌 조르는 거래소…모르쇠 일관하는 은행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태환 기자
2021-03-24 16:44:41

중소형거래소들 “요건 갖춰도 시중은행 묵묵부답”

은행권 “계좌 발급이 은행 자율? 사고 나면 독박”

유예기간 6개월 내 계좌 미 발급 시 공정위 제소

[사진=픽사베이 제공]


가상자산 관련 사업자에게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여해 거래를 양성화하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이 25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중소형 거래소들이 반발하고 있다.

현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시중은행들이 기존 4대 거래소를 제외한 나머지 거래소에는 계좌를 제공하지 않고 있어서다. 정부 정책이 중소거래소를 차별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해당 기업들은 유예기간 안에 명확한 이유 없이 계좌발급이 막히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시중은행 실명계좌 발급 ‘모르쇠’ 일관

24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특금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25일부터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코인 거래를 중개하려면 실명확인 계좌를 이용하도록 의무가 부여된다.

실명확인 계좌는 실명이 확인된 사람을 대상으로 입금확인 번호를 부여하고, 돈을 송금할 수 있는 계좌를 의미한다. 투자자가 시중은행에서 이미 실명이 확인된 계좌로 자금을 거래하기 때문에 누가 돈을 보내고 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반면, 현재 중소형 가상자산 거래소는 벌집계좌를 이용한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벌집계좌란 거래소 법인계좌에 거래소 고객 개인계좌를 두는 형태를 말한다. 벌통에 꿀벌이 직접 꿀을 넣는 것처럼, 법인계좌에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넣는 구조라 벌집계좌라 불린다.

벌집계좌는 실명확인 계좌와 달리 투자자가 익명으로 돈을 송금하면 추적하기 어렵다. 불법 자금을 세탁하는 용도로 악용될 수 있어 특금법에서 금지시키고 있다.

문제는 현재 은행들이 실명확인 계좌를 빗썸과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4대 거래소에만 허용해주고, 중소형 거래소들에는 계좌를 발급해주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중소형 거래소들은 은행이 계좌발급을 미루는 이유가 금융당국의 압력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2019년 금융당국은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 일정을 발표하면서 ‘은행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문제지만, 신규 계좌 개설 시 당국의 집중 점검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사실상 은행에서 새로운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내줬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은행이 뒤집어 써야 한다는 으름장이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계좌를 개설해주고 거래가 늘어나면 수수료 수입이 늘어나 마다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가상자산 거래소에 각종 사고가 많이 발생했고, 금융당국에서 은행의 책임을 크게 바라보기 때문에 (실명계좌 발급을) 주저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특금법 개정안이 발의된 2018년 3월부터 지금까지 은행권에서 중소형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발급해준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시중은행 중 부산은행만이 유일하게 고팍스, 지닥, 후오비코리아, 플라이빗, 프로비트 등의 중소형 거래소와 실명계좌 발급을 논의 중인 상황이다.

◇유예기간 후 계좌발급 안 되면 공정위 제소

일부 중소형 거래소들은 법안이 시행된 이후 6개월의 유예기간에 시중은행이 계좌발급을 거부하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 거래소 점유율을 살펴보면 4대 거래소가 전체 93%로, 1위 업체(빗썸)의 점유율이 74%에 육박하는 등 편향이 심한 상태다. 반면, 일본의 경우 대형 거래소를 비롯해 총 22개 거래소가 허가를 받고 영업 중이다. 특정 업체에만 특혜를 준다는 점에서 불공정 행위로 충분히 비춰질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개별 은행이나 금융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거는 게 아니라 공정위에 제소하는 것은, 금융권 외부에서 압박을 주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금융권 내에서는 금융위원회의 실권이 강력해 대부분의 금융사가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는 판단에서다. 공정위는 금융권 외부 기관이므로 충분히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공정위 사무처는 2012년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올리기 위해 CD 금리를 담합했다는 혐의를 포착해 4년간 조사한 전례가 있다. 해당 사례는 결국 무혐의로 처리됐지만 공정위가 금융당국에 충분히 압박을 준 사례를 것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한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사실상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특금법이 시행된 이후 유예기간이 6개월 주어지는데, 시중은행들이 계좌를 발급해주기 시작한다면 법적인 분쟁으로 끌고 갈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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